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터팬 -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는 시한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전경철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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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간암 말기로 6개월 여명을 선고받은 아빠는 중증자폐인 아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 그가 할 일은 하나뿐! 20년간 홀로 아들을 돌봐왔는데 이젠 아들을 돌봐줄 곳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 1000곳이 넘는 장애인 시설이 있지만 아들의 입소는 계속 거부당한다. 얼마나 기막힐까, 얼마나 절박할까?


아무리 역지사지니, 공감이니 해도 우리는 직접 겪지 않은 고통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감히 아는 척 하면 안 된다. <안녕, 피터팬>의 스물일곱 살 아들을 보니 시댁의 조카와 너무 비슷해서 마음이 아렸다. 형님은 딸 셋을 낳은 후 막내아들을 낳았다. 장손을 낳았다고 시어머니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데 그 손자가 두 돌이 되고 세 돌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았다. 시숙은 10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형님이 언제까지 덩치가 산만한 아들을 케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형님은 올해 칠순이고 아들은 39살이다. 형님이 당신 사후에 아들 돌봄을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만일을 위한 대비는 해두었는지 잘 모르겠다. 누나들이 하루 종일 돌볼 수 없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한부를 선고받고 아들을 돌봐줄 곳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목표를 향해 달리느라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암세포들도 후퇴를 한 걸까? 6개월 시한부라고 했는데 1년 넘게 생존중이다. 그 시간동안 그에게 있었던 일은 기적과도 같았다. 전처와 함께 아들을 받아줄 시설을 찾고, 지자체 복지과에 읍소하여 가능한 모든 복지혜택을 받았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무려 8천만원이 넘는 후원을 받았고 MBC <실화탐사대>에 사연이 방영이 되어 엄청난 응원을 받았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기적이라 했다.


<안녕, 피터팬>의 저자 전경철씨는 이 기적과도 같은 일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다. ‘이야기장수편집장은 400쪽이 넘는 책을 속전속결로 만들어 626일에 초판을 냈는데 벌써 3(7/8)에 들어갔다고 하니 이것도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이 책은 저자 자신의 회고록이자 아들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말 못하는 아들을 대신해 아빠와 아들이 함께 한 시간들을 정리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라고들 하지만 복지, 특히 장애인 복지는 갈 길이 멀다. 복지가 필요한 곳에 혜택이 가지 않는다. 받을 사람이 요청해야 겨우겨우 받는다. 정보 격차가 발생하고, 정작 필요한 복지는 사문화된 경우도 많다. 저자가 아들을 키우는 동안, 또 작년에 시한부를 선고받은 후 아들을 보낼 곳을 찾는 과정은 우리나라 복지 제도의 허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이 읽는다면 공감하면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아니라 해도 저자의 글 솜씨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나는 읽는 내내 시조카와 형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영화 두 편을 소개하고 있다. 이연걸 주연의 <해양천국>과 조지 밀러 감독의 <로렌조 오일>이다. <해양천국>은 지어낸 이야기인데 자신의 미래와 거의 판박이이라 이번에 다시 보며 놀랐다. <로렌조 오일>은 실제 이야기로 의학계가 하지 못한 일을 부모가 해냈다. 저자는 중증장애스펙트럼 장애인을 위한 24시간 돌봄 공동체 마을 피터팬 네버랜드를 짓고 싶다. 죽기 전에 꼭 첫 삽을 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병원의 판정에 따르자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로렌조 오일>오도네 부부처럼 22년씩 매달릴 시간이 없다.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하루 빨리 피터팬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


책의 처음에서 아들은 강원도 어떤 시설에서 하룻밤도 자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집으로 돌아왔다. 중반부에서는 김포의 한 시설에서 한 달 가까이 체험을 했는데 입소 불가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에 충청도의 장애인 마을에서 지내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워 유튜브와 브런치를 찾아봤더니 다행히 잘 적응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또 피터팬 재단 설립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이 개인 개인의 관심과 응원으로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있는데 국가의 제도는 여전히 미흡하고 느릴 뿐이다. 그것이 씁쓸하다. 저자에게 기적의 시간이 조금만 더 이어지기를 빈다.


저자의 상황이 애절하고 자극적일 수 있는데 스타일이 건조하고 담담하여 읽는 이에게 감정 과잉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 속 유머도 있다.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저자가 책으로 내야만 했던 이유가 드러난 부분을 옮긴다.


p.373

세상과 소통이란 걸 시작하면서 20년간의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게 된 것도 행복했는데, 이제 내 편이 생긴다는 느낌, 아니 이전부터 내 편이 있었다는 느낌에 든든함과 따뜻함이 쌓입니다. 힘 더 내고 잘 버텨서 기어이 제 피터팬 살리고야 말겠습니다. 아들의 내일을 찾아야 하는 혼란스러운 선택과 고민이 이어질 때면, ‘아들이 행복해야 한다로 결정하던 마음을 다시 찾겠습니다.


누군가 타박하시면 자신 있게 답하겠습니다. ‘부모가 끝까지 가정에서 책임져라하시면 대한민국 헌법으로부터 시작되는 국가의 책임이라고, 생존권은 국민의 가장 원초적 권리라고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세금도 예산도 부족하다하시면 장애인 복지를 위한 의무적 지출은 전 세계 모두가 하고 있다고, OECD 국가라는 이 나라가 아직 평균에도 못 미친다고 답하겠습니다.당신만 특별해?’라고 하시면 저와 같은 상황 모두가 특별하다고, 저 혼자만을 위한 복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고 크게 외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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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 캠퍼밴 타는 고양이와 집사의 파리 정착기
권승희 지음 / 크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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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여행을?

고양이가 비행기를 탄다고?

설마! 동화겠지?

믿기 어렵겠지만 실화다.

진짜 이 가족은 고양이를 비행기를 태우고 프랑스로 간다.

4년 간 파리에 살면서 유럽 여기저기로 여행을 다닌다.

물론 고양이와 함께!


고양이와 여행하는 건 냥집사의 로망이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단 고양이를 받아주는 숙소가 드물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는 특성을 진리처럼 믿고 있기 때문에 감히 엄두를 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과감하게 깨버린 가족이 있다. 턱시도 초롱이와 고등어 새벽이의 가족이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아빠가 프랑스로 발령이 나면서 가족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고양이 두 마리를 한국에 두고 갈 순 없는 노릇! 이제 험난한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고양이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준비해야할 것은 물론 프랑스 입국을 위해 검사하고 챙겨야할 서류까지, 이 모든 것에 돈도 어마무시하게 든다. 다행인건 아빠의 회사가 고양이도 가족으로 인정하기에 그 비용을 다 부담해준다는 사실! , 멋진 회사! 읽는 내가 다행이라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앞 부분은 프랑스 도착 전 준비과정과 독자를 위해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을 세세히 다루었다. 혹시 고양이를 데리고 출국할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은 무조건 추천각이다.


입국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좌충우돌이다. 이사할 집에 바로 입주하지 못해 호텔을 알아보느라 진땀을 빼고, 고양이가 호텔 방에서 숨어버리거나 밖으로 나가서 찾느라 우왕좌왕이다. 겨우겨우 이삿짐을 풀고 적응한 줄 알았더니 또 고양이를 캠핑카에 태우고 한 달 간 여행을 다닌다. 이 가족 진짜 대단하다!! 제일 배를 잡았던 건 캠핑카에서 고양이 똥 냄새였다. 그 좁은 공간에서 고양이 똥냄새를 고스란히... 그 냄새를 알기에 바로 상상이 되어 키득거릴 수밖에~


고양이와 여행을 다니고, 고양이가 아플 때 수의사와 힘겨운 의사소통을 하는 이야기보다 더 놀라웠던 건 초롱이였다. 과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초롱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었다. 주인과 산책을 다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청하고 그것이 관철될 때까지 들이대고 고집도 부린다. 똑똑한 고양이는 다 남의 집 고양이라더니 고 녀석 어찌나 매력덩어리인지! 그런데 책 말미에 초롱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2년 전 떠난 내 고양이 루키 생각이 났다. 루키는 이상 증상을 보인 지 하루 만에 가버렸다. 고양이는 갑자기 떠난다더니...


이 책을 쓴 사람은 가족 중의 막내인데 외국에 있다가 초롱이 소식을 듣고 들어온 다음 날 초롱이가 떠난 것이다. 폐암 확진을 받고 보름이 지난 때였다. 바로 입국하지 않았다면 초롱이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p.258


나는 문득 초롱이가 채혈 때문에 마취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처럼 이번에도 초롱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아픈 것을 감춘 것이었다. 그렇게 악화할 때까지 몸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마취된 사실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평소의 모습을 완벽히 유지했다. 너무나 초롱이답게도. 나는 그것이 초롱이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모든 고양이의 본능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초롱이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이해되었다. 초롱이는 고양이라기보다는 사람에 가까울 만큼 영리했다. 이토록 필사적으로 병세를 감춘 것은 환자로 살고 싶지 않다는 초롱이의 의지였다.

 

이 책은 4년간 프랑스와 유럽을 누빈 고양이 두 마리의 이야기다. 고양이와 함께 해외여행이나 이사를 할 계획이 있다면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좋다. 그럴 계획이 없더라도 냥집사라면 울고 웃으며 공감할 책이다. 물론 집사가 아니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추천한다. 여행하는 초롱이와 새벽이의 사진이 보고 싶었는데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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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정함이 이긴다 - 사람 사이를 살아가는 오래된 지혜
김이섭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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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요즘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문자, 채팅은 그나마 낫지만 전화 통화나 대면은 힘들어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응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점검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AI강의>의 저자 박태웅씨는 우리가 AI를 잘 활용하려면 교양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루 책을 읽어야 하고. 다른 이와 잘 관계 맺기 위해서 필요한 것도 교양이라 생각한다. 많은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한 권을 추천하라면 <결국 다정함이 이긴다>가 적격이다. 이 책은 고전, 속담, 사자성어, 라틴어 경구 등에서 관계와 관련된 글들을 모아 그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정의했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익숙하다 여길 수도 있으나 저자가 그것에서 의미를 이끌어내는 내용을 읽으며 새롭게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너무 옛날 문장이라 고리타분하거나 어렵다고 여길 독자들을 위해 각각의 내용을 짧게 편집했다. 하나의 내용이 두세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고 각 내용의 끝에 요약 문장이 있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이렇게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은 한 번에 다 읽고 책을 덮으면 기억에 남는 게 없을 가능성이 높다. 목차를 보고 그날그날 자신의 감정 상태와 비슷한, 혹은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골라 몇 꼭지만 읽길 권한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내가 힘든 만큼 남도 힘들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면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미루지 않을 것이다. 또 상대의 처지를 다 알지 못하면서 섣부르게 평가하는 말을 해선 안 된다. 이런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아 사회 갈등이 일어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기본을 지키고 살아가는지 돌아보자. 인간관계에서 다정함으로 이기려하기보다 '다정함'이 관계성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에서 고른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열등감을 부추기고 좌절감을 안겨주는 분위기인데 그러면 거짓된 삶을 강요하게 된다. 따뜻한 시선과 따뜻한 말 한마디는 언제나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진정한 동행은 누군가의 곁에 머무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것이다.”


진실된 사랑은 아낌없이 내어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인생 무대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주연이고 조연이다.”


상대방이 잘 지내기를 바라야 한다. 그러면 나 자신도 잘 지낼 수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손길이 가장 깊은 배려다.”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다. 남이 변하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진정한 친구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하고 나를 나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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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우리그림책 155
박성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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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박성은 작가의 그림책 <>은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입니다.

 

캄캄한 어둠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아이와 고양이는 숨바꼭질 하듯 서로를 찾다가도 제 몸짓에 도취되어 몰입하는 것 같습니다.

한밤의 이 놀이가 2차원 평면 안에서 춤추는데 역동성이 색으로 표현되는 것이 그저 놀랍습니다.



 

"" 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후부터 진짜 숨바꼭질이 시작됩니다.

누굴 찾는 걸까요?

고양이에게 들킨 건?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언제 그랬냐는듯 아이와 고양이가 껴안고 잠든 모습을 본 순간 손이 절로 뻗어졌네요.

쓰다듬으려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보았는데!

!!

클로즈업된 둘의 표정에 숨멎~~


 

고양이와 아이는 꿈을 꾸는 걸까요?

진짜 춤을 춘 것이든, 뭔가를 잡으려는 것이었든, 꿈이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이렇게나 평화롭고 사랑스러운걸요!

어린이와 함께 읽고 고양이춤 한바탕 춰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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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이희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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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이희영 작가의 신작 <낙하>를 읽었다. 이희영 작가는 <페인트>로 처음 만났고 이후로도 청소년 소설을 주로 읽었다. 최근에는 <셰이커><안의 크기>처럼 성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출간했는데 사실 나는 좀 어색했다. 청소년 소설이었을 때는 격하게 공감이 되었는데 성인 소설은 조금 덜 했다. 이번에 밀리의 서재에서 출간 전 가제본 이벤트로 보내준 <낙하>독선적인 사랑이야기였다.


가제본과 함께 보내준 리딩 가이드에서 읽은 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고 하니 떠오르는 게 비겁독선이었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로 바깥이야기의 주인공이 잎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보여주면서 교차 진행된다. 그 소설 속 주인공인 의 사랑을 나는 독선적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비겁하고 이기적인 새끼라고 표현했지만 것보다 더 못되고 지독했다.


가장 오래 남은 사람은 이었다. 독자마다 상황과 경험이 제각각이니 공감하는 지점이 다르겠지만 나는 현이 너무 불쌍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엄마를 지키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다른 이에게 엄마를 빼앗겼고 그 공허한 자리를 채워준 을 사랑하지만 그것은 사회적으로 금기다. 현은 네 가족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가장 완전체라고 느꼈지만 동생 진이 태어는 후부터 새 가정에 겉도는 기름 같았다. 가족이지만 가족이 아닌 것 같은...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데 뭐 그리 큰 문제냐 응원했지만 사회적 금기보다 더 걸림돌은 동생 진이었다.


고등학생이 된 진이 둘의 사이를 눈치 채고 나서부터의 행동은 연적의 태도였고 비겁한 술수뿐이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10대의 얼치기 사랑 같지만 진에게는 세상 전부의 사랑이다. 그에게 정은 엄마와 누나와 연인을 모두 품은 존재이므로. 그래서 진의 사랑에 마음이 가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그가 다 망쳐놓았다는 원망밖에 안 든다. 스스로 깨달은 아래 문장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붕괴할까 두려웠던 건 그를 둘러싼 안락한 세계가 아니었다. 정작 자신은 부재했기에 함께할 수 없었던 결핍의 세계를 무너뜨리고 싶었다.”


사회적 금기보다 개인의 질투가 비극을 낳은 것이다.


편히 마음 둘 곳 없던 현에게 안식과 웃음을 주었던 건 정이었는데 안타깝고 아프다. 낙하라는 제목이 선명해진 순간이 언제였냐는 리딩 가이드 질문은 책을 읽는 중 질문이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 생각해보았다. 맨 앞으로 돌아가 교통사고 장면을 다시 읽으며 낙하를 떠올렸다. 캄캄한 밤에 흩날리는 눈과 대비되는 선혈, 힘없이 처지는 육체위로 떨어지는 눈은 낙하, 두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낙하였다.


사랑이야기지만 가족이야기이기도 한 이번 소설은 가슴이 먹먹했고 접어둔 문장도 많았다.


"관계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그 관계를 참고 노력하는 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그게 자신이 아니라면 분명 상대일 텐데."


"가족 사이에는 투명하고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는 것 같아. 그게 나를 지탱해주고 기댈 수 있게 하는데 가끔은 너무 옥죄어오거든."


"인간은 가장 가까운 존재의 희생을 가장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든."


"어차피 인간은 자신조차 구원하기 어려운 존재들이야. 상대는 더더욱 불가능하겠지. 그러니 자책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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