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 - -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한 도전
이리나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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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은 무조건 좋다고 믿는 사람이다. ‘책팔랑귀라고나 할까. 책도 책 나름이라며 교차검증하지 않은 채 저자의 주장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과학도서나 이론서적이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고 본다.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 한 건 죄다 해보고 싶은 따라쟁이다. 직접 해봐야 내게 맞는지 아닌지 알 게 아닌가. 소설이든 에세이든 그 작가가 읽은 책은 나도 찾아 읽고, 들었다는 음악을 검색해서 틀어놓고 동감포인트를 찾고 싶다. , 책 속의 어떤 장소가 외국일 경우에는 간접 경험으로 만족해야하니 안타깝다.


나는 부러워하기 대마왕이다. 열렬한 사랑을 받는 소설 속 주인공이 부럽고,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워 시집을 낸 할머니가 부럽고,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이 너무 부럽고, 사진집 속 평범한 모녀 사진을 들여다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지금 하는 일이 있고 가진 게 적지 않음에도 내게 없는 것, 내가 잘 못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번역가로 활동 중인 이리나 작가의 첫 에세이집 <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를 읽으면서도 나는 계속 부러워했다. 이 책은 그녀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기다. 스스로를 몸치라 해놓고서는 몸으로 하는 스포츠에 계속 도전했다. 수영은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지만 스쿠버다이빙은 그리 대중적이지 않은데 가족이 다이빙 투어를 했다니 대단하지 않나. 수영과 스쿠버다이빙으로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해녀에까지 도전했다니!


, 여기서 잠깐! 삼치부인에서 삼치는 생선이 아니다. 길눈이 어두워 길치, 숫자에 약해 수치, 몸으로 하는 활동과 운동에 젬병이라 몸치, 그리하여 작가는 스스로를 삼치부인이라 부른다.


나도 수영을 배우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물이 무서워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 두어 달 다니다 그만뒀다. 그때가 이십대 초반이었다 작가는 나처럼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게 다행이었다면서 작가는, ‘모든 분야의 만학에는 단점 못지않게 장점이 많다고 했다. 따라쟁이인 나는 그 말에 수영에 다시 도전해봐?하는 생각이 불끈! 앗차차... <아무튼 발레><어떤 꿈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를 읽고 나서 미루고 미루다 5월부터 발레학원에 등록했는데 일단 발레 도전부터!


나는 이리나 작가와 블로그 이웃이고 3년 전엔 직접 만난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다는 느낌 보다는 옆집 언니와 수다를 떠는 기분이었다.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자세히 얘기해줄테니 잘 들어봐~ 하면서 더 재미지게 썰을 풀어내주는 것 같았다. 쌍방 소통은 아니었지만 신나는 수다 타임이었다. 그만큼 모든 꼭지들이 다 재미있다. 오랫동안 번역을 해왔기 때문에 글솜씨가 좋은 이유겠지만 말이다.


블로그 이웃으로 만나 비슷한 정치성향임을 확인하게 되면 마음을 쉽게 열게 된다. 그러니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는 여간 기쁜 게 아니었다. 나는 하고재비(경상도에서 뭐든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이 역시 비슷했다. 작가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한다. 몸치인 게 드러나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도 그만두지 않았다. 끈기로 똘똘 뭉친 태도가 강사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수강생으로 보였고 결국엔 끝까지 남는 한사람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좀 다르다. 나는 끈기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조금 하다가 시들해져 관둔 것들이 꽤 많다.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은 요가이고, 일을 하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은 서평쓰기이다. 2018년부터 블로그에 서평 올리기를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하고 있다. 서평쓰기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신간 욕심 때문이다. 이 놈의 물욕을 놓지 못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독서를 좋아하는 것만은 분명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서평을 쓰려고 시작한 글이 삼천포로 새고 있다. 이 책에서 좋았던 것을 얘기해야겠다. 1장에서 5장까지는 작가의 각종 도전 챌린지를 재미있게 풀어놓았고 6장 바다의 여성들, 해녀 이야기에서는 해녀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터뷰다. 스쿠버 다이빙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한 해녀 체험을 통해 바다와 해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이 장이 다른 에세이집과 가장 차별화 되는 지점이라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신세대 해녀 신호진씨에게는 글쓰기를 독려했고, 거제 해녀학교 김성량 교장선생님은 사라져가는 해녀 문화를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은퇴 해녀 현삼강 선생님 편에서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해녀로 평생을 살아온 한 분의 생애에 숙연해졌다. 중년에 꿈을 이룬 홍채숙 해녀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활력이 글 속에서 펄떡였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나이 듦이라는 예술품을 만들기 좋은 나이에 와 있다어설퍼도 더 나은 예술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에 진심을 쏟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썼는데 또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는지 급궁금해진다. 뭘 하든 열심히 할 게 분명하니 다음 책은 어떤 도전기일지 자못 기대가 된다.


그런데 끝까지 나를 부럽게 만드는 문장이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뮤즈였고 물에서도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준 환한 햇살 같은 아들 


이라니! , 나도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역시 남의 집 아들은 엄마에게 뮤즈구나. 우리 집 남자 셋은... 할말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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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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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은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일본 클래식 저술가 ‘나카가와 유스케’가 고른 10개의 교향곡을 소개한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손길이 갈 만한 책이다. 책에서 다루는 교향곡의 제목은 아래와 같고, 저자는 제목이 있는 교향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주피터

베토벤의 영웅, 운명, 전원

슈베르트의 미완성

베를리오즈의 환상

차이콥스키의 비창

드보르작의 신세계

말러의 거인

쇼스타코비치의 혁명

독자가 꼽은 10대 교향곡과 저자가 선택한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힌다.

나의 취향이나 애청곡이 아니라 교향곡의 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곡을 선정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된 열 곡 모두 이름 정도는 익숙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곡 전체를 들은 적은 없더라도 유명한 부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열 개의 교향곡이 어떻게 작곡되었는지, 명작이 탄생한 배경에 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곡의 음악적 구조를 분석 해설하거나 명연주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위 설명처럼 역사와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컨대 저자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3곡이나 선정했는데, 이 곡들이 프랑스 혁명 시기에 작곡되었기 때문에 나폴레옹과 당시 정세를 베토벤의 상황과 잘 직조해내었으며 연표로도 비교해 두었다.

열곡을 소개하기 전에 교향곡이란 어떤 음악인지를 먼저 설명하기 때문에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교향곡의 역사, 구조, 협주곡과의 비교, 표제음악까지 언급하며 이해를 돕는다. 그러므로 클래식 입문자 보다는 어느 정도 초급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의 인기가 가히 전세계적이다. 이에 임윤찬의 지도교수 손민수부터 10년 전 쇼팽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조성진까지, 피아노 음악과 연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통 클래식을 처음 접할 때 듣는 독주곡이 피아노곡이며 일반인이 악기를 배우려고 할 때 쉽게 선택하는 것 역시 피아노다. 어느 정도 독주음악을 듣고 나면 점차 연주 악기의 숫자가 늘어나는 피아노 삼중주나 현악사중주, 협주곡, 교향곡 순으로 감상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그동안 클래식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어왔는데 이 책은 결이 조금 달라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곡가가 살았던 역사적 상황과 그 곡을 어떻게 작곡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으니 한 곡을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작곡가의 짧은 전기를 읽는 기분도 갖게 해주므로 관심이 생긴 작곡가를 깊게 다루는 책들로 확장독서로 나아갈 기폭제가 되는 책이다. 이를테면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시리즈의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으로 나아간다면 한 작곡가의 생애와 음악 세계를 심도 깊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강헌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 3장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비교하고 있는데 저자의 관점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에는 클래식계에 전해오는 말 중에 잘못 전해진 것들을 정정해주는 것이 있어 소개한다. 유명한 말 중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실제로는 하지 않았다)는 말,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가 유명한 예인 것처럼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운명 교향곡’의 일화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운명 교향곡’이라 부른다. 첫머리의 ‘다다다단’에 관해 제자가 질문하자 베토벤이 ‘운명이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하여 ‘운명’이라고 불렸다고 전해지는데 실제로 베토벤이 그렇게 말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그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어서 학술적인 책에서는 운명이라고 적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경우 저자가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된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2악장까지만 쓰여진 이 악보가 발견된 이후 미완의 이유를 찾으려는 연구가 많았는데 아래 다섯가지 설 중에 저자는 3번과 4번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다.

1. 실연설: 카롤리네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2. 베로벤설: 베토벤이 들어 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지나치게 바빠서 설: 중간까지 작곡했지만 오페라 작곡 등의 의뢰가 들어와서 도중에 그만두었다.

4. 중병설: 병이 나서 중단한 데다 투병 생활 동안은 작곡할 마

음이 들지 않았다.

5. 트러블설: 친했던 휘텐브레너 형제와 어떠한 트러블이 발생하면서 그들에 대한 의리로 작곡했던 이 곡을 더 이상 작곡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도중에 그만두었다

이 외에 예술적 이유가 있는데, 2악장까지의 완성도가 높아서 그에 걸맞은 3,4악장을 생각할 수 없었다는 설이 자주 언급된다. 즉 ‘미완성 교향곡’은 예술적으로는 미완성이 아니라 훌륭하게 완성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보통 그러하겠지만 나 역시 클래식 음악은 듣던 곡 위주로 듣는다. 연주자나 지휘자를 바꿔 들으며 특정 부분의 미묘한 차이를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한 두 번정도 밖에 안 들은 것 같다. 베를리오즈의 생애와 사랑을 흥미롭게 읽으면서 ‘환상 교향곡’을 배경음악처럼 틀었다. 들어보니 2악장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쓰인 곡이었고 4악장과 5악장은 낯설었다.

이렇게 해당 교향곡을 들으면서 읽으면 작곡가와 곡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한 곡을 정해 다른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는 것도 색다른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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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고래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41
박경희 지음 / 단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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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청소년 탈북문학 전문작가로 불리는 박경희 작가의 신작 <사막 고래>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은 두물머리 언덕 위에 들어선 대안학교 ‘날개 학교’가 배경이다. 학생들에게 멋진 날개를 달아주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아들을 잃은 아픔이 있는 교장 선생님과 학생들의 길라잡이가 되고 싶은 나침반 선생님, 신입생 은우, 유주, 나은, 수호가 주축이 되어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는 대안학교라는 공간적 배경 속 각기 다른 사연과 고민을 가진 학생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청소년 독자들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며 소설을 읽을 것이다. 또 그들이 진로를 찾기 위해 하는 활동을 간접 체험해봄으로써 막연하던 꿈이 선명해지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내가 만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학생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지 않는 ‘날개 학교’를 부러워 할 듯싶다.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수의 남학생들이 놀고 먹으며 게임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부모가 시키는 공부를 꾸역꾸역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 하는지 모르고 공부기계처럼 학교와 학원을 오간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입시를 위한 공부에 매몰되지 말고 고개를 들어 시야각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속 아이들의 상황이 좀 극적이긴 하지만 대부분 청소년의 고민은 등장인물 네 명의 그것과 유사하게 분류된다. 학부모와 교사로서 내가 유심히 바라본 지점은 부모들이었다. 허무감에 빠져 있다가 여행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되는 유주의 경우는 아빠가 사진작가라서 딸과 함께 여행하며 경험을 많이 쌓도록 도와준다. 수호는 유주와 정반대다.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키워졌는데 삼촌에게 학대를 받아서 비뚤어졌고 5호 처분(장기 보호 관찰)으로 날개학교에 오게 되었다. 부모가 번듯함에도 심각한 결핍을 느끼는 은우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고 여긴다. 각각 재혼한 부모는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가 간헐적 부모 역할을 하는 그들을 이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잘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어떻게든 공부를 많이 시키려고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한국에서 번듯한 일자리를 가지고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너나없이 한결같다. 그런데 자녀가 사춘기를 지나 청소년기가 되면 일방적인 강요와 간섭이 잘 먹히질 않는다. 자녀가 부모를 절대자가 아닌 평범한 개인이라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시점이 되기 때문에 이 시기 자녀와의 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모든 안테나를 공부에만 집중하고 자녀의 마음 상태에는 별 관심을 쏟지 않는다.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부모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물론 부모도 완벽하지 않은 한 인간인지라 늘 자녀에게 바람직한 모습만 보일 순 없다. 이혼했다고해서 모든 자녀가 비뚤어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고 부모이기에 아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선행되었을 때 공부에 관심이 생기고 자신의 미래도 꿈 꿀 여력이 생긴다.

작가는 이 책에서 여러 양상의 부모들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부모들이 꼭 읽길 추천한다. 책에 나오는 부모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내 아이에게 성적만 강조하지는 않았나, 교우관계에 얼마나 신경을 썼던가, 아이들이 가장 오래 생활하는 학교에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생각해보며 진정으로 내 아이를 위한다는 것이 무엇일지 돌아보자. 청소년 흡연, 학습 및 진로, 대안학교 등 책에서 다룬 것처럼 아이와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럼 수호와 같이 부모가 없거나 이혼처럼 어떤 이유로든 부모가 자녀와 소통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작가는 ‘날개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나침반 선생님 같은 어른을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작가는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북토크를 자주 하고 있기에 현장에서 열성적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을 것이다. 학생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을 믿어주고 응원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의 부재를 교사가 100프로 메꿀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 성심으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

교권 추락이라는 말이 어제 오늘 회자된 건 아니나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로 선생님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중학교에서 20년 넘게 국어교사를 했던 내 친구도 올해 명예퇴직을 했다. 점점 학생들을 지도하기 힘들어졌고 학부모들 대하기가 무서워졌다고 했다. 사회 곳곳에서 여러 직업을 AI가 대체할 것이라지만 선생님과 친구는 AI가 대신할 수 없다.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공부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배우기 때문에 그것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아이들이 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원하는 일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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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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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중학교 때인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자기가 남자를 사랑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동성애 코드를 다룬 드라마를 보던 중이었는데 당시 그 드라마는 꽤 파격적인 설정으로 논란이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엄마가 아들에게 말했던 것과 비슷한 대답을 나도 했던 것 같다. 아들의 성정체성이 그러하다면 인정해줘야지 내가 뭘 어떻게 바꾸겠냐고. 멋있는 척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 주위엔 동성애자가 없어서 책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만나는 게 내가 아는 전부다. 동성애자는 커밍아웃을 했을 때의 후폭풍 때문에 보통은 정체성을 숨기고 산다. 커밍아웃 후에 발생하는 갈등 중에서 부모의 비난이 가장 큰 것 같다. 본인보다 더 괴로워하는 부모의 입장을 그린 것들이 많다보니 내 시야가 그러한 구도에 매몰되어 있었다.


윤슬빛 작가의 신작 단편집 <플랜B의 은유>의 표제작 플랜B의 은유는 정반대의 시선이다. 투명인간으로 살기 싫었다는 재호 엄마와 플랜B 이모와의 관계가 나온다.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하는 그들의 아들인 재호와 딸 은유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엄마 독자의 입장에서 좀 당황스러웠다. 이혼 후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엄마는 자연스러우나 그 대상이 여자라서 어색한걸까. 아들의 커밍아웃에 인정하겠다고 말했던 나는, 쿨한척 하고 싶었던 이중적인 인간이었던 거다.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임에도 상대가 이성일 때에만 정상이라는 전제가 내 인식체계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고를 지배한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혐오어린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영화 <캐롤>처럼 동성애를 아름답게 다룬 작품들을 감동적으로 봤으면서도 자꾸 미디어 때문이라고 말하면 비겁한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윤슬빛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는 동성애 코드가 주 소재이며 주인공들은 모두 청소년이다. 그들의 삶이 그리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상은 나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소설 7편의 분위기가 그리 어둡지 않기 때문이다. 십대만의 싱그러운 생명력과 작가의 스타일이 소재가 품은 한계를 넘어선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로 인해 고달픈 주인공들도 있지만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주인공들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지키고 싶었던 진짜 비밀을 고백해버린 고백의 채경에게, 무책임한 부모 대신 동생을 돌보며 알바를 하는 환환 밤의 주인공에게, 너 그대로 충분하다고 “Freely in the closet”의 유안에게.


며칠 전 작고하신 홍세화 선생은 책 <미안함에 대하여>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자유롭지 못한 사회는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라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자유로운 사회가 될 날이 요원할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인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어디든 다닐 수 있고, 성소수자가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너무 오래지 않게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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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그림꿈 Dear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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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 호라이>, <호랭 떡집>을 낸 서현 작가의 신작 그림책 <풀벌레그림꿈>은 독특하고 오묘한 매력이 있다. 표지는 하드보드지 정도의 두께감이고 앞뒤 표지 중앙에 지름 3cm정도의 구멍이 뚫려있다. 표지의 두께 때문에 양장본의 느낌이 나는데 제본은 누드사철제본이다. 그림책이 양쪽으로 완전히 펼쳐지지 않아 전체 그림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누드사철제본은 그런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의 내지 그림에는 여백이 많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모티브로 삼아 주인공이 풀벌레이고 친구 쇠똥벌레와 방아깨비같은 곤충들은 물론 오이 도라지꽃, 수박 먹는 쥐들의 정겹게 펼쳐진다.


내지 그림을 살펴보면, 아주 작은 주인공 풀벌레의 생활이 오른쪽에 세 컷으로 표현되고 왼쪽 면은 비어있다. 어떤 페이지는 왼쪽은 문장 한 줄, 오른쪽에는 풀벌레가 그려져 있다. 그 풀벌레가 얼마나 작은지를 표현한 장면이 있다. 수박이 한 페이지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고 수박이 제집인양 들어가 앉아있는 쥐 앞에서 선 풀벌레는 쥐의 10분의 1 크기도 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풀벌레가 살고 있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독자는 마치 거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풀벌레가 꾸는 꿈은 더욱 기막히다. 사람이 되는 꿈을 꾼 풀벌레가 친구 쇠똥벌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다리가 네 개뿐이라 힘들더라.” 쥐에게 얻은 수박 한 덩이를 다 먹고서 배가 볼록해진 쇠똥벌레가 쪼그만 수박을 들고 있는 풀벌레에게 반을 나눠달라고 하는 장면에선 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또다시 꿈 속에서 사람이 된 풀벌레는 화분을 깨트린 뒤 자신이 풀벌레로 변하는 꿈을 꾼다. 풀벌레가 사람이 되는 꿈을 꾸는 것인지, 사람이 풀벌레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풀벌레 꿈 속의 사람이 꿈을 꾼 것인지... 그리하여 독자는 풀벌레가 사람인지 사람이 풀벌레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해놓고는 나 꿈꿨어.”라는 말로 끝이 난다.


내가 사는 지금이 꿈 속인지 누군가의 꿈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것인지, 이것이 꿈이라면 깨고 싶은지 이 꿈 속에서 계속 살고 싶은지, 오래오래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표지부터 그림과 내용까지 오묘하기 그지없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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