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즈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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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지구가 멸망하는 위험 요인을 소재로 하여 디스토피아적인 많은 이야기들이 그동안 영화나 소설을 통해 많이 알려져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안에 전개되는 다양한 상황 속의 내용들은 다분히 비현실적이어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그와 관련한 내용들이 독자들에게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점은, 향후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있기 때문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빠르게 진전됨에 따라, 과거에는 단지 우리의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일들이 점차 현실화 되어가고 있음을 본다. 그런데 그러한 일의 대부분은 대개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거나 이롭게 만드는 것이어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그와 관련하여 반드시 긍정적인 부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과학의 기술이 애초 목적에 맞게 의도한 방향대로 이용되지 않거나, 혹은 개발을 빌미로 자연의 훼손하여 환경변화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될 때, 이는 자칫 인류를 재앙에 빠트리는 위험의 지경으로 얼마든지 몰아갈 수도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이처럼 인류의 존망과 직결되는 내용을 다룬 공상과학의 세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은 인류생존이라는 문제를 현대의학과 연결시켜 예측 가능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이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주목되는 점은, 작품 전반에 걸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인상 깊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있어, 기존의 유사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르가 주는 다양한 감상의 포인트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미국연방수사국의 비밀 요원으로 근무하던 에단 버크가 특수 임무를 수행 하던 중에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던 병원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생각이 들었던 그는, 연방정부로부터 한동안 소식이 끊어져 실종된 것으로 여겨지는 두 명의 연방요원을 찾기 위해 아이다호 주 웨이워드 파인즈로 파견되었으며, 불행하게도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희미한 기억의 단편을 떠올린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분증을 포함한 자신의 개인소지품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과, 아울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집에 있는 아내와 그리고 상부에 연락을 취해보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연결을 할 수 없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알 수 없는 어떤 음모와 관련하여 깊은 함정에 빠진 것으로 생각하고, 즉시 그곳으로부터 탈출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행방불명되었던 자신의 동료가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신이 있는 파인즈 마을지역에서 외부로 통하는 길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절망과 좌절에 사로잡힌 그는 다행스럽게도 마을의 한적한 술집에서 우연하게 만난 한 여성으로부터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있다는 것과, 이곳에 있는 모든 마을 사람들의 신체 속에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칩이 심어져 있다는 놀라운 내용을 알게 되면서, 그녀와 함께 이곳을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경주를 하게 되고, 자신을 찾아 죽이려는 마을 사람들의 끈질긴 추적을 피해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그곳은 그가 상상하던 세상이 아니었으며, 그동안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고초를 겪어야만 했던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이 작품은 분류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기존의 디스토피아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른 전개의 양상으로 볼 때, 작품을 대하는 독자로 하여금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작품 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모두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전체 내용으로 볼 때 서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특징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전에 작품들이 통상 디스토피아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었다고 본다면, 이 작품은 그 보다는 그 내용 안에 상당 부분을 스릴 있으면서도 미스터리적인 면을 부각시켜 마치 SF가 아닌 특색 있는 스릴러물을 읽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공상과학 이상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장르의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서 줄거리 전개과정에 전율을 느끼게 하는 공포 및 스릴의 요소와 그리고 후반 부분에서의 예측을 불허하는 반전의 효과는 흥미를 자극하는데 손색이 없을 듯하다. 물론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단순히 작품의 전반부만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이 초반부에 조성된 긴장감이 흐트러지지 않고 지속되면서 그와 동시에 생동감 있게 전개되는 과정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가 예고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이미 오래전부터 디스토피아의 내용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있어 왔고, 개인적으로도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장르여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작품 속으로 흠뻑 몰입하게 만드는 다양한 장치들이 내재되어 있어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매력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장르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이 있기를 바라며, 조만간 이 작품에 대한 후속 이야기가 출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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