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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독본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3
박정윤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평점 :
로맨스 소설은 그렇게 자주 읽는 장르의 소설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그냥 여학생이나 젊은 여성들이 주로 읽는 장르라는 생각도 강하고 남자가 읽기에는 조금 닭살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서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왠지 표지부터 눈에 들어왔다. 표지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표지가 예뻐서라기보다는 왠지 조금 유치해보여서이다. 붓으로 찍어낸 듯한 몽글몽글 동그라미와 그 속에 꽃 그네를 타는 소녀의 그림이 만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연애 독본>이라는 제목도 눈길을 끌었다. 시대를 벗어난 듯한 이야기라는 느낌에 궁금증도 커졌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세 명의 소녀들의 연애 이야기이다. 그런데 시대가 다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울이 경성이라고 불리던 1920년대의 여학생들이 경험한 연애 이야기이다.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고리타분하다. 그 시대의 연애라고 해봐야 별거 있을까라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조선시대 유교문화가 강하게 남아있는 시대라 별다른 연애 이야기가 없을 거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 나오는 여학생 3명의 이야기는 나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어버렸다. 어라, 이 정도면 오늘날에도 좀 과하다 싶은데...
정희, 경숙, 아라. 세 명의 여학생은 소녀구락부를 만들어 서로의 연애사 등을 공유하기로 한다. <상록수>보다 더 좋은 소설을 쓰려고 하는 아라는 우연히 만났던 미스터 스트라이크의 도움으로 원형출판국에 자신의 소설을 보내지만 편집자 미스터 로이드는 그녀의 소설을 거절하며 좀 더 재미난 소설을 써보라고 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애독본’을 발표한다.
한편 아라를 둘러싼 미스터 스트라이크(민선재)과 미스터 로이드(고원식)의 관계도 묘하다. 아라를 향한 민선재의 뜨거운 사랑, 하지만 연애독본에 실린 아라의 사랑 이야기는 고원식을 향하고 있는데..
마지막 장면의 반전이 더욱 매력적이다. 그저 그런 연애 이야기라는 생각을 벗어버리는 순간이기도 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열일곱 살 소녀들의 생각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고, 1920년대의 시대상을 볼 수 있다는 재미도 있었고, 자신을 알아준 사람을 위한 누군가의 모습도 감동적이었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로맨스 소설의 또 다른 묘미를 찾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