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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 - 제주에서 찾은 행복
루씨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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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고양이와 화가, 그리고 요리사까지!

이보다 더 좋은 꿀조합은 없을 것 같다.

제주의 사계와 일상을 현대적인 민화로 그려낸 루씨쏜 작가의 책을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서 읽었다. 고양이 집사로서 고양이 소재 책은 뭐든 다 소장하고픈 욕구 뿜뿜이다. 똥손이라 그림은 못그려도 그림 보는 것 좋아라 한다. 이 책 <고양이 부부 오늘은 또 어디 감수광>엔 보고 싶은 것들이 다 들어있다.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해외 같은 제주는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 여행지 1순위이지만 몇 년 사이 살고 싶은 곳도 1순위가 되어 제주도 땅값이 엄청나게 뛰었다나 뭐라나... 나 같은 일반인은 제주도 땅이든 집이든 살 능력은 전무하고, 한 달 살기 같은 경험도 언감생심이다. 내킬 때 여행이라도 훌쩍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는 신세...


그러니 이런 책으로라 자위한다. 책을 받자마자 그림 먼저 감상했다. 첫 느낌은 우리 민화 안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콜라보인가 싶었다. 그런데 파스텔 톤이라 전통 민화보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모든 그림에 고양이가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림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에세이니까, 서평단이니까 글도 읽어야지~~


작가는 호주 유학중에 결혼을 했고 국내로 돌아와 2015년, 제주에 자리 잡았다제주에서 남편은 식당을 열었고, 저자는 그림을 그렸고, 아이도 낳았다. 작가 가족의 일상과 아름다운 제주가 그림과 글로 완성되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나처럼 그림에 반했을 것이다. 또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제주생활을 간접 경험할 것이다.


p.99


외국에서 살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제주에 살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우리를 말렸다. “거기 가서 뭐 하고 살려고 그래. 도시에서 빨리 자리를 잡고 살아. 그래야 성공해.”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성공과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은 달랐다. 물론 돈도 벌고 남들처럼 성공해서 편하게 살고도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한 성공은 조금 느려도 삶에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며 사는 삶이었다.



남들과 달라도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춘 삶을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작가 부부는 제주에서 자신들만의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오래 그려오며 삶과 예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고백한다. 서핑에서 높은 파도를 유연하게 타듯 인생의 파도를 잘 넘겨야 한다. 작가는 덮쳐오는 파도보다 더 큰 것은 자신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p.234


인생도 서핑과 비슷하다. 기회라는 파도가 왔을 때 그것을 타려면 수없이 노력하고 단련해서 미리 힘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그것은 마음의 근력일 수도 있고 실력이 될 수도 있다. 하루하루 삶을 균형 있게 가꾸어야만 행복이란 파도에 올라탈 수 있다. 물론 다른 서퍼들이 파도를 탄다고 해서 꼭 따라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억지로 나섰다가는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파도에 쉽게 뒤집힌다. 나만의 박자가 필요하다. 내 스스로 충분히 준비가 되었을 때, 나에게 맞는 높이의 파도가 왔을 때 그 순간 멋지게 올라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덮쳐오는 파도보다 내 안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는 한계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제주에서 행복을 찾았다는 작가, 제주를 아름답게 변주하는 예술가 루씨쏜을 응원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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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당신을 위한 예리한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민경수 옮김 / 지식여행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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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년전 철학자의 충고가 오늘날에도 유효할까? 17세기와 21세기의 간극은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 불변하는 진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순진한 당신을 위한 예리한 지혜>인데 스페인 철학자이자 신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격언 혹은 잠언집이다.


부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185가지 방법’처럼 185꼭지를 4장의 주제로 구분해 구성했다. 각 장의 제목을 보고 자신에게 현재 필요하다 싶은 것을 먼저 읽어도 되고 목차의 소제목을 훑어보고 조언 받고 싶은 것 먼저 읽는 것도 괜찮다. 고비를 맞은 상황이거나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싶다면 그에 맞는 꼭지가 분명 있을 것이다.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듯, 불교인이 반야심경을 외듯, 비종교인들은 이 책의 잠언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려보면 어떨까? 이런 책은 한 번만 읽고 던져두는 것보다 매일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리거나 필사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매일 하나씩 읽으면 6개월은 걸릴 것이다. 그렇게 규칙적으로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생각날 때마다 혹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흔들릴 때 읽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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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들 - 손석희의 저널리즘 에세이
손석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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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가 JTBC로 간다고 했을 때 내가 아는 한 진보신문 기자는 몹시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자신은 원래 종편을 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손석희가 진행한다 해도 JTBC 뉴스는 보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다 드러나지 않았던 속사정을 상술한 손석희의 신간 <장면들>을 그 기자가 읽는다면 뭐라고 할까?



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 애청자였다. 그가 JTBC로 옮긴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 역시 실망했다. 기억을 톺아보니 손석희의 이적에 관한 내막을 잘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실망했다가 세월호 당시에는 JTBC뉴스만 보았던 것만 떠올랐다. 이 책을 읽으며 적잖이 놀랐다. 다른 독자들도 그랬을거라는 생각이다. 우린 정말 잘 잊는 인간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그가 이 책에서 잡아낸 장면들이 속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16을 잊지 않겠다던 다짐도, 대통령을 파면시켰던 헌정 사상 최초의 사건도, 위력으로 부하직원을 성폭행한 도지사와 검사도 희미해져 버렸다. 우린 늘 먹고사니즘에 허덕이고, 한국의 정치상황은 너무나 다이나믹하기에 그렇다는 변명을 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저자가 지적한 대로 요즘은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며 자신이 보고 싶은 채널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독자라면 손석희가 비추는 장면을 따라 잠시 잊었던 사건들을 돌아보며 그 때 자신이 서있던 자리가 어디였는지 더듬어 볼 수 있을 듯하다.



나는 2014년 4월 16일 11시 쯤 헬스장 러닝 머신 위에서 기울어진 세월호를 보며 망연자실했고, 그 후로 저녁마다 팽목항에 나가있는 서복현 기자를 같이 불렀다. 2016년 겨울, 박근혜 OUT을 외치며 부산 서면 시내 한복판 차가운 도로에 앉아 있었다.

손석희가 만든 JTBC의 뉴스룸과 함께 지난 10여 년을 보낸 시청자라면 이젠 앵커석을 떠난 그를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 나오는 앵커브리핑 텍스트는 그의 목소리로 자동재생될 것이고 엔딩곡을 틀기까지 만든 장면들이 영화처럼 그려질 것이다. 나는 “노회찬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앵커브리핑을 읽으며 울컥하고 말았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을 하루도 안 빼놓고 보았다 해도 그의 앵커브리핑 947회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다. 물론 나는 뉴스룸을 매일 시청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주요한 앵커브리핑과 함케 장면들을 친절하게 전개해주어 읽기가 수월했다.

'포스트 트루스'시대에 관한 앵커브리핑에서 그는, 사람들에겐 이미 각자의 진실이 존재하는 유튜브가 있다고 표현했다. 이런 시대에 '기자다움'은 회의적이라고 평가하는 듯하다. 그러나 유재석이 신뢰받는 언론인 2위에 뽑힌 것에 대해 충분히 긍정하면서 그는 저널리즘의 폭을 넓게 보았다.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오늘의 일들을 기록해내고, 그것을 각자의 관점으로 담아낸 다음 공감을 얻어내는 것. 노래든 영화든 그림이든 '문화' 현상을 담아내는 것도 명백한 저널리즘의 영역이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진행해오던 '토요일에 만난 사람'은 뉴스룸에서 '문화초대석'으로 이어졌다. 문화계 인물들을 초대하고 뉴스룸 엔딩곡을 고르는 모든 활동이 왜 저널리즘이 아니냐는 반문으로 읽혔다.

그는 2부의 마지막 장 "저널리즘의 선한 설계를 위해"에서 알랭 드 보통과의 인터뷰,1997년 "커먼 커즈" 라는 미국 시민단체의 플로리다 지부장을 취재한 내용을 소개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강조한다. 그 내용을 옮기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저의 언론관은 매우 교과서적인 겁니다. 우리가 보통 일기를 쓴다고 할 때 영어로는 ‘다이어리’(diary)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말을 잘 안 씁니다. 대부분 ‘저널’(journal)을 쓴다고 하더군요. 언론은 일기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일기라는 게 늘 객관적이진 않습니다. 거기엔 자신의 생각도 포함됩니다. 언론은, 물론 언론사마다 다르겠지만, 각각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관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널에 ‘이즘’을 붙여서 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JTBC의 저널리즘은 이미 일관된 사고체계가 있습니다. 그것이 ‘합리적 진보’라는 건 이미 고유돼 있지요. 저는 그것을 실천하는 데에 네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사실, 공정, 균형, 품위였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부임 초에 제시하고 우리 뉴스의 모토로 삼은 바도 있습니다. 즉, 힘 있는 사람이 두려워하고, 힘없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뉴스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그 방법론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요즘도 자주 쓰는 ‘한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온론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언론의 목적은 명확하게 두 가지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즉,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한다는 것. 그동안 우리가 행해왔던 많은 뉴스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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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 - 식물과 책에 기대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마음을 어루만지다
제님 저자 / 헤르츠나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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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님 작가님처럼 책을 내지는 못했지만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고 고양이집사에, 몇년전부턴 식물 집사가 되었어요. 작가님 이번 신간 컨셉이 저를 겨냥한것 같아 반갑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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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전지나 그림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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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5년에 출간되었던 황선미 작가의 <기다리는 집>이 이번에 재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어릴 때 집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을 생각한다. 집이 아름답다면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그 특별함이란 좋은 일만은 아닐 거라고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혹은 일에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와 누우면 역시 내 집이 제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뭐니뭐니해도 집엔 가족이 있으니 좋다. 이런 가족과 집에 대한 동화가 <기다리는 집>에서 펼쳐진다.

 


거의 폐가가 되었지만 감나무는 살아 계속 열매를 맺고 있는 집, 버드내 길 50-7번지. 쓰레기는 쌓여가고, 동네 아이들이 몰래 들락거리며 나쁜 짓을 하니 동네 사람들은 감나무집이 영 못마땅하다. 어느 날 이 집에서 여자 아이와 어린 여동생이 방치되어 있다 발견되어 경찰에 인계된 후, 수상한 남자가 들어와 혼자 집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데...


그 남자는 누구일지, 왜 인부를 부르지 않고 혼자서 수리를 하고 있는 건지,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 하듯 독자도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감나무집에 불이 나서 공사하던 남자가 다쳐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불을 낸 건 놀이터에서 놀던 남자아이였는데 그 아이는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또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이 책은 오랫동안 비어있던 감나무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이 집의 사연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이는 이 동네에 오래 살았던 방앗간집 영감이었다. 병원에 간 사내 대신 감나무집의 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신경 쓰고 다시 사람이, 아니 주인이 돌아와 살 수 있는 집이 되도록 지켜본다. 주인이 돌아와 다시 살 수 있도록 온 동네 사람들이 손을 도왔다. 그 주인은 바로 수상한 남자이자 감나무 집 아들인 명길이었고, 불을 지른 아이는 명길의 아들 재성이었다.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던 재성은 악다구니를 썼다.

이까짓 집이면 다예요? 식구도 없는 집이 무슨 집이야!”

집 공사를 마무리하고 떠나려했던 명길이 문을 열고 나가자 재성은 외친다.

가지 마요. 여기 있어요, 나랑. 집에는 아버지가 있어야 되잖아.”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방앗간집 영감은 떠나려던 명길을 붙잡고 가만가만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리지만 재성이 하는 말이 다 맞으니까...




집집마다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 사랑하고 둘러 앉아 밥을 같이 먹어도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는 떠나기도 하지만 돌아올 곳이 집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은 사람은 기다린다. 혹여 남은 가족이 없다해도 이 동화처럼 집이 기다리고 있다면 사람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어쩌면 마당을 지키고 있던 감나무가 또 다른 가족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집과 감나무가 명길과 재성 부자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살아있는 존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신들을 감나무집 앞에 두고 간 엄마를 기다리는 자매가 이 집 앞에 와서 쉼터의 전화번호를 붙이고 갔다. 그 아이들이 기다리는 엄마가 부디 돌아오기를 감나무도 바라고 있을 것만 같다. 이렇게 감나무 집은 이 동네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이다. 명길과 재성의 사연이 너무 짧게 다루어진 건 아쉽지만 제목이 <기다리는 집>이므로 이 책의 주인공은 감나무집인 것 같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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