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일까. 그토록 바라온 일인데.」니르바나의 전신이 자잘한 균열로 뒤덮였다. 발, 다리, 허벅지, 가슴...... 부서진 조각은 고스란히 [제4의 벽]으로 빨려들었다.
「나는 왜 이것을 두려워할까.」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죽음의 공포. 죽는다는 것. 이후가없다는 것. 생각할 수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고,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조차 없다는 것.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순간 감겼던 니르바나의 눈이 번뜩 떠졌다.
190「싫어.. 싫다!」그러나 입이 흩어진 니르바나는 그 말을 외칠 수 없었다.」앞으로 내뻗은 팔이 허망하게 사라졌다.」「애초에 실존이란 그렇게 아름다운 게 아닌 것이다.」
죽음에 달관한 필멸자는 없다. 모든 존재는 죽음 앞에서 무력하다. - P90

천장을 비롯한 벽 곳곳에서 시나리오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명 속에 죽어가는 화신들, 그걸 보며 낄낄대는 성좌들. 그모습을 보며 나는 여기가 어떤 곳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간의 모든 비극이 만찬이 되는 곳.
연회 홀 2층을 올려다보았다. 시끌벅적한 1층의 위인급 성좌들과 달리 불길한 침묵으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성좌들이 있었다. - P134

멸악의 심판자
나의 ‘불살‘을 지켜주기 위해서 모든 것을 ‘몰살‘해야 했던사람.
"시나리오에 쫓기듯 살지 않아도 돼요. 누군가를 죽였다는이유로 악몽을 꾸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이제………."
정희원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나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시선을 회피하듯 말을 맺었다.
"누군가를 잃지 않아도 돼요."
가장 단단한 검은 가장 부러지기도 쉽다. 단단하다는 이유로 제일 많이 휘두르게 되니까. 가장 많이 상처받고, 가장 이가 많이 빠진다. 그렇기에 어떤 검보다 빨리 망가진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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