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누인 이야기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베리아 설화집
작자미상, 안동진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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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누인은 일본의 홋카이도와 러시아의 사할린, 쿠릴 열도 등지에 분포하는 소수 민족이다.
또한 러시아나 시베리아에서 건너온 민족이기에 일본인과 전혀 다르게 뚜렷한 이목구비와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를 띄고 있다. ‘아이누‘란 말도 그 부족 언어로 ‘인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실 아이누인에 대해서는 가까운 일본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극히 드물게 알려져 있다. 아마도 이 책은 아이누인들의 존재를 어느정도 알려지길 바라며 내놓은 작품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설화집‘이면서 아이누 판 ‘전래 동화‘ 같다. 읽다보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이 훤하다.

아이누인 이야기에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자연과 동물들을 신이라 믿는 ‘토테미즘‘과 무형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이 보인다. 심지어 악마도 나오고 무시무시한 괴물도 나온다! 뭔가 지브리나 디즈니에서 영화로 만든다면 꽤 재미있을 법한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이야기가 아무런 전개양상도 보이지 않고 흘러가는데로 진행되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도 많다. 또한 이 책 자체의 가격이 정말 비싸다. 이 책의 두께는 매우 얇은데도 만 원이 넘어간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이런 분야의 책들이 많이 안팔리고 개인 사정이 있을 수 있기에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러시아 전공분들에겐 좋은 지식이 될만한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일본 대표 시인 하쿠슈의 ‘늙은 아이누‘ 시를 적고 마무리하겠다.

그는 아이누
늙은 독수리
오래되고 주름지고
병들어 지친 자
엄숙한 아츠시
짧은 칼을 쥐고 갈더니
털썩 하고 앉아
주옥을 깎으며 황홀해하네.

오 도이만 쿠츠타리(그대, 지상에 뻗어가는 자여)
모두 다 좋구나
나는 기도한다
나는 늙고
나는 탄식한다
나는 희고
이리도 빨리 빛이 나는구나
나는 스러진다.
아아, 이리도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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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열린책들 세계문학 176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소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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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한 버나드 쇼의 작품이다.
먼저 희곡으로서 아주 훌륭했다. 만약 공연이 열였더라면 모든 걸 제치고 당장 달려가 관람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후반부네 히긴스와 리자가 말싸움을 할 때 흥미진진했다.

들어본 바로는 버나드 쇼는 냉소주의가 짙다고 한다. 히긴스가 바로 그런 인물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히긴스가 매너를 따지지 않고 모든 사람을 똑같이 퉁명스럽게(?) 대하는 모습과 리자를 ‘남자의 슬리퍼나 주워주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교양있는 여자가 되게 해 준 것이 아니라는 말에 그가 마냥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 친절함에 보상을 바라고 구걸하는 상업주의적인 태도에 냉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리자가 불안하지만 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특히 흔히 로멘스 소설이라면 가지고 있는 요소, ‘여자 주인공은 반드시 남자 주인공과 맺어진다‘라는 요소를 단호히 거절했다는 점이다.
여기선 히긴스가 남자 주인공이지만 여자 주인공인 리자는 히긴스와의 결혼이 결코 옳은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독재적이며 냉소적이고 언어에만 관심이 있는 그에겐 독신이 낫고 그 자신도 원하는 일이다.

더욱이 풍자가 강한 쇼의 작품 특성상 영국 신분관에 대한 비웃음이 강하다.
많는 사람들는 소설이나 말로 비난하지만 버나드 쇼는 희곡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저 둘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모두 끌어모아 훨씬 효율적으로 사회를 비판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다소 부산스러웠다는 점이다. 그래도 읽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우리는 대부분 다소 야만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양을 갖추고 문명화되어야 하죠.
시, 철학, 예술, 과학 같은 것들을 통달하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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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슬픔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해생 옮김 / 별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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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베르테르의 슬픔을 처음으로 읽었던 때가 아마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마지막에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무릎을 꿇고 시를 암송하는 장면은 아직도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베르테르의 사랑은 누군가에게 있어서 불륜에 빠질 우려가 있어보이지만 그의 사랑에 이런 가정 파탄 같은 욕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럼 베르테르처럼 지나친 감성에 몸을 맡기는 행위는 과연 옳은 일 것일까? 베르테르는 제목에서부터 그렇듯이 ‘젊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거나 성숙한 사람들은 베르테르처럼 극단적인 선택은 물론이거니와 그가 편지에서 말하는 사랑과 사회적 비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로테의 남편인 알베르트가 그렇다. 알베르트는 베르테르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다. 로테를 사랑하고 베르테르를 좋은 친구라 생각하고 있다.

내 생각엔 베르테르의 이런 성질도 알베르트의 성질만큼이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시가 있고, 문학이 있고, 사랑이 있는 게 아닌지.

여담으로 교수님께서 알려주셨는데, 우리나라의 ‘롯데‘의 기업의 ‘롯데‘가 사실 이 작품에 나온 ‘로테‘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가련한 베르터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는 한 모두 모아 여기 선보입니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게 고마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베르터의 정신과 성품에 경탄하며 사랑해 마지않을 것이고,그의 운명에 눈물을 금치 못할 테니까요.
베르터와 같이 욕망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은그의 번민에서 위안을 얻을 것입니다. 운명 혹은 자신의 잘못으로 친구 하나 찾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이 작은 책자를 벗으로 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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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 세계명작을 고쳐 읽고 다시 쓰는 즐거움
이현우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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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문학을 작가 본연의 색다른 시각으로 설명한 책이다.
그리고 읽으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개념들을 인용하고 있어 지식을 알아가는데도 도움이 됬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폭풍우'라는 작품에서 과거 영국의 식민지 정책을,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가 생각하는 진정한 천국의 모습 등을 유추해보면서 독자들이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상을 통해 고전 문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준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에선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기다리는 '고도'를 '구원'이라고 해석한 점이 신박하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같이 못 박힌 두 명의 강도의 상반된 행동을 근거로 우리가 구원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고작 12.5%에 불과하고 이를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인물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덧붙여 구원에 비관하는(고도를 기다리는 것에 실증난) 에스트라공과 달리 희망을 가지는 블라디미르의 차이는 "구원에 대한 '8분의 1'의 기대와 '8분의 8'의 절망"이다. 과연 나는 어느 쪽일까?

마지막 장에는 존 레논의 '이매진'으로 세계시민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다.
그리고 세계문학의 열풍을 민음사와 문학동네 출판사를 차례대로 바라보면서 그 열풍의 원인과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세계문학을 아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아주 좋은 길잡이자 세계문학 판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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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1894년 여름 - 오스트리아인 헤세-바르텍의 여행기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지음, 정현규 옮김, 한철호 감수 / 책과함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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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느 오스트리아 출신인 외국인이 구한말 조선을 여행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견문록이다.

외국인이 바라본 시선인 만큼 읽는 내내 불편하고 부끄러운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봐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는 1894년, 조선이 안 밖으로 위기를 맞아 몰락해 나가던 시기다. 안에서는 세도 정치의 횡포, 밖에서는 일본과 청나라와 같은 열강들의 간섭이 있었고 이는 여행자이자 제 3자였던 바르텍의 눈에 쉽게 들어왔던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방인)의 새로운 점을 알게 되었는데, 철저히 제 3자 이자 이방인인 이들이 당시 조선에 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외교 경험이 많았던 사람이었지만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이렇게 지대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 게다가 그들에게 어느정도 공감가는 점도 있었다. 특히 조선의 탐관오리나 부패한 관리들을 비판하는 그의 말은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비록 조선 사람들의 천성이 게으르다니, 교통 제도도 엉망이라든지, 중국의 속국이라는 말에는 마음이 아팠지만 어디까지나 외국인의 시선이며 어쩌면 그것이 진정 사실일지도 모르기에 달게 받아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쓴 글이기에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 적은 그동안의 다른 책들보다 신빙성이 높아 당시 조선의 상황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역사라는 것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서 읽으면 그것 또한 역사 왜곡이 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유일한 단점이라고 하면 관련 사진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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