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말 요리점 신나는 새싹 208
조시온 지음, 유지우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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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북 출판사의 신간 그림책 <부글부글 말 요리점>을 소개합니다. 표지를 보니 동음이의어인 이란 낱말을 적극 활용했군요. 말이 요리사인 것을 알 수 있는 한편 말(동물)이 말(언어)를 요리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목과 주인공 그림 외에 쓰인 글자들이 놀랍습니다. ‘네가 싫어!’라는 말이 뱅글뱅글 연속적으로 쓰여 있거든요. 감이 살짝 오지요? 안 좋은 말, 기분 나쁜 말을 하지 말자는 내용일 거라는걸요.


면지 다음에 나오는 첫 장을 열자마자 소원 동굴에 도착한 우리의 주인공 말 요리사가 부글부글 말 요리 비밀 요리법이라는 책을 발견하며 감격에 젖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비법책을 얻었으니 이제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겠지요? 그런데 차림표에 적힌 요리 이름이 영 수상쩍습니다




한 번 요리를 맛본 손님들이 발길을 뚝 끊어버렸지 뭐예요. 어느 날 고양이 손님의 냉정한 평가를 들은 말 요리사는 전설의 요리책을 다시 꺼내 봅니다말요리사가 간과했던 책 뒷표지에 쓰인 주의 사항을 실수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만든 차림표를 볼까요



처음과는 다르지요? 이번엔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나서 예쁘고 고운 말을 나눕니다. 말 요리사는 맛있는 말 요리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답니다. 손님들이 맛있는 말 요리점 앞에 기대에 찬 표정으로 줄을 서있네요. 말 요리사의 귀를 번쩍!하게 했던 고양이 손님도 있군요. 이번에 고양이는 맛있는 말 요리를 맛볼 수 있을까요? 독자도 기대에 부풉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는다면 페이지마다 할 말이 너무나 많을 것 같습니다. 첫 차림표에 나오는 요리들을 보고 다음 장을 넘기기 전에 어떤 요리일지 먼저 상상해보고, 손님들이 받은 말 요리를 보며 자신이 했던 말은 아닌지, 아니면 들었던 말이 있는지, 그 때 기분이 어땠는지, 반대로 말해본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등등 이야기 나누다보면 다음 차림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날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번째 차림표를 보며 자신이 가장 먹고 싶은 말 요리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그 말이 지금 아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일 수 있습니다. 혹시 그 차림표에 없다면 직접 말 요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레시피를 만들어 보는거죠. 말 요리의 이름을 짓고 재료를 선택하고 그것이 요리되면 어떤 말이 나올까요? 이것이 평소 듣고 싶었던 말이겠지요. 이렇게 아이와 책을 읽고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서로 듣고 싶었던 말을 예쁘게 해주자고 약속하면 뿌듯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아이와 책을 읽은 어른은 말 요리가 나올 때마다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자기 입에서 나오던 말들이라서요. 아이에게 지극히 교훈적인 독후활동으로 마무리했다면 더욱 뜨끔할 수도 있어요. 자신이 그간 상대에게 내질렀던 습관적인 말이 머릿 속을 휘젓는데 앞으로 기분 좋은 고운 말을 하자고 했던 약속을 과연 스스로 지킬 수 있을지... 이런 책일수록 혼자보다는 여럿이 같이 읽어야 합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모여, 독서모임이 있다면 함께 읽은 후 앞으로 자신이 꼭 고쳐 말하고 싶은 것을 타인 앞에서 다짐해야 합니다. 금연과 금주를 주위에 알려야 지키기 쉽다고 하듯이요.


우리는 물리적 폭력보다 언어폭력이 더 심각하다고 여깁니다. 몸에 남은 흉터는 없어져도 마음에는 상흔이 새겨져 있다고 하잖아요. 이제라도 곱게 말해볼까요? 이미 남긴 상처를 없앨 순 없지만 그 위에 호호 온기를 불어넣어주면 따숩게 데워질테니까요.


, 마지막 페이지에 새로운 이야기가 이어질 것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소원 동굴에 도착한 사자 요리사가 비밀 요리법 책을 득템하게 되거든요. 사자는 어떤 요리를 하게 될지 아이에게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해보자고 해볼까요? 밤샐지도 모르겠는걸요. , 2권이 나오길 기다리는 게 빠를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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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창비아동문고 333
박하익 지음, 신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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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에는 세태가 반영된다. 입양, 재혼, 혼혈 가정 등이 많아지면서 가족의 다양한 형태가 동화에서도 묘사된다. 요즘 아이들의 생활 모습도 자연스레 서술되는데 학원이나 왕따문제는 일상적으로 등장해왔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소재로 자주 다뤄지고 있다. 유치원생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이며 스마트폰은 전국민의 필수품이다. 기기 하나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 자연스레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 가상의 세계는 현실보다 훨씬 자극적이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면 안 된다며 사용을 자제하려는 어른들은 어떤가? 더 심각한 중독 상태인 경우가 더 많다. 어디 스마트폰 중독뿐일까.


박하익 작가는 동화 <도끼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에 이어 2탄 격에 해당하는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를 통해 각종 중독 상태에 빠진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은 동화이지만 어른도 푹 빠져들어 읽게 만든다. 흐름이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되어 눈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모습은 만족감을 높인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중독 상태는 대부분의 어른 독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게임에 빠져있던 주인공 수범이가 도깨비폰을 개통하면서 도깨비 세상을 넘나들며 게임도 노래도 잘 하게 되어 신나는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의 몸에 붙은 벌레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은 그 사람이 현재 빠져있는 어떤 대상이다. 엄마는 택배상자벌레, 아빠는 담배벌레와 술벌레, 할머니는 심술보벌레 등. 학교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 벌레들을 없애기 위한 수범이의 분투가 시작되고 그것을 통해 현실에서 친구들과 직접 부대끼고 협동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p.167


벌레들은 사람들의 시간과 기운을 훔치고 있었다. 마음이 지치거나 아픈 사람일수록 벌레가 안겨 주는 손쉬운 기쁨과 행복을 얻기 위해 기력을 낭비했다. 이제 수범이는 벌레들을 제대로 길들이지 못하면 소중한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할 시간을 잃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언가에 빠져 있다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때도 있지만 기력만 낭비하고 남는 것 없이 오히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중독은 현실 속 인간관계를 망치게 만들기도 한다. 위 문장처럼 수범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들도 자기 옆에 있는 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의 소재는 스마트폰 중독이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데 도깨비와 민요를 십분 활용했다.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도깨비 관련 정보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아이돌의 노래에 익숙한 아이들이 동화에서라도 민요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같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 주인공이 부른 여러 민요들을 찾아서 들려주면 좋겠다. 또 책 속의 상황에서 토론 거리로 삼을 만한 것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지우와 수범이가 물건을 훔치는 예솔이의 행동을 감싸준 것이나 도깨비폰을 해지할 것인지 말것인지 등등으로. 아이 어른 모두 재미있게 읽고 할 말도 많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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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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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고등학교 교사 강지나씨가 10년간 만난 청소년 8명의 기록이다. 그들의 조부모대부터 가난했고 부모들은 무책임하고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눈치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고 가난의 굴레에서 삶은 힘겨웠다. 저자는 주로 복지센터나 기관을 통해 만난 아이들과 2~3년에 한번씩 만나 그들을 인터뷰했고 그것을 이번에 돌베개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소설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만나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한다. 은유 작가나 최현숙 작가의 르포를 통해서는 더욱 생생한 인물들을 만나는데 소설보다 인상적이다. 인상적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들의 삶에 애잔함을 느낀다. 돌베개에서 낸 이번 책도 생애구술사와 비슷할 것 같아서 이벤트에 신청해서 받아 읽게 되었고 저자의 북토크에도 참여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구성이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최근까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앞쪽에 배치하고 뒷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우리의 인식과 사회가 그들을 돌보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고 희망적 제언까지 했다. 내가 어떤 문제를 대할 때마다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기에 뒷이야기꼭지에 크게 공감했다. 문제만 늘어놓고 해결방안이 너무 이론적이거나 비현실적이면 답답함만 차오를 뿐이다. 그래서 어쩌겠단 말인가. 그런데 저자는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 좋았다.


정상가족에 대한 신화는 우리 사회에서 오랜 시간 공고해졌고 그 이데올로기 안에서 배우고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온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도 정상가족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기엔 늘 가난에 볼모잡히고 그러므로 더욱 돈에 집착한다. 그렇게 자라서 정상적인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가난한 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란 아이들은 불행한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편견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8명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대견했는지 모른다.


지난날의 상흔이 바람처럼 현재의 삶을 흔들기도 하지만 굳건하게 제 자리에 뿌리내려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만큼 성장했다. 앞으로 더욱 무성해질 푸르른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 좋은 소리로 나부끼리라 예상해본다. 그 어떤 소설보다 감동이 있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뒷이야기는 구구절절 공감하면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아주 많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성찰하는 힘에 해당하는 부분을 옮긴다.



p.97


나는 우리 사회가 외적인 지식(예를 들어, 학력)과 외형적 모습(예를 들어, 재산, 직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 즉 성찰하는 힘에 대해서는 참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의 교육체계는 청소년에게 이 성찰하는 힘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교육과정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어서 시간 내에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점수를 받아야 성공하는 교육체계를 공정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빈곤을 극복한 청년들은 이런 교육체계 안에서 성찰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가치체계를 만들어냈다. 성찰하는 힘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시각과 신념을 구축했다. 이 빈곤 청소년들은 학업성취가 낮고 당장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단단한 핵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생존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인식하면서 성찰하는 힘을 길러왔을 것이다.



p.99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불편한 정도를 넘어, 사회적 개체로서 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아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둔감해진다. 흔히들 빈곤층은 왜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왜 절박한 순간에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왜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현의 '도움 요청''성찰하는 힘'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를 생존에만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빈곤 정책을 고민할 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기회 제공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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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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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숨과 명예를 맞바꿀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예보다는 목숨을 선택할 것이다. 개똥 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위해 미련 없이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미디어 창비의 신간 가제본 소개,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내 놓을 수 없는 단 한 가지'라는 소개를 보니 제목 <명예>가 그것인가 보다 생각했고 가제본 서평단에 바로 신청했다.


영국 하원의원 엠마 웹스터는 리벤지 포르노범죄의 형량을 늘리고 익명성을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정치인으로는 주목을 받고 유명해졌으나 가정은 무너졌다. 동료이자 딸의 음악선생이었던 캐럴라인에게 남편을 빼앗겼고 딸 플로라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엄마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힘들어한다. 가정을 볼모로 유명 정치인이 되었다 해서 빛만 있는 건 아니다. 이면에는 악플, 협박과 스토킹 등 검은 그림자는 점점 그녀를 잠식해가는 중이다.


이 책의 정식 출간본은 두 권으로 구성되었는데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은 1권이다1권에서는 엠마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발단에 해당하는 배경과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서술한 후 전개에 해당하는 갈등이 시작되자 1권이 끝났다. 플로라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가 옷을 갈아입느라 상의 전체를 탈의한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타인(남학생)에게 전송했다. 리벤지 포르노 법안을 발의한 하원의원의 딸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 엠마는 마이크라는 기자와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있었는데 이 후 마이크는 플로라의 사건을 기사화하려고 한다. 엠마는 딸의 사건을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딸을 안심시키지만 전방위적으로 자신을 옥죄어오는 상황에 불안불안하다. 1권의 마지막에 캐롤라인이 마이크를 만나 기사화하지 못하게 부탁하는 것이 뭔가 미심쩍었고, 엠마의 뒤를 24시간 감시하는 눈동자가 섬뜩했다. 그런데 일은 터지고야 말았고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 않은 채 1권이 끝나버렸다.


그 때 일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잘못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끝나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2권을 집어들게 만드는 편집 신공이다.


'당신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엠마에게 닥친 상황은 무엇일까?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엠마는 어떤 행동을 할까? 범죄라 해도 서슴없이 할 것인가? 딸을 위해서, 아니면 자신을 위해서?


작가가 이 책의 주인공을 여성 정치인으로 삼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최고 권력이라 할 정치권에 있는 자가 여성이면 남성보다 훨씬 부정적 평가를 받으며 남성이라면 듣지 않을 성적인 피드백이 온라인 상에 도배된다. 누구는 공인이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지위가 높다 하여 그러한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누구라도 상처 받는다. 별일 아니라며 쉽게 지나칠 언사들이 아니다.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가정이 무너져가도 엠마가 가지려고 했던 것이 명예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존엄이 땅 바닥에 패대기쳐져도 괜찮은 걸까? 아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큰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게 과연 명예가 맞는지 깨달아가는 과정이 2권에서 펼쳐질 것 같다. 맞닥뜨리는 상황 상황 마다 딜레마에 빠질 것이고 모든 이가 적으로 보일 것이다. 엠마가 어떻게 자신의 명예를 지킬지 기대된다. 그녀의 직업이 정치인이기에 여성들의 명예까지 지켜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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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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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의 작가 배명훈씨는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이다. 작가는 sf소설엔 왜 과학자들이 과학적인 어떤 것을 하는 내용만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sf소설을 썼다. 본격적인 화성 이주가 이루어진 미래의 어느 시점이 배경인 이번 소설집 <화성과 나>에는 6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당연히 지구의 환경은 인간이 살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된 상황이고 화성과 지구가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손쉽게 연락이 가능하다. 화성에서 출산도 이루어질 정도로 바야흐로 화성시대다.


이 소설들을 읽는 동안 나는 별 무리없이 화성인이 되었다너무나 당연한듯 물흐르듯 이어지는 화성에서의 서사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지구에서의 식사와 다른 초간단 음식 섭취는 완전 내 취향이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위대한 밥도둑의 주인공 이사이가 급 간장게장에 끌리는 건 이해 불가였지만 입안에 침이 돌게 만든 작가의 간장게장 묘사에는 공감했다. 간장게장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침이 고이는 게 참으로 이상했다. 만약 무인도에 갖힌다면 뭐가 가장 먹고 싶을지 생각해보면 소울푸드일텐데 나는 것도 없으니... 이 소설을 읽으며 어서 지구에도 식사를 알약 하나로 해결하게 될 날이 오길 바랐다.


김조안과 함께 하려면행성 탈출 속도에는 공통적으로, 쓸모없는 인간들이 있어야 화성 문명이 완성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작가가 말한 지구의 국제정치는 행성을 가꾸어나가는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주장을 녹여낸 것이다. 그의 이 주장은 화성시대가 아닌 작금에도 해당된다. 허튼 짓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빡빡하게 스케줄을 짜서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부모들은 제 자녀가 쓸모 있는 인간이 되길 바라는 이유일 테다. 그 쓸모는 이 사회에서 필요한 부품이 되는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p.60 “김조안과 함께 하려면


쓸모 있는 사람들만 보내서는 100년이 지나도 사회가 완성되지 않아요. 쓸모 있는 인간이란 결국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될 사람들이니까요. 문명이 완성되는 건 다른 목적이나 임무를 지니지 않은, 쓸모없는 사람이 화성으로 건너가는 순간부터입니다. 다음 단계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지 않고 지금 당장 행복할 궁리만 하면 되니까요.


p189 “행성 탈출 속도


먼저 화성에 온 사람들은 나중에 올 사람들이 편하게 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는 말이야. 그 임무를 완수하려면 지구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더 많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도 감수해야 했지.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화성 사회를 완성할 수 없었어. 왠지 알겠니? 처음부터 역할이 너무 분명하게 정해져 있으니까.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부품이야.



쓸모 있는 부품으로 살다가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가족에게조차 외면당하는 100년 전 '그레고르 잠자'는 지금도 여전하며 화성시대에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쓸모를 위한 기능을 갖추려 애쓰기보다 쓸모없어 보이는 일을 하고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사람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할 수 있는데 우리는 왜 쓸모 있는 인간이 되려고 계속 발버둥치는가.


소설처럼 화성에 이주해서 살 수 있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화성을 탐사하고 그곳에 일종의 신도시를 건설하려는 과학 기술쪽으로만 치중된 면이 없지 않다. 소설이 다루는 분야도 어슷비슷하다. 그러나 이 소설 <화성과 나>를 통해 관련 전문가들도 일반독자들도 인문학적 접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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