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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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에 만나 결혼한 블라이스와 폭스, 그리고 곧 그들의 예쁜 딸 바이올렛이 태어난다.

뱃 속에서 열 달을 품어 세상 밖으로 나온 자신의 일부인 딸 바이올렛, 하지만 블라이스와 바이올렛은 그리 잘 지내지 못한다.

바이올렛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울어대고, 몸이 회복되지 못한 블라이스는 그런 바이올렛도 힘들고 시어머니의 애정어린 조언도 힘에 부친다.

 

바이올렛은 성장하면서 여전히 엄마인 블라이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를 애정하지도 않고 자신의 날 것 그대로의 악함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아빠 앞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똑똑한 예쁜 딸이 된다.

아빠 폭스 역시 바이올렛에 대한 딸바보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면서 블라이스의 고통이나 고민을 "그저 예민해서 그런 거야" 혹은 "점점 나아질거야"라는 말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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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라이스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블라이스의 어머니인 세실리아는 블라이스에게 애정이 없었고 그녀가 어릴 때 집을 나가 버렸다.

그런 세실리아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 에타의 애정을 전혀 받지 못하고 불행한 성장기를 보냈다.

그렇게 마치 피의 대물림, 모성이 없는 유전적 형질을 가진 듯이 표현되고, 아니 그런 것이 아닐까 블라이스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한다.

 

블라이스는 둘째 샘을 가지게 되고, 그녀는 샘에게 그야말로 자신이 가진 모성을 쏟아 붓는다.

그렇게 샘은 블라이스가 살아가는 빛이 되고 이유가 된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고 블라이스는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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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블라이스가 폭스와 만나서부터 현재까지의 일에 대해 쓴 글로 진행이 된다.

그렇기에 블라이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고, 엄마로서 갖게 되는 그녀의 불안함과 공포, 걱정 등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완벽하고 좋은 남편이자 아빠로 보였던 폭스는 블라이스의 이런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소설 속 블라이스의 모습은 어쩌면 과대망상증을 가진 여자로 보일지도 모른다.

블라이스는 자신이 낳은 바이올렛에 대해 애정보다는 의심과 두려움, 공포를 가지고 있으니까.

자신이 본 바이올렛의 모습을 믿고 싶지 않아하면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 장면에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또 어떤가.

공공연히 엄마에 대한 애정이 없음을 표현한다.

아빠를 더 좋아하고, 엄마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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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키워 세상에 나온 내 몸의 일부인 딸,

세상에 나옴으로서 내 것이었으나 이제는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아이.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니 당연히 내 것이 아닌 아이가 맞지만, 그래도 우리의 상식에는 엄마와 딸이라면 당연히 서로 사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아이가 나를 끊임없이 밀어내고 밀어낸다.

아,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자신을 끊임없이 밀어내고 미워하는 것으로 모자라 가장 소중한 것까지 없애 버리는 악마 같은 아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아니, 엄마인 내가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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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서일까, 임신 기간 동안의 불안과 아기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쁨, 또 키우는 과정에서의 행복과 고통,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자기반성까지 블라이스가 느끼는 많은 부분들이 공감갔다.

 

나 역시 내게 모성이라는 것이 있을까 의심하고 고민했고, 아기를 만난 후에는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엄마라는 역할에 끊임없이 자책하고 괴로워하는 중이다.

 

거기다 몸의 변화는 또 어떠한가.

남편은 여전히 젊고 귀여운데, 나는 출산 후 폭삭 늙은 기분이다.

주변의 기대와 애정어린 조언은 또 어떠한가.

그들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더라도, 어느새 그런 것도 몰라서 아이에게 해주지 않는 엄마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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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강요되는 이 사회의 모성,

모든 모성의 모습이 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여성에게 모성이 꼭 있어야 한다는 건 환상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럼에도 여전히 엄마로서의 역할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 덕분에 블라이스의 고통과 불안함 등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읽는동안 마치 내가 블라이스인 듯 힘겨웠던 소설이었다.

이런 일들은 그저 소설로만 접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고 무섭고 괴로운 일들이니까.

 

 

 

 

p. 58

딸을 내려다보고 제발 꺼져버려, 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엄마.

바이올렛은 오로지 나와 함께 있을 때만 울었어.

마치 배신처럼 느껴졌지.

우리는 서로를 원하도록 태어난 존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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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62

나는 이 육체가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궁금했어.

그저 무언가를 담는 수단일 뿐인가?

당신을 여기까지, 아름다운 딸과 당신이 거의 알지도 못했던 아들의 아빠가 되는 지점까지 실어다 줬던 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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