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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던진 말이 너무나 시원하다. 고전이라는 꽉 막힌 벽을 뚫고 한 걸음 나아간 기분이다. 이제 정말 나만의 고전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말처럼 ‘오래된 생각과 나의 생각 사이의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고전이라고 하면 일단 어렵고 이해도 안 되는 옛 글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실제로 읽어도 그런 책이 많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먹지도 못하겠다. 용어는 또 어찌나 어려운지, 따로 사전을 놓고 읽어야할 정도이다.
그런데 저자는 고전을 이상화하지 말라고 한다. 고전도 역시 앞 선 시대를 살았던 어떤 한 사람의 생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생각이 지금도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때로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고전의 생각을 아무런 비판이나 판단 없이 따라하는 것은 가장 잘못된 고전 읽기이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고전이라는 권위에 짓눌리지 말고 독자로서의 자유를 누리라는 말이었다. 읽고 싶을 때 읽고 어려우면 던져버리라는 그 말이 그렇게 속 시원했다. 이제 그런 마음으로 저자가 들려주는 고전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저자는 4장으로 나누어 고전들을 소개한다. 나에 관하여, 사랑에 관하여, 관계에 관하여, 삶에 관하여. 말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고민하고 생각하는 주제들이다. 이런 주제들에 관해 나는 어떤 생각을 했던가? 그리고 저자가 소개하는 고전의 작가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저자가 들려주는 말이 참 쉽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 영화 속 이야기 등을 들려준 후 각 문제에 대해 고전의 작가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그들이 말한 내용을 인용해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생각은 어떤지를 순간순간 물어보기도 한다. 읽고만 넘어가는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화를 나누듯 생각을 넓혀가게 한다.
물론 어떤 정답이 있는 대화가 아니다. 읽는 이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대화. 그렇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성적인 사랑에도, 친구와의 관계에도, 삶의 목적인 행복 등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내 생각의 크기를 발견한다.
이 책은 그렇게 사람을 이끌어준다. 고전이라는 무게에 눌리지 않고 친구와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드는. 왠지 고전이라는 곳을 찾아가는 지름길을 발견한 기분이다. 기분 좋게 누군가와 함께 걸어갈 그런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