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놀자, 템플스테이
유철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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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첩첩한 돌 사이 미친 듯 내뿜어 겹겹 봉우리 올리니
사람 말소리는 지척에서도 분간하기 어렵네
항상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림을 두려워해서
짐짓 흐르는 물을 시켜 온산을 둘러싸네. "
 - p 26 -
 


신라인 최치원이 말년에 가야산 산림에 묻혀 신선처럼 살던 풍취가 흐른다는 해인사를 비롯한 전국 유명 사찰25 곳에서 실시하는 산사 체험 행사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을 위한 좋은 길잡이 책이다.


자연 환경과 불교문화가 어우러진 한마당을 실천하고자, 열린 산문에서 단기간의 숙박과 예불 공양 등 사찰 예절을 익히며, 속세의 심란한 마음을 맑게 정화 시키는 명상 프로그램을 알차게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럴 때 머무를 만한 사찰의 정보를 알 수 있는 흡족한 내용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여행 칼럼니스트이며 이전에 펴낸 바 있는 <마음으로 떠나는 산사 체험 >의 저자가, 이전 책의 내용을 다시 다듬고 보완한 자료로 완벽한  사찰 안내를 내세우며, 전국 43개의 템플 스테이 운영 사찰 중에서  25개 사찰의 자세한 소개 글과 풍광을 담은 멋진 사진첩으로 여길 만큼 고급스럽게 펴냈다.


그래서 템플 스테이를 떠나지 않아도 책으로 수행하는 기분을 느끼는 듯한 사찰 여행기도 겸한다.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에서 템플 스테이의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장면은 물론이고, 절에서 지켜야 할 사찰 예절도 꼼꼼하게 소개해주는 미덕이 있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잊고 지내던 자기 자신을 뒤돌아 보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유익한 이 프로그램에서, 아름다운 산세의 풍광 속에서 종교적 마음 수련으로 영혼까지 깨끗하게 정화되는 흡족한 체험을 해보기를 재촉하는 말 없는 이끌림의 마력을 지닌 책이다.


한번 다녀오면 다시 또 찾고 싶은 여유와 휴식을 주는 쉼터 같은 안식처로 유명한 봉은사도 좋고, 장엄하고 기품 있는 천 년 고찰의 역사를 간직한 전통의 운치와 고유문화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통도사를  찾는 순간 보는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자비 명상을 통해서 참나를 발견하거나 천 년의 숲길에서 고행을 하는 일도, 고요하고 평정한 마음의 터를 닦는 소중한 일이다. 절에 가면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과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마음공부가 되는 귀중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른 미황사는 마치 금강산 같은 산세의 오묘한 화려함과 절집의 소박함이 장점이라고 극찬을 한다. 그러면서 주지 스님과 차 한 잔 하거나 스님의 방에 빼곡한 책들을 구경하는 일과 새벽 예불의 염불과 풍경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감동을 선물하는 열린 산문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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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을 걷다 - 중국 800년 수도의 신비를 찾아
주융 지음, 김양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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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 황제'의 장면 중에서 거의 끝 부분에 보면, 정원사 일을 하던 황제 부의가 자금성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자금성을 찾아가 자신이 앉던 의자를 둘러보며 회한에 젖는 감명 깊은 장면이 나온다. 자금성을 국외에 알린 명장면 중의 하나같다.


중국의 자금성은 황제가 머물던 궁으로 그 규모가 대단하다. 그런 화려한 궁에 있던 황제가 시대가 바뀌어서 소시민의 신분으로 전락한 몸으로 중국 사회의 변화를 느끼는 자리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의 장면에는 중국의 변화된 시대의 모습이 나타나는 장면이다. 

 
중국의 고성은 자금성을 비롯한 궁성이나 누각, 대문 등에서 놀라운 고정 규칙이 있다. 즉 도시의 자오선이라고 할 수 있는 중축 선을 중심으로 건설된 것이다. 남북을 잇는 약 7.8 킬로미터의 중축 선은 고대 건축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질서와 미의 의미를 지닌다. 한치의 어긋남이 없는 중축선의 비밀을 역사의 뒷이야기와 함께 흥미롭게 펼친다.


상형문자인 가운데 중자를 닮은 형태로 도시 건설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중축 선 상에 지어진 고대 건축의 내용을 중점으로 파헤친, 북경을 신비로운 도시로 도시의 전체적 아름다움과 질서 의식을 느끼게 한다. 중국을 찾는 대표 도시로 고대 도시의 위풍을 자랑하는 북경의 역사와 변화되는 시가지를 살펴본 거대한 도시의 역사 지도를 보는 듯하다. 

 
저자 주용은 중국 현대문학 작가로 중국 문화 방면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역자 김양수 교수의 꼼꼼한 번역으로, 중국 고대 건축을 궁성, 성벽 등 도시 건축을 대상으로 건설 전후의 웅장한 규모와 함께 숨겨진 건축의 비밀을 탐구했다. 이 책은 중국 건축의 특성을 연구한 내용과 중화민국 이후의 변화된 모습을 흑백사진의 예술로 담아냈다. 

 
우리나라의 궁성인 경복궁이나 창덕궁 등의 건물 구조 배치도 정도전이 주도한 형태와 태종 이방원의 의도에서 정해진 건축 배치의 형태가 서로 다르다고 한다.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느냐 하는 관점에 따라 다른 배치도가 완성된 것이다. 이런 건축의 숨겨진 묘미를 찾기 위해서 중국 북경 도시를 관찰 한 것이다.

 
옛 궁성의 건축에는 많은 비밀이 숨겨 있다. 풍수 지리학적인 면은 물론이고 임금이 걷던 길과 신하가 걷는 길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실제로 궁성의 현장에서 임금이 다니는 중앙 부분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솟아 있는 형상으로 증명하는 것이기에 수긍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문에 대한 규정에는, 부녀자만 다니던 문이나 시체를 내보냈던 문이 따로 있다고 하는 동양권의 비슷한 풍습을 엿보게 된다. 눈에 띄는 연구 중에는 자금성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자금성의 무한한 비밀 중에는 건물의 비율이 서양에서나 있을 법한 황금 분할 비율이 자금성의 건축에도 실측이 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이러한 미의 비율이 중국 고대 궁전에 운용된 것이 서양 건축의 영향을 받은 것임을 증명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인류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엔 공통적인 데가 있다는 설명으로 황금 분할 비율의 자연적 합리성을 검증할 수밖에 없다."
- p42 -


신비로운 궁성의 숨겨진 이야기를 이끌어낸 이 책은, 도시의 남북을 잇는 중축 선의 주장과 미학적, 역사, 사회 건축학을 어우르는 학문을 바탕으로 도시의 시공간을 훤하게 꿰뚫는 문화 연구가의 혜안이 빛나는 도시 건축 탐구이다. 긴 역사를 지닌 도시를 '시간의 그림자를 드리운 도시'라고 애정이 어린 마음을 표현하는 저자의 주장은 특히 인상깊다. 

 
황제의 광장에서 인민의 광장으로 변화된 '천안문'의 역사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거리 교통의 애물단지로 변한 성벽에 대한 이야기도 변화되어가는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또한, 자금성의 축소판 '사합원'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이루는 역사적 의미도 찾고, 호동이라고 불리는 골목의 추억 탐구까지 여러모로 다채롭다.

 
우리 역사에서 한 때 일제 치하에 창경원으로 변했던 옛 궁성을 역사적 사료를 참고하여 다시 복원해냈듯이 중국도 어마어마한 물량의 재원으로 옛 궁성이나 성루를 복원을 하면서 화려한 옛 모습을 찾고,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북경 올림픽을 배경으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800년 도읍의 신비한 도시 북경의 이모저모를 다룬 이 책에 컬라사진이 몇 장이라도 첨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흑백 사진으로 다 설명하지 못한 건축의 아름다움을 '치파오' 무늬의 화려한 색처럼 오묘한 빛을 자랑하는 고건축의 예술적 미를 엿보거나 만날 기회를 얻어보고 싶다. 아울러, 우리의 서울 도시를 보는 시각도 한차원 높이게 하는 이 책을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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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4 2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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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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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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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 중에, 지금 파리에 사는 배우 윤정희가 신성일과 열연한 <강명화 >라는 명월관 기생이 귀족 청년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연애 영화가 한 편 있다. 이 영화는 신분의 차이로 못다 이룬 비극적 사랑을 그린 것으로, 근대 조선을 무대로 펼쳐진 자유연애의 표본을 보여준 영화이다.
 
"강명화와 장병천의 정사 사건 이후 연애를 들러싼 젊은이들의 열정은 점차 뜨거워져 갔으며 한편으로는 사랑을 위해서 목숨조차 초개같이 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풍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 p40 -

 
 영화에 그려진 약 7,80년 전 근대 조선을 '연애시대'라고 저자가 주장하는 이 책은, 격동기에 불어닥친 뜨거운 연애 바람을 신문 잡지에 실린 사건을 통해서 살펴본 내용이다. 그 시대에 동성애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나, 동반 자살 등 비극적 사랑의 풍속도로 살펴본 연애 풍경을 그려낸 미시사 이기도 하다.
 
경성에서 싹 튼 자유연애 바람은 봉건적인 기존 풍속과의 마찰로 비극적인 결말로 매듭짓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나 애절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바람난 남편과 아내의 이혼 소송사건을 심도 있게 짚어본 연애사를 내용별로 엮어내어 그 시대 성 풍속을 되돌아 보았다.
 
저자 이 철은 노동 운동사를 주로 다루는 젊은 역사연구가이다. 한국 근대사를 접하면서 혼돈과 격동의 시대 경성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 중이다. 식민지 시대 폭압적 현실을 사랑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지식인 청년이나 신여성의 젊은 에너지와 더운 숨결을 제대로 살려내고 싶은 욕심이 이 책을 펴냈다.
 
책에는, 잘 알려진 사의 찬미를 부른 성악가 윤심덕과 김우진이 현해탄에 몸을 던진 자살 사건을 비롯한, 남편을 독살한 사건이나 죽음의 연애공식대로 죽은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11가지의 대표적인 연애 사건을 흑백 자료 사진과 함께 소개힌다.
 
소개되는 인물은 다양한 계층이고 그중에 모던걸 모던 보이의 연애 사상이 개화사상의 물결을 타고 급진적으로 변화되어 여성의 정조 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급기야 사랑의 도피 행각이나 동반 자살도 많이 있었던 안타까운 사랑의 역사다.
 
특히, 유명한 여류 화가 나혜석이 정조관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논하는 정조 유린 고발장으로 정조 해방을 부르짖어 여성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런 여성 운동가 나혜석도 말년에 쓸쓸히 잊힌 인물이었다가 최근에 복권되었다고 한다.
 
"정조 관념을 여자에게 한해 요구해 왔으나 남자도 일반일 것 같다. 왕왕 우리는 이 정조를 고수하기 위해 나오는 웃음을 참고 끓는 피를 누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한다. 이 어이한 모순이냐. 그럼으로 우리 해방은 정조의 해방부터 할 것이니좀 더 정조가 극도로 문란해 가지고 다시 정조를 고수하는 자가 있어야 한다."
 - p118-

 
나혜석과 함께 유명한 연애사건 중에는, 일엽 스님과 문인들의 못 다한 사랑 이야기와 그 생애가 낭만적으로 펼쳐진다. 신여성 김명순이 연애 추문에 시달리며 고통받던 생애도 보여주면서 낭만과 비극이 겹친 근대 조선 문단의 이면사를 짚어본 의미 깊은 역사서다.
 
그 외에도, 박헌영의 붉은 연애를 펼친 것이나, 소문에 시집을 일곱 번이나 간 여성이라는 허정숙의 혁명과 사랑을 동시에 꿈꾸던 못다 이룬 사랑을 다룬 점이 격동기 사상 때문에 고심하던 경성 젊은이들의 삶이 과거의 이야기 이지만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그 시대 삶을 엿보는 미시사를 접하는 보람을 찾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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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남 이야기
조한웅 지음, 이강훈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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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연애도 하고 싶고, 낭만도 꿈꾼다.
삶이 즐겁고, 무슨 일이든 도전해 볼 용기가 꿈틀거린다.
밥벌이가 해결되는 직장에 다닌다면, 또 다른 자유도 꿈꾸면서 행복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런 행복한 생활을 위한 멋진 연애를 꿈꾸는 30대 독신남의 생활이 궁금하지 않나요 ?
독립을 외치고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어 시작한 생활이,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사회생활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낭만이 길게 가지 않는 현실을 알게 해주는, 22가지의 콩트같은 에세이를 읽으며 유쾌하게 궁금증을 풀어보라고 하고 싶다.
 
 
저자 조한웅은 키키봉으로 잘 알려진, 자유를 누리는 카피라이터이면서 얼마 전 카페를 동업으로 차린 이야기 <낭만적 밥벌이 >를 펴낸 저자이다.
카페를 차리기 전 이야기를 그린 이 책은, 독신 남으로 살면서 겪은 일화 중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만 골라낸 유쾌한 삶의 일기이다.


"삶이 로또 복권이라면 나는 과연 몇개의 번호를 맞혀야 만족하게 될까?"
 - p88 -

 
 
'3만 원의 기적'을 이뤄내는 이쁜 파출부 덕에 화요일부터 바쁜 삶을 살아야 했던 이야기에서부터, 카페 창업을 꿈꾸기 직전의 이야기 까지, 흥미있는 22가지 이야기를 통하여 수줍은 30대 총각의 이모저모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낸 맛깔 난 이야기이다.
 

빨간 팬티에 대한 고민이나 냉장고를 사이에 두고 후배와의 줄다리기 소동을 벌인 이야기, 판화를 배우는 취미를 그만두어야 했던 속사정, 그리고 화장품 사는 일을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유하거나 친절한 치과의사와 만나기 전에 치과 가기 무서워했었던 소심한 독신남의 고민스러운 심정이 유머 있는 글로 이어진다.
 

연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연애 이야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 아파트 이웃 여자가 권해준 두꺼운 인문 서적 <육식의 종말>을  읽었던 사연이나 '승봉도'로 낚시가서 '풍요 속에 고독'을 외쳐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내일처럼 아쉽게 느껴진다. 궁상맞은 크리스마스를 보낸 심정이 결코 남의 사정 갖지 않은 사실에 공감미 간다.

 
"인연의 시작은 하늘이 정하지만 그 끝은 사람의 몫이다.
- p182 -
 

그래도, 끈끈한 정으로 맺어진 탁 사부님과의 사이는 영화 잡지도 챙겨주는 인연이 기억에 남는다. 후배 혜미와의 친근한 사이도  물론 특별한 관계로 읽힌다. 이야기에 자주 등장할 것 같은 곤이님은 살짝 빠져있어서 수상하다. 워낙 가까운 사이라 에피소드가 없는 생활이라고 옆으로 빗겨선 것일까?

 
이야기 중에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다하는 이야기가 감명을 주고, 웃음 속에 생활의 그늘이 있지만, 유쾌하게 그려진 일러스트에서 밝은 웃음을 찾게 해준다. 다만, 그림이 너무 유별나게 튀어서 글을 도와 주면서 한편으로는 그림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조금 부드럽게 다듬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은 수줍은 듯 여성 독자의 취향에 맞는 재미가 있는데, 삽화는 자상한 면은 있지만 여성 독자를 민망하게 할 듯한 호기심을 강조하는 내용의 크기라는 생각이 든다. 기왕이면 <낭만적 밥벌이 >같은 다양한 디자인의 작은 사진이 더 큰 멋을 지니지 않을까?
 

궁금하게 여겨지던 독신남의 생활을 사실적이면서 재미있는 콩트처럼 유쾌하게 엮어낸  젊은이의 낭만이 담긴 책이다. 대한민국 대표 남자를 자처하는 저자의 결혼 운이 열린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대하며, 자유와 행복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한 독신남의 사생활을 자신 있게 밝히는 이 책을, 독신남의 일상을 엿보는 읽을거리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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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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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 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 P30 -


삶의 연륜을 느끼게 하는 선생의 유고 시에는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한 아픔으로 그리운 어머니의 존재를 생각하시기도 하고, 선생의 거처를 빗대어 세상의 삭막한 내색을 그려낸 마음도 엿보인다. 짧은 시집에 사연 많은 긴 인생 여행을 담았다.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지난날의 추억을 펼치기도 하다가, 짧고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이야기도 끄집어보고, 삶의 희로애락이 쌓인 인생의 중후한 멋이 흐르는 시의 노래를 아름다운 시화집으로 엮어 냈다.


시 속에 인생이 있고, 시 속에 세월의 앙금이 비친 모습에 그만 눈시울이 적셔진다.
생전에 마음에 담아 두던 말씀을 이렇게라도 추슬러 엮은 덕으로, 선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보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함축된 시를 통하여 가족의 모습, 전쟁 통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까지도 들어 있고, 생전에 느끼시던 고통을 손톱만큼이라도 가늠케 하신다. 특히 사위 사랑 끝없을 텐데 마음고생으로 편할 날이 없던 시국의 한스러운 족쇄에 시 읽는 동안 몸 둘 바를 모르게 부끄럽고 죄스럽다.


천성이 고우셔서 모든 세파를 안으로 껴안으며 글 쓰시는 일에 매달리지 않았을까? 남들보다 더한 사별의 아픔과 병마의 고통, 마음의 상처조차 겉으로 내색하지 않던 감성이 묻어난다. 문단에 우뚝 선 흙의 작가로, 시대를 펜으로 혼을 불태운 평생의 발자취는 아름다운 별로 영원히 빛나리라!


선생을 기리며 머리말을 대신 적은 따님의 지극정성이 원주 생활에 위로가 되셨을지 궁금하지만, 불후의 명작과 곱게 남긴 시편은 길이길이 남을 테니, 용꿈을 꾼 태몽의 보람은 큰 발자취로 굵게 남아 있지 않을까?


평소에 '삶의 원동력이 글을 쓰시는 기쁨이셨다.'라고 표현 하셨으니, 그것은 고통도 뒤로하고 문학에 불태운 삶의 열정 때문에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 주신 모습이 아닐까? 그 고마움을 펼쳐낸 인생여행의 회상에 뒤늦게나마 선생의 명복을 빌게 한다.


생전 말씀 중에, '깨달음은 많아도 모르는 게 너무 많으시다.'라며 안타까워하시고, '자연을 벗 삼아 사셨지만 너무나도 인간 중심으로 생각한 것을 후회하셨다.'라는, 생명 평등을 잊지 않고 펼칠 것을 명심하여 지키라고 다짐하며, 마음에 담고 되새길 숙제를 주신다.


늘 단정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글 쓰시던 마음을 마지막 노래로 담아낸 이 시집이, 선생의 한땀 한땀 바느질하시듯 수놓으신 정성과 젊은 화가가 곱게 그린 나무판 결 섬세하고 정겨운 그림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텃밭 언저리에서 허리 펴시던 인정 어린 선생의 정겨운 여행 선물이다.


히말라야 짐 진 노새와 야크의 슬픈 풍경
마음의 여행이든 현실적인 여행이든
사라졌다간 되돌아오기도 하는
기억의 눈보라
안개이며 구름이며 몽환이긴 매일반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 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 P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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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9 10: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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