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이 22일 열반하셨다. 메스컴에서 비중있게 다뤘다. 새삼 고인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자각이 든다. 생전 모습을 보았던 명사나 지도자의 부고 소식이 들리고, 어느새 역사적 인물로 남는다. 당시는 당연한 일상이었는데. 문득 내가 역사를 살았구나. 그런 분과 동시대를 살았었구나 자각이 든다. 왜 그 순간이 역사인 줄 몰랐을까 하는 후회가 든다. 지금도 역사는 흐른다.
처음 틱낫한 스님을 알게 된 계기는 책을 통해서였다. 집 책장에 저서 <화>가 꽂혀 있었다. 당시 꽤 어린 나이에 울분이 있었나 보다. 책을 펼쳤다. 화도 일종의 에너지이니 그 에너지를 자각하고 생산적인 곳에 활용하자는 취지의 글이었다. 초반부를 뒤적이다 덮었다. 비현실적이었다. 불난 집에 불을 가져다가 아궁이라도 떼 보자 라는 취지로 오해했다.
열반 소식과 함께 고인의 저서가 조명되고 있다. <화>를 비롯해서 명상과 관련된 도서가 꽤 있다. 불교에서 3독 중 하나로 진에를 꼽는다. 거칠게 간추리면 성냄을 말한다. 진에와 우리가 화가 난다 할 때 일컫는 화가 꼭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화를 다스리는 법만 배워도 삶이 훨씬 행복해지리란 데에 이견이 없지 않을까 싶다. 이 참에 다시 한 번 <화>를 읽어볼 예정이다.
(참고로 옛 집 책장에 있던 <화>는 구판이고, 개정판이 2013년에 출간되었다. 왼쪽이 개정판, 오른쪽이 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