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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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때때로 출판사를 보고 책을 고르곤 한다. 각 출판사마다 나름의 기준과 향취가 있어서 어떤 출판사의 작품은 내게 맞지 않지만 어떤 출판사의 작품은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작품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러 출판사 중에서 내가 주저 없이 선택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밝은세상이다. 이 회사의 작품 선정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장르 혹은 작가의 작품들이기에 그렇다. 그랬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감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책은 내 취향과는 조금 다른 작품이었다. 너무 황당하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은 어린 아이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에 놀란 주인공이 자신과 같은 날 죽는다는 사람들을 찾아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저자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이를 위한 소설적 장치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자신도 무슨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하는 어린 조카의 입을 통한 말에 충격을 받은 노암의 모습도 그렇고 같은 날 죽는다는 사람들에 대해 알려주는 예언자 사라의 존재도 그렇고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적 장치는 기대했던 것과 달랐지만 작품의 내용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트라우마를 가진 노암이기에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노암이 여러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따뜻하게 다가온다. 쥘리아를 만나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이 더욱 그러하다.

 

이번 작품이 조금은 내 생각과 달랐지만 밝은 세상의 책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서늘해지는 가을 날씨에 따뜻한 느낌을 받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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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라는 자극 - 걱정, 두려움, 초조를 긍정 에너지로 바꾸는 마음 혁명
크리스 코트먼.해롤드 시니츠키.로리-앤 오코너 지음, 곽성혜 옮김 / 유노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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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하는 걱정의 대부분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면서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불안, 걱정, 두려움을 삶에서 떨쳐내는 일은 쉽지 않다.

 

부모님에게서 낙천적인 성격을 물려받은 나도 불안에 휩싸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아주 정상적인 불안이었기에 불안에 휩싸여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안에 휩싸여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바로 아이가 태어난 이후였다.

 

평상시에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내 아이, 그것도 남자들로 득시글거리는 집안에서 80년 만에 태어난 여자 아이는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보물이었다. 문제는 아이를 너무 사랑하다보니 모든 일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아이가 밖에 나갔다 다치지는 아닐지,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누군가에게 학대를 받지는 않을지, 잘 먹지 않는데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지. 매순간이 걱정, 걱정, 걱정이었다.

 

투자 + 위협 = 불안이라는 저자의 공식에 빗대어 보니 투자인 아이에게 가해지는 위협이 너무도 많아 항상 불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의 말처럼 이런 위협이 실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아이에게 결코 일어나지 않을 내 머릿속의 상상, 저자의 말로 바꾸자면 내 인식의 문제일 뿐이었다.

 

결국 내게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었다.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미래와 안전에 대한 두려움, 이런 인식을 바꿔야했다. 이런 인식의 전환에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했다.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 하며 아이를 지킨다는, 저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내려놓고 반응하게 되면서 불안이 점차 줄어들었고 이제는 예전과는 달리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하게 되었다.

 

불안, 두려움이 우리를 움츠리게 하기도 하지만 이런 불안, 두려움을 우리의 성장을 돕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음도 분명하다. 아이를 더욱 사랑하는 아이로, 든든한 아빠로 나를 변화시킨 불안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불안, 두려움에 지지마라. 이것들은 그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감기일 뿐이다. 아픈 뒤 아이를 더욱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그런 감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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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독본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3
박정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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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은 그렇게 자주 읽는 장르의 소설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그냥 여학생이나 젊은 여성들이 주로 읽는 장르라는 생각도 강하고 남자가 읽기에는 조금 닭살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서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표지부터 눈에 들어왔다. 표지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표지가 예뻐서라기보다는 왠지 조금 유치해보여서이다. 붓으로 찍어낸 듯한 몽글몽글 동그라미와 그 속에 꽃 그네를 타는 소녀의 그림이 만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연애 독본>이라는 제목도 눈길을 끌었다. 시대를 벗어난 듯한 이야기라는 느낌에 궁금증도 커졌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세 명의 소녀들의 연애 이야기이다. 그런데 시대가 다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이 경성이라고 불리던 1920년대의 여학생들이 경험한 연애 이야기이다.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고리타분하다. 그 시대의 연애라고 해봐야 별거 있을까라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조선시대 유교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시대라 별다른 연애 이야기가 없을 거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 나오는 여학생 3명의 이야기는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어라, 이 정도면 오늘날에도 좀 과하다 싶은데...

 

정희, 경숙, 아라. 세 명의 여학생은 소녀구락부를 만들어 서로의 연애사 등을 공유하기로 한다. <상록수>보다 더 좋은 소설을 쓰려고 하는 아라는 우연히 만났던 미스터 스트라이크의 도움으로 원형출판국에 자신의 소설을 보내지만 편집자 미스터 로이드는 그녀의 소설을 거절하며 좀 더 재미난 소설을 써보라고 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애독본을 발표한다.

 

한편 아라를 둘러싼 미스터 스트라이크(민선재)과 미스터 로이드(고원식)의 관계도 묘하다. 아라를 향한 민선재의 뜨거운 사랑, 하지만 연애독본에 실린 아라의 사랑 이야기는 고원식을 향하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 더욱 매력적이다. 그저 그런 연애 이야기라는 생각을 벗어버리는 순간이기도 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열일곱 살 소녀들의 생각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1920년대의 시대상을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었고, 자신을 알아준 사람을 위한 누군가의 모습도 감동적이었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로맨스 소설의 또 다른 묘미를 찾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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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5
전아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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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로맨스 소설 시리즈 로망컬렉션의 다섯 번째 작품 <미인도>. 로맨스 소설에 대한 시각을 바꿔준 시리즈라 이번에도 기대감이 컸다. 게다가 이 책을 쓴 사람이 바로 전아리 작가였기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전아리 작가의 작품들은 늘 신선하고, 새롭고, 유쾌했기에 과연 그녀가 어떤 내용의 로맨스 소설을 쓸지 무척 궁금해졌다.

 

<미인도>.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미인을 그린 그림에 얽힌 내용인가 생각했는데,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인도는 미인들이 사는 섬이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한 그런 섬(물론 나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어느 날 한 노인이 길에서 쓰러져 숨을 거둔다. 그런데 이 노인의 지갑에서 나온 실종 대학생의 신분증. 지문 검식 결과 노인과 일주일 전에 사라진 황종민이라는 대학생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 현대 과학으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이 사건에 대한 전말을 들려주겠다는 노인이 있었다. 해장국값 대신으로. 노인은 자신이 죽은 황종민의 친국라고 말하며 미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동차 사고로 정신을 잃었던 성우가 눈을 뜬 곳은 바로 황종민이 말한 미인도. 아리따운 여성들이 사는 이곳에서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은 섬에서 사는 여성과 합궁을 하는 것뿐이라는 말은 들은 성우는 꿈결에서 느낀 여인의 손길을 기억하면서 그녀가 바로 월화라고 생각한다. 그녀를 향한 마음이 커져가는 도중에 알게 된 사실. 그녀의 남자가 바로 자신과 고등학교 동창인 황종민이라는 것. 그녀를 취하기 위해 반란을 꿈꾸는 가희와 손을 잡고 섬에 사는 여성들의 그림을 그려준다.

 

한편 섬에는 사랑하는 여인의 곁을 떠나지 못해 소경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고 노파들이 사는 숲의 초입에 무녀 매영의 집이 있다. 그녀를 찾아간 성우는 자신으로 인해 섬의 여성들이 죽음에 대해 알게 되면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하면서 문을 두드리면 둘이 죽고, 그냥 돌아서면 하나가 죽는다라는 묘한 말을 듣는다.

 

성우가 꿈속에서 느낀 손길의 여인은 정말 월화인 걸까? 친구의 여자인 월화는 과연 그와 이어지는 걸까? 미인도에 있던 황종민과 박성우는 어떻게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걸까, 그것도 노인의 모습으로?

 

역시 전아리 작가의 작품이다. 끝없이 빨려들어가는 이야기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성우가 그리는 여인네들의 그림에, 월화를 둘러싼 사랑 이야기에, 미인도의 권력을 가진 수영에게 맞서는 가희의 음모에, 무슨 까닭인지 소경이 되어버린 남자들의 모습에. 로맨스 소설에는 이런 매력도 있구나,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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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탄생 - 선에 대한 끝없는 투쟁
폴 카루스 지음, 이지현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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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과는 그 내용이 상당히 달랐다. 기독교인으로써 악마 혹은 사탄의 존재야 당연히 인정한다. 우리의 삶 가운데서 우리를 유혹하고 또 유혹하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신앙인의 관점이 아닌 무신론자인 저자 폴 카루스는 이런 악마라는 존재를 과연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상당히 궁금했다.

 

고대인들은 신보다는 악마를 먼저 숭배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략하게 말하자면 두려움 때문이다. 자연이 주는 두려움은 지금도 대단하다. 아무리 인간의 과학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태풍이나 지진 등 자연의 힘은 인간이 여전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금도 그런데 하물며 고대인들은 어떠했겠는가? 이런 고대 악마 숭배 사상의 흐름이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신 숭배로 바뀌기 시작한다.

 

저자는 고대 국가들에서 이루어졌던 악마 숭배의 형태와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가는 초기 기독교 시기 이후의 악마 사상들을 다양한 유물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이런 악마 사상은 결국 신과 악마의 실존에 관한 문제가 아닌 인간 경험에 의한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이 지닌 두려움, 경외감, 탐욕 등에 만들어진 존재라고 말한다. 또한 선과 악이란 결국 어떤 시각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주관적인 견해라고 말한다.

 

나는 당연히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관념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교재판, 마녀사냥 등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악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한편으론 인간이 저지른 악의 모습은 결국 에덴에서 쫓겨날 당시 인간에게 내재된 원죄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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