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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고 백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주인공을 중심으로 액션의 스릴이 펼쳐지는 영화 중에서 한때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007시리즈나 람보, 코만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고 한다면, 소설에서는 아마도 잭 리처 시리즈가 그와 유사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이와 같은 작품들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를 살펴보면, 대개 건장한 체격과 명석한 두뇌 플레이 그리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개성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결론적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악의 무리를 제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누구나 이야기의 흐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의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자신을 대신해서 부조리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을 제거함으로써 대리만족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국가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영웅주의 심리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비판의 눈초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 의도적이고 어떤 고의성을 내포한 것이 아니라면 느슨하고 무감각해진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97년 전직 군수사관 출신 잭 리처를 주인공으로 하여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던 리차일드 작가의 추적자를 시작으로 연계된 시리즈의 18번 번째 이야기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잭 리처 시리즈는 작년 탐 크루즈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 되면서 대중적으로 그 진가가 이미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소설 역시 그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읽어볼만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사건의 이야기는 주인공 잭 리처가 오래전 자신이 부대장으로 근무했으며, 지금은 터너 소령이 부대장으로 책임을 맡고 있는 110특수부대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한다. 부대에 도착한 잭 리처는 터너 대신 임시로 부대장을 맡고 있는 모건 중령을 만나게 되는데, 감회를 채 느끼지도 못한 채 그로부터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된다. 그것은 터너 소령이 현재 누군가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되었으며 이에 대한 조사를 받고 구속되었다는 것과 자신 역시도 16전에 부대 내의 비리 범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폭행치사가 있었으며, 어느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수년 간 방치해왔다는 고소가 접수되어 돌연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잭 리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신은 그러한 일을 결코 저지른 적이 없으며, 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한 것이라고 담당변호사에게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만다. 결국 그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의심하게 되고,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재치 있는 임기응변으로 터너 소령과 함께 부대를 탈출하는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두 사람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끝에, 자신들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모종의 계획적인 움직임을 차단하고 그 배후세력을 찾아내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에 돌입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자신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바로 그들에게 노출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들이 처한 환경이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후 작품의 줄거리는 은밀하게 그들을 옭아매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군의 고위층 관계자와, 한편으로 목숨을 내놓아야 할 만큼 위험한 지경에 빠져버린 잭 리처 간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대결의 양상으로 압축되어간다.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영화로까지 만들어 질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호쾌한 액션과 그 와중에서 잔잔한 로맨스를 곁들인 여러 측면에서의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 중에는 잭 리처 시리즈를 두고 처음에 아무런 생각 없이 접했다가 계속해서 후속 작품을 읽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고들 말한다. 사실 잭 리쳐 시리즈는 주인공의 활발한 움직임이 많아서 인지 몰라도 통상 액션스릴러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내용을 면밀하게 따져 본다면 사건의 원인과 본질을 추적하여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잭 리처 시리즈가 인기를 얻고 있는 주된 요소 중에 한 가지는, 전직 군수사관 출신의 아웃사이더인 주인공 잭 리처의 거침없는 모험적인 행동과 정확한 판단력에 의해 사건의 핵심을 풀어나가는 추리의 묘미와, 이에 더하여 화끈한 액션의 조합에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같은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인 원샷이 스크린에 옮겨진 것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각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서 개인적인 입장에서 생각할 때, 장르 분야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잭 리처 시리즈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내용이 대부분 군에 관련한 제한적이라는 점과, 또한 결말 부분에서의 반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는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여전히 변함없는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중적인 스릴러물로써의 자리매김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작품의 선택은 독자의 몫이지만 돌이켜보면 이만한 스릴러물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잭리처 시리즈를 읽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터프하고 냉철한 모습의 이면에 의외로 담백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잭 리처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