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발표되고 두 달 만에 독서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1년여가 지나고 나서 작품에 대한 진짜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는, 소위 ‘역주행’을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품, 게다가 무려 32년간 지금도 실재하는 모스크바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메트로폴 호텔에 감금 생활이라는 플롯은 소설『모스크바의 신사(A Gentleman in Moscow)』를 꽤 흥미롭게 바라보게 한다.
소설은 서른세 살의 ‘알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란 인물이 공산주의혁명이 성공한 러시아에서 과거 프롤레타리아 혁명 동조의 시를 쓴 이력으로 인해 목숨을 부지하고, 종신 연금형 선고로 인해 호텔을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메트로폴은 수준높은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시설인데, 체제의 건재함, 풍요를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 잔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적 배경이 소설적 매력인 것은 특별함이 용납되지 않는 공산주의가 장악한 호텔 밖의 사회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동시대이지만 안과 밖이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의 한 가운데 있음에도 그 혹독함을 비켜간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또한 “모든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가 한 사람에게는 세상의 축소판”일 수밖에 없다는 설정이 발산하는 관음증적 관심의 유발이랄 수 있다.
그래서일까? 로스트프라는 한 인간이 겪어내야 할 삶의 면면을 강렬하게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끓게 된다. 그것은 아마 인간과 시대의 변화에 대한 관찰자이자 참견자이며, 환경과 인간의 지배관계에 대한 세심한 응시가 될 것이다. 여기서 “숨길 수 없는 내면의 빛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이 소설의 압축적인 문장은 더더욱 소설의 서사적 역량을 기대케 한다.
"자기만의 동굴에 갇혀 『오디세이』를 읽음으로써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실현하는게 아냐.
사람은 거대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음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거야."
- P 608 中에서
그런데 이 매혹적인 작품의 뒤늦은 평가만큼이나 국내에 이 작가에 대해서도 그리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작가 ‘에이모 토울스(Amor Towles)’는 그의 대표작인 『Rules of Civility (2011)』가 2013년 국내에 『우아한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적이 있으나 지금은 그나마도 절판된 것 같다. 또한 그의 작품으로 『Rules of Civility』와 이번에 번역 소개되는 『A Gentleman in Moscow (2016)』만 알려져 있지만 2013년에 『Eve in Hollywood』가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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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1964년 출생했으며, 예일대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영문학 석사를 받았으며, 아내 매기(Maggie), 딸과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맨해탄 그레머서 파크에 살고 있다. 1991년부터 2012년까지 뉴욕에서 투자전문가로서 일해 오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서 소설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학적 성취에 더해 상업적 성공까지 거둔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은 국내 독자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