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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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째 서평단 활동을 하는 내게 어느 날 지인이 물었다. 그 일을 왜 하느냐고? 나는 선뜻 답하지 못했다. 책 리뷰를 써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인플루언서 타이틀을 따기 위해 딱히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으면서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자문해보았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 신간을 가지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다, 모두 욕심이 아닌가. 결국 내가 내놓은 답은, ‘책이 좋으니까!’였다.


10여 년 전 나도 책방을 열고 싶어 서울에 있는 독립 서점 혹은 작은 책방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동네 책방 관련 서적들도 섭렵했다. 물론 책방을 내지 못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여럿이었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절실함도 부족했겠지. 아니면 그만큼 좋아하지 않았거나.


그런데 나와는 정반대의 행동을 한 사람이 있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를 쓴 김승복씨다. 그 유명한 도쿄의 진보초에 최초로 한국어 책방 책거리를 낸 이다. 정세랑 작가는 그를 토네이도라고 했는데 나도 절대 공감한다. 일본에 유학 갔다가 한국문학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한국문학 전문출판사를 차리고 박경리,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일본에 소개했다. <토지> 전권을 완역 출간한 뒤 도쿄 한복판에서 한국 책만으로 도서전을 열었다. 이 거침없는 행보, 토네이도답지 않은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탄성을 내지르며 그에게 승복하고 말았다. 책방 한번 열어볼까 했던 얄팍한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제목대로 그는 결국 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한국 문학을 일본에 알리겠다는 첫 마음의 심지가 얼마나 깊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나도 책을 읽는 게 좋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족쇄를 걸고 싶어 서평단을 이용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저 책이 좋아서 한다.


그런데 김승복씨가 좋아서 하는 거라는 말은 나와 차원이 달랐다. 그가 해온 활동들을 보며 소명의식이 떠올랐다. 일본에 한국 문학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의 시작이 이토록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 말이다. 한국 문학과 일본 문학 사이의 가교가 되어 그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K-문학 전도사가 되었다. 그러니 다 좋아서 하는 거라는 말은 지극히 겸손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뤄낸 일들 모두 존경스럽지만 책방 주인으로 겪은 상황들도 인상적이었다. 김원영 작가의 책을 읽은 후 번역서를 내어 북토크 자리를 만들었다. 자신의 책방이 3층이라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올 수 없다는 것을 부끄러워했고 휠체어 탄 이들도 접근이 편한 곳으로 이전하겠다고 결심한다. ‘역시 좋은 책은 여러 방면으로 행동하게 한다.’면서.


2015년 가을, 어떤 손님이 요조의 책을 찾고 있다고 했을 때 책방지기는 요조가 누군지 몰랐다. 그러자 손님이 가수 요조의 영상을 보여주었고 그가 원하는 책을 주문해주었는데 한글을 모르는 거였다. 늘 그랬듯 요조의 책을 번역했고 순서대로 북토크를 열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이라 서울에서 줌으로 진행했고 유튜브로 송출했다.


책방주인은 책을 많이 사주는 손님이 제일 좋다. 그런데 책방에서 읽기만 하고 사지는 않는 일본인 손님이 있었다. 어찌어찌 그 손님이 책을 사게 만들긴 했는데 알고 보니 병이 있었다. 소통되지 않는 말들을 몹시 시끄럽게 하여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펜과 종이를 주어 말하는 대신 쓰도록 권유했다. 그렇게 그는 글쓰는 손님 하야미씨가 되었고 늘 자기가 쓰고 싶은 말을 써서 책방지기에게 주었는데 스태프들은 그것을 연애편지라고 불렀다. 코로나 때 책방 영업을 중단했을 때도 와서 문밖에서 쓴 것을 주고 갔다. 영업 재개 후 내부 구조 변경으로 하야미씨가 글을 쓸 공간이 없다며 절규하자 책방 아래층 카페에서 쓰도록 했다. 오늘도 책방지기는 하야미씨의 러브레터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김승복씨의 책방 책거리의 역사와 책만 보고 달려온 그의 삶의 결이 오롯이 담겨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책이고 읽다보면 연신 엄지척 자세가 나올 터다. 또한 일본에 여행가면 꼭 들러볼 곳으로 책거리를 꼽을 것이 분명하다. 나도 세계 유명 서점 책을 보며 진보초에도 가보겠다고 마음만 먹고 아직 못 가봤다. 책거리에 가보고 싶다. , 마지막으로 소소한 정보 한 가지! 책방지기님은 여자다. 나는 이름만 보고 남잔줄...ㅎㅎ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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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 한달 완성 독일어 말하기 Lv.1 - 알파벳부터 기초 회화까지 한 달 완성 한권 한달 완성 독일어 말하기 1
김성희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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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지 오래 되었는데 이번에 서평단 자격으로 시원스쿨의 <한권 한달 완성 독일어 말하기 Lv.1> 교재를 받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처럼 왕초보를 위한 생활 속 진짜 회화가 최대한 많이 들어 있습니다. 교재 구성을 한 번 살펴볼까요


1강에 들어가기 전 워밍업은 파닉스준비하기입니다. ‘파닉스에서는 독일어 알파벳과 복자음, 복모음, 강세를, ‘준비하기에서는 정관사, 부정관사, 소유관사, 명사의 성과 복수형, 인칭대명사를 확인합니다.



그 다음 1강 전체를 훑어볼게요


첫 장에는 1강에서 배울 단어와 표현을 ‘MP3 바로 듣기’ QR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학습 목표독일어의 인칭대명사 인칭대명사에 따른 동사 어미변화 규칙 입니다. ‘오늘의 표현나 독일어 배워! 너는 독일어를 전공하는구나! 입니다. ‘오늘의 단어’ 10개도 배웁니다. ‘오늘의 회화에서는 다섯 가지 표현을 배웁니다.


오늘의 학습 내용에는 인칭대명사(단수형, 복수형)과 인칭대명사에 따른 동사의 어미변화입니다. 독일어는 인칭대명사에 따라 동사의 어미가 바뀌는데 이것을 가장 먼저 외워야할 것 같네요. 1강에서 배울 단어는 lernen(배우다), hören(듣다), kommen(오다), wohnen(살다), studieren(전공하다)입니다. 각 단어별로 어미 변화를 익힙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연습 문제에서 1강에서 배운 인칭대명사와 어미 변화를 확인해봅니다. 30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간 중간 복습강이 5개의 복습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 제가 공부한 내용입니다. 저는 독일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완전초보이고, 직장을 다니는 주부라서 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고, 아래는 73일부터 14일까지 한 내용입니다


처음 알파벳만 외우려고 하니까 살짝 지겹더라구요. 그래서 알파벳과 복모음 복자음을 매일 7~10개씩 쓰면서 발음했고 1강의 표현(어미 변화)을 듣고 따라하고 썼습니다. 발음이 중요하니까 들으면서 따라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잘 안 외워져서 어릴 때 처음 영어 공부하던 느낌으로 계속 썼습니다. 이 방법은 한글 배우는 어린이도 국어 다 아는 성인도 필사하는 장점이 이유가 같으니까요.


아직 3강까지 밖에 못했지만 이 책 다 뗄 때까지 계속 공부할 예정입니다. 동사의 어미 변화가 불규칙적인 것도 있어서 많이 외워야겠네요... 저는 한달만에 완성?은 힘들 것 같지만, 독일어 처음 공부하실 분들은 이 책으로 시작해보세요.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거에요! 시원스쿨 독일어 홈페이지에 가면 필수동사 변화표와 필수 문장 쓰기 노트를 다운받을 수 있고 유료 강의도 있습니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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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자는 고백 - 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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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들~~

여기 한 번 보세요! 오세요, 요세요!

제가 책 한 권 소개하려고요.

 

김연수, 정세랑, 백수린, 최은영!

다들 아시죠!

~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가들의 소설 읽어봤을 겁니다.

신형철, 이석원, 요조!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분들 누군지 알고 책도 읽어봤으리라 짐작됩니다.


책 소개 받고 싶으신가요? “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가 엮은 책 <같이 읽자는 고백>을 추천합니다. 이 책을 사면 위에 언급한 7명에 30명을 더해 37명의 편지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 편지 좋아하는 사람, 글 읽기 좋아하는 사람, 유명 작가의 책 추천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실패하지 않을 책입니다.

 

~ 저 지금 이 책의 컨셉 흉내 한 번 내봤습니다. 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김소영씨가 이 달의 큐레이터서비스를 만들어 유명 작가와 명사에게 책을 추천받고 편지까지 받았는데요, 책 추천의 조건이 꽤 까다롭습니다.


1. 베스트셀러 추천이 엄격히 금지되고 

2. 자신의 저서나 관계자로서 관여한 책, 이른바 인맥 추천도 안 되며 

3. 이미 추천사를 쓰거나 거듭 자신의 채널에서 소개한 책도 제외해야 하고 

4. 책을 추천한 다음에는 독자들에게 마음을 담은 한 통의 편지를 써야 한다.


저처럼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이 책으로 한 방에 37명의 편지와 책 추천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분명 여러분도 그러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 소개가 어쭙잖아도 이 책은 절대 그렇지 않답니다.


책을 소개하는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의 편지 발송인들이 추천하는 책들 중에 여러분이 이미 읽은 책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편지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성격 때문에 마치 나에게만 당도한 글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저는 그랬거든요.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책 욕심 많은 저는 책 추천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책에서 추천된 책들 중에 처음 만나는 책은 다 찾아봤습니다. 도서관에 있으면 빌리고 이용 중인 책구독 사이트에 있는 건 바로 서재에 담았지요. , 물론 현재 읽고 있는 책 수두룩하고 내서재도 책이 그득하지만 일단 담습니다. 일단 챙기고 봐야 뿌듯하니까요!ㅎㅎㅎ


그런데 더 뿌듯한 건요, 최근에 읽으려고 챙겨두었던 책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신형철 평론가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을 소개했는데, 제가 얼마 전에 읽은 김선정 작가의 <멧돼지가 살던 별>에서 주인공이 읽은 책이었거든요.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서 저도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추천받으면 찌찌뽕 하고 싶거든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아내가 <사랑의 역사>를 쓴 니콜 크라우스라는 정보까지! 이 책은 제 책장에 있는데 아직 못 읽은...


이렇게 책장에 있는데 못 읽은 책 중에 백수린 작가의 추천 책 <>도 있어요. 몇 년 전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된 진한 핑크빛 표지의 책인데 책장에 다소곳이 꽂혀 있어서 좀 민망했네요. 백수린 작가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나면 그 글을 쓴 사람도 좋아하게 되어버린다


백수린 작가는 킴 투이작가의 빛나는 재능에 살짝 삐딱한 마음이 들어 이 책을 좋아하지 말아야지 했다가 다 읽은 후에 못된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래서 저렇게 말한 거랍니다. 어떤가요?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백수린 작가는 이 책의 매력이 소설이 지닌 톤과 소설이 가리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했어요. 저는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이 소설의 매력을 얼른 보고 싶은데 챙긴 책들이 너무 많네요. 읽지 않아도 벌써 배부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온라인 서재에 담은 책들이 있는데 제 책장에서 <사랑의 역사>, <두부>도 꺼냈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의 <두부>는 박상영 작가가 추천한 책입니다. 조금 의외라서 궁금했는데 추천 제목에 내 삶의 각도를 조금 변하게 해준 한 사람에 대하여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죠? 그의 인생책이라고 하네요. 저는 박완서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전작주의자라고 할 순 없지만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김윤식 평론가님과의 인연에 대한 부분을 알고 싶어 <내가 읽은 박완서>를 사놓고 완독하진 못했습니다


<두부>에는 박 작가님이 평론가님과 외국에 문학탐방을 함께 했던 일화가 나옵니다. 박 작가님은 역사인물 중 고산자 김정호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느낌과 비슷하게 김윤식 선생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특별한 일에 사로잡힌 영혼에게 느끼는 외경과 연민이라고요.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윤식 선생은 <내가 읽은 박완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소년처럼 무안하고 부끄러워 몇 번이고 숨고 싶은 심사였고. 모르긴 해도 고산자께선 모종의 사명감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치닫게 했지 않았을까. 참으로 딱하게도, 감히 고산자에 비견될 처지는 못 되지만 내겐 어떤 사명감도 없었음이외다. 하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을 뿐이외다."


김윤식 선생은 둘 사이를 길동무라고 표현했는데 박작가님이 언급한 인간적인 약점이나 고뇌, 시시콜콜한 사람 사는 속내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글을 인정하고 비평하며 길동무처럼 살아오셨다니 참말 아름다운 관계지요.


, <같이 읽자는 고백> 소개를 하다 말고 너무 멀리 간 거 아니냐구요? 멀리 갔지요.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37통의 편지들에서 각각 한 권의 책만을 추천받는 것은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하나의 책에서 뻗어나가는 길은 수십 갈래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이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편지를 먼저 읽고 그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다면 37권을 읽겠지요. 그러나 앞서 신형철 평론가의 편지에서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뿐 아니라 니콜 크라우스까지 소개받았으니 두 부부의 책을 다 읽으려면 더 쌓일 거예요.


저처럼 책장에 모셔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꺼낼 수도 있고, 추천 책과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어볼 수도 있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책에 파묻히게 될 것이고, 분명 여러분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사은품 책갈피를 꺼내는 순간 감탄의 비명이 나올 겁니다. 저는 혼자만 들고 있기 아쉬워 지인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좋은 책은 많이많이 전파해야잖아요~~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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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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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의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에는 단편 소설 여덟 편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집의 느낌은 밝지 않으며 뿌옇고 모호하다. 등장인물들은 불안해 보이고 안쓰럽고 애처로웠다. 밝고 행복한 등장인물이 해피엔딩을 맞는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였다면 뒷맛이 씁쓸할 수 있다. 우리 삶이 늘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이 즐겁고 행복한 소설을 읽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읽어야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사실 알고 있지 않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성공은커녕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고, 가족만큼 내 맘대로 안 되는 사람도 없으며, 그들이 가장 내 발목을 잡는 존재라는 것을.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삶을 보며 답답하고 한숨 나지만 나의 어떤 부분과 닮은꼴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의무감이나 죄책감에 짓눌린 등장인물의 손등을 토닥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마 자신을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여덟 편의 소설 중에서 나는 <미래의 끝>이 가장 인상 깊었다. 동방생명 아줌마는 요즘 말로 하자면 보험 설계사다. 열 살짜리 여자아이가 한 나절동안 아줌마와 같이 다니며 그녀가 하는 일을 보게 된다. 부모는 일상에 치여 바빠 아이는 혼자 있는 때가 많았다. 동방생명 아줌마는 아이에게 다정했고 고객들에게는 늘 예의를 지켰다. 제 엄마의 삶만 팍팍한 줄 알았던 아이는 아줌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 역시 만만치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모에게 큰 일이 생겨 결국 엄마는 보험을 해약했다. 아줌마와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것이다.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던 아줌마의 말을 떠올리며 어떤 더한 일이 생겨야 엄마가 아줌마를 찾을지 궁금했고 더 이상 아무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랐다.


아이는 보호자인 제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아야 좋다. 그러면 아줌마를 볼 일이 없으니 아쉽다. 아줌마에게 연락할 일이 생겨 다시 만나면 좋지만 그것은 부모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사소한 행동에 죄의식을 느끼게 만든 엄마의 가시 같은 말은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검열하게 했다. 아이의 죄책감은 아줌마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차단한 것이다.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시련이 닥치면 아무도 찾을 수 없다. 도움이 필요치 않아서가 아니라 그럴 만한 시간이 없어서 말이다.’라는 문장은 뼈아팠다. 닥친 위기를 맨몸으로 쳐내야 하는 사람들은 누굴 찾을 만한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말이지 맞다. 시간이 없으니 주위를 살필 여력이 없다. 시야가 좁아진다. 가난한 이들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나 또한 어린 시절 내 부모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이 단편집을 읽으며 마음이 편지만은 않았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힘겨워 소파에 드러눕거나 우두망찰 서있고, 조용히 입을 닫더라도 이후의 삶은 이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살아가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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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거래 하실 분만 청어람 청소년 3
이송현 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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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중고 거래


유행을 넘어 대세가 되었다는 중고 물품 거래를 나는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다. 없는 거 빼고 다 있으며 원하는 것은 다 구할 수 있다는 중고 거래 앱을 청소년이 이렇게들 잘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책 <쿨거래 하실 분만>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중고거래 앱을 소재로 한 청소년 앤솔러지다. 4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이송현 작가의 쿨하지 못해 다행이야는 짝사랑했던 남자가 선물로 준 스케이트보드를 팔려고 했는데 구매자에게 갑분? 강습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이재문 작가의 오늘의 무료 나눔에서는 운동화 매니아인 해수가 인기 없는 템을 팔기 위해 만난 재이의 행동을 보고 자신의 소비 생활을 돌아본다. 송우들 작가의 개츠비의 개츠비의 개츠비에서는 다주의 엄마가 책 위대한 개츠비를 팔아버렸다. 그런데 그 책에 다주의 흑역사라 할 부치지 못한 연애 편지가 들어있었다. 다주는 엄마가 팔아버린 책을 되찾으려다가 "위대한 개츠비"를 세 권이나 사게 된다. 구소현 작가의 캐비지스 인 더 와일드는 주인공 두영의 집에 친구인 한경이 가사 알바를 하러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소설들 속 청소년들의 일상에서는 중고 거래가 자연스럽다. 주 소재를 중고 거래로 삼았으나 역시 청소년이기 때문에 성적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 가족, 친구 관계, 취미 등이 모두 들어있다. 나는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간접적으로나마 요즘 아이들의 일상과 고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 시기에 하는 고민들은 어슷비슷하다. 내가 예전에 힘들어 했던 것들을 여전히 하고 있다니 인간사란 참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가도, 아직도 이런 고민들을 해야 하나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책에서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소재라서 놀라웠고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내 막냇동생은 나이키 운동화를 샀다가 되파는데 오늘의 무료 나눔의 주인공 해수와 닮았다. 학생이 운동화에 욕심이 많고 샀다가 비싸게 되팔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니 어른들의 소비 행태를 배운 것 같아 좀 부끄러웠다. 해수는 요즘의 소비 세태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이재를 따라다니다가 서서히 바뀐다. 희귀템을 많이 가지는 것보다 더 뿌듯하고 값진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너 그러면 안 된다는 잔소리 듣는다고 변할까? 해수는 중고 거래에서 귀인을 만난 거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 책을 부모와 청소년 자녀가 같이 읽으면 나눌 이야기가 참 많을 것 같다. 자신들의 소비 태도와 소설 속 에피소드와 비교해 보고, 그러다가 실수했던 경험이나 치부까지 드러나면 민망해 질 수도 있겠다. 어쩌면 서로의 고민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관계가 돈독해지면 금상첨화! 청어람 주니어 출판사는 청어람 청소년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번 소설집은 세 번째 책인데 요즘 청소년들의 밀착 다큐 같은 이야기라 학생들이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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