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 3 - 에이전트 6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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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데미도프. 1편 차일드 442편 시크릿 스피치를 읽으면서 무뚝뚝해 보이지만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을 간직한 그의 모습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때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수많은 잘못을 저지른 레오였지만 그는 결코 밉지 않은, 아니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그런 그가 차일드 44 시리즈의 마지막에서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무척 기대됐다.

 

3편 역시 1, 2편에 못지않게 흥미롭게 전개된다. 레오의 영원한 동반자인 라이사와 레오가 만나게 된 사연, 그리고 레오와 라이사가 만나게 된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상주의자 제시 오스틴. 하지만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들의 만남은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 누군가에게 악의적으로 사용된다.

 

서로 적대 관계인 미국과 소련이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소련 학생 대표단과 미국 학생들의 합동 공연을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열기로 한다. 이 행사의 책임자인 라이사는 조야와 엘레나와 함께 뉴욕으로 가야 하는데, 엘레나가 숨겨놓은 일기를 발견한 레오는 무언가 불길하다며 라이사에게 가지 말라고 한다. 레오의 만류에도 뉴욕으로 향한 라이사는 공연 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그 사이 엘레나는 소련 공산주의의 상징적인 인물로 대변되는 제시 오스틴을 만나기 위해 몰래 호텔을 빠져나오는데...

 

전반부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몰아치다 중간 부분에 이르러 사건과는 동떨어진 듯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이 또한 결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지만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된 레오의 이야기가 앞선 이야기의 긴장감을 풀리게 하였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에서 레오가 겪는 일들도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레오의 모습을 잘 살려주고 생명을 담보로 한 레오의 행동에 긴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라이사에게 벌어진 사건의 전말이 궁금했던 내게는 너무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라 조금은 아쉬웠다. 마지막 장면도 앞 선 이야기들에 비해 그렇게 큰 반전은 없었다. 그저 악하디 악한 한 인간의 이기심만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까? 1, 2편에 비해 조금은 소설적 재미가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미국 공산주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 여러 이야기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점은 높이 사지만 용두사미랄까, 기대감을 높였던 앞부분에 비해 마무리는 너무 평범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차일드 44 시리즈는 재미있다. 한 권, 한 권이 가진 긴장감과 액션이 영화를 보는 것 못지않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영화로 만든다면(물론 톰 하디 주연의 작품이 개봉되었지만) ‘레오의 역할에 어울릴만한 배우는 과연 누굴까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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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입문
지그문트 프로이트 지음, 우리글발전소 옮김 / 오늘의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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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당연히 읽어봤다. 학교 다닐 때 한 번쯤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문제는 책을 읽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량도 만만치 않고 내용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그저 억지로 끝까지 읽었을 뿐이다.

 

수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인 중에 정신과 의사도 생겼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궁금해졌다. 정말로 정신분석이라는 것이 실제적인 치료가 되는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저 정신과 의사의 말장난이었다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반면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했다고. 그래서 <정신분석 입문>을 다시 읽었다. 정신분석, 심리학의 기본이라고 하면 바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이니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출판사에서 <정신분석 입문>을 출간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 책의 장점은 일단 번역이 상당히 좋다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을 때 남았던 안 좋은 기억 중 하나가 도대체 책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번역이 너무 어색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정신분석입문>은 프로이트가 1915-16, 1916-17년에 빈 대학에서 진행했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을 잘 살려서 번역했다는 느낌이 든다.

 

<정신분석 입문>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잘못 말하기라는 실수 행위로 무의식에 담긴 누군가에 대한 증오, 무시, 원망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2부에서는 프로이트 하면 떠오르는 꿈과 성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려준다. 프로이트는 꿈을 통해 무의식에 세계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심하게 왜곡된 꿈은 주로 성적 욕망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3부에서는 노이로제를 다루고 있다. 프로이트는 실수 행위, 꿈에 이어 노이로제도 환자들의 체험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이해할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어려웠다. 1-2부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읽었지만 3부를 읽으면서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아마 몇 번 정도 더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우리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의 무의식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자신 혹은 상대방의 사소한 잘못을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 행동하다면 자신을, 상대방을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랬을 때, 우리의 삶도 조금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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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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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멋진 신세계>를 발표한 후 26년이 지나 발표한 작품으로 어떤 의미에서 보면 <멋진 신세계>에 대한 해제로 볼 수도 있다. 책의 서두에는 작가 겸 평론가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올더스 헉슬리의 예언>이라는 40페이지 분량의 글이 실려 있기에 실제 이 책의 분량은 180페이지 정도이다.

 

그런데 이 180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준 미래 문명사회의 모습들을 11개의 소재로 나누어 설명한다. 헉슬리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면서 미래 사회를 예측한 또 다른 작품인 조지 오웰의 <1984>와 자주 비교하며 설명한다. 스승과 제자, 라이벌로써의 두 작품을 비교한 헉슬리의 결론은 당연히 자신의 주장이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예측이라는 것이었다.

 

<멋진 신세계>에서 말한 헉슬리의 미래는 우리가 사는 현실과 어느 정도나 유사할까? 인구과잉의 문제, 도덕성의 문제, 상술, 세뇌, 과학 발달 등 여러 면을 비교해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인구과잉의 문제는 현재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현 추세로 인구가 증가한다면 2100년에 전 세계 인구는 100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100억 명의 인구는 지구가 감당할 수 없는 숫자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 반면 인구수가 100억 명에 이른다고 해도 인간의 지혜로움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 현재 출산이 줄어들고 있는 지역(선진국 이외에도)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 인구과잉에 따른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렇기에 헉슬리의 예측은 100% 정확하다고 혹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헉슬리의 예측 중 가장 무서운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세뇌, 설득, 선전 부분이다. <멋진 신세계>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영역은 교육 분야였지만 사실 헉슬리가 말하는 국가적 혹은 기업적 차원의 세뇌, 설득, 선전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우익, 상품 구매 등등).

 

이렇게 자신의 생각, 자유의지를 잃은 존재를 과연 인간이라고 분류해야 할까? 글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헉슬리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자유가 없다면 인간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따라서 자유가 지극히 소중하다고 믿는다. 어쩌면 지금 자유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너무나 강력해서 아주 오랫동안 저항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힘이 닿는 데까지 저항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의무로 남아 있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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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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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든 가장 강한 느낌은 놀라움이다. 내가 놀란 것은 저자 올더스 헉슬리가 오늘날의 현대 문명사회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그려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소설 속에 그린 세계국의 모습은 오히려 어떤 면에선 그렇게 현대적이지 않아 보인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놀란 이유는 그가 그려낸 미래 사회의 모습이 문화적으로 오늘날의 현대 사회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장면에서 시험관 아기를 통해 똑같은 모습을 가진 수 천, 수 만 명의 쌍둥이들을 생산하는 모습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통해 태어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획일적인 교육에 반대하여 대안 학교나 자유학기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 교육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육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 이렇게도 표현된다.

 

62,400번의 반복은 하나의 진리를 만든다. 백치들!(p.092)

 

소설 속 알파, 델타, 감마 등의 계층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최면 학습을 통해 고정 관념을 가지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획일화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인간이라고 불러야 할까, 로봇이라고 불러야 할까? 소마를 먹으며 많은 감정을 억제하고 없애는 이들의 모습이 다시 한 번 인간의 얼굴이 아닌 로봇의 얼굴을 떠오르게 한다.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세계국 표어가 결국 멋진 신세계와 미래를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 표어가 책을 읽고 난 내게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다. 과연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의 이상향이 세계국의 표어가 말하는 것과 동일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에 있는지.

 

그렇다고 뉴멕시코 보호 구역 안의 삶이 인간다운 삶일까? 글쎄다. 존의 삶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존은 어머니 린다로 인해 공동체에서 외면당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는 그 자신으로서 대접받지 못한다. 세계국에서 살던 버나드 역시 마찬가지다.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이 있고 싶어요,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p.149)

 

미래 사회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헉슬리가 상상했던 모습 중에 이미 현실이 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과학적 발전은 어떠하더라도 인간은 인간다워야 한다. 버나드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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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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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경찰 공무원이셨기 때문에 경찰로써 겪게 되는 고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물론 어떤 경찰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본분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욕심을 위해 비리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찰들은 주야로 힘들게 자신의 맡은 업무를 묵묵히 감당한다.

 

이 책의 주인공도 경찰이다. 6년 전 어린 아이 납치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놓치고 결국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자 그에 대한 책임을 진 채 시골로 좌천된 마키시마. 그런 그를 가나가와 현경으로 다시 불러들인 이유는 유아를 4명이나 살해한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일말의 단서조차 없는 상황에서 범인 검거율이 높은 특별수사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범인을 잡기 위해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마키시마는 배드맨이라 불리는 범인에게 아이들을 왜 살해하는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말하는데..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단숨에 읽었다. 마키시마와 범인과의 대결도 흥미롭고, TV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였다. 유아 연쇄 살인범을 검거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얻기 위해 악용되는 연애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혹여 있을지도 모를 실패를 대비하는 포석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혹은 시청률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아마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연쇄 살인범 못지않게 결코 용서하지 못할 자들이 바로 이들일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누군가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적극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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