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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자는 고백 - 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평점 :

책 좋아하는 사람들~~
여기 한 번 보세요! 오세요, 요세요!
제가 책 한 권 소개하려고요.
김연수, 정세랑, 백수린, 최은영!
다들 아시죠!
네~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가들의 소설 읽어봤을 겁니다.
신형철, 이석원, 요조!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분들 누군지 알고 책도 읽어봤으리라 짐작됩니다.
책 소개 받고 싶으신가요? “책발전소”의 김소영 대표가 엮은 책 <같이 읽자는 고백>을 추천합니다. 이 책을 사면 위에 언급한 7명에 30명을 더해 37명의 편지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 편지 좋아하는 사람, 글 읽기 좋아하는 사람, 유명 작가의 책 추천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실패하지 않을 책입니다.
네~ 저 지금 이 책의 컨셉 흉내 한 번 내봤습니다. 책발전소를 운영하는 김소영씨가 ‘이 달의 큐레이터’ 서비스를 만들어 유명 작가와 명사에게 책을 추천받고 편지까지 받았는데요, 책 추천의 조건이 꽤 까다롭습니다.
1. 베스트셀러 추천이 엄격히 금지되고
2. 자신의 저서나 관계자로서 관여한 책, 이른바 인맥 추천도 안 되며
3. 이미 추천사를 쓰거나 거듭 자신의 채널에서 소개한 책도 제외해야 하고
4. 책을 추천한 다음에는 독자들에게 마음을 담은 한 통의 편지를 써야 한다.
저처럼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이 책으로 한 방에 37명의 편지와 책 추천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분명 여러분도 그러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 소개가 어쭙잖아도 이 책은 절대 그렇지 않답니다.
책을 소개하는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의 편지 발송인들이 추천하는 책들 중에 여러분이 이미 읽은 책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편지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성격 때문에 마치 나에게만 당도한 글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저는 그랬거든요.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책 욕심 많은 저는 책 추천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책에서 추천된 책들 중에 처음 만나는 책은 다 찾아봤습니다. 도서관에 있으면 빌리고 이용 중인 책구독 사이트에 있는 건 바로 서재에 담았지요. 아, 물론 현재 읽고 있는 책 수두룩하고 내서재도 책이 그득하지만 일단 담습니다. 일단 챙기고 봐야 뿌듯하니까요!ㅎㅎㅎ
그런데 더 뿌듯한 건요, 최근에 읽으려고 챙겨두었던 책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신형철 평론가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을 소개했는데, 제가 얼마 전에 읽은 김선정 작가의 <멧돼지가 살던 별>에서 주인공이 읽은 책이었거든요.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서 저도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추천받으면 찌찌뽕 하고 싶거든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아내가 <사랑의 역사>를 쓴 ‘니콜 크라우스’라는 정보까지! 이 책은 제 책장에 있는데 아직 못 읽은...
이렇게 책장에 있는데 못 읽은 책 중에 백수린 작가의 추천 책 <루>도 있어요. 몇 년 전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된 진한 핑크빛 표지의 책인데 책장에 다소곳이 꽂혀 있어서 좀 민망했네요. 백수린 작가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나면 그 글을 쓴 사람도 좋아하게 되어버린다’
백수린 작가는 ‘킴 투이’ 작가의 빛나는 재능에 살짝 삐딱한 마음이 들어 이 책을 좋아하지 말아야지 했다가 다 읽은 후에 못된 마음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래서 저렇게 말한 거랍니다. 어떤가요? 한 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백수린 작가는 이 책의 매력이 소설이 지닌 톤과 소설이 가리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했어요. 저는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보았습니다. 이 소설의 매력을 얼른 보고 싶은데 챙긴 책들이 너무 많네요. 읽지 않아도 벌써 배부릅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온라인 서재에 담은 책들이 있는데 제 책장에서 <사랑의 역사>, <두부>도 꺼냈습니다.
박완서 작가님의 <두부>는 박상영 작가가 추천한 책입니다. 조금 의외라서 궁금했는데 추천 제목에 ‘내 삶의 각도를 조금 변하게 해준 한 사람에 대하여’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죠? 그의 인생책이라고 하네요. 저는 박완서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전작주의자라고 할 순 없지만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김윤식 평론가님과의 인연에 대한 부분을 알고 싶어 <내가 읽은 박완서>를 사놓고 완독하진 못했습니다.
<두부>에는 박 작가님이 평론가님과 외국에 문학탐방을 함께 했던 일화가 나옵니다. 박 작가님은 역사인물 중 고산자 김정호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느낌과 비슷하게 김윤식 선생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특별한 일에 사로잡힌 영혼에게 느끼는 외경과 연민이라고요. 이러한 평가에 대해 김윤식 선생은 <내가 읽은 박완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소년처럼 무안하고 부끄러워 몇 번이고 숨고 싶은 심사였고. 모르긴 해도 고산자께선 모종의 사명감이 그로 하여금 그렇게 치닫게 했지 않았을까. 참으로 딱하게도, 감히 고산자에 비견될 처지는 못 되지만 내겐 어떤 사명감도 없었음이외다. 하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을 뿐이외다."
김윤식 선생은 둘 사이를 길동무라고 표현했는데 박작가님이 언급한 ‘인간적인 약점이나 고뇌, 시시콜콜한 사람 사는 속내’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글을 인정하고 비평하며 길동무처럼 살아오셨다니 참말 아름다운 관계지요.
아, <같이 읽자는 고백> 소개를 하다 말고 너무 멀리 간 거 아니냐구요? 멀리 갔지요.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37통의 편지들에서 각각 한 권의 책만을 추천받는 것은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하나의 책에서 뻗어나가는 길은 수십 갈래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이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편지를 먼저 읽고 그가 추천하는 책을 읽는다면 37권을 읽겠지요. 그러나 앞서 신형철 평론가의 편지에서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뿐 아니라 ‘니콜 크라우스’까지 소개받았으니 두 부부의 책을 다 읽으려면 더 쌓일 거예요.
저처럼 책장에 모셔두고 읽지 않았던 책을 꺼낼 수도 있고, 추천 책과 관련된 책들을 다시 읽어볼 수도 있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책에 파묻히게 될 것이고, 분명 여러분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사은품 책갈피를 꺼내는 순간 감탄의 비명이 나올 겁니다. 저는 혼자만 들고 있기 아쉬워 지인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좋은 책은 많이많이 전파해야잖아요~~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