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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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고등학교 교사 강지나씨가 10년간 만난 청소년 8명의 기록이다. 그들의 조부모대부터 가난했고 부모들은 무책임하고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눈치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고 가난의 굴레에서 삶은 힘겨웠다. 저자는 주로 복지센터나 기관을 통해 만난 아이들과 2~3년에 한번씩 만나 그들을 인터뷰했고 그것을 이번에 돌베개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소설 속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만나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한다. 은유 작가나 최현숙 작가의 르포를 통해서는 더욱 생생한 인물들을 만나는데 소설보다 인상적이다. 인상적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썼지만 사실 그들의 삶에 애잔함을 느낀다. 돌베개에서 낸 이번 책도 생애구술사와 비슷할 것 같아서 이벤트에 신청해서 받아 읽게 되었고 저자의 북토크에도 참여했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구성이 좋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최근까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앞쪽에 배치하고 뒷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우리의 인식과 사회가 그들을 돌보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고 희망적 제언까지 했다. 내가 어떤 문제를 대할 때마다 생각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기에 뒷이야기꼭지에 크게 공감했다. 문제만 늘어놓고 해결방안이 너무 이론적이거나 비현실적이면 답답함만 차오를 뿐이다. 그래서 어쩌겠단 말인가. 그런데 저자는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 좋았다.


정상가족에 대한 신화는 우리 사회에서 오랜 시간 공고해졌고 그 이데올로기 안에서 배우고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온 가난한 아이들은 자신도 정상가족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기엔 늘 가난에 볼모잡히고 그러므로 더욱 돈에 집착한다. 그렇게 자라서 정상적인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가난한 가정에서 불우하게 자란 아이들은 불행한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라는 편견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8명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대견했는지 모른다.


지난날의 상흔이 바람처럼 현재의 삶을 흔들기도 하지만 굳건하게 제 자리에 뿌리내려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없을 만큼 성장했다. 앞으로 더욱 무성해질 푸르른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 좋은 소리로 나부끼리라 예상해본다. 그 어떤 소설보다 감동이 있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뒷이야기는 구구절절 공감하면서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아주 많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성찰하는 힘에 해당하는 부분을 옮긴다.



p.97


나는 우리 사회가 외적인 지식(예를 들어, 학력)과 외형적 모습(예를 들어, 재산, 직장)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 즉 성찰하는 힘에 대해서는 참 소홀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의 교육체계는 청소년에게 이 성찰하는 힘을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교육과정 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저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어서 시간 내에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점수를 받아야 성공하는 교육체계를 공정하다고 믿는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빈곤을 극복한 청년들은 이런 교육체계 안에서 성찰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가치체계를 만들어냈다. 성찰하는 힘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의 시각과 신념을 구축했다. 이 빈곤 청소년들은 학업성취가 낮고 당장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만, 자신만의 단단한 핵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생존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인식하면서 성찰하는 힘을 길러왔을 것이다.



p.99


가난 때문에 의식주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없다는 것은 그냥 불편한 정도를 넘어, 사회적 개체로서 의 위신과 존재가 부정당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아는 자신감을 상실하고 사회적 존재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욕구에 대해 둔감해진다. 흔히들 빈곤층은 왜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왜 절박한 순간에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왜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배치되는 선택을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가난하다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화가 없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고 사회적 존재가 일상적으로 위협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에 대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현의 '도움 요청''성찰하는 힘'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를 생존에만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존재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빈곤 정책을 고민할 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기회 제공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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