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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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데이비드 호크니 + 마틴 게이퍼드 / 시공아트

 

봄의 싱그러움이 가득 담긴 표지의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Spring cannot be Cancelled)》은 현존하는 최고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의 대화가 담긴 책이에요.

2018년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천19억원에 판매되어 현존하는 화가 중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화가 중의 한 명이라고도 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와 마틴 게이퍼드가 주고받은 대화를 묶은 첫 책은 <다시, 그림이다>라고 하는데요, 이번 책 역시 호크니가 노르망디에서 보낸 이메일과 아이패드 드로잉 등과 그에 대한 게이퍼드의 답신과 관련 설명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호크니와 게이퍼드는 오랜 시간 알아왔고 서로 이메일 등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많았다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호크니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많이 언급되는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 간의 편지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호크니가 노르망디로 이주한 후 게이퍼드는 그의 작업실에 한 번 방문했지만, 그 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의 영향으로 방문하지는 못하고 이메일과 화상 전화 등으로 작품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책을 읽는동안 '데이비드 호크니'라는 예술가에 대한 존경과 감탄의 마음이 깊어졌는데요, 그는 여든이 훨씬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열정적이고 규칙적인 습관으로 그림을 그리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이 노년의 예술가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즐기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책의 표지에 나와있는 작품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No. 209>라는 아이패드 회화인데요, 책에는 호크니가 노르망디의 그랑드 쿠르 작업실에서 그린 아이패드 회화 여러 점이 담겨 있어요.

저는 조금 고리타분해서인지, 예술에 대한 안목이 조금 부족해서인지, 회화라고 하면 캔버스에 그린 실물 그림만을 생각했는데요, 꾸준하게 더 '나은' 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호크니는 아이패드를 통해 그것만이 갖는 장점(빠르게 드로잉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호크니의 작품을 보는 즐거움과 호크니의 예술에 대한 깊이있는 시선, 그리고 호크니가 존경하고 애정하는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책 속 내용은 무엇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좋았어요.

게이퍼드가 설명하는 내용들 덕분에 호크니와 관련 작품들에 대한 이해가 더 쉽게 다가온 것은 물론이고요.

 

노르망디의 자연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그 곳의 환경을 그림으로 그려 나가는 호크니에게 코로나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어쩌면 한정되고 고립된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오롯이 만끽하고 있었을 테니까요.

 

호크니는 다르게 그리고 더 낫게 그리려는 충동에서 계속적으로 자극을 받아 같은 일을 계속해 왔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그의 집 옆 작은 연못의 표면을 그린 그림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비추고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 준다.

주목할 만한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코로나19 전염병이 세게적으로 유행하고 그에 따른 봉쇄가 이어진 이 시기 동안 호크니는 더 작고 작은 세상 안에서 더 많고 많은 것을 발견했다.

다른 유명한 예술가들, 특히 중단 없이 계속해서 작업하고 성장하는 예술가들처럼 그는 우리에게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_ 268쪽, 마틴 게이퍼드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흐름 속에 있습니다.

사실상 봉쇄를 제외한 모든 것이 흐르고 있죠.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그 흐름을 드로잉으로 그릴 수 있고 그림을고 그릴 수 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한 해 더 머물 작정입니다.

또 한 번의 봄과 여름, 가을을 맞을 겁니다.

_ 269쪽, 데이비드 호크니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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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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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서도 여전히 악어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요.
많은 생각과 여운이 남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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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 당신을 위한 그림책, You
루리 그림, 글라인.이화진 글 / 요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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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악어

글라인, 이화진 글 | 루리 그림

 

저는 언젠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고, 보통의 사람들은 옛날과 달리 먹을 것이나 입을 것 걱정없이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는데, 왜 점점 배타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까, 라고요.

세계화 혹은 코리안드림(너무 옛날 발상의 단어인가요?^^)을 꿈꾸며 우리나라에서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이야기들을 TV에서 가끔 볼 때면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비단 외국인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성에 대한 혐오의 시선들도 너무 많이 존재하고, 국가간에도 국수주의 태도를 보이는 나라들을 가끔 보곤 하죠.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에 있고, 살아가야 하지.

 

 

《도시 악어》는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악어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악어가 도시라니? 조금 생뚱맞다 싶었는데, 악어 역시 자신이 원해서 이 곳에 온 것은 아니라며 쓸쓸하게 말합니다.

 

토마토를 좋아하고, 햇볕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악어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아요.

백화점 쇼윈도의 악어백을 바라보며, 악어는 저런 모습으로만 이 곳에 존재할 수 있는 걸까라며 슬퍼합니다.

 

도시에 적응하기 위해 악어는 자신을 조금씩 변화시키려고 해요. 날카로운 이를 뭉툭하게 깎아내고, 꼬리를 자르는 것에 대한 진료도 받게 되죠.

하지만 악어는 도저히 꼬리를 자를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악어는 이 도시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없는 걸까요?

 

그러던 어느 순간, 그토록 무서워하던 물 속에 의도치 않게 풍덩 빠져버린 그 순간...

악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습니다. 자신은 악어라는 것을요.

 

그림 속 다다닥 붙은 집들의 모습과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나만 어두운 곳에 홀로 있는 느낌이 들어 그것들을 바라보는 악어의 쓸쓸함이 느껴졌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로 읽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은 보통의 사람들이 나와 조금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이 그동안 살지 않았던 낯선 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들지를 조금은 배려하면서, 먼저 손을 내밀어줘도 좋지 않을까 하고요.

그리고, 다른 환경에 놓였을 때 억지로 자신을 버리고 그 환경에 적응하려 하지 말자는 생각도 조금 들었어요.

이건 우리가 낯선 곳에 갔을 때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곳의 문화나 관습을 물론 잘 따르며 적응해야겠지만, 나의 정체성을 잃을 정도로 자신을 가두고 억제하지는 말자라는 생각을 했어요.

더 이상 자신의 꼬리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도시 악어처럼 말이예요.

 

요즘 그림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요, 그림책의 묘미는 여러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다라는 것 같아요.

문장들이 적다 보니 작가의 의도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싶은 순간들이 많지만, 나만의 생각이나 관점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더라구요.

 

《도시 악어》 역시 많은 여운이 남는 그림책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을 다 덮은 지금도 악어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 보면요.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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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조셉 콘래드 지음, 원유경 옮김 / 이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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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조셉 콘래드 / 이타북스

 

올마이어는 다시금 오랜 세월 살아온 이 해안을 벗어나 부와 권력의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간 마주했던 쓰라린 노동과 투쟁의 현실은 멋지고 화려한 환상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그와 그의 딸은 부유해져 존경받으며 유럽에서 살게 될 것이었다.

백인 남성과 말레이 여성 사이에서 탄생한 혼혈에 대한 경멸 어린 편견이 아무리 심각해도 상관없었다.

딸의 빼어난 아름다움과 그의 엄청난 재력 앞에서 그 누구도 딸이 혼혈이라 생각지 않을 것이었다.

딸의 승리를 보며 그는 젊음을 되찾고 죄수처럼 느껴지는 이 해안의 비통한 25년 투쟁의 세월을 잊어버릴 터였다.

 

 

- <올마이어의 어리석음> 중 10쪽

 

 

소설은 올마이어가 다인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인도네시아 마카사르 지역의 유일한 백인인 올마이어는 20년 전 성공을 꿈꾸며 이 곳으로 왔다.

그런 그에게 '바다의 왕'이라 불리는 '톰 링가드'는 자신의 양딸 말레이 여성과 결혼할 것을 제안하고, 올마이어는 부유하고 풍성한 삶을 상상하며 그녀와 사랑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 후 올마이어는 아내와는 그리 좋지 못한 관계를 유지하며 그녀 사이에서 낳은 딸인 니나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는다.

그러나 니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백인으로서의 삶을 강요하는 올마이어의 모습에 힘들어한다.

 

니나의 어머니가 말레이 사람이고, 니나 역시 말레이 혼혈임에도 올마이어는 딸 앞에서 거리낌없이 말레이 사람은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백인과 말레이인의 혼혈인 니나는 무척 아름답고 우아한 외모를 가졌지만, 아버지 올마이어가 원하는대로 홍콩에서 백인들의 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불화, 자신이 원치 않는 삶을 강요받는 니나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올마이어의 어리석음'은 말 그대로 올마이어라는 사람의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 올마이어가 지은 새 집을 네덜란드인들이 부르는 명칭이기도 했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올마이어는 뿌리깊은 백인우월주의로 꽁꽁 둘러싸여 니나를 통해 더 나은 세상으로 갈 행복한 미래만을 상상한다.

 

올마이어는 분명 자신의 딸 니나를 사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고, 자신의 방식으로만 그녀를 변화시키고 이끌려고만 했다.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그 곳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믿지 못하는 그는, 가족에게조차 그런 편협한 잣대를 들이대며 모두를 고통 속에 빠뜨린다.

 

그런 가운데 니나는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올마이어를 보며 '동상이몽'이라는 단어도 떠올랐다.

그와 그의 아내는 서로 다른 꿈을 꿨고, 그와 딸 니나 역시 다른 꿈을 꿨다. 올마이어는 그들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신의 입장과 기준에서만 평가하고 처리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어쩌면 결말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도 니나의 선택을 알아챈 올마이어가 잠시나마 덜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적어도 모두가 파멸에 이르지는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백인 우월주의'라고 하면 뭔가 고리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단어로 보이지만, 놀랍게도 현재도 여전히 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다른 인종을 차별하고 폭행까지 일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비단 백인 우월주의 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차별의 늬앙스를 주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더 이상은 어리석은 '올마이어'들이 생기지 않기를, 어디에 사는 사람이든 어떤 인종이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니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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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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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첫번째

안미옥, 손보미 + 신이인, 이서수 + 김리윤, 최은영 + 조혜은, 염승숙

자음과 모음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서어

웃음은 슬프고 따듯한 물 한 모금을

끝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어서

깨어난 나는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 안미옥, <사운드북> 중

 

 

 

《시소 첫번째》매 계절 발표된 시와 소설을 한편씩 선정하여 계절별로 엮은 '시소 프로젝트'의 첫번째 책이다.

시와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라 '시소'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시와 소설, 시소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질만큼 찰떡같은 단어로 느껴졌다.

 

매 계절별로 선정된 시와 소설이므로 총 8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평소에는 자주 읽을 기회가 없는 시를 접할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것 같다.

 

봄의 시로 선정된 작품은 안미옥 님의 <사운드북>이었다.

요즘 육아를 하고 있어 '사운드북'이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는데, 인터뷰를 읽어보니 시인 역시 육아중으로 내가 생활하는 부분들과 맞닿아 있어 더 많은 공감을 느꼈다.

 

사실 시만 읽었다면 이 시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이나 시인이 의도했던 것 등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나만의 느낌만 간직한채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시소 첫번째》는 시와 소설뿐만 아니라, 각 작품 뒤에 작가와의 심도깊은 인터뷰도 실려있어 작품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담을 수 있었다.

 

안미옥 시인은 아기를 키우면서 '내가 이렇게 격정적이구나. 내 안에 이렇게 다양한 내가 들어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 육아는 나 자신이 낯설게 여겨지고 그런 낯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한다.

정말 이 문장은 너무 공감이 가서 바로 밑줄을 쫙 쳤다.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했는데, 친구들보다 훨씬 늦은 나이였는데도 내가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계속 없었다.

육아를 하는 지금은 여전히 미숙하고 부족하고 가끔은 격정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 이런 마음들도 있었구나를 느끼면서 점점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에 행복과 만족을 느끼고 있다.

 

 

 

나는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

나는 네가 항상 안전하기를, 너에게 맞는 행복을 누리기를 바랐어.

비록 우리가 서로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한 채로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너와 내가 함께 했던 시간을, 그리고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조차도 마음 아프지만 고마워할 수 있었어.

- 최은영, <답신> 중

 

 

가을의 소설로 선정된 최은영 님의 <답신>은 정말 역시 최은영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을 울렸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대로 정말 눈물버튼이 눌러지는 순간, 내가 어느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데, 어째서 그녀와 언니는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어쩌면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한 그녀와 언니였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삶을 지탱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싶다가도, 나쁜 놈 때문에 또 화가 나고 속상하고... 그래서 눈물이 뚝뚝 흘렀다.

아, 정말 요즘 소설을 읽다보면 오은영 박사님이 필요한 순간이 너무 많다. 그러면서 나 역시도 부모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시와 소설 한 편씩만 소개했지만, 사실 다른 작품들도 다 좋았다.

이서수 님의 <미조의 시대>도 구로디지털단지 역이 너무 실감나게 소개되어 있어서 완전 리얼리티 소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남편이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 근방을 엄청 자주 다녔는데, 60년대 70년대 80년대 그리고 2000년대의 그 곳 풍경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하지만 나는 저 여자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걸 만들고 있는 거야. 시대가 가발을 만들어야 돈을 주겠다고 하면 가발을 만드는 거고, 시대가 성인 웹툰을 만들어야 돈을 주겠다고 하면 그걸 만드는 거야. 그렇게 단순한 거야. 마찬가지인 거야."(183쪽)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시와 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 준 《시소 첫번째》를 통해 시의 매력을 더 느낄 수 있었고, 관심작가의 리스트도 추가했다.

앞으로는 작가들의 이름이 언급되면 한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것 같다.

매력적인 8인 8색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매력만점이 책, 내년에 출간될 두번째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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