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라는 전쟁터 - <뷰티풀 군바리>부터 <이세계 퐁퐁남>까지, 웹툰을 둘러싼 논쟁적 순간들
위근우 지음 / 돌베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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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웹툰을 거의 보지 않았고 유명하다는 작가나 제목도 몰랐다.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봤다. <김부장>1,2편까지 재미있게 봤고 웹툰 원작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참교육>은 웹툰 원작이라는 걸 듣고 봤는데 전편 모두 재미있었다. ,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아니까 대리만족할 뿐이었지만. <웹툰이라는 전쟁터>의 리뷰를 쓰면서 드라마 얘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웹툰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읽었느냐, 책 소개에서 혐오 언어에 관한 부분이 눈에 크게 들어왔고, 왜 전쟁터라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출판사 책 소개에 나온대로,

본격 웹툰 문화비평집을 표방하는 이 책은, 웹툰을 통해 한국의 문화전쟁을 바라보는 묵직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동시에 웹툰 및 웹툰 작가, 웹툰에 얽힌 문화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고 생각을 확장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해도가 깊을 테지만 나처럼 웹툰 잘 모르는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독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주제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읽고 연계 독서로 나아가면 좋다. 이 책에서 다루는 웹툰이 많기 때문에 모두 볼 순 없겠지만, 이미 웹툰을 본 독자에게는 다른 방식의 사고를 할 기회가 될 것이다.


웹툰 자체(주제 및 표현 방법)는 물론 댓글란에서 벌어지는 의견들이 온라인에서 전쟁이 되었다는데 웹툰을 읽지 않는 나로선 생경했다. 웹툰별로 쟁점화 되었던 내용과 언론에서 어떻게 다루었는지에 대해 작가가 비판적으로 쓴 내용을 읽으며 혐오 발언의 생산과 유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이고, 이대남이라 불리는 이들이 극우화 된 이유, 혐오와 조롱의 발언이 도를 넘어가는 현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웹툰 <참교육>의 사례를 인용한다. 음모론에 근거한 에피소드 연재 당시 댓글 초등학생 페미니즘 사상 주입하려고 초등 여고사들끼리 사이트 만들어서 정보 주고받고 했던 거 저격하는 거네.’68,000명의 추천을 받아 베스트 댓글이 되었다. 위근우 작가는 <참교육>의 작가가 잘못 이해한 현실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안사실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웹툰(여혐, 능력주의 등)도 이와 유사하게 작동하고 있다. 아래 내용들로 가장 궁금했던 것이 해소되었다.


p.116~117


작중 나화진은 양성평등교육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왜곡된 페미니즘 교육이 세상을 반으로 갈라 혐오하게 만든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고 싶은 이들이 현실 대신 대안사실을 믿는 방식으로 세상은 갈라지고 소통의 토대는 무너진다. 이것이 웹툰의 혐오표현을 그저 현실과 분리된 가상 세계에서의 일탈이나 대리만족으로 허용할 수 없는 이유다. 교원평가 성희롱 사태 같은 현실의 사건이 가리키는 것과 별개로, 온라인 공간은 혐오에 취약한 특정 대상에 대한 부정적 정념과 그것을 정당화할 가짜 근거들로 가득하다.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 뉴스냐 커뮤니티 게시물이냐 같은 구분은 무의미하다. 그것을 믿고 행동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이 세계는 더더욱 실재하는 현실이 된다. 혐오를 정당화하는 인기 웹툰과 그 댓글란은 언제든 이러한 믿음을 끼리끼리 증폭하는 온라인 우범지대가 될 수 있으며 <참교육>은 그것이 어떻게 실제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이 즐기는 참교육엔 당연히 교육도 없지만 무엇보다 이 없다. 그리고 현재 사이다 참교육이라 불리는 일들이란 게 거의 다 이 모양이다.


밑줄 그은 부분은 온라인 게임 댓글창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안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이 일베식 조롱의 언어를 아무렇지 않게(맥락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이 이런 언어를 접하는 창구가 온라인 게임 댓글이다.


내가 만나는 학생들도 이전보다 혐오와 조롱의 언어를 많이 쓰고 있다. 부모가 아니니 온라인 게임을 못하게 할 수도 웹툰을 못 보게 할 수도 없다. 부모라 해도 요즘은 컨트롤하기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오염된 언어와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어렵다. 어른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경도되기 쉬운데 학생들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이 책의 내용과는 좀 다른 부분이긴 하지만 평소 웹툰을 즐겨보는 교사나 학부모라면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 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웹툰 비평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말하는 부분을 인용한다.


p.262


글 한편의 힘이란 미미할지라도 이런 작업은 언제나 지평을 조금이라도 흔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가령 특정 작품에서의 차별적 표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그 작품에 대한 옹호냐 비판이냐 혹은 그 근거가 충분하냐 비약이냐 같은 차원에 그치지 않고, 같은 장면을 본 무수히 많은 이들에게 질문하고 그들의 해석적 지평에 개입하고 그들의 반응을 통해, 무엇이 차별이고 창작의 표현은 어디까지 허용되며 작품의 의도 해석의 적정선은 어디이며 창작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에서 특히 문화전쟁이라는 굵직한 전선 안에서 웹툰 비평의 효용을 찾으려 한 것은, 작품에 대한 세밀한 해석이 이 전선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동시에 비평이라는 협소하거나 자칫 고립될 수 있는 담론을 정치적 투쟁과 문화 변동의 더 큰 담론에 접합시킬 수 있길 바라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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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구는 친구들이 신경 쓰인다 책이 좋아 3단계
이선주 지음, 국민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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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태구는 이웃들을 기다린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 책을 1권으로 <태구는 친구들이 신경 쓰인다> 까지 태구시리즈가 4권으로 이어지고 있다. 2,3권은 못 읽었고 이번에 4권을 읽었는데 역시 재미있다. 고학년 동화라고 하지만 사실 어른 필독서 같다. 읽으면서 계속 뜨끔뜨끔했다. 1인칭 태구 시점으로 보는 어른들이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모순적이라는 얘기다. ‘애들 눈에 우리가 저렇게 비치는구나...’ 애들 앞에서 조심해야겠다는 반성이 들었다. 초등학생들은 이 책을 읽으며 쾌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태구가 다하네!’ 할지도...


태구는 야구장에서 담임선생님의 포효에 깜짝 놀라서 야구선수 아닌 게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어찌나 웃프던지~ 그 와중에 촌철살인!!

p.94


삼진 당했다고 욕하고, 안타 맞았다고 욕하는 건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니야. 못할 때일수록 더 열심히 응원해줘야지.”

아빠는 한화가 이길 때면 맞는 말만 했다.

하지만 귓가에 맴도는 건 그러고도 밥이 넘어가냐!” 라던 선생님의 포효였다.

내가 야구선수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단원 평가 점수가 나올 때마다 밥이 넘어가냐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1권에서 4권으로 점프했더니 태구 아빠가 재혼을 했다. 태구에겐 새엄마가 생겼는데 마음 속으론 계속 아줌마라 부르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태구가 좀 힘들어 보였다. 새엄마가 태구 성적에 엄청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딸이 공부를 잘 하니 태구도 학원을 많이 보내면 공부를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주 의지가 굳다. 하지만 태구는 기초 잡기부터 해야 하는 상황! 6학년인데 구구단이 완벽하지 않은 정도다. 태구와 비슷?하게 기초에 신경써줘야 하는 친구가 있는데 호진이다. 담임 선생님이 둘을 따로 공부시킨다.


태구는 호진이 신경 쓰인다. 물론 호진뿐 아니라 신경 쓰이는 친구들이 꽤 있다. 제목대로. 아빠가 재혼하면서 이사한 동네 사람들, 담임 선생님, 새로 사귀는 친구들까지, 이번 책도 태구 주위에는 늘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사람들에게 관심은 많지만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던 태구에게 새엄마가 공부를 많이 시키니 그게 가장 큰 스트레스다. 그런데 안 하겠다고 하면 아빠가 이혼할까봐 두려우니 진퇴양난이다. 공부가 너무 힘든 태구 옆에 태구보다 더한 호진이 있다. 태구는 느린 학습자인 호진을 이해하긴 힘들지만 호진에 대해 알아가며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자기객관화의 과정을 밟아가는 것이다.


5권도 나올 예정이라는데 사춘기에 접어드는 태구에게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져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하는 태구가 보고 싶다. 태구가 애어른 같긴 하지만 여친 앞에서는 어리버리할 것 같고, 친엄마와의 사연도 궁금하다. 태구는 엄마가 비둘기처럼 갑자기 나타날까봐 무서웠는데 또 금방 사라져버리니 것도 무서웠다. 태구에게 반갑기도 무섭기도 아쉽기도 한 친엄마와의 썰을 풀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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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노화 - 김수연 원장의 품격 있게 나이 드는 법
김수연 지음 / 북스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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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제 발로 걸어 다니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다면 오래 사는 게 무슨 소용인가. <우아한 노화>의 저자 김수연 세란의원 원장은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비교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7년인데 건강수명은 65.5년이라고 한다. 간극이 18년인 셈인데 인생의 약 21%를 병상에서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저자는 오래 사는 법이 아니라 건강하게 늙는 법을 강조한다.


<우아한 노화>에서 저자는 4부로 나누어서 노화를 정의하고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핵심 요약 및 실천 체크 리스트를 두어 간단 복습 후 바로 실천 해볼 수 있도록 했다. 4부 마지막에는 연령대별 집중 관리법에는 40,50,60대별로 관리의 핵심과 실천 가이드(식사, 운동, 검사 등)을 정리해두었다. 독자의 나이에 맞게 다시 한번 체크해보고 실천하기 쉽게 해두었다.


요즘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는 시대다. 한 번 검색하면 알고리즘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사 정보가 노출된다. 신뢰의 검증 여부를 논할 새도 없이 정보의 과부화 상태에 이른다. 40대 이후 건강 관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런 저런 채널을 기웃거리느니 이 책을 추천한다. 식단 관리 및 영양 보조제, 운동, 정신건강 및 마음 관리까지 두루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을 고른 독자라면 그간 관련 정보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다 아는 내용이네~ 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을 한 번 되짚어보자. 정보가 그냥 스쳐지나간 건 아닌지,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지.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늘 하는 패턴이 있지 않나? 아는 내용이니까 실천은 한두 번 정도에 그치고, 보는 것을 마치 내가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그러니 스마트 폰은 잠시 덮어두고 이 책 옆에 두었다가 펼쳐보자. 오늘 운동을 깜빡했네 하고 운동 부분 보다가 플랭크를 1분 하는 거다. 웰에이징 부분을 보다가 손쉬운 피부관리법인 물 한잔을 마신다. ‘우아한 노화는 태도에서 완성된다를 읽으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어보자. 저자는 가장 쉽고 가장 강력한 우아함을 미소라고 했다.


p.258

표정은 안에서 밖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밖에서 안으로도 흐른다. 이것을 안면 피드백 가설이라고 한다. 미소를 짓는 행위 자체가 뇌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 실제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소는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고, 코르티솔을 낮춘다. 미소에는 비용이 없다. 그러나 효과는 막대하다. 미소를 받은 사람의 뇌에서 거울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어 무의식중에 미소를 따라짓게 된다. 한 사람의 미소가 주변으로 전염되는 것이다.

 

항노화 식단과 과학적 안티에이징 실천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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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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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간암 말기로 6개월 여명을 선고받은 아빠는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 그가 할 일은 하나뿐! 20년간 홀로 아들을 돌봐왔는데 이젠 아들을 돌봐줄 곳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1000곳이 넘는 장애인 시설이 있지만 아들의 입소는 계속 거부당한다. 얼마나 기막힐까, 얼마나 절박할까?


아무리 역지사지니, 공감이니 해도 우리는 직접 겪지 않은 고통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감히 아는 척 하면 안 된다. <안녕, 피터팬>의 스물일곱 살 아들을 보니 시댁의 조카와 너무 비슷해서 마음이 아렸다. 형님은 딸 셋을 낳은 후 막내아들을 낳았다. 장손을 낳았다고 시어머니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데 그 손자가 두 돌이 되고 세 돌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시숙은 1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형님이 언제까지 덩치가 산만한 아들을 케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형님은 올해 칠순이고 아들은 39살이다. 형님이 당신 사후에 아들 돌봄을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만일을 위한 대비는 해두었는지 잘 모르겠다. 누나들이 하루 종일 돌볼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한부를 선고받고 아들을 돌봐줄 곳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암세포들도 후퇴를 한 걸까? 6개월 시한부라고 했는데 1년 넘게 생존중이다. 그 시간동안 그에게 있었던 일은 기적과도 같았다. 전처와 함께 아들을 받아줄 시설을 찾고, 지자체 복지과에 읍소하여 가능한 모든 복지혜택을 받았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무려 8천만원이 넘는 후원을 받았고 MBC <실화탐사대>에 사연이 방영이 되어 엄청난 응원을 받았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 했다.


<안녕, 피터팬>의 저자 전경철씨는 이 기적과도 같은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이야기장수편집장은 400쪽이 넘는 책을 속전속결로 만들어 626일에 초판을 냈는데 벌써 3(7/8)에 들어갔다고 하니 이것도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이 책은 저자 자신의 회고록이자 아들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말 못하는 아들을 대신해 아빠와 아들이 함께 한 시간들을 정리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라고들 하지만 복지, 특히 장애인 복지는 갈 길이 멀다. 복지가 필요한 곳에 혜택이 가지 않는다. 받을 사람이 요청해야 겨우겨우 받는다.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정작 필요한 복지는 사문화된 경우도 많다. 저자가 아들을 키우는 동안, 또 작년에 시한부를 선고받은 후 아들을 보낼 곳을 찾는 과정은 우리나라 복지 제도의 허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읽는다면 공감하면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아니라 해도 저자의 글 솜씨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나는 읽는 내내 시조카와 형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하고 있다. 이연걸 주연의 <해양천국>과 조지 밀러 감독의 <로렌조 오일>이다. <해양천국>은 지어낸 이야기인데 자신의 미래와 거의 판박이이라 이번에 다시 보며 놀랐다. <로렌조 오일>은 실제 이야기로 의학계가 하지 못한 일을 부모가 해냈다. 저자는 중증장애스펙트럼 장애인을 위한 24시간 돌봄 공동체 마을 피터팬 네버랜드를 짓고 싶다. 죽기 전에 꼭 첫 삽을 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병원의 판정에 따르자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로렌조 오일>오도네 부부처럼 22년씩 매달릴 시간이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하루 빨리 피터팬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


책의 처음에서 아들은 강원도 어떤 시설에서 하룻밤도 자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집으로 돌아왔다. 중반부에서는 김포의 한 시설에서 한 달 가까이 체험을 했는데 입소 불가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에 충청도의 장애인 마을에서 지내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워 유튜브와 브런치를 찾아봤더니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또 피터팬 재단 설립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이 개인 개인의 관심과 응원으로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있는데 국가의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고 느릴 뿐이다. 그것이 씁쓸하다. 저자에게 기적의 시간이 조금만 더 이어지기를 빈다.


저자의 상황이 애절하고 자극적일 수 있는데 스타일이 건조하고 담담하여 읽는 이에게 감정 과잉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 속 유머도 있다.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저자가 책으로 내야만 했던 이유가 드러난 부분을 옮긴다.


p.373

세상과 소통이란 걸 시작하면서 20년간의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게 된 것도 행복했는데, 이제 내 편이 생긴다는 느낌, 아니 이전부터 내 편이 있었다는 느낌에 든든함과 따뜻함이 쌓입니다. 힘 더 내고 잘 버텨서 기어이 제 피터팬 살리고야 말겠습니다. 아들의 내일을 찾아야 하는 혼란스러운 선택과 고민이 이어질 때면, ‘아들이 행복해야 한다로 결정하던 마음을 다시 찾겠습니다.


누군가 타박하시면 자신 있게 답하겠습니다. ‘부모가 끝까지 가정에서 책임져라하시면 대한민국 헌법으로부터 시작되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존권은 국민의 가장 원초적 권리라고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세금도 예산도 부족하다하시면 장애인 복지를 위한 의무적 지출은 전 세계 모두가 하고 있다고, OECD 국가라는 이 나라가 아직 평균에도 못 미친다고 답하겠습니다.당신만 특별해?’라고 하시면 저와 같은 상황 모두가 특별하다고, 저 혼자만을 위한 복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크게 외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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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 캠퍼밴 타는 고양이와 집사의 파리 정착기
권승희 지음 / 크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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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여행을?

고양이가 비행기를 탄다고?

설마! 동화겠지?

믿기 어렵겠지만 실화다.

진짜 이 가족은 고양이를 비행기를 태우고 프랑스로 간다.

4년 간 파리에 살면서 유럽 여기저기로 여행을 다닌다.

물론 고양이와 함께!


고양이와 여행하는 건 냥집사의 로망이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단 고양이를 받아주는 숙소가 드물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는 특성을 진리처럼 믿고 있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과감하게 깨버린 가족이 있다. 턱시도 초롱이와 고등어 새벽이의 가족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아빠가 프랑스로 발령이 나면서 가족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고양이 두 마리를 한국에 두고 갈 순 없는 노릇! 이제 험난한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고양이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물론 프랑스 입국을 위해 검사하고 챙겨야할 서류까지, 이 모든 것에 돈도 어마무시하게 든다. 다행인건 아빠의 회사가 고양이도 가족으로 인정하기에 그 비용을 다 부담해준다는 사실! , 멋진 회사! 읽는 내가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앞 부분은 프랑스 도착 전 준비과정과 독자를 위해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세세히 다루었다. 혹시 고양이를 데리고 출국할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은 무조건 추천각이다.


입국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좌충우돌이다. 이사할 집에 바로 입주하지 못해 호텔을 알아보느라 진땀을 빼고, 고양이가 호텔 방에서 숨어버리거나 밖으로 나가서 찾느라 우왕좌왕이다. 겨우겨우 이삿짐을 풀고 적응한 줄 알았더니 또 고양이를 캠핑카에 태우고 한 달 간 여행을 다닌다. 이 가족 진짜 대단하다!! 제일 배를 잡았던 건 캠핑카에서 고양이 똥 냄새였다. 그 좁은 공간에서 고양이 똥냄새를 고스란히... 그 냄새를 알기에 바로 상상이 되어 키득거릴 수밖에~


고양이와 여행을 다니고, 고양이가 아플 때 수의사와 힘겨운 의사소통을 하는 이야기보다 더 놀라웠던 건 초롱이였다. 과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초롱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다. 주인과 산책을 다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청하고 그것이 관철될 때까지 들이대고 고집도 부린다. 똑똑한 고양이는 다 남의 집 고양이라더니 고 녀석 어찌나 매력덩어리인지! 그런데 책 말미에 초롱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2년 전 떠난 내 고양이 루키 생각이 났다. 루키는 이상 증상을 보인 지 하루 만에 가버렸다. 고양이는 갑자기 떠난다더니...


이 책을 쓴 사람은 가족 중의 막내인데 외국에 있다가 초롱이 소식을 듣고 들어온 다음 날 초롱이가 떠난 것이다. 폐암 확진을 받고 보름이 지난 때였다. 바로 입국하지 않았다면 초롱이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p.258


나는 문득 초롱이가 채혈 때문에 마취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초롱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아픈 것을 감춘 것이었다. 그렇게 악화할 때까지 몸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마취된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평소의 모습을 완벽히 유지했다. 너무나 초롱이답게도. 나는 그것이 초롱이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고양이의 본능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초롱이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이해되었다. 초롱이는 고양이라기보다는 사람에 가까울 만큼 영리했다. 이토록 필사적으로 병세를 감춘 것은 환자로 살고 싶지 않다는 초롱이의 의지였다.

 

이 책은 4년간 프랑스와 유럽을 누빈 고양이 두 마리의 이야기다. 고양이와 함께 해외여행이나 이사를 할 계획이 있다면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좋다. 그럴 계획이 없더라도 냥집사라면 울고 웃으며 공감할 책이다. 물론 집사가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추천한다. 여행하는 초롱이와 새벽이의 사진이 보고 싶었는데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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