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즈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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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지구가 멸망하는 위험 요인을 소재로 하여 디스토피아적인 많은 이야기들이 그동안 영화나 소설을 통해 많이 알려져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안에 전개되는 다양한 상황 속의 내용들은 다분히 비현실적이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그와 관련한 내용들이 독자들에게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점은, 향후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빠르게 진전됨에 따라, 과거에는 단지 우리의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점차 현실화 되어가고 있음을 본다. 그런데 그러한 일의 대부분은 대개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거나 이롭게 만드는 것이어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그와 관련하여 반드시 긍정적인 부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과학의 기술이 애초 목적에 맞게 의도한 방향대로 이용되지 않거나, 혹은 개발을 빌미로 자연의 훼손하여 환경변화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될 때, 이는 자칫 인류를 재앙에 빠트리는 위험의 지경으로 얼마든지 몰아갈 수도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이처럼 인류의 존망과 직결되는 내용을 다룬 공상과학의 세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은 인류생존이라는 문제를 현대의학과 연결시켜 예측 가능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주목되는 점은, 작품 전반에 걸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인상 깊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있어, 기존의 유사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르가 주는 다양한 감상의 포인트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미국연방수사국의 비밀 요원으로 근무하던 에단 버크가 특수 임무를 수행 하던 중에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던 병원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생각이 들었던 그는, 연방정부로부터 한동안 소식이 끊어져 실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두 명의 연방요원을 찾기 위해 아이다호 주 웨이워드 파인즈로 파견되었으며, 불행하게도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희미한 기억의 단편을 떠올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분증을 포함한 자신의 개인소지품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과, 아울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집에 있는 아내와 그리고 상부에 연락을 취해보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연결을 할 수 없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알 수 없는 어떤 음모와 관련하여 깊은 함정에 빠진 것으로 생각하고, 즉시 그곳으로부터 탈출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행방불명되었던 자신의 동료가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신이 있는 파인즈 마을지역에서 외부로 통하는 길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절망과 좌절에 사로잡힌 그는 다행스럽게도 마을의 한적한 술집에서 우연하게 만난 한 여성으로부터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있다는 것과, 이곳에 있는 모든 마을 사람들의 신체 속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칩이 심어져 있다는 놀라운 내용을 알게 되면서, 그녀와 함께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경주를 하게 되고, 자신을 찾아 죽이려는 마을 사람들의 끈질긴 추적을 피해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그곳은 그가 상상하던 세상이 아니었으며, 그동안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이 작품은 분류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기존의 디스토피아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른 전개의 양상으로 볼 때, 작품을 대하는 독자로 하여금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모두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전체 내용으로 볼 때 서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특징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전에 작품들이 통상 디스토피아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고 본다면, 이 작품은 그 보다는 그 내용 안에 상당 부분을 스릴 있으면서도 미스터리적인 면을 부각시켜 마치 SF가 아닌 특색 있는 스릴러물을 읽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공상과학 이상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장르의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서 줄거리 전개과정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공포 및 스릴의 요소와 그리고 후반 부분에서의 예측을 불허하는 반전의 효과는 흥미를 자극하는데 손색이 없을 듯하다. 물론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단순히 작품의 전반부만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초반부에 조성된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고 지속되면서 그와 동시에 생동감 있게 전개되는 과정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예고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미 오래전부터 디스토피아의 내용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있어 왔고, 개인적으로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장르여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작품 속으로 흠뻑 몰입하게 만드는 다양한 장치들이 내재되어 있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매력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장르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바라며, 조만간 이 작품에 대한 후속 이야기가 출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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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지휘하라 -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
에드 캣멀.에이미 월러스 지음, 윤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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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명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 사회의 변화과정은 과거에 비해 그 속도가 상당히 빨라져 가고 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외형적인 모습의 변화만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현상들이 새로운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알맞도록 하는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에 의해 정보지식화가 확대됨으로써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한편으로 지식사회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언제어디서나 손쉽게 책과 컴퓨터를 통하여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책과 컴퓨터에 담겨 있는 다양한 내용들은 명확하게 말하면 지식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단지 그것은 말 그대로 부수적인 유효한 정보에 불과하며 이를 바탕으로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창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식으로서의 의미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있어 이 부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고도로 농축된 정보를 이용하여 고부가가치적인 것으로 만들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대두될 수밖에 없는 핵심적인 요소는 개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아울러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픽사 공동창립자이면서 현재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장으로 일하면서 창의적인 기업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에드 캣멀의 30여 년간 조직관리 경험과 경영노하우를 담아냈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가 어떤 방식과 원칙으로 개인의 잠재되어 있는 창의성을 이끌어 내었으며, 그러한 개별적인 사안들을 조직의 내부에 결합시켜 성공적인 기업을 이루어내었는지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 에드 캣멀은 세계최초장편 3D 컴퓨터 애니매이션 토이스토리를 제작하여 전 세계에서 362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흥행 수입을 올렸으며, 이 작품을 필두로 이후 14편의 작품을 발표하여 모두 성공을 거둠으로써 애니매이션 산업에 혁명을 불러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그는 이 책에서 그동안 기업을 경영하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이루어 왔던 그 일련의 과정을 솔직하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그는 자신이 제작한 작품들이 하나 같이 기록적인 흥행수입을 일구어낼 수 있던 그 이면에, 일시적인 사업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닌,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을 조금 더 명확히 자각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여 지속시키고자 하는 변함없는 신념의 의지가 있었음을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기업 간에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픽사가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 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탁월한 성과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의 내부적인 환경이 우선적으로 조성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칫 목표나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압박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기업 내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특히 이 부분은 기업을 주도해가는 경영자의 열린 마음의 자세가 뒷받침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더불어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부로부터의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규제와 규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이 맡은 업무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리스크나 오류에 대해 탄력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유연하고 민주적인 절차의 방법이 중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창의적인 기업이나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어떤 위험적인 요소를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통해 기업의 내부적인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져야 하며, 이에 대한 경영자의 근본적인 인식도 상당 부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애니매이션의 대표기업으로 픽사를 지금까지 이끌어 왔던 경영자로서의 저자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소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가 기술해 놓은 여러 사실을 읽다보면 무엇이 우리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지를 독자들은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노력으로 침체되어 있던 미국의 애니매이션의 산업을 부흥시킨 오랜 과정의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는 어떤 기업이든 내부적으로 위험을 초래하는 요인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 부분을 극소화시키는 동시에 누구나 창의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기업의 미래는 얼마든지 희망적일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그는 또한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것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말하기를, 창의적인 일이란 번뜩이는 통찰력으로 놀라운 제품을 구상하고 팀원들을 이끌고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영웅담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동안 자신이 겪어왔던 경험으로 판단해 볼 때, 대체적으로 창의적인 사람들은 스스로가 가능성을 가지고 열린 자세로 자신이 맡은 일에 헌신하다 보면 언젠가 창의적인 비전을 발견하게 되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점은 인간의 창의성을 연구하는 미국의 심리학자 와이즈버그가 말했던 창의적인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과 비교해 볼 때 전문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한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개인적인으로 볼 때,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개인 혹은 조직의 창의성의 향상과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을 경우, 문제해결에 대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갈 것인지를 통찰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창조와 혁신을 이끄는 힘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관찰해보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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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 현대편 - 복잡한 세상을 꿰뚫는 현대 경제학을 만나다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
김진방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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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인생에서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누리며 살아가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와 같은 희망적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에서 보는 것처럼 그것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으며 실제 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러한 사실의 근거는 흔히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는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실 경제라는 말은 한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전문학적인 용어로 취급되었지만, 최근 들어서 경제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우리생활에 일상적인 말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경제가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제는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삶에 모든 것을 지배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경제학이라고 하면 좀처럼 다가서기 힘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측면은, 경제학은 여타의 다른 사회과학의 내용보다 그 범위가 넓기도 하고 복잡하며, 특히 이론적인 부분과 관련하여서는 수학적인 지식이 없으면 그 맥락조차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학에 관한 이론들은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적잖은 변화를 보여 왔다.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는 새로운 경제현상들에 대해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볼 것인가와 그 목적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많은 이견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경제학을 대표하는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구체적인 이론들과, 아울러 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안내서로서의 역할에 그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이 책은 어떤 사회든 직면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의 문제, 즉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또한 그것들을 어떻게 생산할 것이며, 누구를 위해 생산할 것인가 하는 근원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경제학이 본격적인 학문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20세기 현대 경제학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를 기점으로, 이후 주류 경제학의 안과 밖을 통한 비판과 대안 제시 등으로 새롭게 등장한 이론까지 역사적 맥락 속에서 경제학의 흐름과 이론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우선 책의 전반부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학은 무엇을 다루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여 경제학의 과학화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과학과 명확한 구분을 요구했던 라이어넬 로빈스의 경제학에 관한 소론을 필두로,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의 법칙을 부정하고 현대 거시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케인즈의 일반이론과, 이를 기반으로 경기순환에 대한 통계학적 연구가 더해지면서, 경기변동을 예측하고 경제정책의 방향과 강도를 정해주는 계량경제학의 도입 배경이 되었던 경기순환이론, 그리고 정의와 공리로부터 정리를 이끌어내면서 경제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폰 노이만의 게임이론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주류 경제학의 밑바탕을 다져놓았던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몇 가지의 경제이론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중반부에는 현대 주류경제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안들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냉철한 시각에서 이를 비판하고 그 외연을 확대하고자 했던 경제학자들의 저작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이중에서도 공유지관리를 시장논리나 정부의 개입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자율적 공동체에 의한 신뢰를 중시했던 공유지이론과, 경제학에 인간의 심리적은 측면을 도입하여 이성만이 만능이 아님을 역설한 휴리스틱과 편향은, 최근 우리의 사회현상과 관련하여 알아두어야 할 의미 있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책의 후반부에는 우리들이 자칫 주류나 정통경제학에 함몰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협의의 경제학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경제현상을 다른 사회현상과 연계하여 관찰해보려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경제문제를 다른 분야와 결합하여 다각적인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봄으로써, 정의나 자유에 대한 가치를 또 다른 관점에서 고찰해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현대경제사의 지나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고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시대 흐름에 따른 경제사의 발전과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의 내용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경제학은 고정화되고 정체되어 있는 학문이 아니라, 현실의 상황에 맞춰 진보적인 방향으로 전환해가는 일종의 유기적인 형태를 지닌 종합적인 사회과학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다만 이 책에서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경제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내용을 이해하는데 다소 난해할 수도 있어서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원의 희소성에 의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출발하여 오늘날 사회 전반의 거의 모든 분야로까지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이라고 한다. 경제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얻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경제학을 배운 다는 것은,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충분한 동기부여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경제학을 단지 어렵다고 멀리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양으로서 받아들여졌으면 싶고, 아울러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경제학에 대해 한층 더 친근해지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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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고 백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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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을 중심으로 액션의 스릴이 펼쳐지는 영화 중에서 한때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007시리즈나 람보, 코만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면, 소설에서는 아마도 잭 리처 시리즈가 그와 유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은 작품들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를 살펴보면, 대개 건장한 체격과 명석한 두뇌 플레이 그리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개성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결론적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악의 무리를 제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누구나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자신을 대신해서 부조리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을 제거함으로써 대리만족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국가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영웅주의 심리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비판의 눈초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 의도적이고 어떤 고의성을 내포한 것이 아니라면 느슨하고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97년 전직 군수사관 출신 잭 리처를 주인공으로 하여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리차일드 작가의 추적자를 시작으로 연계된 시리즈의 18번 번째 이야기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잭 리처 시리즈는 작년 탐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 되면서 대중적으로 그 진가가 이미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소설 역시 그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읽어볼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사건의 이야기는 주인공 잭 리처가 오래전 자신이 부대장으로 근무했으며, 지금은 터너 소령이 부대장으로 책임을 맡고 있는 110특수부대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한다. 부대에 도착한 잭 리처는 터너 대신 임시로 부대장을 맡고 있는 모건 중령을 만나게 되는데, 감회를 채 느끼지도 못한 채 그로부터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은 터너 소령이 현재 누군가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으며 이에 대한 조사를 받고 구속되었다는 것과 자신 역시도 16전에 부대 내의 비리 범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치사가 있었으며, 어느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수년 간 방치해왔다는 고소가 접수되어 돌연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잭 리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신은 그러한 일을 결코 저지른 적이 없으며, 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것이라고 담당변호사에게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 결국 그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의심하게 되고,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치 있는 임기응변으로 터너 소령과 함께 부대를 탈출하는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두 사람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끝에, 자신들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모종의 계획적인 움직임을 차단하고 그 배후세력을 찾아내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바로 그들에게 노출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들이 처한 환경이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후 작품의 줄거리는 은밀하게 그들을 옭아매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군의 고위층 관계자와, 한편으로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위험한 지경에 빠져버린 잭 리처 간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대결의 양상으로 압축되어간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영화로까지 만들어 질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호쾌한 액션과 그 와중에서 잔잔한 로맨스를 곁들인 여러 측면에서의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 중에는 잭 리처 시리즈를 두고 처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접했다가 계속해서 후속 작품을 읽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고들 말한다. 사실 잭 리쳐 시리즈는 주인공의 활발한 움직임이 많아서 인지 몰라도 통상 액션스릴러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면밀하게 따져 본다면 사건의 원인과 본질을 추적하여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잭 리처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는 주된 요소 중에 한 가지는, 전직 군수사관 출신의 아웃사이더인 주인공 잭 리처의 거침없는 모험적인 행동과 정확한 판단력에 의해 사건의 핵심을 풀어나가는 추리의 묘미와, 이에 더하여 화끈한 액션의 조합에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같은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인 원샷이 스크린에 옮겨진 것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각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서 개인적인 입장에서 생각할 때, 장르 분야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잭 리처 시리즈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내용이 대부분 군에 관련한 제한적이라는 점과, 또한 결말 부분에서의 반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는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여전히 변함없는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중적인 스릴러물로써의 자리매김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작품의 선택은 독자의 몫이지만 돌이켜보면 이만한 스릴러물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잭리처 시리즈를 읽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터프하고 냉철한 모습의 이면에 의외로 담백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잭 리처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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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경제 - L’economie des inegalites
토마 피케티 지음, 유영 옮김, 노형규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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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와 재분배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그 체감의 정도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만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중산층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었다. 하지만 고용불안과 물가상승이라는 대외적인 요인과 내부적으로는 주거와 사교육비의 증가로 인해, 점차 중산층이 붕괴되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이제는 점차 가속화 되어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러한 문제점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사회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할 때, 향후 국민들의 위기감은 한층 팽배해 질 것이고, 급기야는 사회 안정화를 해치는 하나의 커다란 불안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1980년대 이후부터 대다수 주요 선진 국가들은 소득 불평등의 격차가 더욱 증가하고 있음을 밝힌바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연일 반정부 시위가 날로 확산되어 가면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홍콩 행정장관 선거 안에 반대하는 자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몇몇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극심한 빈부격차에 의한 소득 불평등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불평등 문제에 관하여 그 원인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수없이 제기되어 왔던 여러 경제적 이론과 관련하여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이 책은 21세기 자본론과 관련하여 극히 일방적이고도 편향적인 흐르고 있는 부의 이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어떻게 하면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해 집중조명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동안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부의 불평등과 재분배의 문제를 두고 마땅한 해결책을 위해 시각을 달리하는 두 가지의 논점이 있어왔다. 이를테면 시장원리와 개인주의에 따라 정부의 개입을 가급적 줄이는 대신에 생산성의 증가에 초점을 맞춰 이를 기반으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인 우파의 주장과, 반면에 사회주의 이론에 입각하여 시장원리가 자본소유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세금을 물려 재정이전에 출자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생산과정에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공적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좌파의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이 두 가지 관점을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난 경제의 역사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의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몇몇의 지표들을 토대로 지금까지 불평등을 초래해왔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 우선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미 폭넓게 합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재정적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실에 근거하여, 기존의 재분배 전체를 보편적 이전으로 대체하기보다 기존의 제도적 도구, 즉 부의 소득세와 기초소득을 보장해주는 세액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부차적으로는 교육의 투자와 공적인 사회제도를 병행 유지할 때, 비로소 불평등의 개선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았다. 더불어서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무리한 인플레정책이나 자본수요를 증가시키려는 경기부양책은 실질적인 재분배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지난 250년간의 경제적 부의 집중과 재분배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오면서 결론적으로는,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경제 불평등에 해소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불평등을 해결하는 많은 경제이론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내용상으로는 그럴 듯하게 보이는 것일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효율적 재분배를 역행하거나 비생산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서 인적자본의 모든 불평등을 단지 차별 현상 탓으로 돌린다거나, 임금 저하의 모든 원인을 고용자들의 수요독점권으로 돌리는 행태도 결코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의 말하려는 요지를 함축해 본다면, 국가는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메커니즘의 본질적인 부분을 깊이 인식하고 단기적인 효과를 위한 부양책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시장원리에 불리한 입장에 직면해 있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들의 처지를 개선하거나, 세제개혁을 통한 재분배의 확대와 고등교육과 같은 공적지원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리 유효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시행되는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여야 하며, 다른 무엇보다 경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있어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우리의 균형적인 시각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 책의 저자이면서 21세기 자본을 출간하여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최근 국내에 방한하여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낸 우리의 경제 현황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한편 소득 불평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면서, 이에 대하여 누진세 정책과 교육에 대한 투자와 같은 다각적인 방법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오늘 우리의 경제가 안고 있는 소득 불평등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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