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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은 셋 세라 ㅣ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1월
평점 :
명랑한 갱 시리즈 《명랑한 갱은 셋 세라》
이사카 고타로 지음 /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4인조 강도단이 주인공인데, 이렇게 유쾌하고 재미있다니...^^
괜히 '명랑한 갱 시리즈'로 이름을 지은 게 아닌가 보다.
책은 시작부터 좋았다.
은행을 털러간 강도단, "여러분의 시간을 4분 받아 가겠습니다."라고 말을 시작하는 교노는 시종일관 '에? 정말?'스러운 말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가 인질들에게 떠드는 동안 구온과 나루세는 열심히 묵묵히 돈을 가방에 담는다.
약속된 4분이 지나고, 그들은 은행을 빠져나오고 은행 앞 인도에 대기중이던 차에 올라탄다. 운전자는 초 단위로 시간을 계산하는 유키코였다.
앗, 그런데 은행을 빠져나오기 직전 갑자기 용감해진 경비원이 던진 경찰봉에 구온이 왼손을 맞고 만다. 이게 앞으로의 일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4인조 강도단은 교노, 구온, 나루세, 유키코 4명으로,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강도짓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곳곳에 방범카메라가 있고, 시민들의 손에는 아무때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휴대전화가 들려져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그들 역시 나이를 먹고 있는 중이고.
강도단 일행은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가 일하는 호텔 1층 라운지에 갔다가 여차여차해서 구온이 한 남자를 괴한의 습격에서 구해주게 된다.
아뿔사. 근데 그는 아주 질 나쁜 기자(흔히 말하는 기레기)였고, 구온이 다친 왼손을 보고 이들 일행을 은행강도단이라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4인조 강도단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4인조 강도단은 이 나쁜 악당 기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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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전에 출간된 '명랑한 갱 시리즈'를 읽어보진 못했다.
다만 읽어본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소설은 따뜻하고 유쾌한 면면들이 많아 이번 소설 역시 기대감을 품고 읽었다.
'은행 강도'라고 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는데, 소설 속 4인조 강도단은 전혀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타인의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나루세(그의 진짜 직업은 공무원), 내용도 맥락도 없는 말을 마구 떠들어대는 교노(카페 운영), 초 단위로 시간을 계산하는 유키코는 아들 신이치와 함께 사는 싱글맘이고, 소매치기에 탁월한 구온은 사람보다는 동물을 훨씬 좋아하는 특이한 청년이다.
어쩌다 이 개성 가득한 인물들이 함께 강도단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적 느낌을 주는 악당 이미지의 강도단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을 협박하고 갈취하려는 쓰레기 기자 히지리의 모습에 화가 났는데, 히지리는 그저 대중의 흥미를 일으킬 만한 내용으로 기사를 쓰면 그만이라는 신조로 가짜 뉴스를 양산해 낸다.
그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아파하든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쓰레기 기자도 강도단도 다 나쁘긴 한데, 양심마저 없는 쓰레기 기자를 보니 이 명랑한 4인조 강도단을 계속 응원하게 되고, 그들의 계획이 성공하길 바라게 되었다.
결론마저 너무 유쾌해서 나도 모르게 크게 웃어버린 이 소설, 여러 악당들이 등장하지만 너무 강한 빌런이 있어 보통(?)의 악당들마저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마법같은 소설이었다. ^^
명랑한 갱 시리즈의 이전 두 작품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그들의 만남도, 그들의 이전 활약도 너무나 궁금해졌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