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불균형에 대하여
민용근
<혜화,동>

이제 그는 한번 알게 되면 다시는 원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한 가지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가장 완벽한 사랑의 경우에서조차 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덜 깊게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똑같이 착한, 똑같이 재능을 타고난, 똑같이 아름다운 두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상대를 똑같이사랑하는 두 사람은 있을 수 없다.(손턴 와일더,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샘터, 2010, 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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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어떤 과거에 대해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 되어버리는 이런 고통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열심히 상상해야 하리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대상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그걸 잊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말한다.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고, 이런 말은 지금 대상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체가 될 것을, 심지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주체가 될 것을 요구하는 말이다. 당신의 고통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는 말은 얼마나 잔인한가. 우리가 그렇게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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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심장
아이스킬로스의 소위 ‘고통을 통한 배움 ( pathei imathor)‘ (아가멤논, 177행)이란  고통 뒤에는 깨달음이 있다는 뜻이지만 고통 없이는 무엇도 진정으로 배울 수 없다는 뜻도 된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같은 경험과 같은 고통만이 같은 슬픔에 이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비참한 소식이다. 그런데 더 비참한 소식은 우리가 그런 교육을 통해서도 끝내 배움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교육이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내 존립을 위협하기라도 한다면 말이다. 아가멤논과 스티븐과 우리 사이에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어 다른 많은 차이점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유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 이것은 거부할 수도 박살낼 수도 없는 인간의 조건이다.( 킬링 디어)가 엄밀한 의미에서 ‘비극‘인 것은 이 인간 조건의 비극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특정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결함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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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으로서의 복수와 그 한계
복수란 피해자가 제 분노를 마구잡이로 분출하는 일이 아니다. 나는 예전 글에서 ‘복수의 서사‘는 "고통의 등가교환"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서사이며, 거의 실현 불가능한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어떻게 창조적으로 실패하는가에 그성패가 달려 있다고 정리해본 적이 있는데《정확한 사랑의 실험》.
마음산책, 2014, 70~72쪽),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려고 한다.
가장 정확한 의미에서의 복수는 ‘같은 경험‘을 인위적으로 생산해내는 기획이다. 피해자는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를 그 양과 질 그대로 알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가해자라고 생각할것이다. 그러나 가해자 본인의 자발적 역량만으로는 그런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가해자의 성품과 노력의 차이는 결과에 큰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근원적 무능력, 즉타인의 슬픔을 똑같이 느낄 수 없음 이라고 요약될 그것과 관계하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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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하는 것은 참혹한 짓이다.
 그러니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슬픔에 대한 공부일 것이다.
- 졸고, <책을 엮으며>, 〈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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