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마리 헤르만손이다.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그녀의 경력을 살펴보니 대단한 작가임을 알 수 있었다. 1999년 <나비부인>이라는 작품으로 스웨덴 최고 권위의 아우구스트문학상을 수상했고, <조가비 해변>으로 2009년 SNCF독자대상 최종 후보작으로 노미네이트되었는데, 이 작품은 전 세계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북유럽의 전설과 몽환적이고 기이한 이야기를 미스터리와 결합시켜 독특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고 한다.
전설과 미스터리, 게다가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재미도 있는 작품. 그런데 이 책은 내 기대와는 달랐다. 미스터리한 부분도 있고, 북유럽 전설도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남긴 흔적, 소위 성장 소설의 일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작품이었다.
소설은 크리스티나와 울리카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둘은 도대체 어떻게 얽힌 관계일까, 라는 궁금증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전혀 다른 두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의 중심에는 울리카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사건이 있다.
이혼 후 두 아이와 함께 살아가던 울리카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조가비 해변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아이가 발견한 해골. 그녀는 직관적으로 그 해골이 어린 시절 가트만 가족이 입양 딸 마야의 실종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어린 시절 외동딸로 자란 울리카는 대가족을 이루며 사는 친구 안네 마리의 가족을 동경한다. 가트만 가족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던 그 때, 가트만 가족이 인도에서 입양한 마야가 사라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가트만 가족은 더없는 슬픔에 빠져들고, 그들의 슬픔에 함께 할 수 없었던 울리카는 점점 그들로부터 멀어진다.
문득 나도 어렸을 때 그렇게 부러웠던 친구네 집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소위 말하는 부잣집 아들이었던 친구네는 언제나 여유가 넘쳐 보였다. 모든 것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그 친구네가 얼마나 부러웠던지. 오랜 세월 흐르고 보니 사실 별거 아니었는데....
작가의 말처럼 어린 시절에 겪었던 사건이나 생각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로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렇게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런 영향이 좋은 의미일지 나쁜 의미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