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알고 싶다 : 고전의 전당 편 - 고난을 넘어 환희로 클래식이 알고 싶다
안인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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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이 알고싶다- 고전의 전당

 : 안인모

 : 위즈덤하우스

 : 2022/11/06 - 2022/11/14


팟캐스트에서 알게 되서 꾸준히 듣고 있는 안인모님의 두번째 책.

비발디, 모차르트 등 워낙 유명한 작곡가들이라 대부분의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책으로 에피소드를 읽고, 추천하는 음악들을 듣는 맛이 있다.

작곡가들을 알면 알수록 괴짜들도 많고 특이한 성격인것 같기도 하고...

어쨋든 천재들은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다. 

클래식 작곡가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어보니 개론서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이지만, 조금만 어려운 책을 잡으면 난이도가 쭉 올라간다.

그 중간을 찾기가 어렵다. 어쩌면 그 중간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젠 음악가가 아니라 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추천음악이 맘에 든다. 


p10 천재 모차르트는 취향과 스타일이 분명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신보다 못한 범재들의 연주를 대놓고 비웃었죠. 물론 그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평도 받았지요

p20 피에타에서 나와 자유인이 된 비발디는 최초의 협주곡집 조화의 영감을 출판하고, 베니스를 방문한 투스카니의 페르디난드 메디치 대공에게 헌정합니다

p36 비발디는 안나와의 관계에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요. 분명한 건, 안나가 비발디에게 크나큰 창작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는 점이에요

p41 빈의 성 슈테판 성당에서 열린 비발디의 장례식은 음악마저 연주되지 않는, 가장 저렴한 형식으로 치러집니다. 많게는 한 해 5만 두카트를 벌던 비발디의 장례를 치르는 데 들어간 돈은 종소리 비용을 포함해 12굴데 49크로이처로, 이는 극빈자의 장례식을 치르는 수준이었어요

p51 밖에서는 수모와 멸시를 받던 그도 집에서는 수많은 아이의 자상한 아버지였어요. 그의 음악에는 신께 드리는 감사와 그가 감내해야 하는 책무가 질서정연하게 흐르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외로움이 함께 들려옵니다.

p54 자기주장이 강한 바흐는 직장에서도 성질을 억누르지 못하고 크고 작은 마찰음을 냈어요. 특히 그가 참지 못했던 건 음악적 완성도였어요

p56 바흐가 휴가를 너무 오래 다녀온 죄를 포함해 예배 때 오르간을 너무 오래 연주한 죄, 장식음을 너무 현란하게 써서 교인들을 혼란스럽게 한 죄 등 정말 말도 안되는 억지 죄목이 즐비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죄목은 젊은 여성을 오르간 연주석에 데리고 있던 죄입니다

p60 바흐는 종교음악보다는 주로 궁정에서 귀족을 즐겁게 하기 위해 연주하는 음악, 즉 협주곡이나 실내악곡, 소나타 등 기악 연주곡을 작곡해요. 최고의 환경에서 탄생한 바흐의 음악은 밝고 가벼우며 찬란하기까지 합니다. 현재 연주 무대에서 단골로 연주되는 바흐의 대표적인 기악곡 중 특히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작품들은 바로 이 시기에 탄생합니다.

p64 안나는 왕성한 대식가였던 바흐를 위해 주방에서도 바빴어요. 바흐는 화초가꾸기를 좋아하는 안나를 위해 꽃이나 새를 선물하며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자상한 남편이었지요. 그는 야무지게 자신을 뒷바라지해주는 안나를 위해 사랑을 담은 노래를 작곡하고 작은 악보집을 만들어줍니다.

p72 커피를 너무나 사랑했던 바흐는 라이프치히에서 가장 큰 커피 하우스인 카페 짐머만에서 10여 년간 콜레기움 무지쿰을 이끌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 공연을 합니다. 짐머만은 바흐에게 공연 장소와 여러 악기를 제공했고, 커피를 주문하는 손님은 바흐의 공연을 볼 수 있었지요

p74 바흐의 오랜 집념과 전략적 노력이 이뤄낸 결과였지요. 비록 명예직이었지만, 바흐는 왕이 고용한 왕의 작곡가로서 라이프치히 윗선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귀한 몸이 됩니다

p79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바흐는 두 달 후, 왕이 준 주제를 기반으로 푸가 형식의 다성음악곡집인 음악의 헌정을 출판해요. 바흐가 왕을 기쁘게 하기 위해 세심하게 넣은 여러 수수께끼와 암호들, 그리고 바흐만의 놀라운 재치와 유머로 가득한 훌륭한 곡이지요

p79 바흐의 손에 들려 있는 악보는 당시 작곡중이던 14개의 카논이에요. 바흐는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었지만, 쾌활하고 호탕했고, 음식을 사랑하는 미식가이자 또 대식가였어요. 애지중지하던 맥주와 담배만큼은 최고급을 지향할 정도로 자신의 기호에 있어서 주관이 확실했지요

p114 그에게 자선의 개념을 심어준 사람은 바로 젊은 시절 할레 대학에서 헨델을 가르쳤던 아우구스트 교수에요. 할레 대학을 세우고 고아원과 빈자 학교를 창설한 사람이지요.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을 먹이고 입힌 헨델의 메시아는 기독교 신자만을 위한 교회 음악이 아닌 모든 인류를 위한 음악이었어요

p123 일찍이 출세해 화려하게 살던 헨델은 인생 말년에 쓴맛을 본 뒤 종교음악에 집중하며 자선을 실천해요. 바흐는 죽자마자 잊혔다가 훗날 부활했지만, 헨델의 이름과 그의 음악은 운좋게도 늘 기억되었고 언제나 무대 위에 있었어요

p134 메타스타지오는 친구이자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인 포르포라에게 하이든을 소개해줘요. 스타 카스트라토인 파리넬리의 스승인 포르포라는 런던에서 헨델과 라이벌로 경쟁할 정도로, 대단한 음악가였어요

p143 무엇보다도 하이든을 힘들게 한 건 마리아가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하이든의 음악 활동을 지지해주기는커녕, 일부러 하이든의 악보를 머리카락 마는 롤로 쓰거나 빵을 구울 때 사용합니다. 아무리 부인이라 해도 하이든이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p146 귀족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당시 사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어요. 공작의 이러한 자비와 선행은 하이든을 비롯한 궁정 하인들에게 본보기가 되었고, 그들의 소속감과 충성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p156 하이든은 음악 비즈니스 외에도 런던에서 만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처음 맞닥뜨린 여러 신기한 광경 등에 대해 꼼꼼히 기록해둡니다. 이 기록물은 런던 노트라 불려요

p161 그는 이미 런던에서 큰돈을 벌며 커다란 영예를 누리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섬기는 주인에 대한 충성과 감사의 마음을 잊은 건 아니었어요

p165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하이든은 악보의 시작에는 하나님의 이름으로라고, 끝에는 하나님께 영광을 이라고 써서 하나님께 감사드렸어요. 그는 힘들때마다 묵주기도를 올렸고, 평생에 걸쳐 많은 미사곡을 작곡합니다.

p179 모차르트는 고향 잘츠부르크를 싫어했고, 결국 잘츠부르크의 품에서 뛰쳐나와요. 한 사람의 음악 천재가 나고 죽기까지, 신의 손길과 인간의 운명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 설킨 이야기는 오직 음악으로만 풀어낼 수 있습니다

p185 모차르트는 친구와 놀기는 커텽 그저 어른들 사이에서 특히 아버지의 울타리 안에서 음악가로만 존재했어요. 여행지에 여행지로 이동하면서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할 유년 시전의 즐거움이나 친구와의 우정 같은 것은 그냥 지나쳐버렸지요

p200 결혼 후 4년간, 모차르트는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에 집중하면서 피아노 협주곡들을 쏟아내요. 그가 작곡한 총 27곡의 <피아노협주곡> 중 무려 11공이 바로 이 시기에 탄생합니다

p203 잘츠부르크의 생물학적 아버지 레오폴트가 모차르트에게 재능을 주었지만 그를 옭아맨 반면, 빈의 사회적 아버지 하이든은 모차르트의 재능을 인정하고 지지해준 은인이었지요. 모차르트는 하이든을 파파라고 부르며 함께 연주했던 6곡의 현악4중주를 그에게 헌정해요(’하이든 4중주’)

p210 모차르트의 장기는 단연코 벼락치기입니다. 그것도 마감 10분 전에 곡을 완성하는 특기가 있었죠

p212 모차르트의 음악은 시민 계급을 대변해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빈의 청중은 그저 불편해하며 등을 돌리고 말아요. 빈은 유행이 긍방금방 바뀌는, 아주 센서티브한 도니까요

p218 연속된 실패로 수렁헤 빠져버린 모차르트는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을 밤의 유혹으로 채웁니다. 도박과 여자, 그리고 술을 즐기는 모차르트의 구멍 난 주머니는 주인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었어요

p238 백작은 다양한 교육을 받지 못한 베토벤에게 본 대학의 문학과 철학 강의를 청강할 것을 권해요. 덕분에 베토벤은 부족했던 인문학적 이념과 철학적 사상을 메꿔갑니다. 그는 칸트의 계몽 사상과 실러의 철학에 깊이 감동받아요

p243 모차르트의 이름을 업은 작품을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쉽게 드러낼 수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모차르트의 선율을 너무나 사랑했어요. 베토벤은 미망인인 콘스탄체가 주최한 모차르트의 서거 4주년 콘서트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D단조를 연주해요

p246 베토벤에게는 누구를 만나든 결국은 사이가 틀어지게 하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어요

p252 그리고 부활한 그의 음악에는 큰 변화가 생깁니다. 곡의 길이가 눈에 띄게 길어지고, 규모가 큰 대작들이 쏟아져요. 전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 걸까요? 베토벤은 한계를 뛰어넘는 실험정신과 파격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선보입니다

p253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 롤랑은 베토벤이 고난을 딛고 일어나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낸 명작들을 탄생시킨 이 시기를 걸작의 숲이라고 칭합니다. 소나타 발트슈타인, 템페스트, 열정, 오페라 피델리오, 크로이처 소나타, 교향곡3,4,5,6,7,8번, 현악 4중주 라주모프스키, 피아노협주곡 4,5번, 바이올린 협주곡, 3중 협주곡 등이 걸작의 숲에 해당돼요

p256 음악가가 누군가의 취향에 맞추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예술성에 기반을 두고 창작 활동을 한 것도 베토벤이 주도한 경향이에요

p263 베토벤에게는 마음까지 통하는 친구 같은 후원자가 있었으니 바로 오스트리아 황제 레오폴트 2세의 막내인 루돌프 대공이에요. 베토벤보다 열여덟 살 어린 대공은 열다섯 살 때부터 베토벤에게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며 베토벤을 따르고 후원을 자처합니다

p269 클래식 역사에서 흔한 음악가와 귀족 딸의 사랑은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습니다. 신분을 넘어선 사랑은 집안의 반대로, 또는 베토벤의 귓병 때문에,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잘될 수 없었어요. 게다가 여인의 수가 많다는 것은 베토벤의 평균 연애 기간이 짧다는 방증이죠. 놀라운 건 슬픈 이별의 순간에도 이미 또 다른 존재가 곧장 나타났다는 거예요

p271 피아노와 함께 진화한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의 구약성서인 평균율 클라이버 곡집에 이어 피아노의 신약성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p284 베토벤은 성격도 급하고, 자신이 지정한 연주템포도 굉장히 빨랐지만, 작곡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느렸거든요. 심지어 미처 완성하지 못한 부분은 무대 위에서 즉흥 연주로 채워 넣을 정도였어요

p288 베토벤의 유명한 초상화 속,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악보는 무려 4년 만에 완성한 심오한 걸작 장엄미사입니다. 놀랍게도 프랑스의 루이 16세가 이 곡을 구입해요. 또 2개의 큰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와요. 바로 런던 필하모닉협회가 베토벤이 4년 전 작곡하다가 중단한 교향곡 9번 합창에 비용을 지불하기로 합니다. 베토벤은 이제 교향곡을 작곡하는 데 전력을 다합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갈리친 왕자가 베토벤의 3개 현악 4중주를 사들여요. 물론 작품 가격은 베토벤이 직정 정했지요

p291 이즈음 베토벤은 현악 4중주를 자기 내면의 거울로 삼고 계속해서 작곡해 나갑니다. 베토벤의 깊은 성찰을 담은 마지막 현악 4중주곡들은 오래도록 두고 들어야 그가 하고자 했던 내면의 말들을 들을 수 있어요

p294 베토벤의 여러 모순된 행보들은 양날의 칼이 되어 그를 고통스럽게 해요. 베토벤은 자신이 원하던 여성과의 사랑이나 연금을 받는 안정된 직장 등을 죽을 때까지 갖지 못합니다.

p308 파가니니는 보케리니의 기타 5중주에서 영감을 받은 기타 4중주곡을 포함해 기타 독주곡과 36개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등 수많은 기타곡을 작곡합니다

p311 그는 기술적으로도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화려하지만 난해해서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은 연주 기법을 고안하거나 발전시켰어요

p318 지금까지도 악마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그를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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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는 바흐다 - 시공을 넘은 바흐 수용사
나주리 지음 / 모노폴리(monopoly)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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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흐는 바흐다

 : 나주리

 : 모노폴리

 : 2022/10/11 - 2022/11/01


책설명에서 바흐 수용사라고 되어 있고, 제목도 괜찮아보여서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 책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 아니다.

바흐이후 음악가들과 대중이 어떻게 바흐의 음악을 깨달아서 현재의 바흐가 되었는지를 논문과 악보를 통해서 설명해 나가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멘델스존이 마태수난곡을 발굴하면서부터 바흐열풍이 불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전부터 바흐의 전기와 논문이 나와서 많은 음악가들이 바흐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흐는 그렇게 유명하거나 많이 연구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만일 많은 음악가들이 바흐를 연구하고 존경했다면 악보들이 제대로 보관이 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자료를 이용하여 바흐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부분이 악보속에 남아있다보니 악보 설명이 많은데 일반인인 내 눈으로 보기엔 다 그 악보가 그 악보 같아서 이해하는게 힘들었다.

바흐를 좋아하고 악보를 잘 보는 사람들에겐 흥미로울 것 같다. 

내 수준을 넘어서는 책이라 한 번 읽어봤다는 데 만족해야겠다. 


p10 바흐의 음악이 부자연스럽고 과장되어 있으며 혼란스럽다고 한 샤이베의 비판도 그에 한 몫을 했다

p16 18세기 후반기의 문헌 및 기록들에서 종종 발견되는 이러한 글들은 바흐의 음악을 학습용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새로운 바흐상, 다시 말해서 바흐의 음악은 시대적인 규범이나 유행하는 양식보다 예술 그 자체를 중요시하는 진정한 예술가의 음악,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천재의 음악이라고 이해하는 바흐상이 태동했음을 말해준다

p23 모차르트가 아주 진지하게 무릎을 꿇은 채 주위에 널려있는 파트보들을 두 손으로 옆 의자들로 나누어 놓는 모습, 다른 일들은 완전히 잊고 거기에 있는 제바스티안 바흐의 악보들을 다 흝어볼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에게 큰 기쁨이었다

p29 민족적 예술작품과 가창성, 단순성, 자연성 등을 겸비한 독창성, 그리고 역사를 초월한 천재성의 세 테제는 1802년에 출판된 첫 바흐 전기이자 음악사상 첫 작곡가 평전인 포르켈의 바흐의 생애와 에술 그리고 작품에서 핵심 테제로 자리잡는다

p37 위의 인용글에서는 포르켈 특유의 시각, 즉 바흐는 생애 후반에 들어서야 걸작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이 감지된다. 이는 발전과 완성의 개념에 기반을 두는 그의 역사철학관에 기인한다

p42 포르겔의 민속노래 비하는 바흐 음악의 대위법적, 전문적 면모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이해함이 마땅하다

p51 이후의 바흐음악 연주 및 출판 관련 보도들, 평론들은 대부분 로흐리츠의 가상 편지와 유사한 논조를 보인다. 바흐의 음악은 더 잘 알아야 하는, 그 진가를 인정받아야 할 비범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p57 마태수난곡 바흐 사후 초연은 1829년 3월 11일 수요일 저녁 6시에 베를린 징아카데미의 연주홀에서 거행되었다

p64 마태수난곡은 작품의 본질과 바흐의 음악언어를 소중하게 보존하면서도 수난사의 극적 전개를 밀도있게 드러내는 예술작품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바흐 르네상스로 이어져 마침내 음악예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주었다

p75 베토벤은 여기에서 진정한 예술의 가치, 천재적 독창성까지 갖춘 바흐의 옛 음악을 수용하고 더해서 음악예술의 진전으로서 한층 더 발전된 융합적 음악(더 나은 예술의 결합)을 이루어낼 수 있으며, 그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p102 슈만은 바흐의 푸가를 음악과 시적 상상력의 결합을 지향한 그의 낭만주의적 음악관으로 이해했다

p128 푸가의 정수들을 담아내면서 지적인 인상을 풍기는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19세기 중반에 음악적 교양을 갖춘 엘리트들의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당대의 교양인들 혹은 교양인이고자 한 시민들에게 쾌히 소비되었던 것이다

p138 200여 년의 역사를 거쳐 내려오면서 여기에 최고의 대위법 교본, 영원한 독일 예술의 걸작, 구약성경, 일용 양식, 작품 중 작품, 공공의 소유물, 논 플루스 울트라 등과 같은 수식어들이 달린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p158 위의 주제구에서는 서서히 순차 하행하는 하성부의 후반부에서 이 하성부와 7도 병행을 이루는 중간성부가 눈길을 끈다. 이러한 7도 병행은 힌데미트의 독특한 작법 가운데 하나로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거친 음향으로 뒤따르는 종지의 효과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p177 19세기의 작곡가들은 복합적인 여러 음악적 사상과 현상들이 공존하는 가운데에서 바흐의 음악을 음악 예술의 견고한 토대로 여겼다. 옛 음악을 새로운 음악 창작의 원천으로 본 멘델스존과 슈만은 바흐를 가장 중요한 최고의 음악가라 칭했다

p186 제2빈악파는 바흐의 음악 언어를 복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대위법가 화성학을 융합하는 바흐의 작곡기법적 사고를 새로이 발전시키려한 것이다

p191 그렇게 주목을 끌게 된 것이 1729년 초부터 1737년 여름까지, 그 후에 다시 1739년부터 1741년까지 바흐가 이끌었던 콜레기움 무지쿰이다. 1960년 곧 노이만은 당시의 라이프치히 신문 보도들을 자료로 한 논문 바흐의 콜레기움 무지쿰을 통해 바흐의 숨겨왔던 활동을 드러내 밝혔다. 바흐는 이제 더 이상 오로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작곡을 한 교회음악가가 아니었다. 그는 야심찬 세속음악가이기도 했다

p200 바그너는 탄호이저의 파리 초연 이후 예술 장르들 간의 상호 교류 및 융합에 강력한 영감을 주는 예술가로 부각되었다

p202 칸딘스키가 말해주고 있듯이, 가시적인 사물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순수하게 색채를 통해 자신의 내적 세계를 표출하고자 했던 화가들에게 음악은 가장 순수하고 추상적이면서도 엄격하고 수학적인 예술이었다

p219 20세기 전반기에 발행된 바흐 평전들에서 푸가에 관해 언급되는 부분들을 살펴보면, 푸가는 엄격한 규칙을 따르지만 자유로운 구성 안에서 고유의 음악적 성격을 표현하는 악곡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p230 안톤 베베른 역시 바흐의 푸가를 가장 추상적인 음악이라 칭했다. 바흐의 마지막 작품이 푸가의 기법이라는 사실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푸가의 기법은 완전히 추상에 이르게 하는 작품이며, 기보되는 음들을 통해서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은 전혀 품고 있지 않은 음악이다. 푸가의 기법은 진정한 추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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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처음이라 - 가볍게 시작해서 들을수록 빠져드는 클래식 교양 수업
조현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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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은 처음이라

 : 조현영

 : 카시오페아

 : 2022/09/18 - 2022/09/29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교향곡, 협주곡, 독주곡 등 연주방식에 따라 이야기할 수도 있고,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등 사조를 중심으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접근하는 방법은 작곡가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연주자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런 책은 많지는 않다.

이 책은 작곡가를 중심으로 클래식을 알려준다. 

아무래도 작곡가를 이야기하면 음악사조도 이야기할 수 있고, 작곡가의 선호도에 따라 교향곡, 협주곡, 독주곡 등도 이야기할 수 잇어서 이야기 전개가 쉬운 것 같다.

우리 아이도 피아노 학원에서 준 책을 보면 비발디, 바흐, 헨델은 바로크 작곡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고전주의 작곡가 등 작곡가 위주로 스티커가 만들어져 있다. 

최근의 작곡가인 피아졸라를 제외하면 웬만큼은 아는 내용이었다. 나도 아주 초보는 지나간것 같다. 

이 책보다는 조금 더 깊이있는 책을 읽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좀만 어려운 책을 잡으면 너무 어려워서 읽기가 쉽지 않다는게 함정..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것 같다. 


p8 서양미술사를 쓴 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예술가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말을 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바꿀 수 있겠습니다. 음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음악가만이 존재할 뿐이다.

p17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곡의 마지막 음까지 귀에 담아내는 경험은 빠르게만 흘러가는 일상에서 새로운 타입의 성취감을 선사합니다

p29 예술가에게는 자기만의 소명의식과 장인정신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바흐를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그는 매일의 작은 성공들을 그러모아 자기만의 깊고 넓은 음악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바흐의 음악에는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의 음악은 강렬하고 현란하지는 않지만,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진한 감동이 서려 있습니다

p34 바흐가 북스테후데의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이 토카타와 푸가 D단조입니다

p37 교회 칸타타가 진중한 데 반해 실내 칸타타는 곡 전체가 한 편의 드라마 같고 기교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p40 이 태평하고 화려했던 시절에 바흐는 세속적인 기악곡을 많이 창작했습니다. 1720년 6곡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6곡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완성되었으며, 6곡의 기악고음곡인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1718년부터 1721년까지 작곡되었습니다

p42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18세기 작품이지만 20세기 음악가들과 재즈 뮤지션들이 아주 사랑하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캐나다의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연주가 굉장히 유명한데, 그 때문에 간혹 농담처럼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굴드베르크 변주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p42 바흐는 미사곡 B단조를 완성합니다. 이 곡은 1724년에 작곡을 시작해 거의 25년 만에 완성된 바흐 종교음악의 총결산으로, 그가 죽기 직전에 완성되었습니다. 총 24곡으로 구성된 이 곡은 201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했습니다

p62 모차르트는 이 변주곡 장르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클래식에서 말하는 변주곡이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연주해야 하는 곡을 가리킵니다

p67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데를 한데 묶어 로렌초 3부작이라고도 부릅니다

p69 요즘도 연주회장에서 이 세 곡을 한꺼번에 연달아 연주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세 곡 모두 연주해도 80분 정도의 길이라 브루크너나 말러의 교향곡처럼 긴 곡은 아닙니다. 교향곡 제39번은 경쾌하고, 제40번은 우수에 가득 차 있으며, 제41번은 위풍당당하고 멋지기에 각각의 매력이 있습니다.

p85 감정과 양식은 괴테의 작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처럼 낭만적이고 자기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양식으로 질풍노도의 양식이라고도 불립니다. 한마디로 희로애락의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것이지요

p90 여러 문헌을 통해 베토벤이 문장력 좋은 달변가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학문에 대한 갈증으로 베토벤은 당대의 훌륭한 저서들을 다독했고, 덕분에 사고의 틀을 확장하고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문장을 쓸 수도 있었습니다

p94 베토벤의 음악적 생애는 흔히 세 구간으로 나눕니다. 1802년,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쓰기 전까지를 1기, 이후 더 이상 완전히 들을 수 없게된 1817년까지를 2기로 봅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세상을 떠난 1827년까지를 3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 유서 집필 이후 폭풍과 같은 열정으로 걸작들을 쏟아냅니다

p95 베토벤은 예민하고 솔직하며 거침없는 성격 탓에 인간관계가 좋지 않은 외골수였을 것 같은데, 그의 생애를 쭉 살펴보면 음악적으로 교감을 나누거나 그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었던 소울메이트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습니다

p98 평균 연주 시간이 80분에 달하는 장엄미사는 꼭 실연으로 감상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길고 어렵고 진지한 분위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분명 전곡을 감상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뭉클함과 더불어 곡의 웅장함을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p113 음악으로도 애국을 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처럼 쇼팽은 수도 바르샤바가 함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주제로 한 격정적인 에튀드 혁명을 작곡합니다

p114 라틴어로 녹스는 밤의 신을 의미하는데, 이와 같은 어원처럼 녹턴은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서정적인 피아노곡을 일컫습니다. 우리말로는 야상곡이라고도 합니다

p131 그는 쇼팽처럼 온화하고 따뜻했던 남자도 아니었고, 리스트처럼 현란한 기교와 훌륭한 언변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슈만은 진중하고 엄숙한 사람이었습니다. 저에게 슈만은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p136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알파멧 기호로 바구면 CDEFGABC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슈만은 음악에 자신이나 그 음악의 주인공만 알아챌 수 있는 단어를 항상 숨겨놓았습니다. 이런 내용을 알고 음악을 들으면 그 곡이 상당히 흥미롭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p143 슈만은 클라라를 사랑하기도 했지만,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클라라의 그늘에 가리워진 자신의 위치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작곡가로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지만 내심 무대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였던 아내 클라라가 부러웠던 것이지요. 아내가 연주 여행으로 혼자 있는 동안 슈만은 점점 더 우울증의 증세가 심해집니다.

p159 베토벤은 리스트가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던 나머지 소년의 이마에 키스를 해줍니다. 베토벤의 키스로 유명한 이 일화는 음악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p160 낭만주의 음악이란 대체로 베토벤 사후인 1830년부터 1900년 무렵까지 발생한 음악을 일컫습니다. 이 시기에는 형식과 규칙에 얽매인 이전 시대의 음악과는 달리 작품을 창작하는 음악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을 노래한 음악들이 다수 만들어집니다. 감정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듣기에 좋은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음악들이 많이 탄생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달콤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가진 낭만주의 음악에 열광했습니다

p165 순례의 연보는 전곡을 연주하면 총 2시간이 넘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모두 듣기는 힘듭니다. 전체 26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영국 시인 바이런의 작품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의 영향을 받아 창작한 제1권의 여섯 번째 곡 오베르만의 골짜기입니다

p186 차이콥스키의 가정교사이자 유모였던 파니의 말에 따르면 그는 마치 유리로 만든 아이처럼 너무 쉽게 상처받고 자주 화를 냈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예민한 아이였던 것이지요

p190 백조의 호수 뿐만 아니라 그가 만든 또 다른 발레모음곡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등은 모두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그의 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음악의 완성도가 높았기에 춤이 음악에 압도되었다고나 할까요?

p195 그러한 사건을 주제로 한 음악이기에 1812년 서곡은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을 한껏 고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1812 서곡은 러시아 역사에서 영광스러운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곡입니다. 지금도 러시아인들은 1812 서곡을 제2의 국가처럼 감상하고 즐깁니다. 물론 프랑스에서는 연주되지 않는 곡이지요

p207 후세 사람들의 말러에 대한 호불호는 극단적입니다. 아주 좋아하거나, 너무 어려워하거나. 저에게도 말러는 작품들이 너무 진지하고 무거워서 감히 엄두를 못 냈던 작곡가입니다

p209 나는 삼중의 이방인이다. 오스트리아인 사이에서는 보헤미아인이요, 독일인 사이에서는 오스트리아인이며, 세계인 사이에서는 유대인이다라는 고백처럼 말러는 출생부터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체코에서 태어났지만 유대인이었던 그는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p217 그의 교향곡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60년 이후, 미국의 지휘자 레너도 번스타인에 의해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말로 교향곡 전곡 시리즈가 무대에 올라가면서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p225 베트게의 이 시집이 1907년에 출판됐으니 아마도 말러는 그의 시를 읽고 난 후인 1911년경에 대지의 노래를 완성했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말러가 음악에서 동양적 요소를 사용한 것은 이 곡이 유일합니다. 내용은 동양적인데 음악만 들어서는 동양적이라고 느끼기 어렵습니다. 진짜 동양인이 우리 귀에는 어색한 서양인의 동양음악이지요

p235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드뷔시가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를 읽고 느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입니다. 당시 신문에 실렸던 비평처럼 드뷔시의 음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음악의 모든 전통과 규칙을 파괴해버린 듯이 우리의 귀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p242 달빛은 원래 4곡으로 구성된 모음곡<베스가마스크 조곡>의 세 번째 곡입니다. 제1곡은 전주곡, 제2곡은 미뉴에트, 제3곡은 달빛, 제4곡은 파스피에(프랑스 선원들 사이에서 발생한 빠른 춤곡)로 구성된 베스가마스크 조곡은 4곡 모두 제각기 다른 느낌으로 작곡되어서 하나의 모음곡 안에서 다양한 색채를 느낄 수 있습니다

p246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플루트 이외에도 클라리넷, 오보에 등 목관악기의 역할이 아주 큰 관현악곡입니다. 목신이 다시 잠드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름다운 하프의 선율이 흐르는데, 이대 하프가 두 대나 쓰이는 것도 특징이지요

p264 인간인지라 육체의 외로움을 달랠 그 무엇이 더 필요했고, 홍등가를 찾았던 남성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그들끼리 춤을 췄습니다. 이것이 탱고의 시작입니다. 흔히 탱고는 남녀가 가깝게 밀착하여 달짝지근한 느낌을 풍기며 추는 춤이라고 알려졌지만, 탱고는 이방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정신적 치료제였습니다.

p272 아디오스 노니노에서 노니노는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부르던 애칭입니다. 제목 그대로 아버지에게 이별을 고하는 곡이지요. 리듬이 강렬하고 악센트가 있는 탱고를 주로 작곡했던 피아졸라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서정적인 선율의 탱고를 창작합니다. 이 곡은 피켜 여왕 김연아 선수가 2014년 소치 올림픽 마지막 프리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던 음악으로 우리 귀에 익숙합니다

p277 피아졸라가 1982년 발표한 그랑 탱고는 많은 이에게 관심을 받았던 곡입니다. 이 곡은 그가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한 곡으로 첼로 소나타라기보다는 첼로 협주곡에 가까운 큰 곡입니다. 곡이 가진 거친 느낌과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운 선율로 인해 양극적인 음악의 묘미를 느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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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클래식 이야기
손열음 (Yeoleum Son)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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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 손열음

 : 중앙북스

 : 2022/08/25 - 2022/09/05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손열음님의 칼럼모음집

피아노도 잘치고 예술감독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얼굴도 예쁘고...

뭐하나 빠질게 없는 친구...

피아니스트의 음악이야기는 또다른 맛이 있다. 

슈베르트의 음악이 그렇게 이쁜데 치기는 엄청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연주하는 것과 듣는 것은 정말 다르구나..

30분 연주하기 위해 300시간 연습한다는 말에서 우아하지만 엄청나게 물질을 해야하는 백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죽어라 연습해서 올라오니 넋놓고 보게 만들지...

손열음이라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살아가서 참 좋다.


p27 순간적으로 현을 때린 해머는 곧장 제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건반을 계속 누르고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그 음은 이미 죽은 것과 다름없다. 한 번 만들어낸 소리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이다

p32 절대음감을 소유했던 작곡가들의 음악은 음계 자체가 특정한 의미를 띠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는 같은 장조라도 장난스러운 분위기에는 C장조를, 우아한 분위기에는 G장조를 주로 사용했고, 같은 단조라도 쓸쓸한 느낌일 때는 주로 A단조, 격정적인 느낌은 주로 C단조로 표현했다. 또한 E플랫장조는 매우 즐겨사용하면서도 이와 가까운 A플랫장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p36 내 리듬감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건 바로 이 점에서였다. 나는 분명 박자는 잘 맞추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사람을 움직이게 할 만한 리듬은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도 폼 나는 리듬감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p41 실로 접해본 적 없는 최악의 반응이라고 느껴졌다. 웃어지지도 않고,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에 커튼콜에도 제대로 임하지 못하다 결국 박수도 그쳤다. 그런데 연주가 끝나고 나를 보러온 사람들마다 ‘반응이 그렇게나 좋은데 왜 웃지도 않고 금방 들어갔느냐’는 거였다

p44 그는 집을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못 되어, 죽은 막스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청춘을 송두리째 흔든 사랑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버린 것에, 프로코피예프는 음악으로 화답했다. 바로 피아노 협주곡 2번 G단조 Op16이다

p49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의 2악장 역시 마찬가지다. 아주 기꺼이, 깊숙한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버리는 이 악장은 그 어떤 실낱같은 희망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끝나버린다. 주목할 것은 그 뒤에 등장하는 3악장이다. 이전 악장과는 아무런 관련성도 없다는 듯 다시없을 유쾌함을 자랑하는 이 악장은 마치 슬펐던 건 슬펐던 거고, 이젠 이미 지나버린 일, 그만 다음으로라며 아무렇지 않게 삶의 다음 장에 스스로를 내맡겨버리는 그의 자세, 모차르트 음악의 진정한 근간을 보여준다

p57 다른 말로는, 다수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음악들의 시작이었다

p60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틀려본 적 없는 부분에서 어이없이 틀려버린다거나 완전히 까먹어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예사다. 그 정도 무대의 배신은 모두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 다만 손, 머리, 귀 모두가 완벽하게 곡을 외우고 있으면, 한쪽 기관이 배신당했을 때 다른 기관이 재빨리 수습해 줄 수도 있게 된다.

p65 페달은 이런 식으로 연주자의 취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다. 손은 아무래도 테크닉 없이 취향을 담아내기가 힘들지만, 발은 상대적으로 단순해 피아니스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p68 아르투르 루빈스타인도 그랬다. 그는 본 연주가 모두 끝나고 바로 다시 무대에 나와 3-5분 남짓한 쇼팽의 연습곡, 왈츠, 폴로네즈, 멘델스존의 무언가 등을 쉬지 않고 연주하는 것을 무척 사랑했다. 이것을 잘 아는 청중들 역시 그의 음악회에서는 진짜 마지막 곡, 마누엘 드 파야의 Danza del fuego를 듣기 전까지는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p73 문제는 내게 그 느낌이 예전 A 440Hz의 도를 낼 때의 안정된 느낌과는 비할 바 없이 별로였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 도는 도가 아닌 것 같은데 도이긴 하니까 할 수 없이 도라고 내는 도인 것이다.

p87 그렇게 반강제로 인민의 음악가가 된 쇼스타코비치. 그의 인생은 곧 한 번 더 박살이 났다. 나치의 선전음악으로 십분활용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처럼 인민 화합을 꾀하는 대작을 원한 스탈린에게 하이든의 중기 교향곡처럼 장난스럽게 시작해 갖은 풍자와 해학을 일삼은 교향곡 9번 Op70.을 바치자, 지다노프로부터 타락한 부르주아의 형식주의를 추종한다는 열띤 비판을 받았다. 이내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을 찬양하는 인민 영화음악이나 담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p92 이런 자리에 서는 베토벤에게는 자신의 음악성과 기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신개념 곡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피아노 소나타 2,3,4번은 스케일, 아르페지오, 트릴, 더블옥타브, 3/4도 동시 진행, 연타 등 어려운 기교들로 점철되었다

p96 평생의 친구였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부인 아델레가 사인을 요청하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의 첫 소절을 그려주며 “애석하게도 브람스가 안 썼음”이라고 적었다 하니… 유머 있게를 강박적으로 강조하던 슈만과는 다른 형태의 융통성을 지녔던 건지도 모르겠다.

p99 모차르트의 음악은 단 한 음도 뺄 것이 없다고 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말처럼, 모든 음이 각자 놓여야 할 위치에 저절로 가 있는 것 같은 이 완벽한 매무새는 그의 자필 악보를 보면 또렷이 알 수 있다. 수십 번을 고쳐 쓴 흔적이 역력한 베토벤의 악보와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마치 누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기만 한 것 같은 그의 악보, 지운 흔적 한 번 없이 써내려간 그것들을 보노라면 흡사 인간세계 저 너머엔 분명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p100 영화 아마데우스의 또 다른 장면에서 모차르트가 한탄하며 뱉는 그 대사처럼 “저는 상스러운 놈입니다. 하지만 제 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p102 슈베르트는 히트작만 수십 곡이다. 그런데, 나에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이 모든 작품이 별 이유 없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p104 아직까지는 슈베르트를 연주하며 손이 꼬이지 않는다는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스케일은 불규칙해서 도전히 손에 익지 않고, 화성 전개마저 엉뚱하기 그지없어 머리로도 익혀지지 않는 이 곡들의 문제는, 전혀 다른 듣는 이의 사정, 떠오르는 시상을 그대로 악보에 옮긴 뿐인 그의 음악이 어렵게 들릴 리 만무하다. 보기에는 한없이 우아한 백조 같은 슈베르트의 음악. 물 속에서 쉬지 않고 발 굴러야 하는 음악가들에게는 손해 보는 장사임이 틀림없는데도 여전히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다.

p114 자산, 생계수단, 자유까지 모두 잃은 그는 마침내 12월 22일, 페트로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부인과 두 딸과 함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황금 수탉과 자신의 미완성작 오페라 모나 바나의 스케치, 단 두 개를 품에 안고 뚜껑도 없는 썰매에 올라 헬싱키로 도망쳤다

p118 가장 거슬렸던 점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그대로 베껴놓은 것 같은 구조였다. 교향곡 1번의 실패로 와싱상담을 한 결과가 이것? 좀 비겁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p123 문제의 희생의 춤, 그 첫 페이지는 각각 한 마디씩, 3/16~5/16~3/16~4/16으로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시작해, 다시(단위는 16분음표) 5-3-4, 3-3-5-4, 3-4-5-5-4로 진행된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이해할 필요가 없다. 아무런 패턴도 없다는 얘기이니까. 거꾸로 말해 그 어떤 장단도 허용치 않는, 리듬에의 속박인 셈이다.

p129 그날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연관 지어 생각해 보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여기엔 매우 이상한 슬러(이음줄)가 있네? 두 마디, 두 마디, 또 두 마디에 사용했다가 여기 딱 한 마디에만 안 썼지? 왜일까?” 매일 봐 왔던 악보인데… 맹세코 생전 처음 발견하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신기한 것을 이렇게까지 몰랐다니… 스스로도 놀라웠다

p133 1950년대 후반, 그의 경력이 내리막길을 걷자 음반사가 그를 버렸다. 그러니까 지금 그의 가장 대표작으로 알려져 있는 파가니니 무반주 카프리스 앨범, 차이콥스키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앨범이나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소나타 앨범 등은 모두 그가 20대 초반에 녹음해 놓은 것들이다.(그런데도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은 훗날 자신의 파가니니 무반주 카프리스 앨범을 가리키며 마이클 래빈이 이 곡을 녹음한 줄 알았더라면 난 절대로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단다)

p142 피아노 현이 다 부서질 것 같은 러시아산 강철 타건으로 흡사 북한의 선전가요 같은 음악을 연주하는 그의 젊은 시절을 보고 있노라면, 천재의 삶이란 참 고달픈 것이구나 싶다. 시간이 흘러 그의 가르침으로 자란 내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똑같이 2위에 입상할 동안, 그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말았다.

p146 눈부신 미모도, 자극적인 무대 매너도, 눈물을 짜낼 스토리도 없는 데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중국인이기까지 한 그가 아무리 독일 음악을 독일 사람보다 몇만 배 더 잘 연주한들, 팔리기 어려운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혹할 정도로 그의 인생은 영 풀릴 줄을 몰랐다

p153 전 미국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귀국한 밴 클라이번은 클래식 음악가로는 최초로 뉴욕 시가지에서 색종이 테이프 퍼레이드를 가졌고, 그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은 클래식 음반 최초로 100만 장이 팔리며 빌보드 차트에 125주나 머물렀다. 유럽에 비해 턱없이 짧은 역사와 그에 따르는 문화적 열등감을 단박에 해소시켜 준 이 청년이야말로, 당시 미국사회가 꿈에 그리던 영웅이었던 것이다.

p158 내가 차이콥스키 협주곡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자 그가 1악장 중간 카덴차 부분을 연주해 주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좀 더 심장이 커지는 느낌으로, 벅차는 느낌, 참을 수 없는 느낌…” 그와 그의 음악은 진짜 그랬다. 러시아 음악에 대한 사랑이 벅차오라는 느낌, 조국에 대한 차오르는 애정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 나에게는 그가 바로 러시아다

p163 릴리 크라우스의 미친 연주에 빠져 나처럼 허우적대는 사람들에겐 그녀가 바이올리니스트 시몬 골드베르크와 함께 작업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을 추천한다

p164 가곡이라는 것은 당연히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것과 알고 듣는 것이 천양지차다. 하지만 난 슈베르트의 가곡들이라면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것도 죽을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종 대단치 않은 시들마저 천상의 음악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슈베르트니가

p175 그의 곁에는 일당백의 친구들이 있었다. 슈파운, 포글, 쇼버를 위시한 슈베르티아데 멤버들이 그들이다. 그들조차 슈베르트를 “남들에게 인정 못 받는 무능력한 작곡가”로 여겨 지지를 멈추었다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슈베르트는 없었을지 모르다.

p186 몇몇 교수들의 비상식적인 형태가 낳은 여러 폐단, 이를 모두 피해 최대한 공정하고자 짜낸 방책들은 예술성을 묵살하는 도구로 되돌아왔다. 애초에 우리의 잘못이었으니 법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문제는 그 피해가 애꿏은 음악 영재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p194 독일과 미국 청중의 반응을 모두 섞어 놓은 가장 뜨거운 청중은 바로 한국 청중이라는 것이다. 연주자가 악기에서 손을 놓는 시점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며 연주자를 몇 번이고 무대로 다시 불러내는 한국 청중은 이미 전 세계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p202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왜 이렇게 죽도록 연습을 할까? 제일 간단하게는, 피아노처럼 이미 만들어져 있는 건반을 누르는 게 아니라 한 음 한 음을 일일이 잡아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 같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내 친구들은 모두 이 감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 항상 불안해한다

p207 다른 천재가 깔아놓은 초석 없이, 다른 천재로부터 받은 영감 없이, 또 다른 천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고픈 욕심 없이 천재는 결코 탄생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집념, 부모의 희생, 훌륭한 스승, 헌신적인 추종자… 그 모두의 결과물이 천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가 보고 싶다면 우리 모두 TV를 켜자

p211 피아노 치러 다니는 와중이지만 한 번 무대에 서는 시간은 길어 봤자 2시간, 짧으면 20-30분에 불과할 뿐이니, 누군가는 음악가를 두고 30분간 무대에 서기 위해 300시간을 무대 밖에서 준비만 하는 인생이라고 했다는 데, 정말 그런 것도 같다

p216 내가 음악을 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기량을 쌓기 위해 자기 스스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그 과정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p223 우리 아빠가 서울의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거기 수돗물은 나오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니… 도대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한 강원도는 어떤 모습이었기에!

p228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던 그 일을 그분은 하나하나 조용히 실천했다. 수십억대의 고악기를 사서 아무 대가도 없이 재능 있는 음악도들에게 빌려주었고, 세계적인 교향악단을 직접 찾아가 이들과의 협연 무대를 주선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이들을 내세울 변변한 무대조차 없다는 안타까움에 직접 금호영재콘서트라는 무대를 마련해 매주 어린아이들을 무대에 세웠다. 나 역시 이 무대에서 그분을 처음 뵈었다

p236 어쩌다 전혀 준비 안 된 새 곡을 가지고 당장 내일이나 모레 외워서 연주해야 할 때의 마음가짐은 대략 이렇다.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계속 같은 부분에서 기억이 막히고 아무리 해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암기 과정, 어느새 어둠의 목소리가 깃든다. “이러지 말고 쳤던 곡으로 바꾸지?”

p240 연주도, 무대도 혼자 올라가는 독주회가 오히려 덜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두 내가 혼자 감당하면 그뿐이라는 사실 때문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나 앙상블 연주에서는 행여나 남에게 피해를 입힐까 봐, 아니면 남에게 방해를 받을까 봐, 마음이 완전히 놓이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서 독주회가 더 좋냐고? 당연히 아니다. 독주회 한 번 할 에너지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열 번에 앙상블만 스무 번은 하겠다. 그럼 혼자가 좋은 건 아니네. 음… 그런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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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클래식 - 삶에 쉼표가 필요한 순간
전영범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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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을 위한 클래식

 : 전영범

 : BMK

 : 2022/06/16 - 2022/06/21


클래식 관련 책이나 역사책은 꾸준하게 읽어야 감을 잃지 않는다.

관심있고 좋아하는 영역 몇 군데 빼면 대부분은 들어도 자꾸 잊어버린다.

클래식 관련 에세이와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책이고,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야기거리를 전달해주는 책이다. 

베토벤 운명, 하이든의 놀람등 주입식으로 배웠던 내용을 제외하면 opus번호 외우기도 힘든게 클래식이라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있다.

그런 진입장벽을 낮춰주는게 클래식의 에피소드들이다. 

이런 내용을 알면 연관있는 클래식들은 조금 더 듣고 싶어지고 알고 싶어지게 된다.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좋다.


p27 베토벤은 어떤 귀족 부인에게 실연을 당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베토벤이오. 핏줄로, 그저 태어난 것만으로 (높은 지위와 재산을 얻는) 그 자리에 있는 당신들과는 다르오” 고귀한 예술가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듯한 말입니다

p39 팝이 샴페인이라면 클래식은 좋은 레드 와인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샴페인은 빠르게 혈관으로 흡수되어 즉각저인 효과를 내지만 그 효과는 짧은 시간에 그칩니다. 반면 좋은 레드와인은 몸속으로 서서히 흡수되고 효과도 훨씬 오래갑니다.

p44 루빈스타인은 클래식 음악계에 그 유명한 명언을 남깁니다.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동료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

p49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세상에서 진정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주위에 널려 있다며,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것도 인생의 지혜라고 말합니다.

p65 오케스트라는 박물관이 아니다.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이먼 래틀의 말처럼 말입니다.

p68 우리의 귀는 알지만 뇌는 정확히 기억하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좋은 음악이 무수히 많습니다. 그 중에 클래식은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광고나 행사의 배경음악, 영화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p72 잘못된 방향으로 힘차게 걷느니 절뚝거리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느릿느릿 가는 것이 낫다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더욱 되내겨지는 시간입니다.

p78 모차르트는 음악을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입니다

p80 천사들이 하나님을 찬양할 때는 분명 바흐를 연주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끼리 모여서 즐길 때는 단연코 모차르트를 연주할 것이다

p92 주위에서 청중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리자 베토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이건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니까요”

p124 어떤 과학자는 소리가 동물은 물론 인간이 이성을 매혹하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증거를 속속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수 중에 유난히 바람둥이가 많다는 것도 이런 증거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p134 조금 틀리고 또 자세가 흐트러지면 어떤가요? 즐거움을 위한 음악에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겠지만 감상자가 질식당하는 음악은 또 다른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p156 우울함을 떠나 절제되고 격조가 느껴지는 현악기 선율은 비장한 슬픔을 잘 표현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들의 죽음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입니다. 그럴 때 현을 위한 아다지오 속에서 흠뻑 울기라도 한다면 이 또한 치료제가 되지 않을까요

p157 음악은 등수를 따지는 스피드 스케이팅이 아니라 예술성이 없으면 최고가 될 수 없는 피켜스케이팅 같은 것입니다.

p162 400곡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파니 멘델스존의 이름은 음악사에 남아 있지만, 좀 더 활발히 활동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p168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작곡된 음악이 먼저 있고 이론이나 해석이 나중에 따라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은 분석과 해석을 통해 도출된 이론보다 예술가의 실험 정신이나 개성 있는 창작열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p183 가난한 청년 슈베르트가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를 그리며 작곡한 가곡은 지금까지 사랑받지만, 정작 슈베르트는 아가씨의 사랑은 얻을 수 없었습니다.

p187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예술혼을 불태웠던 사람들에게 후대의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p191 마흐테르만의 비판을 좀 누그러뜨리자면, 이미지 메이킹이 음악의 완성도보다 중요하다고 여긴 카라얀은 예술가이면서도 은발을 휘날리며 대중들의 환호를 즐긴 엔터테이너였습니다.

p194 이런 지휘자를 뒤에서 움직이는 지휘대 뒤의 권력으로는 CAMI 대표인 로널드 윌포드가 유명했습니다. 그리스인으로 모르몬교도인 그는 유타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를 중퇴한 후 클래식 음악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p199 여인의 향기의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탱고 음악은 탱고의 경쾌함 뒤에 눈 먼 노병의 비애감이 짙게 깔리는 명곡입니다. 탱고 스텝이 꼬여도 춤은 계속 추어야 한다는 알 파치노의 명대사와 함께

p201 마음이 중요해. 느낌이 중요하고. 감동이 중요하고, 아름다운 뭔가가 있어야 해. 악보 위 음표가 중요한 게 아니야. 악보 위 음표는 내가 가르쳐줄 수 있지만 나머진 가르쳐줄 수 없어

p207 귀금속이나 명품 가방도 좋겠지만 예술의 가치를 아는 여성이라면 후세에 온 인류가 사랑하게 될지도 모를 예술 작품을 헌정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아마 클라라도 그렇게 느꼈을 겁니다

p208 악성 베토벤은 57년의 생애에서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자료를 보면 성인기 이후 그는 항상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p212 오펜바흐가 작곡한 첼로 곡 자클린의 눈물은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불치병으로 일찍 죽은 자클린 뒤 프레를 기리는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곡의 애달픈 선율은 오펜바흐뿐만 아니라 많은 음악 팬의 안타까움을 달래줍니다.

p223 랑겔 교수팀은 뇌 자기공명 영상을 통해 와인을 마실 때의 즐거움을 객관적으로 측정했는데, 비산 가격표가 붙은 와인을 시음할수록 우리 뇌에서 향기와 맛의 즐거움을 느끼는 안쪽 안와전두엽피질의 활성화가 훨씬 두드러진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p241 베토벤은 독일의 멜첼이 만든 메트로놈을 상당히 신뢰해 이를 악보에 표기했습니다. 그러나 네트로놈 보급이 잘 안됐고 후대 사람들이 이탈리아식 표기를 계속 사용함으로써 이 용어들은 오늘날 보편적인 음악용어로 자리잡았습니다.

p257 콜롬비니는 “로봇은 단지 팔만 갖고 있을 뿐이지 영혼과 가슴이 없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로봇 지휘자는 인간 지휘자의 감수성과 정서를 도저히 대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감수성과 교감 능력, 순간 대응 능력은 로봇이 결코 쉽게 흉내 내기 힘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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