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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 사마천, 이백, 두보, 구양수, 루쉰 등 교과서에서나 듣던 중국 문인들의 열전이다. 문인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궁금하다. 더구나 요즈음 거의 문학작품을 못보고 있는 상황이라 중국문학사를 뒤흔들었던 시와 문장들이 영롱하다는 이 책에 급 호감이 간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학자다. 거시사든 미시사든 역사학자들의 시각에는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통시적 시각으로 예술을 바라보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왠지 도스토예프스기 평전이라는 이름으로 문학, 역사, 사상 등 여러 방면을 아우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난달 선정된 리영희 선생의 평전을 읽었다. 평전의 많은 부분을 선생의 글을 인용하고 있었다. 작가가 견지하고 있는 큰 줄기를 따라가고자 함이었으리라. 서양에서 수입된 이론 용어에 기대지 않은 선생의 글을 다시 읽고 싶다.
'리영희 사상의 정수와 빼어난 문장력과 문학성을 담지한 대표적인 명편들을' 골라내어 ‘산문선'이라 지은 이름에 기대어본다.
거실 화분에 심어둔 수선화와 석란에 꽃이 피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 피는 꽃과 처음 눈 맞추는 기쁨, 그 여린 꽃잎이 주는 애잔함. 피는 꽃만큼 사람의 마음을 순정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석란이 피었다는 소식을 내게 전하는 남편과 나의 대화
'꽃핀거 봤나?'
'응, 아까'
'향기도 맡아봤어?'
'향기 없던데...?"
'향기 나는데, 아주 가느다란 향기가 나'
'가느다란 향기라니' 공돌이의 입에서 어떻게 저렇게 시적인 단어가 나오는 건지 믿을 수 없었다. 꽃은 철근같은 남자도 부드럽게 만든다. 새봄 이 책 들고 산이며 들이며 싸다니며 꽃과 나무와 눈맞추고 싶다.
최근 보고 있는 책들의 저자가 일본인인 경우가 많다. 인물에 관한 글도 일본학자의 것을 보고 있는데 사마천의 연구가인 하야시다 신노스케, 루쉰 연구자인 다케우치 요시미 등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시즈미 마사시도 40여년 동안 도스토예프스키를 연구했다고 한다. 한 저자에게 평생을 바친 셈이다. 일생을 바칠만한 대상을 갖지 못했다는 것에서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나는 문학작품은 안내서 없이 바로 대면하기로 한 규칙을 두고 있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라 하니 또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