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경제 - L’economie des inegalites
토마 피케티 지음, 유영 옮김, 노형규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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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와 재분배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이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그 체감의 정도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만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중산층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왔었다. 하지만 고용불안과 물가상승이라는 대외적인 요인과 내부적으로는 주거와 사교육비의 증가로 인해, 점차 중산층이 붕괴되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이제는 점차 가속화 되어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러한 문제점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사회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할 때, 향후 국민들의 위기감은 한층 팽배해 질 것이고, 급기야는 사회 안정화를 해치는 하나의 커다란 불안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1980년대 이후부터 대다수 주요 선진 국가들은 소득 불평등의 격차가 더욱 증가하고 있음을 밝힌바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연일 반정부 시위가 날로 확산되어 가면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면 홍콩 행정장관 선거 안에 반대하는 자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몇몇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극심한 빈부격차에 의한 소득 불평등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불평등 문제에 관하여 그 원인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살펴보고, 수없이 제기되어 왔던 여러 경제적 이론과 관련하여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이 책은 21세기 자본론과 관련하여 극히 일방적이고도 편향적인 흐르고 있는 부의 이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어떻게 하면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해 집중조명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동안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부의 불평등과 재분배의 문제를 두고 마땅한 해결책을 위해 시각을 달리하는 두 가지의 논점이 있어왔다. 이를테면 시장원리와 개인주의에 따라 정부의 개입을 가급적 줄이는 대신에 생산성의 증가에 초점을 맞춰 이를 기반으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인 우파의 주장과, 반면에 사회주의 이론에 입각하여 시장원리가 자본소유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세금을 물려 재정이전에 출자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생산과정에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공적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좌파의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이 두 가지 관점을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난 경제의 역사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의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몇몇의 지표들을 토대로 지금까지 불평등을 초래해왔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 우선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미 폭넓게 합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재정적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실에 근거하여, 기존의 재분배 전체를 보편적 이전으로 대체하기보다 기존의 제도적 도구, 즉 부의 소득세와 기초소득을 보장해주는 세액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부차적으로는 교육의 투자와 공적인 사회제도를 병행 유지할 때, 비로소 불평등의 개선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았다. 더불어서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무리한 인플레정책이나 자본수요를 증가시키려는 경기부양책은 실질적인 재분배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지난 250년간의 경제적 부의 집중과 재분배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오면서 결론적으로는,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경제 불평등에 해소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불평등을 해결하는 많은 경제이론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내용상으로는 그럴 듯하게 보이는 것일지는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효율적 재분배를 역행하거나 비생산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서 인적자본의 모든 불평등을 단지 차별 현상 탓으로 돌린다거나, 임금 저하의 모든 원인을 고용자들의 수요독점권으로 돌리는 행태도 결코 바람직한 모양새는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의 말하려는 요지를 함축해 본다면, 국가는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메커니즘의 본질적인 부분을 깊이 인식하고 단기적인 효과를 위한 부양책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시장원리에 불리한 입장에 직면해 있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들의 처지를 개선하거나, 세제개혁을 통한 재분배의 확대와 고등교육과 같은 공적지원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리 유효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시행되는 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여야 하며, 다른 무엇보다 경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데 있어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우리의 균형적인 시각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 책의 저자이면서 21세기 자본을 출간하여 전 세계에 피케티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최근 국내에 방한하여 고도의 성장을 이루어낸 우리의 경제 현황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한편 소득 불평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면서, 이에 대하여 누진세 정책과 교육에 대한 투자와 같은 다각적인 방법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오늘 우리의 경제가 안고 있는 소득 불평등의 문제점을 직시하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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