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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 ㅣ 창비아동문고 333
박하익 지음, 신슬기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동화에는 세태가 반영된다. 입양, 재혼, 혼혈 가정 등이 많아지면서 가족의 다양한 형태가 동화에서도 묘사된다. 요즘 아이들의 생활 모습도 자연스레 서술되는데 학원이나 왕따문제는 일상적으로 등장해왔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소재로 자주 다뤄지고 있다. 유치원생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이며 스마트폰은 전국민의 필수품이다. 기기 하나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으니 자연스레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 가상의 세계는 현실보다 훨씬 자극적이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면 안 된다며 사용을 자제하려는 어른들은 어떤가? 더 심각한 중독 상태인 경우가 더 많다. 어디 스마트폰 중독뿐일까.
박하익 작가는 동화 <도끼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에 이어 2탄 격에 해당하는 <도깨비폰을 해지하시겠습니까?>를 통해 각종 중독 상태에 빠진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은 동화이지만 어른도 푹 빠져들어 읽게 만든다. 흐름이 굉장히 스피디하게 진행되어 눈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주인공이 맞닥뜨리는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모습은 만족감을 높인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중독 상태는 대부분의 어른 독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게임에 빠져있던 주인공 수범이가 도깨비폰을 개통하면서 도깨비 세상을 넘나들며 게임도 노래도 잘 하게 되어 신나는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의 몸에 붙은 벌레가 눈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은 그 사람이 현재 빠져있는 어떤 대상이다. 엄마는 택배상자벌레, 아빠는 담배벌레와 술벌레, 할머니는 심술보벌레 등. 학교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 벌레들을 없애기 위한 수범이의 분투가 시작되고 그것을 통해 현실에서 친구들과 직접 부대끼고 협동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p.167
벌레들은 사람들의 시간과 기운을 훔치고 있었다. 마음이 지치거나 아픈 사람일수록 벌레가 안겨 주는 손쉬운 기쁨과 행복을 얻기 위해 기력을 낭비했다. 이제 수범이는 벌레들을 제대로 길들이지 못하면 소중한 기회를 잃는다는 것을,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할 시간을 잃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언가에 빠져 있다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때도 있지만 기력만 낭비하고 남는 것 없이 오히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중독은 현실 속 인간관계를 망치게 만들기도 한다. 위 문장처럼 수범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독자들도 자기 옆에 있는 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의 소재는 스마트폰 중독이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데 도깨비와 민요를 십분 활용했다. 요즘 아이들이 접하기 힘든 도깨비 관련 정보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아이돌의 노래에 익숙한 아이들이 동화에서라도 민요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같이 책을 읽은 어른들이 주인공이 부른 여러 민요들을 찾아서 들려주면 좋겠다. 또 책 속의 상황에서 토론 거리로 삼을 만한 것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지우와 수범이가 물건을 훔치는 예솔이의 행동을 감싸준 것이나 도깨비폰을 해지할 것인지 말것인지 등등으로. 아이 어른 모두 재미있게 읽고 할 말도 많을 책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