소설은 블라이스가 폭스와 만나서부터 현재까지의 일에 대해 쓴 글로 진행이 된다.
그렇기에 블라이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고, 엄마로서 갖게 되는 그녀의 불안함과 공포, 걱정 등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완벽하고 좋은 남편이자 아빠로 보였던 폭스는 블라이스의 이런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소설 속 블라이스의 모습은 어쩌면 과대망상증을 가진 여자로 보일지도 모른다.
블라이스는 자신이 낳은 바이올렛에 대해 애정보다는 의심과 두려움, 공포를 가지고 있으니까.
자신이 본 바이올렛의 모습을 믿고 싶지 않아하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 장면에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또 어떤가.
공공연히 엄마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표현한다.
아빠를 더 좋아하고,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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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키워 세상에 나온 내 몸의 일부인 딸,
세상에 나옴으로서 내 것이었으나 이제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아이.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니 당연히 내 것이 아닌 아이가 맞지만, 그래도 우리의 상식에는 엄마와 딸이라면 당연히 서로 사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아이가 나를 끊임없이 밀어내고 밀어낸다.
아,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자신을 끊임없이 밀어내고 미워하는 것으로 모자라 가장 소중한 것까지 없애 버리는 악마 같은 아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니, 엄마인 내가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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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서일까, 임신 기간 동안의 불안과 아기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쁨, 또 키우는 과정에서의 행복과 고통,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자기반성까지 블라이스가 느끼는 많은 부분들이 공감갔다.
나 역시 내게 모성이라는 것이 있을까 의심하고 고민했고, 아기를 만난 후에는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엄마라는 역할에 끊임없이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중이다.
거기다 몸의 변화는 또 어떠한가.
남편은 여전히 젊고 귀여운데, 나는 출산 후 폭삭 늙은 기분이다.
주변의 기대와 애정어린 조언은 또 어떠한가.
그들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더라도, 어느새 그런 것도 몰라서 아이에게 해주지 않는 엄마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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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강요되는 이 사회의 모성,
모든 모성의 모습이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여성에게 모성이 꼭 있어야 한다는 건 환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로서의 역할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 덕분에 블라이스의 고통과 불안함 등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읽는동안 마치 내가 블라이스인 듯 힘겨웠던 소설이었다.
이런 일들은 그저 소설로만 접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고 무섭고 괴로운 일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