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의 질주 - 신은 내게서 두 다리를 앗아갔지만 나는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지아니 메를로 지음, 정미현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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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의 질주

작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지아니 메를로
출판
작은씨앗
발매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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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철각,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포스로 필드를 누비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읽어봤다.

 "패배자는 결승선을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달려보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라는, 그의 어머니가 했다는 말이 표지에

박혀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자기부정과 절망을 이겨내고 우뚝 선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읽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그의 삶은 내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다.

 집에서부터 그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물론 종아리뼈없이 태어나 절단수술을 받고 의족을 맞춰나가는 동안에는 적절한 관심과 보호를

받았지만 여느 아이와 똑같은 대접을 받고 자랐다. 오히려 그의 여동생이 집안에서 애지중지되었고 오스카는 다른 보통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것 없이 성장했다. 

 모래사장에 찍힌 발자국이 특이해서 다른 아이들이 재미있어했다는 얘기, 내리막길에서 폭주하는 카트에 의족을 끼워 무사했다는 얘기, 

스토브 위로 지나가려다 다리가 타 버렸다는 얘기, 다른 아이가 장난치다 다리를 부숴 패닉에 빠진 얘기 등이 아니었다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특이한 다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을 정도로 장난꾸러기에 말썽쟁이였다. 항상 새 신발을 신는 것 같아 좋다는 

너스레, 상어에게 다리를 물렸다고 뻥을 치고 다녔다는 얘기엔 살짝 멘붕이었다. 어쩜 저렇게 낙천적일 수 있을까? 

 '남들은 내가 나 자신을 보는 관점으로 나를 판단한다'는 말이 인상적이긴 했는데 '다름'을 '틀린' 것으로 오인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힘이 아닐 것이다. 그의 주변환경 모두가 그의 다리가 아니라 그의 영혼을 봐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은 기적이 아닐까? 

 13, 14세에 담배피고 차를 몰던 악동은 정글같은 기숙고등학교에서도 자신의 몫을 해내며 학교 럭비선수로 활약했는데 어느 날 부상을 

당하게 된다. 보통 사람도 하기 힘든 일들을 오히려 더 잘하는 이 사람, 정말 연구대상이다.  

 부상을 계기로 가벼운 의족을 착용해보곤 재활을 위해 육상을 권유받은 그는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내며 두각을 나타낸다. 

 스포츠맨으로서의 마인드컨트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법 등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에선 멍해졌다. 이 사람 다리에 장애가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다리에 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보는 독보적 존재에 놀란 탓인지 세계육상연맹은 그의

다리가 오히려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며 시비를 걸었고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도움 끝에 그는 한 사람의 당당한

육상선수로 인정받게 된다. 간간히 나오는 다리 관련 내용이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젊은이의 일기장이 잘못 출판된 게 아닐까 할 정도의

내용이어서 놀랐다. 장애인 운동선수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가 이번 올림픽에서 위대한 성취를 보여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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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와 오르세의 명화 산책 - 보티첼리에서 마티스까지 두 미술관의 소장 명화로 보는 서양미술 이야기
김영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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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와 오르세 명화 산책

작가
김영숙
출판
마로니에북스
발매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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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오르세 미술관은 특별하다. 가 본 미술관보다 가보지 못한 미술관이 더 많겠지만 누가 나에게 세계 최고의 미술관이 어디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전혀 망설임없이 말할 것이다. 오르세라고. 

 루브르전을 보러가려 계획하던 차에 루브르와 오르세 두 거물에 초점을 맞춘 책이 나왔다길래 반가워 읽어봤다. 

 그냥 가볍게, 두 슈퍼스타의 소장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 대단한 역작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땐 생각보다 많은 텍스트에 살짝 압도당했다. 그림들을 보고자 했는데 괜히 텍스트로 채워놓은 건 아닌가 걱정도 했다.

 그런데 그 텍스트들 중 허튼 것들은 없다. 모두가 귀중한 정보와 친절한 해설이다. 그림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뿌리와 줄기들이다. 단순히

루브르와 오르세의 작품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주제, 화가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유려함은 일품이다. 한편 애초에 책의

포커스가 루브르오르세인 것도 분명 한 가지 원인이지만 서양회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두 컬렉션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두 곳의 작품들에서만 레퍼런스를 찾겠다는 제약을 걸지 않았음에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두 곳의 보물들.

 그림들은 꽃처럼 자태를 뽐낸다. 모든 작품을 풀사이즈로 잉크 아끼지 않고 뽑아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볼 만하다. 

 일본 번역서 등을 통해 예술쪽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나라 저자의 책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다. 이 책은 그런 갈증을 아주 시원하게

해소해준다. 루브르와 오르세의 탈을 쓴 수준 높은 대중미술책이다.

 제목만 보고 값싼 관광정보지일 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던 나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진다. 거대한 루브르를 알차게 즐기는 

동선 등에 대한 정보도 빼먹지 않고 들어있지만 서양회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조력자 역할도 해내는 팔방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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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맹자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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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맹자

작가
최인호
출판
열림원
발매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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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소설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데 '공자'라길래, 그것도 최인호 작가라길래 한 번 읽어봤다. 알고보니 작가가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

<유림>에서 '맹자' 파트를 추려 펴낸 책이다. 연재될 당시엔 유교하면 진절머리 내던 때라 그냥 휙 넘겨버렸는데 읽게되니 무슨 연인가

싶다. 

 소설이라지만 흔히 떠올리는 그런 형식은 아니고 맹자의 삶을 따라가며 작가가 주석을 다는 식의 구성이다. 맹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따라가며 그가 펼친 가르침을 차근차근 되밟아보게 된다. 

 다소 어정쩡한 공자의 출생과는 달리 맹자는 귀족 태생이었다. 공자 사후 한 세기가 지난 상황에서 태어난 그는 전국시대의 제자백가와의

논쟁을 통해 유가의 가르침을 지키는 싸움꾼으로, 그 과정에서 유교의 사상과 뿌리를 두텁게 만드는 중시조가 된다.

 공자가 살던 시대도 혼란의 시대였지만 맹자의 시대는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천하에는 잡놈들, 혹세무민하는 악당들을 포함한 각종

사상가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힘을 얘기하지 않는 맹자는 그 뜻을 펼치는 데 애로가 있었고 그 역시 공자처럼 실제 

정치보다는 학문적 토양을 닦는데 기여하게 되는데, 어쨌든 그는 유가의 정당성을 보호하고 타 사상의 모순을 지적해내는 논쟁가로서도

이름을 떨쳤다. 맹자가 이런 투쟁적 기질을 갖고 있었다는 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윤리 교과서에서 성선설이니 사단설이니 하는 것들만

배우다보니 그냥 골방에 틀어박혀 책이나 쓰는 맹한 아저씨를 상상했는데 그렇지 않은가보다.

 맹자가 활동하던 시기 천하에 퍼져있던 사상 중 맹자가 가장 적대시한 것은 양주와 묵적의 사상이었다. 그들과의 논쟁이 맹자의 사상

정립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책에서도 제자백가를 상당한 비중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덕에 책은 좀더 지식을 쌓는데 유리해졌다.

 특히나 묵가 얘기는 흥미로웠다. 예수가 태어나기 전 그와 비슷한 얘기를 했던 묵자. 천하디 천한 신분에서 태어나 박애주의를 설파하며

비밀결사의 성격까지 띄었던 그 사상이 흥미로웠다. 법가를 대표하는 한비자와 이사는 순자의 제자이고 그래서 상당한 경지의 유학자였던

순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등의 얘기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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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자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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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공자

작가
최인호
출판
열림원
발매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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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래 소설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데 '공자'라길래, 그것도 최인호 작가라길래 한 번 읽어봤다. 알고보니 작가가 신문에 연재했던 소설

<유림>에서 '공자' 파트를 추려 펴낸 책이다. 연재될 당시엔 유교하면 진절머리 내던 때라 그냥 휙 넘겨버렸는데 읽게되니 무슨 연인가

싶다. 

 소설이라지만 흔히 떠올리는 그런 형식은 아니고 공자의 삶을 따라가며 작가가 주석을 다는 식의 구성이다. 공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정작 그의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삶을 따라가며 그가 펼친 가르침을 차근차근 되밟아보게 된다. 

 공자는 '야합'(정확한 뜻은 전해지지 않는다)을 통해 노년에 접어든 아버지와 오늘날의 기준으로 미성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완전 밑바닥 신분은 아니었지만 귀한 신분도 아닌 어정쩡한 계급에서 성장해 사당 근처에서 제사놀이를 하며 성장한다. 유교의 원조 격인

인물의 탄생이 완벽하기는커녕 약간 비도덕적이기까지 하다니 아이러니하다. 공자가 조선의 유교사회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조선의 유교주의는 스스로의 모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걸까. 예의를 극도로 숭상한 이면에는 어릴 적부터 형성된 습관 외에도 신분적

컴플렉스가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미 젊은 시절부터 예로 이름을 떨치던 공자는 제자들을 거느리게 되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줄 군주를 찾아 천하를 주유하게 된다.

 그리 높지 않은 관직을 맡아 상당한 성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를 견제하는 내외부의 적에게 당해 큰 뜻을 펼치지는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경전을 편찬하고 세상을 떠난다. 

 혹자는 그를 세계 4대성인(이딴 건 어떤 기준으로 누가 뽑는 건지 모르겠다)으로 모시기도 하지만 분명 그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행적에서도 더이상 선명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게 드러난다. 실없는 농담을 했다가 제자가 정색을 하자 변명하기도 하고 전과

달라진 행동에 대해 비난을 받기도 한다. 우선 이 책에서 내가 공자에게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연민이었다. 죽어서는 만대의 스승이 되었고

세상에서 손꼽히는 사람이 되었건만 생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노자를 위시한 도가는 공자가 지나치게 세상일에 신경을 쓴다고 비웃었고

반면에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은 공자가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한다며 크게 쓰지 않았다. 제자보다 못하다는 세상의 비웃음을 이겨내야 했고

편견과 의심에 시달리기도 했다. 핍박을 이겨내고 유교의 시조가 된 공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되겠다.

 수많은 고전과, 고전인지도 몰랐던 생의 지혜 등을 접하는 재미는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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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걷다 - 몽블랑 트레킹
나두리 지음, 박현호 사진 / 책나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알프스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의 국경을 가로지르며 우뚝 선 그 산을 트레킹했다니 그런

사람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책이다. 나는 트레킹엔 별 관심이 없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잠깐 '찍고' 온 알프스를 트레킹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해 읽어봤다. 

 대단한 내용은 없다. 그냥 평범한 한국 아줌마들이 산 타는 이야기다(대장격으로 남자 한 명이 동행하지만). 그 배경이 올레길이 

아니라 알프스일 뿐. 별다른 생각없이 왁자지껄 올라갔다가 휘휘 둘러보고 내려온 이야기.

 알프스 트레킹을 준비하고 있으나 실행에 옮길 용기가 부족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도 되겠다.

 이런 아줌마도 별 탈없이 다녀올 정도로 알프스는 관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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