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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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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힘
가이 필드 지음, 홍주연 옮김 / 더숲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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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뭐든지 그려라. 그리고 항상 호기심을 잃지 마라.


- 존 싱어 사전트. 미국 국적의 초기 인상주의 대표 화가.

출간이 반가운 책이 있다. 이른바 취향 저격 책이다. '당신의 닫힌 머릿속을 열어주는 책', <연필의 힘>이 그렇다. 작년 겨울 연필 세계에 입문했다. 나무 소재와 흑연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사각사각한 질감이 그리워졌다. 연필 카페에 가입했고, 유명 브랜드 한정판 연필을 수집했다. <분노의 포도>의 존 스타인벡 같은 문호, 월트 디즈니처럼 창작가가 애용했던 연필을 복원한 브랜드 제품을 장만했다. 혹은 기념 한정판 세트를 모으기도 했다. 블랙윙 도로시아 랭 vol. 344가 그렇다. 도로시아 랭은 미국 대공황 당시 참담한 현실을 담은 여류 사진 작가다. 연필은 그녀를 기념하여 필름 현상실 암막 컨셉으로, 불그스름한 조명빛을 담았다. -  한 다스에 몇 만원 하지만, 생각해보라. 다른 수집 취미 비용에 비하면 애교다. - 지금은 연필로 <남해 금산>, <죽음의 한 연구>, 김훈 작가 에세이를 틈틈히 필사하고 있는 내게! 셀린 디온의 노래 "The power of love"만큼 흥분되는 책이다.



"이것이 연필의 힘이다." 저자 가이필드는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로 인정 받는 작가다. 런던에서 활동중이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크리에이티브다. <연필의 힘>은 연필 사전이고, 드로윙과 캘리그라피의 기초 서적이며, 마치 호사가가 연필에 대해 풀어놓는 종횡무진한 썰이다. 연필의 역사, 연필 분류법( 예컨대, HB는 hardness 경도, blackness 흑도를 뜻한다. 영국식으로, 미국에선 #1, #2...를 쓴다.) 등 연필을 개괄한다. 그리고 다양한 드로윙 기법과 캘리그라피를 소개한다. 시대를 뛰어넘은 역작을 남긴 예술가들과 연필 이야기가 흥미롭다. 두서가 없어보여도 결국 연필에서 창조물이 어떻게 나오고, 왜 연필은 위대한가로 귀결된다. 저자는 "자신의 모든 창조의 시작은 연필에서 나온다"고 감히 단언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현대엔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아버지 잭 커비. 창의적 작품으로 세상을 흥분케 했다. 그러나 시작은 간단한 연필 드로윙이었다. 꼭 연필이어야 할 이유는? 다른 필기구는 뭐가 다른가? 하지만 예술가 중에는 연필 애호가가 많다. 이것도 사실이다. 샤프 펜슬도 엄연히 pencil인 것은 함정이지만. ㅎㅎㅎ


연필 매니아가 되고 싶은 나는, 속된 말로 취향 저격을 당했다. 예술 혹은 창의적 역량에 관심이 있으면 읽어도 좋다. 다만 드로윙의 기초를 보고, 왜 내 수준에서 이걸 읽고 있을까 여길 수도 있겠다. 사실 저자는 그러한 과정이 다빈치가 위대해지고, 잭 커비가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드는 초석이었음을 말하려는 의도였겠다. 라파엘로의 분필화 <뮤즤의 두상>은 2009년, 한화로 552억에 낙찰되었다. 스케치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책, 디자인이 예쁜 소장용 책 수집가에게도 눈에 띄일 만하다. 출판사 자체가 책을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요즘 썰전에서 유행중인 한줄평을 하자면, "연필,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PS. 책에 나온 연필의 역사를 짤막하게 소개해 본다.  남에게 설명할 때 용이하도록 책을 광범위하게 인용하였다. 연필 매니아 기초 상식.


연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필기도구다. 암석과 불에 탄 막대기가 기원으로, 선사시대 동굴 벽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글씨 형태는 그리스 시대 카드모스(페니키아 문자를 그리스로 전했다)를 시초로 보고 있다. 연필심 재료인 흑연은 석탄, 다이아몬드와 함께 천연 탄소가 존재하는 세 가지 형태다. 최초의 나무 형태 연필은 1560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고, 1832년 문을 연 컴벌랜드 연필 공장이 공장제 생산의 시초다. 니콜라 자크 콩테가 고안한 콩테식 연필 제조법 공정을 주로 사용한다. 지우개 달린 연필은 1858년 발명가 하이멘 리프먼이 아이디어 특허를 받았다. 참고로! 영문자 연필(pencil)은 중세시대 필기도구인 펜실루스(pencillus,작은 꼬리)에서 유래되었다. HB(경도와 흑도) 흑연 연필이 대중적이지만, 목탄, 고체 흑연, 탄소, 유성, 수채 연필 등 종류가 다양하다. 예컨대, 건축 설계나 엄밀한 작업은 경도가 높은 제품으로, 예술 스케치에는 부드럽게 드로윙하기 편한 흑도 높은 제품이 활용된다. 스티브 잡스는 팬형 도구를 역겹다고 표현했지만 2015년 애플사는 '애플 펜슬'을 발명했다. 삼성 갤럭시 노트도 잘나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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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이라는 두꺼운 분량의 책이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연필‘을 주제로 한 책일 겁니다. 제가 구하고 싶은 절판본인데, 중고가가 너무 비쌉니다. ^^;;

캐모마일 2017-02-05 11:50   좋아요 0 | URL
ㅜ.ㅜ 검색해 봤더니 정말 소중한 책이네요....목차를 보니까 연필에 대한 지식이나 위인 에피소드는 그 책에서 참고했나 싶기도 합니다. 중고가가 네 배 이상 올라서 많이 속쓰립니다만, 구해봐야겠네요. 정말 좋은 정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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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님의 신간이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서점 예약판매 보고 이모저모 보지 않고


2권 구매했습니다. 책 사고 보름 정도 기다렸네요.


한 권은 소장용. 한 권은 독서용으로 구비했습니다.


피규어 매니아분이 소장품 모으는 식으로요. ㅎㅎㅎ




이번 신작은 현대사의 굴곡을 다룬 장편소설이라고 합니다.


띠지에 "막막한 세상에서 몸 비빌 수 있는 작은 거점은 어디인가?"


공감했고, 먹먹했고, 그래서 갖고 싶었습니다.


"공터에서"란 제목과 어울리네요.




제가 작가 강연회는 <미생> 윤태호 작가님,


<흑산> 출판 기념 김훈 작가님 두 분입니다.


막막하고 혹독한 세상.


사람 살이와 신념,


그리고 작위적이지 않은 희망이 좋습니다.




현대사를 견뎌낸 부자(父子) 이야기가 줄기라고 합니다.


아직 책장을 넘기진 않아서 그런지


하근찬 작가님 "수난이대"가 떠오릅니다.


요즘 '믿고 보는' 수식어가 유행인데요.


'믿고 보는 황정음'이라 '믿보황'이라죠.


출연작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서 붙인 별명이라더군요.


'믿보훈'. '믿고 보는 김훈 작가님 역사소설'


해냄 출판사 블로그에서 맛보기용 연재중이고,


댓글 이벤트도 하고 있습니다.


이미 2권 구매한지라 패스했습니다.



 

 

 


어쩌다보니 신간 홍보글이 됐네요.


주객전도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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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7-02-01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권은 소장용 한권은 독서용이라는 글을 보고 우와~ 했습니다. 부럽습니다. 캐모마일님

캐모마일 2017-02-01 23:5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캐모마일 2017-02-01 23:53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책은 간간히 피규어 모으듯 소장하고 있어요. 책값은 따불이지만.. ..ㅜㅜ 대신에 피규어 안 모으니 절약이라고 혼자 엉뚱한 세뇌중입니다.

너구리 2017-02-02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면에 죄송하지만 혹시 며칠에 주문하셨는지 그리고 양장본인지 알려주실수 있으신가요? 전 1월13일에 주문했는데 반양장본 2쇄 인쇄가 와서요

2017-02-02 2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4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5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국가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3
김혜경 지음, 플라톤 원저 / 생각정거장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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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번역된 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때 정의 열풍이 불었다.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 의식과 올바름에 대한 갈망이 반영된 현상이었다. 서점가에서 열기는 식었지만, 정의는 동서고금의 화두다. 플라톤의 <국가>가 여전히 철학 고전의 반열에 올라 오래도록 읽히는 이유다. 정의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바람직한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가. 기원전 380~370년 플라톤이 대화편으로 엮었던 질문과 답변은 서양철학사의 원류가 되었고, 여전히 회자된다. "전통적 유럽 철학의 가장 안전하고 일반적인 정의는 그것이 플라톤에 대한 일련의 각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평가다.


김혜경 교수의 <국가>는 원전을 쉽게 풀이한 해제본이다. 원전이 10권으로 나뉜 것처럼, 10장으로 분류하여 각 권의 내용과 해석을 정리하여 풀었다.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이라는 표어에 어울린다. 고전이란 아는 사람은 많지만 읽은 사람은 드물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플라톤도 마찬가지다. 책에 나오는 사주덕(四柱德), 철인정치, 정체(政體) 비판, 영혼 삼분론, 동굴의 비유 등은 익히 들었지만, 암기 교육 위주로 익힌 것들이라 유기적인 맥락은 알 기회가 드물다. 저자의 풀이가 도움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국가>의 면면을 관통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중요한 물음이다. <국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호흡 깊은 성찰이다." (p.8)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내세워 말한다. 정의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플라톤은 정의로운 삶이 실제로 왜 이로운지, 정의란 무엇인지를 국가 담론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그에게 국가란 인간 영혼의 구조와 유사한 공동체이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존립하기 때문에, 개인과 국가의 성립과 활동 방식은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 담론은 흥미롭다.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은 각자의 정의관을 피력한다. 저마다 "적절한 것으로 갚는 것.", 홉스의 사회계약론을 연상케 하는 "약자의 협약", 트라쉬마코스의 "강자의 이익" 등 현재도 논의되는 정의관을 주장한다. 기원전 400년 가까운 이야기가 고루하지 않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란 덕이고 훌륭함이라고 논변한다. 구체적으로 국가 공동체의 예를 들어서, "자신의 것을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인간의 영혼이 이성, 기개, 욕구로 이루어졌듯이, 국가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성향과 능력에 맞게 수호자(통치자, 전사). 생산자로 나눌 수 있고, 각자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게 임하는 것이 공동체의 정의다. 통치자는 지혜를, 전사는 용기를, 생산자를 비롯한 모든 계급은 절제를 미덕으로 하여, 서로가 본분을 지키고 조화를 이룰 때 정의로운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개인의 삶도 영혼의 각 부분이 미덕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덕이고 훌륭한 삶. 바로 정의로운 삶이다.


이야기는 올바른 정치 체제 담론으로 나아간다. 과연 이러한 정체(政體)가 현실성이 있는지 반문한다.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유명한 철인 정치 혹은 최선자정체를 논한다. 철저한 교육으로 현실 정치, 학문 성찰 모두에 두각을 나타낼 능력을 함양한다. 그는 마치 동굴 속 그림자를 보는 것과 같은 미망에  젖은 대중들을 견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진다. 철인 정치는 정의로운 국가를 구현할 대안이다. 이러한 논의 밑에는 다양한 정체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순서대로 공동체는 명예제, 과두제, 민주제, 참주제로 이행하는데, 특히 민주제는 무한정한 자유를 향한 욕구가 오히려 지독한 예속의 길로 몰고 간다고 피력한다. 민주제 하에서 권력 세력은 민중의 후원자를 자처하며 지지를 얻지만, 결국 민중의 의존심을 높이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며 세력을 확대하고, 참주로 군림하는 것이다. 나치와 같은 20세기 민주주의의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보는 듯하다.


김혜경 교수의 해제본 <국가>는 플라톤의 원전을 남녀노소가 쉽게 읽고 되새길 수 있도록 풀어내었다. 플라톤의 <국가>는 서양철학사의 위대한 고전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더러는 플라톤을 계승했고, 더러는 비판하면서 발전하였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멈출 수 없는 질문들, 삶과 정의, 공동체의 방향에 관한 담론의 원류다. 그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기원전 400년 전에 쓰인 철학서를 통해 현실을 반추하는 경험은 새롭다. 이번 김혜경 교수의 <국가>와 같은 생각정거장 출판사의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어, 독자들이 동서양의 고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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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 심리학으로 읽는 가족의 속마음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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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관계로 고생하는 지인이 주변에 꽤 많다. 부모님이 누구를 특별히 편애했거나, 잘난 형제를 둔 탓에 열등감을 간직한 사례는 다반사다. 철없고 자기중심적인 언니 때문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언니가 아쉬운 소리를 할 때면 내칠 수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도와주기를 반복한다. 심하면 형제를 위해 일생을 헌신하면서 마땅한 대접은 고사하고 당연한 것마냥 칭찬도 못 듣는다. 남이라면 의절을 하련만은 핏줄이라 어렵다. 남들이 보기엔 왜 저러나 싶지만 정작 당사자는 어렸을 적부터 굳어진 관계라 고정된 틀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형제지간은 인생의 큰 버팀목일 수도, 애증 관계일 수도, 혹은 남보다 못한 혹 덩어리자 화병의 원인일 수도 있다.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는 형제 관계에 주목한다. 갈등, 집착의 다양한 양상을 다루고, 부모의 미성숙한 자기애로 인한 잘못된 애착 관계가 갈등의 주요 원인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아들러의 출생 순서에 따른 형제간의 성격 차이를 살펴보고, 상처를 치유하는 관계 개선법을 알려 준다. 오바마, 힐러리, 니체, 무라카미 하루키 등 유명인의 사례를 접목한 것이 독자의 시선을 끈다.


<성경> 창세기의 카인이 신의 사랑을 받는 아벨을 질투하여 동생을 살해했듯이, 형제자매 간의 다툼은 대체로 불평등과 질투에서 시작한다. "형제자매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경쟁심의 뿌리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p.52) 결국 이러한 관계가 형재 간의 우월감, 열등감을 조장하고, 성격을 형성하며, 서로의 관계를 고착화하는 기제가 된다.


많은 연구결과가 영, 유아기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인격, 두뇌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다. 그러나 미성숙한 자기애를 가진 부모는 자녀를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기를 원하고 그들의 건전한 자립심과 자기표현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를 빛내주고 고분고분한 자녀는 편애하지만, 반대로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는 배척한다. 더러는 미운 남편을 닮았다거나, 사정상 육아에 소홀했던 자녀에게 거리감이 생겨서 애정을 거두기도 한다. 그 죄책감으로 다른 형제를 더욱 편애하는 등 부모의 애정도 비합리적일 때가 많다.


그러나 부모 탓으로 한탄만 하기에는 인생이 괴롭다. 아들러는 인간 행동의 주요 동기로 우월을 향한 노력과 열등감을 꼽았다. 덕분에 형제자매의 인격 형성과 생활 습관을 구체적으로 분류하였는데, 크게 맏이, 둘째 혹은 중간 아이, 막내, 외동으로 나누었다. 예컨대, 첫째는 낙천적이고 친절한 배려심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반면에, 부정적인 영향이 강하면 자신감이 없거나 강한 질투심을 드러낸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윈스턴 처칠, 프로이트, 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성격 유형은 나와 부모의 애착관계, 형제 간의 성격 차이에 대한 통찰을 준다. 부족하거나 잘못된 애착관계로 인한 부정적인 부분을 성찰하고, 내 형제 자매를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갈등 해결의 첫 단계를, "특정한 형제자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며 객관적인 시야를 갖는 일"이고, "모든 일이 그의 잘못이 아니며, 그 형제자매 또한 의도치 않게 상황에 휩쓸린 것이었다는 사실을" (p.202) 아는 것이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결국, 힘들고 외로울 때는 피붙이를 찾기 마련이고, 그때는 만나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어떠냐고 조언한다. 인생은 무한하지 않고, 언젠가 형제자매가 죽으면 생각이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아쉽다. 결국은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임을 권유하는데, 실제 갈등 양상을 보면 금전 관계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켜켜이 얽히고 설켜 있기 마련이다. 형제자매에게 의도치 않게 희생과 헌신을 했던, 혹은 지금도 하는 입장에선 서운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갈등의 기저에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바라보고, 나아가 원인이 되었던 미성숙한 부모의 대처에도 이러한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시간은 유익하겠다. 내 자식들이 또 다른 희생양이 되어 형제자매간에 서로 반목하지 않게 만들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형제자매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는 라이벌이 될 수 밖에 없다. 그 경쟁심의 뿌리는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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