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 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정경영 지음 / 곰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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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 정경영

 : 곰출판

 : 2021/06/01 - 2021/06/13


초보자용 책은 아니다.

음악을 듣거나 즐기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음악을 분석하고 생각하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내가 읽기에 수준이 높다. 

중간중간 악보를 분석해서 풀어 썼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예시로 나온 멜로디를 그려놓고 화성악적으로 왜 틀렸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읽기는 했지만 글자들이 눈을 스칠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자는 음악을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겠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족하다고 했는데, 일단 난 그 한 명은 아니었다. 

전혀 준비를 안한 상태에서 음악을 분석하는 책을 읽으니 당연히 재미가 없었다. 

QR코드에 연결된 음악도 시끄럽기만 하지 생각을 자극하는 음악이 아니었다. 

오죽 했으면 우리 애가 왜 소음을 틀어놨냐고...

이렇게 어려운 내용은 수준높은 독자들에게 맡기고 난 가볍고 말랑말랑하게 음악의 얕은 물가에서만 놀아야겠다. 

언젠가는 음악이 무릎에까지 올라와도 견딜 수 있겠지..



p11 우리가 생각하는 음악이라는 것이 인간이 의도를 갖고 만든 아름답고 질서있는 소리 예술 작품이라면 말이죠 p33 네가 뭔대? 네가 무슨 자격으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인 것죠. 저는 이 그레고리오 성가의 탄생이 서양 음악사에서 표준어와 사투리가 나뉘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레고리오 성가가 표준어가 되면서 다른 성가들(암브로시안, 켈틱, 갈리칸, 모자라빅 등)은 사투리가 되는 거죠

p44 판소리 <춘향가> '쑥대머리'의 한 대목을 서양악보로 그려 '도레미'로 읽어내면 쉽게 배우고 익힐 것 같지요? 하지만 그것만이 가진 특징이 사라져서 우리 음악과 서양 음악 사이의 어정쩡한 음악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p53 그렇다면 과여 어떤 소리가 상황과 문맥 안에서 소음으로 여겨질까요? 바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소리입니다.

p55 주인공의 자리에서, 중심에서 밀려난 '나머지'가 소음이 된다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소음을 사투리와 닮았습니다.

p66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사 책을 사서 읽기 시작한 건, 솔직히 말하자면 잘난 척을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p83 바흐는 칸타타 140번 1곡에서 프랑스의 부점 리듬과 독일 전통의 코랄 선율, 그리고 이탈리아의 형식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지요. 바로 이것이 바흐 시대 독일 음악의 독특한 특징이었습니다.

p107 연주나 공연에는 연주자의 개별적 맥락과 취향, 나름의 역사가 포함되므로 작곡가의 순수한 의도가 그런 것들에 의해 훼손된다는 거죠

p111 악보를 읽을 수 없으니, 악보를 음악과 동일시하는 일은 아예 없는 거죠. 음악은 악보 같은 사물이 아니라 항상 하고 있는 무엇인 겁니다.

p116 페달포인트로 머물러 있는 으뜸음 위에서 딸리화음의 반음 올려진 3음이 만드는 장7도 불협화음으로는 앞에서 말씀드린 그 긴 이야기를 다 설명할 수 없거든요. 일단 그 불협화음이 입과 코 중간쯤에 머금은 듯한 소리를 통해서 연주되지 않아다면 그날의 그 기분이 들지 않았을 겁니다.

p178 작곡을 배울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뭘까요? 대체로 클래식 음악 작곡을 배우러 가면 제일 먼저 연필 깎는 법을 배웁니다. 진짭니다. 글씨 쓸 때처럼 원뿔형으로 뾰족하게 깎는 것이 아니라 끌 모양으로 깎는 법을 배우죠

p184 오히려 그 시대나 문맥의 한계를 넘어 창조적으로 틀린 음악은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시대, 새로운 양식을 연다고 할 수 있겠네요

p204 '따따따딴'은 18세기 청중들이 늘 그렇게 하듯 '산만하게' 들으면 재미가 하나도 없다는 얘깁니다. 이 음악은 레고 블록처럼 블록과 블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과정을 듣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p210 그러나 혹시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생각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데?"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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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의 베토벤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바라본 베토벤의 삶과 음악
에드먼드 모리스 지음, 이석호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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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작가 : 에드몬드 모리스

출판사 : 프시케의 숲

읽은날 : 2021/05/07 - 2021/05/16


클래식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 악성 베토벤.

아름답기 그지없는 피아노 소나타, 현악사중주, 그리고 웅장한 교향곡까지...

어려서 받은 학대와 청력을 잃는 고난속에서 불굴의 의지로 어마어마한 음악을 만들어 낸 사람..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결코 본받을만한 모습이 아니다.

자기 중심적이고, 귀족을 경멸하면서 귀족을 동경하는 이중적 모습.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존경해야 하고, 괜찮은 여자들에게는 하나같이 추파를 던진 난봉꾼같은 사람이 베토벤이다. 

조카를 카를을 두고 계수씨와 벌인 비열한 행위는 거의 정신병적 수준이다. 

돈에 집착하며, 같은 곡을 여러 출판사에 동시에 팔아먹는 파렴치한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이 책에서 전기 작가가 이런 모습을 어떻하든 미화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사실을 바꿀 수는 없는 것. 나중에는 체념한듯 담담하게 베토벤의 만행을 서술한다. 

인간적으로는 정말 파렴치하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의 음악만큼은 그의 정열을 다해 만들었다는 건 확실하다. 

질그릇에 보화가 담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대부분의 베토벤 전기가 베토벤을 미화하기에 바쁜데 베토벤 전기가운데 그나마 객관적으로 잘 쓴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다.  


p11 바흐는 눈을 감기도 전부터 케케묵은 음악을 한다고 조롱받았고, 모차르트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에 의해 작고 귀여운 음악만 썼던 작곡가로 평가절하되었다

p14 대푸가는 지금 들어도(처음으로 듣는 것이건 100번째로 듣는 것이건 간에) 거친 음향만으로도 듣는 이를 압도하는 힘이 여전하다. 15분 넘는 시간 동안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및 첼로는 광분해 날뛰는 독수리처럼 꽥꽥대고 비명 지른다

p18 그는 염감과 노력이 적당한 비율로 뒤섞일 때 비로소 위대한 음악이 나온다고 믿었다

p30 베노벤은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독일이 어엿한 나라라기보다는 언어를 핵심 논리로 하는 하나의 사상에 가깝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p36 소년 베토벤은 숫기도 없고 말수도 적은 내성적인 아이였다. 어느 급우의 기억을 빌리자면 "훗날 그토록 찬란히 빛날 천재의 섬광은 단 하나의 징후도 찾을 수 없었다"

p39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대포적인 장르가 교향곡이긴 하지만, 흔히 사람들은 그가 성악가의 아들이자 손자였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p49 현악기 중에서도 가장 은근히 이 악기를 향한 베토벤의 애정은(모차르트 역시 비올라를 아꼈다) 그가 겉으로 드러나는 면모보다 구조적인 측면에 더욱 관심을 가진 천생 음악가였음을 시사한다

p57 루트비히는 베겔러와의 친분을 이용해 파트타임 수강생으로 본 대학에 등록해 철학 과정을 마쳤다. 당시 본 대학은 과학자, 법학자, 신학자, 인문학자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었고, 한 마디로 지적으로 깨어 있는 젊은이가 지내기에 더없이 짜릿한 환경을 제공했다

p70 베토벤이 1790년에 쓴 "칸타타가 하나" 있었는데 연주가 너무 까다로워 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당시 주변인들의 전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문제가 생긴다. 장송 칸타타를 말하는 것인지 즉위 칸타타를 말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것이다

p84 우는 아들을 억지로 클라비어 의자에 앉히던 호랑이 선생님이었던 요한은 세상을 떠남으로써 성인이 된 아들이 제대로 뻗어나갈 도약대를 제공했다

p91 1793년 가을과 초겨울, 베토벤에게 박수를 보내던 귀족들은 두려운 현실을 잊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음악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p109 베토벤은 돈 문제에 관해서는 책임감 있는 편이 되지 못했다. 언제나 거래 상대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금액을 요구했는데, 그에게 돈은 곧 자존심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p123 우아하고 선율이 풍부한 데다가 색다른 앙상블(클라리넷, 호른, 바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을 위한 작법도 절묘한 이 작품은, 어제까지는 "괴팍스러움"을 취급했던 작곡가가 일단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살롱 엔터테이너들처럼 얼마든지 유쾌한 작품을 쓸 수 있음을 입증했다

p139 음악에 가장 고통스럼은 불협음정인 단9도가 가끔식 등장하여 수면에 파르르 파문을 던지지만 이 역시 잔잔한 물결에 의해 곧 다스려진다

p143 베토벤은 프란츠 베겔러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길, 또 다른 제자(나를 사랑하고 또 내가 사랑하는 소중하고 매력적인 여인) 덕분에 쓸쓸함을 많이 덜 수 있다고 썼다. 그 여인이란 귀차르디 백작의 딸 줄리에타였다.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를 그녀에게 헌정했고 청혼 생각까지 품었다가 단념했다.

p154 베토벤에게 나폴레옹을 기념하는 교향곡은 1803년에 처리한 여러 아이템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베토벤에게 1803년은 생산성과 독창성, 그리고 항상성이라는 면에서 음악 역사상 비할 바 없이 훌륭했던 10년 세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해였다

p171 응접실, 피아노, 공간을 가득 채운 에로틱한 긴장감, 숨죽인 발걸음으로 여인의 뒤를 밟는 두 남자, 달빛 속에 홀연히 사라져버린 그레트헨. 무엇이 더 필요할까. 리스! 낭만적인 음악을 연주해주게. 구슬픈 음악을... 격정적인 음악을.

p179 베토벤을 후원하던 귀족들은 거의 모두 수도를 버리고 피신했다. 나폴레옹이 쇤브룬 궁전을 차지하고 들어가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250만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p199 베토벤이 그들을 모욕해도, 아니면 한 마리 땅딸막한 곰처럼 그들의 금박 거울에 침을 뱉고 무롛ㅏ게 굴어도 귀족들과 부호들은 모두 용납하고 인내했다. 진짜배기와 어울리고 싶어 하기 마련인 사교계 인사들의 공통된 갈망을 채워주는 존재가 바로 베토벤이었기 때문이다

p208 그가 편한 마음으로 건반 앞에 앉아 즉흥 연주를 통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는 것을 듣기 전까지는 베토벤의 천재성이 얼마나 광대한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p211 마흔 살이 되면서 학문적 충동이 늘어나고 생산성은 갑자기 감퇴한 것을 보면 베토벤이 이 무렵 갱년기에 접어들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이 더욱 강화된다

p222 그대, 나의 불멸의 연인에게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베토벤이 테플리츠에 도착하기 전날 쓰기 시작한 편지를 인용하기에 앞서, 먼저 안토니 브렌타노가 이 편지의 수신인이었음이 확정적으로 밝혀진 건 최근의 일이었음을 다시 한 번 반복하여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p234 베토벤은 킨스키 공의 부인으로 하여금 부군의 유지를 받들도록 강제하기 위해 쟁송 절차에 들어갔다. 남편을 여읜 아내가 느낄 슬픔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다

p244 빈의 정신분석가 에디타와 리하르트 슈베트바 부부는 베토벤의 송사를 파헤친 묵직한 책에서, 작곡가 베토벤은 완벽한 예술 작품으로 스스로의 명예를 회복했던 반면 인간 베토벤은 "심대한 장애를 지닌, 심지어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으로 결론지었다

p253 피델리오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고 표현된 감정이 좀처럼 싸구려 감상성으로 흐르지 않으며 그 음악이 순수하다는 면에서 모든 오페라 가운데 단연코 독보적인 작품이다

p264 이 편지는 곧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폭주하게 될 반 요한나 캠페인의 서곡일 뿐이었다

p269 메이너드 솔로몬은 1816년을 전후한 시기가 "음악사의 중대 전환점 가운데 하나"라 했다. 베토벤 뿐만 아니라 그보다 젊은 동시대 작곡가들이 고전파 전성기의 종말에 적응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p271 비상 상화에 대처해야 할 것만 같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는 회피하는 쪽을 택하곤 했다. 만사형통일 때야 애정을 과시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을 테지만, 유사시에 더더욱 절실한 사랑은 그의 감정 창고에는 존재하지 않는 항목이었다

p281 3년간 베토벤은 귀족 관련 사건을 관할하는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카를의 양육권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어왔다. 그랬던 그가 이제 송두리째 벌거벗겨져 카를과 요한나, 빈의 언론 앞에서 제대로 망신살이 뻗치게 된 것이다. 진실의 순간이 찾아온 것도 자업자득이었고,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p301 그 문장을 쓴 당사자 카를 페터스는 당시 며칠간 빈을 비우려던 참이었고, 페터스 부인은 잠자리 상대를 만족시키는 솜씨로 정평이 나 있었다. 확실한 점은 베토벤이 페터스 부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p305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이후 쉰들러는 자신이 베토벤의 친구였다고 동네방네 선전하고 다녔고, 남아 있는 문서들을 적당히 위조하고 조작했으며, 많은 연구가들에게 영향을 준 대단히 왜곡된 베토벤 전기를 집필했다

p307 6년간 출판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포커판 위를 오간 여러수들 가운데 굵직한 것만 정리해도 이정도다.

p309 본인에게 그럴 자격기 있는지 없는지는 따지지도 않고 모든 것, 모든 사람을 소유하고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욕구를 앞세웠던 그가 아닌가.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오스트리아의 시인 프란츠 그릴파르처는 베토벤은 기분이 언짢아지면 "야생 동물처럼 변하곤 했다"고 술회한 바도 있고 말이다

p320 베토벤이 누구인지 알 리 없었던 지역 주민들은 그의 허름한 옷차림과 부어오른 발목을 뚫어지게 쳐다 보면서 동네 바보가 한 명 늘었다고 혀를 찼다

p321 어쨋거나 이 마지막 작품은 그의 마지막 작업이 아니었다. 겨울을 앞두고 빈으로 돌아가기 전에 끝낸 곡이 하나 더 있었다. <현악 사중중 13번 b플랫장조, 작품 130>의 새로운 종악장, 즉 이제는 <대푸가>로 알려진 독립된 악곡을 대체해야 했던 음악이 그것이다.

p330 폰 슈투테르하임 장군은 카를을 어여삐 봐준 대가로 <현악 사중주 14번 C샾단조, 작품 131>을 헌정받음으로써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영예를 누린 군인이 되었다

p335 혈관게 관련 소견과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는 베토벤의 특징을 묶어서 판단컨대 그의 청각 장애는 동맥 질환과 관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만성 설사병에 의해 더욱 악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p336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될 베토벤 전기를 저술해 1840년에 출판한 뒤 쉰들러는 그동안 간직해오던 보물단지를 프로이센 국왕에게 통재로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생활하다가 1864년에 사망했다. 그가 베토벤의 삶을 위조하고 조작했음이 알려진 건 1970년대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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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 클래식 -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준 단 한 권의 책
김성현 지음 / 생각의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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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바이블 클래식

작가 : 김성현 

출판사 : 생각의 힘

읽은날 : 2021/04/21 - 2021/04/27


제목을 읽고 착각을 해서 일게 된 책..

클래식의 바이블이라고 할만한 음악에 대한 책인줄 알았는데 성경을 주제로 한 음악에 대한 책이었다.

제목을 보면 당연히 성경관련 음악이겠거니 생각했어야 하는데 기존 생각들이 내용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은 좋았다.

성경 책별로 정리된 음악이라는 신선한 시도도 좋았고, 다양한 작곡가들이 다양한 종교음악을 만들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성경이 창세기부터 시작하니 하이든의 천지창조가 첫 장을 장식한다. 

이후 삼손과 델릴라라든가 솔로몬, 엘리야 등 유명한 영웅들의 음악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메시앙의 시간과 종말을 위한 4중주까지 성경의 많은 부분을 커버하는 음악들을 소개한다.

들어보지 않은 음악들이 훨씬 많아서 들어볼 음악리스트가 많이 쌓였다.

음악관련 서적은 읽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새로운 걸 알게 되어 좋기는 한데 들어야 할 음악리스트가 쌓이는 부담이 있다. 

바흐를 좋아하지만 아직 들어보지 못한 요한 수난곡이 소개되었다. 마태수난곡보다는 1시간이 짧으니 가볍게(?) 들어봐야겠다..



p7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이 충돌할 때, 경제적 궁핌과 예술적 자각 사이에서 방황할때, 작곡가들이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종교적인 곡을 썼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p19 전체 3부 34곡의 대작인 천지창조는 가브리엘(소프라노), 라파엘(베이스), 우리엘(테너)이라는 세 천사의 노래를 통해 천지창조의 과정을 전달하고 있다

p21 하이든은 천지창조의 1부에서 하늘과 물, 산과 강, 해와 달이 생기는 첫 나흘간을 보여준 뒤, 2부에서는 물고기와 새, 곤충과 짐승, 인간이 탄생하는 다섯 번째 날과 여섯 번째 날을 각각 표현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는 천지창조의 마지막 3부에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금지된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기 이전의 모습이 작품에 담겼다

p21 극적 갈등의 부재는 천지창조의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온전하게 유지되는 결과를 낳았다

p37 쇤베르크는 모세에게 고정된 선율없이 낭송조로 가사를 전다하도록 하고, 아론에게만 화려한 테너의 멜로디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 모순을 드러냈다.

p40 모세와 아론은 무엇보다 질문을 쏟아내는 오페라다. 쇤베르크는 결국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정답이 없는 시대에는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특권이자 임무다

p50 작품의 내용은 성경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그 속에는 영국 정부군의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의미였다

p51 이 작품에는 모든 결점을 가리고도 남을 만한 매력이 있다. 바로 헨델 후기 종교음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합창이다.

p66 생상스의 낭만적 윤색 덕분에 메조소프라노 역사상 가장 낭만적이고 운치 있는 아리아가 탄생했다. 오페라 2막에서 델릴라가 부르는 아리아 "당신 목소리에 내 마음 열려요"였다

p80 헨델 연구자인 음악학자 원턴 딘의 평처럼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나 세익스피어의 리어 왕에 비견할 만한 극예술의 걸작"이 탄생한 것이다

p81 1739년 작품 초연 이후 장송 행진곡은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의 국장때마다 연주됐다.

p105 조지1세는 냉소와 조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영국 헌정사에는 지대한 공헌을 한 왕이다. 이때 정치적 실권이 총리에게 넘어갔고, 오늘날 입헌군주제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p124 작곡가도 동생 파울에게 "내 작품 가운데 초연 때 이만큼 훌륭하게 연주된 곡은 없었다. 도 연주자와 관객에게 이처럼 열정적 반응을 받은 곡도 없었다"라며 기뻐했다

p149 초기에 러시아의 원시적 매력을 화려한 관현악으로 표현했던 스트라빈스키는 바로크 음악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절의 작품들을 신고전주의라고 부른다. 고전적 예술 양식의 부활이나 적용이라는 의미에서다

p166 영국 음악사가 찰스 버니는 메시아는 이 나라와 세계에서 그 어떤 음악 작품보다 더 배고픈 자를 먹이고, 헐벗은 자를 입혔으며, 고아를 돌보고, 오라토리오 매니저들을 계속해서 부유하게 해주었다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헨델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메시아의 악보를 이 보육원에 기부하도록 유언장을 고쳐 썼다

p173 훗날 밀라노 음악원이 베르디의 이름을 학교 명칭에 넣고 싶다며 의사를 타진했을 때에도, 베르디는 젊은 나를 원치 않았으니, 늙은 나를 가질 수도 없다라는 말로 거절했다고 한다

p180 과도한 흥분과 냉정을 넘나드는 서곡의 변화부터 당장 심상치 않다. 좋게 말해서 다이내믹하고, 나쁘게 보면 들숙날쑥하게 들린다고 할까

p191 망국의 슬픔은 1910년 한일 강제 병합으로 국권을 상실한 우리 선조들의 마음이기도 했다. 당시 정주 오산학교 교사였던 19세의 이광수는 병합소식을 접한 다음 날 새벽 3시에 종을 쳐서 기숙사 학생들을 깨웠다. 예배당에서 새벽 기도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이때 이광수가 낭독한 것이 예레미야 애가였다

p195 번스타인은 언제나 대중음악에 개방적이었다. "팝 음악을 열등하다고 보는 시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순히 교향곡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노래보다 뛰어난 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p204 월턴은 엄격한 자기 비판과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작곡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p209 특히 폐막 공연인 프롬스의 마지막 날에는 영국 국기를 든 관객이 공연장에 운집해서 푸른색과 보라색 대형 풍선을 천장으로 날리며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무대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거나 미니 폭축을 쏘아 보내는 모습은 엄숙한 음악회보다는 차라리 흥겨운 파티를 연상시킨다

p217 그분은 한 번도 당신의 생애에 대해 뭔가 써보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분의 전기에 여러 빈틈이 있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둘째 아들인 카를 필립 메아무엘 바흐가 1774년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p218 바흐는 편지를 주고받기보다는 차라리 직접 대화하는 편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은 마치 비둘기 집처럼 생기가 넘쳤다"라고 한다

p227 바흐의 후배들이 바흐의 교회에서 바흐의 작품을 부르고 연주하는 모습에서 800년 전통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2시간 40분이 넘는 수난곡이 모두 끝난뒤에서도 신도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고 조용히 정적을 지킨다. 경건한 침묵이 뜨거운 박수를 대신하는 것도 이 교회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p234 2부 40곡으로 연주 시간만 1시간 40분이 넘는 요한 수난곡은 마태수난고 이전가지 바흐의 종교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었다

p235 요한 수난곡은 루터가 번역한 신약성서의 요한복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특히 예수의 체포와 재판, 죽음을 다룬 요한복음 18-19장을 핵심적인 텍스트로 삼는다.

p250 슈트라우스는 불협화음을 과감하게 구사하는 음악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전 낭만주의 오페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욕망과 혼돈, 공포와 관능의 심연을 모두 드러낸 것이었다. 질겁한 헤롯 왕이 "저 여자를 죽여라"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다음 장면에서 음악적 질서를 되찾고자 하지만 살로메 이후의 오페라는 결코 그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이 문제적 오페라는 지금도 바그너의 후기 낭만주의와 20세기 현대음악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p265 우선 주교가 예수의 일곱 말씀을 하나씩 읽고 강론을 하면, 강론이 끝난 뒤에 한 곡식 들려주는 연주 방식이었다. 수난곡처럼 전례의 일부로 연주하는 종교음악인 셈이다

p278 이처럼 멘델스존은 혹독할 만큼 자신의 작품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내다 버릴 때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듣고 즐기는 그의 작품들은 엄격한 자기 검열의 채로 걸러서 나온 결과물이다.

p291 수용소에서 적군의 감시 아래 동료 포로들과 함께 실내악을 초연하는 광경 자체가 너무나 20세기적이었다. 메상은 훗날 관객이 "이렇게 놀라운 집중력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라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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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 - 밤에 읽는 클래식 이야기
송사비 지음 / 1458music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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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송사비의 클래식 음악야화

작가 : 송사비

출판사 : 1458music

읽은날 : 2021/03/28 - 2021/04/05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는 일상적인 클래식 음악책.

입문자나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음악가들과 음악을 소개하는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예전에는 음반소개가 뒤에 붙었었는데 요즘은 qr코드를 활용하여 유투브 연결이 책에 주로 붙는다. 기술이 발달하니 이렇게 쉽게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유명하다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다 들어 있어서 입문자들에게는 좋은 책인것 같다.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한 소개책이 많고 여러 책을 읽다보니 저자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이 씌여 있다. 

나는 비발디가 여자 가수와 사랑에 빠진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소문만 난 걸로 씌여있고, 멘델스존이나 브람스에 대한 내용도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

참고하는 책들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래서 여러 책을 읽는게 생각을 가다듬는데 좋다. 

저자가 좋아하는 추천 음반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같은 음악이라도 지휘자, 연주자에 따라 또는 연주시점에 따라 차이가 나다 보니 추천음반을 알려주면 음반 살 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p21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는 기악 중심의 음악이 아닌 성가나 미사곡 중심의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p27 사계의 악보에는 빠르기말 대신 '새가 노래하듯' 혹은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과 같은 시적인 표현이 쓰여 있습니다.

p41 바흐의 작품은 BWV 1번 칸타타로 시작해서 BWV 1,126번 Lobet Gott, unsern Herrn으로 끝나는데, 이는 곧 1,126개의 작품을 발표했다는 뜻이 됩니다. 출판을 담당했던 볼프강 슈미더가 못찾은 악보와 미공개된 작품도 있을 테니, 어쩌면 바흐는 1,126곡보다 더 많은 곡을 썼을지도 몰라요

p42 바흐는 안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작품집을 헌정합니다. 이게 바로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음악 수첩이고,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이 어리 ㄴ시절 피아노 하구언에 다녔다면 단골 메뉴로 쳐봤을 미뉴에트입니다.

p44 기존 미사 음악이 근엄하고 조용히 찬양하는 남성 4중창이었다면, 초창기 바흐는 오르간 솔로를 길게 넣고 선율을 쪼개면서 화려한 음악을 만들어요.

p45 바흐는 바이마르에서 매우 활발한 작곡 활동을 합니다. 그의 오르간곡 대부분이 이때 작곡돼요.

p47 바흐의 이야기에서 놀라운 점은 그 어떤 학자도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것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p57 평가받거나 구속되는 것을 아주 싫어했어요. 성격이 불같고 호기심이 많았다는 기록도 자주 보입니다

p63 아내도 자식도 없이 혼자 보낸 헨델의 말년은 쓸쓸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후대 음악인들을 돕기 위해 가난한 음악가 구제회에 끊임없이 후원하고, 영국 자선단체이자 보육원인 파운들링에 메시아 악보 원본과 남은 유산 전부를 기부하며 뜻깊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p80 하이든은 다른 면모를 보여줍니다. 그는 어떻게 곡을 써야 더 재밌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p87 하이든은 인품 좋은 괜찮은 사람으로 자주 묘사되곤 해요. 독특하고 유별난 모차르트와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베토벤, 두 사람 모두 독립적인 활동 중에도 하이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고 하니, 하이든 착해 설에 더욱 신빙성을 높여줍니다.

p107 유족들이 간소하게 진행한 모차르트의 부검에서도 발진과 발열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차르트의 정확한 사인은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p115 중요한 사실은 베토벤이 모차르트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다는 거예요. 모차르트 역시 베토벤을 '곡 좀 쓰는 애'로 여기면서 서로를 우호적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p118 학부 시절 베토벤의 곡을 분석하다가 '아니, 이것도 여자에게 쓴 곡이야?, 이것도?' 하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p121 당시 베토벤은 그 구역의 유명한 카사노바로, 수많은 여자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고 다니던 사람이었어요. 따라서 에르되디에게 사랑한다고 적어 보낸 연애편지도 연서가 아닌 그냥 '습관적 사랑해'로 판단해야 한다는 거죠.

p152 무언가집의 곡들은 대부분 주제 선율이 아름답고, 뚜렷한 진행 방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기를 어떻게 만들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지 구조를 뜯어 보기에 굉장히 용이해요

p158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슈베르트의 가족은 음악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형들은 바이올린을, 슈베르트는 비올라를, 아버지는 첼로를 다룰 수 있어서 가족끼리 현악 4중주를 연주할 정도로 다들 음악에 재능을 보여요

p159 마왕은 1815년에 작곡된 곡으로, 괴테의 시 <마왕>에 멜로디를 붙인 곡입니다. 피아노 반주가 엄청나게 화려해서 '연주하기 어려운 곡 모음'에 항상 올라가곤 해요

p186 많은 학자들이 "유언 속 어머니는 그가 평생 사랑했던 고국 폴란드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쇼팽은 애국심이 강한 작곡가였습니다

p195 음악 평론가들이 쇼팽을 다룰 때는 그의 곡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썼다면, 리스트를 다룰 때는 연주력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p198 리스트가 작곡가로서 남긴 독특한 업적은 바로 교향시라는 장르를 개척한 겁니다

p199 교향시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뚜렷한 형식미를 가지고 있던 교향곡을 곡의 감성적인 아름다움과 의미에 집중하도록 시적 형식으로 바꿔 놓은 것입니다.

p203 엄청난 인기와 화려한 연주자 생활을 이야기하다 말고 성직자 얘기를 하려니 약간 어색하지만, 리스트는 끝까지 수도사로 살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p214 슈만의 피아노 소나타들을 쭉 들어보면 낭만 음악의 정석이라고 할 만큼 선율이 아름답고 화려합니다.

p231 브람스는 부지런한 학구파로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등 업적을 이룬 대가의 곡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시도를 했답니다

p237 브람스는 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을 좋아해서 산책하며 사색에 빠지고,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몽상가였습니다. 또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사탕을 늘 가지고 다니며 아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나눠주던 캔디남이기도 했어요

p251 니벨룽겐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오페라입니다. 작곡가 각본까지 바그너 본인이 다 작업했어요. 무려 28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입니다.

p257 바그너와 코지마는 대놓고 불륜을 저질러요. 한스는 진작 알아챘는데도 모른 척하는 조금 이상한 모습을 보입니다

p277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다양한 예술을 학습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본인의 예술성과 부딪힌다고 생각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드뷔시는 후자였습니다.

p280 라벨이 양성애자이자 비혼주의자로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반면, 드뷔시는 음악사 내에서도 엄청난 바람둥이로 유명합니다.

p282 그녀는 드뷔시보다 세 살 연상이고 여태껏 만났던 여성과는 전혀 다른 외모였기 때문에 친구들은 "드뷔시가 여자에게만 눈이 먼 줄 알았는데, 이제는 돈에도 눈이 멀었다"라며 욕을 하기 시작해요

p284 여러 가지 가설을 정리해본 바로는 까미유가 로댕이라는 워낙 유명한 사람을 애인으로 두었던 탓에 언론에 너무 시달린 나머지, 드뷔시와는 짧은 기간 동안 매우 조심스럽게 만났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p290 클래식 전공자에게 라벨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오케스트레이션을 꼽을 겁니다. 그럼 오케스트레이션이 뭐냐? 오케스트레이션이란 관현악법으로, 간단히 말해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다룰지 방향을 잡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p316 차이콥스키는 "왜 연락 안 해? 나 무시해? 왜 후원 안 해줘?"라면서 엄청난 집착을 보입니다. 그런데도 폰 메크에게 응답이 없자 차이콥스키는 죽을 때까지 그녀에 대해 악담을 퍼붓고 다녀요. 실제로 임종 직전에도 '저주 받을 년'이라며 그녀를 욕했다고 합니다.

p320 차이콥스키의 정확한 사인은 비소중독이라고 밝혀졌지만, 지금도 그의 죽음에 대해서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다', '강요에 의한 타살이다'등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곤 합니다.

p330 화려한 스케일을 옥타브로 연타하며 오르내리는 것도 빈번하고, fff로 온 힘을 실어 연주해야 하는 구간도 길어요.

p348 스트라빈스키는 훗날 코르사코프의 제자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곡가가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르사코프가 스트라빈스키의 대성공을 보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사제관계는 어영부영 끝이 납니다

p350 불새 초연 하루 전날, 디아길레프는 스트라빈스키를 찾아가 내일이 되면 당신은 이제 스타가 될 거예요라는 영화 같은 대사를 날려요

p351 스트라빈스키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스승에게 딱히 주목받지 못해서 난 안 될 인무이구나하고 중간에 포기했다면, 곡을 못 써서 끝내 데뷔를 하지 못했다면 정말 그랬다면 디아길레프라는 인물을 만날 일도, 불새를 쓰는 일도 없었겠지요

p353 온갖 비난의 물결이 스트라빈스키를 덮치고 동료 작곡가들조차 스트라빈스키는 음악을 다시 배워야 한다라는 혹평을 남겨요. 하지만 공연을 기획한 디아길레프만은 이게 내가 바라던 바다하고 흡족한 모습을 보입니다

p358 대표적인 독설로는 바로크 시대의 비발디 곡을 다 똑같다고 평하며 비발디는 곡을 새로쓴 게 아니라, 같은 곡을 계속 편곡한 일밖에 없다라고 말한 것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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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 타카치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4중주 연주 여정
에드워드 듀슨베리 지음, 장호연 옮김 / 아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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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작가 : 에드워드 듀슨베리

출판사 : 아트북스

읽은날 : 2021/03/09 - 2021/03/18


재미있게 읽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서 나온 책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빛을 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베토벤 현악 사중주를 연주하는 타카치합주단의 제1바이올리니스트가 자신의 연주여정과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버무려서 쓴 책이다.

원래 타카치 현악4중주단은 헝가리 음악가들이 만들었다.

이 합주단에 저자가 합류하면서 책은 시작된다. 

헝가리인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이야기도 있고, 연주하면서 벌어지는 서로간의 의견차이와 조율하는 내용, 연주할 때와 녹음할 때 차이점 등 연주자들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베토벤이 활동하던 시기와 연주단의 연주 여행이 오버랩되어 순간순간 내가 어느 시대에 와 있는거지? 생각하게 한다. 

당시에도 연주자들은 베토벤 음악이 새롭고 어려워지면 불평을 많이 했나보다. 

이때 베토벤은 연주자들을 달래기는 커녕 "너 말고 미래세대를 위해 만든 음악이야"라는 식으로 연주자들을 면박을 주곤 했다. 

음악이 좋아서 그렇지 사실 베토벤 같은 양반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천재들 중에는 주변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만 잘났다고 생각하는데 베토벤과 같은 천재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더 많았을까?


연주자들은 작곡가가 만든 음표들을 해석하며 새로운 걸 발견하는 기쁨을 갖는 것 같다. 

나야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막귀라서 화음이 멋지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할 뿐인데 내가 모르는 세계를 잘 아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집에는 다카치가 아닌 부다페스트 현악4중주단의 베토벤 현악4중주가 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베토벤 현악 4중주를 더 귀기울여 듣게 된다.



p11 베토벤이 자신의 중기 4중주곡에 대해 투덜대는 바이올리니스트를 보고 이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라고 응수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p19 베토벤은 짤막한 느린 서주로 곡을 시작할 때가 많았지만, 이런 발상을 악장 전체로 통합하려는 그의 과감한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안드라스 생각이었다.

p25 베토벤이 내다보았듯이 그가 남긴 열여섯 곡의 현악 4중주곡들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사람들이 이해하게 되었고, 이제는 실내악 음악회에서 덜 알려진 곡이나 현대의 곡에 불편함을 느끼는 청자들을 안심시키는 든든한 존재이기도 하다.

p30 Op.131의 마지막 7악장이 자아내는 흉포함은 앞에 나온 그 어떤 것과도 관련이 없다. 앞선 악장들에서 그토록 섬세한 연주를 선보이고 난 뒤에 휘몰아치는 리듬과 호전적인 포르티시모로 무장한 이 피날레는 이제 현악 오케스트라 전체에 맞먹는 힘을 요구한다.

p35 그가 최근에 작곡한 곡들이 너무 어렵다며 슈판치히가 불만을 터뜨리자 베토벤은 이렇게 쏘아붙였다. "악상이 한창 더오르는데 내가 고작 자네의 가련한 깽깽이에 신경을 써야겠나?"

p55 그의 제안대로 연주하자 제1바이올린의 리듬이 비올라 독주에 힘을 실어 주어 음악의 성격이 살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 내가 그저 나의 테크닉 능력을 시험하려고 고른 것이라고 생각했던 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음악의 성격이었다

p58 무대 위에서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감정을 전하는 것은 엄연히 다름을 당혹스럽게 상기해주었다

p61 대부분의 화음은 넓은 음정과 좁은 음정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데 감7화음은 단음정(좁은 음정) 셋을 쌓아올려 만든다. 해결이 필요한 불협화음으로, 여러 다른 목적지로 이어지는 길들이 모이는 갈림길 같은 것이다.

p66 그들과 잠깐 리허설을 하면서 현악 4중주단의 기본적인 작업은 음악적 디테일의 해석을 논의하고 해결하는 바로 이곳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p68 나는 활기차고 창의적인 세 음악가들과 연주할 때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자발성의 요소를 더 많이 즐겼다

p71 이것은 일자리가 아니에요. 당신의 가족, 당신의 삶이죠. 당신이 최소한 15년, 20년은 우리와 함께해주기를 바랍니다

p75 "올림활로 시작하는 것은 더 어려울 텐데" 좋은 리허설 기술의 규칙을 아직 습득하지 못한 나는 눈치 없이 그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내면 단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일단 한 번 해보는 것이 좋다

p78 첼리스트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가끔 지나치게 달아오르는 바이올리니스를 견제하는 것이었다

p80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서 정치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훌륭한 시민들의 훈훈한 토론이었다

p86 헝가리 4중주단의 연주는 독립적인 네 성부의 대화가 유니슨으로 개시부 주제를 힘차게 다시 진술하는 대목에서 절정에 이르면서 통제와 흥분의 이상적인 조합을 이룬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p94 베토벤이 신세를 많이 진 사람에게 분개의 태도를 보인 것은 비단 하이든만이 아니었다. 그는 리히노프스키의 도움에 고마워하면서도 자신의 독립성을 주장하려고 애썼다.

p98 제1바이올린 주자가 되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4중주단 전체의 예술적 표현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나를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p100 음악에 조예가 깊고 열심히 듣는 청자인 그녀는 언젠가 슈베르트의 후기 4중주곡 연주를 들었는데 내 소리가 살짝 공격적이어서 작품의 서정적 특징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것 같았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p124 악절의 잠재적 위험을 의식하다가는 정말로 실수를 부를 수도 있다. 나는 강압적으로 용기를 더 짜내고 활기차게 주고받으며 여기에 수반되는 위험을 즐겨야 했다

p131 아마도 이런 말다툼이 계기가 되어 리히노프스키는 해마다 베토벤에게 지불해오던 600플로린의 연금을 그해에 중단했고, 둘 사이의 관계는 세월이 흐르면서 부분적으로나마 회복되었다

p144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라디카티는 작곡가 면전에서 대놓고 새로 나온 4중주곡들을 "음악이 아니"라고 말했다. 베토벤은 이렇게 받아넘겼다. "오, 그건 당신들을 위해 작곡한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야!"

p150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일은 혼란을 피하는 것이었다. 리허설이 있으면 30분 먼저 도착해서 엄격한 순서에 따라 몸을 풀었고, 매일 수영을 통해 장기 순회공연에 필요한 체력을 길렀다.

p158 바이올린 파트에서 어떤 음들은 화음과 어울렸지만, 화음과 충돌하는 음들도 있어서 달콤하면서 씁쓸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p163 가장 먼저 연주를 멈추는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술을 사는 거다. 그가 짓궃게 일러두었다. 이런 식으로 리허설을 하고 나면 재정적으로 벌칙을 내건 것이 시간을 줄이는 억제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되곤 했다

p169 가보르는 첫 진단을 받고 일곧 달 뒤인 1995년 7월 7일, 우리 곁을 떠났다. 그가 죽고 우리가 처음으로 Op. 59 no.2를 연주했을 때 음악이 나의 동반자가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p179 자신의 궁전이 불에 타고 200년이 지난 그날 저녁, 빈 중심가에서 400명의 사람들이 Op. 59의 첫번째 4중주곡 연주를 들으려고 한자리에 모인 것을 보았다면 라주모프스키는 틀림없이 흐뭇해했을 것이다.

p182 CD를 녹음하는 과정은 철저하게 우리르 ㄹ청중과 떨어뜨려놓았고, 최종 결과물은 최소한 일 년이 지나서 녹음 장소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집이나 자동차 같은 사적 공간에서 기계 장치로 전해진다.

p184 수익이 떨어지는 현악 4중주 녹음 같은 프로젝트가 위축될까 두려웠던 데카의 '아티스트 & 레퍼토리' 부서 책임자 에번스 미러지스는 서둘러 타카치의 베토벤 전곡 녹음 계약을 밀어붙였다.

p189 가끔은 우리가 디테일 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테크닉의 요구가 가혹하고 몇몇 악장에서는 사실상 모든 마디에 작곡가의 지시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 베토벤 후기 4중주곡에서 이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p214 다들 음악의 성격, 셈여림, 음색의 변화를 보다 극적으로 끌어대서 음악을 더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들리게 만들고자 했다

p239 10년을 함께 호흡을 맞췄으면서도 우리는 성격과 보폭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계속해서 살펴본다. 새로운 연주자가 합류하면서 논의가 더 활발해졌겠지만,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 지나치게 익숙해졌을 수도 있는 네 명에게 이런 과정은 꼭 필요하다

p253 나는 연주자가 존재감을 완전히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음들의 변화를 더 명확하게 표명했다. 제리는 맥박을 더 확고하게 이어갔다. 안드라스는 저음이 더 길게 이어지도록 연주했다. 카르치는 우리가 과감하게 더 조용히 연주하자고 제안했다.

p254 섹션과 섹션이 아무렇지 않게 바뀌는 것은 아 악장 내내 등장하는 중요하고 도전적인 특징이다

p258 덴버에 본거지를 둔 콜로라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이에 편승하여 사적 콘서트 시리즈 <마리화나와 함께하는 클래식-황홀한 음 시리즈>를 기획했다. 후원자들에게 마리화나를 갖고 와서 음악을 들으며 기분을 내도록 했다

p269 코랄은 이제 네 성부 푸가로 다루어진다. 동질적인 합창이 해체되어 서로가 서로에 맞서 연주된다. 이런 변모에서 가장 놀라는 점은 베토벤이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이루어낸다는 것이다

p270 야유를 듣는다거나 무대 앞에 앉은 학생들의 열정적인 미소를 본다거나 하는 등 우리가 청중을 경험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교감은 연주 도중 특정 상황에서 청중이 침묵하는 것이다.

p277 푸가에서 주제는 성부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주제를 떠맡으면 나머지 성부들은 원래 주제의 리듬, 선율, 화성의 요소를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복잡한 대위적 텍스처가 만들어진다.

p282 8월에 다르타리아는 Op130을 원래대로 푸가르 ㄹ마지막 악장으로 하여 출판하면서 아울러 홀즈에게 부탁을 했다. 베토벤에게 좀더 이해하기 쉬운 마지막 악장을 다시 써줄 것을 청해달라고 했고, 베토벤에게는 새로운 피날레의 사례금을 지불하고 대 푸가는 독자적으로 Op133으로 출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287 타카치 4중주단은 오늘 저녁에 대 푸가를 Op130의 마지막 악장으로 연주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베토벤이 다시 쓴 피날레를 연주합니다.

p305 그러나 Op130의 두 가지 엔딩에서는 그의 후기 스타일을 지배하는 양가성과 모순이 첨예하게 드러난다. 거의 200년이 지난 지금 어느 한쪽을 열정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의 예술이 얼마나 양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지 재차 확인하게 되고, 결코 완전하게 해결될 수 없는 딜레마를 떠안게 된다.

p308 Op135의 피날레가 3분의 2가량 진행될 때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그래야만 할까?' 질문의 불안에 찬 모습은 카논 주제가 익살스럽게 치고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사라진다

p313 푸가는 베토벤의 수많은 위대한 음악들이 그렇듯이 어떤 세계관이나 감정적 상태를 그저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도록 한다

p327 베토벤의 생애에 대해 아는 독자라면 이그나츠 슈판치히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베토벤 작품을 초연을 도맡아 했던 최초의 전문 현악 4중주단 슈판치히 4중주단의 리더였던 그는 변화해가는 빈의 음악 문화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다

Op59 no3, Op18 no1, Op59 no2, Op127, Op132, O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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