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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의 질주 - 신은 내게서 두 다리를 앗아갔지만 나는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지아니 메를로 지음, 정미현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7월
평점 :
진정한 철각,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포스로 필드를 누비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읽어봤다.
"패배자는 결승선을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달려보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어머니가 했다는 말이 표지에
박혀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자기부정과 절망을 이겨내고 우뚝 선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읽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그의 삶은 내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다.
집에서부터 그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종아리뼈없이 태어나 절단수술을 받고 의족을 맞춰나가는 동안에는 적절한 관심과 보호를
받았지만 여느 아이와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자랐다. 오히려 그의 여동생이 집안에서 애지중지되었고 오스카는 다른 보통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성장했다.
모래사장에 찍힌 발자국이 특이해서 다른 아이들이 재미있어했다는 얘기, 내리막길에서 폭주하는 카트에 의족을 끼워 무사했다는 얘기,
스토브 위로 지나가려다 다리가 타 버렸다는 얘기, 다른 아이가 장난치다 다리를 부숴 패닉에 빠진 얘기 등이 아니었다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특이한 다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을 정도로 장난꾸러기에 말썽쟁이였다. 항상 새 신발을 신는 것 같아 좋다는
너스레, 상어에게 다리를 물렸다고 뻥을 치고 다녔다는 얘기엔 살짝 멘붕이었다. 어쩜 저렇게 낙천적일 수 있을까?
'남들은 내가 나 자신을 보는 관점으로 나를 판단한다'는 말이 인상적이긴 했는데 '다름'을 '틀린' 것으로 오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힘이 아닐 것이다. 그의 주변환경 모두가 그의 다리가 아니라 그의 영혼을 봐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은 기적이 아닐까?
13, 14세에 담배피고 차를 몰던 악동은 정글같은 기숙고등학교에서도 자신의 몫을 해내며 학교 럭비선수로 활약했는데 어느 날 부상을
당하게 된다. 보통 사람도 하기 힘든 일들을 오히려 더 잘하는 이 사람, 정말 연구대상이다.
부상을 계기로 가벼운 의족을 착용해보곤 재활을 위해 육상을 권유받은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내며 두각을 나타낸다.
스포츠맨으로서의 마인드컨트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법 등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선 멍해졌다. 이 사람 다리에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다리에 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보는 독보적 존재에 놀란 탓인지 세계육상연맹은 그의
다리가 오히려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며 시비를 걸었고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도움 끝에 그는 한 사람의 당당한
육상선수로 인정받게 된다. 간간히 나오는 다리 관련 내용이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젊은이의 일기장이 잘못 출판된 게 아닐까 할 정도의
내용이어서 놀랐다. 장애인 운동선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위대한 성취를 보여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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