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수학 - 어느 사랑의 방정식
권미애 지음 / 궁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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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미애님은 브런치스토리에서 '무 한소'라는 필명으로도 활동중인 현직 수학강사이다. 새벽 기상과 독서 모임 참여, 글쓰기 루틴을 삼 년째 실천중이라고 한다. 뭐든 습관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하시다 과거에 앓으셨던 각막 궤양이 재발하는 일까지 있으셨다고 하니 한번 뵌 적도 없지만 마음이 쓰였다. 아무리 좋은 습관도 결국은 건강을 잃으면 꾸준히 하기 힘드니 작가님도 나도 건강관리 잘 해야겠다.

친히 내게 SNS DM으로 서평도 의뢰해주시고, 친필 사인본 도서도 보내주셔서 영광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은 국판(가로 148mm, 세로 210mm)형 크기에 총 168면으로 이루어진 이루어진 에세이다. 수학의 여러 식으로 삶의 다양한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총 4장으로 나누어, '나'와 '가족', '사회적 역할', '삶에서 맺게 된 사회적 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1. 완전수의 탄생

정말 부끄럽게도 완전수와 우애수, 이런 개념을 이 책에서 처음 본 것 같다. 학창시절, 아무리 애를 써도-물론 임계점 근처까지만 노력한 탓이겠지만-도통 성적이 오르지 않던 지긋지긋한 수학이었기에 기초적인 개념조차 기억에서 말끔히 지워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우애수'의 개념을 "평행하든 교차하든 항상 서로 마주하고 함께 움직인다는 우애수는 존재하는 두 수의 쌍에서 어느 한 수의 진약수를 모두 더하면 마주하는 다른 한 수가 된다."(본문 p. 30-31)고 설명한다. 또 "우애수가 전하는 수학의 말은 '아름다움을 창조한 관계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고도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린왕자에 나온 '길들이기'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며, '길들이기'는 종속도 독립도 아닌 관계 맺기이고, '특별함으로 스며듦'이라는 말로도 정의한다.

2. 노릇이라는 좌표

비단 이 책의 저자뿐이겠는가. 대한민국 40대 중후반의 K장녀들에게 해당될지 모르는 '~노릇'으로 규정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나는 딸 노릇,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친인척 노릇 등 집안에서 많은 '노릇'을 해야 했다. 어쩌면 나는 이것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압력과 압박으로 때론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 노릇을 잘하는 기본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나를 힘들고 슬프게 했지만,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었다."(본문 p. 54)라고.

이 부분은 나 뿐만 아니라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 또래의 여성들도 공감할 것이다. 나도 어쩌면 이 모든 노릇을 다하기 위해 지금껏 그토록 숨 막히는 의무감에 시달렸는지도 모르겠다.

3. 해물칼국수의 항등식

저자는 <노인과 바다>를 읽고 '신념'을 떠올렸다. 청색치를 잡은 낚싯줄을 놓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이번 장에서는 완전수에서 떠올린 메시지는 '균형'이라고 일러준다. "자연과 일상에 녹아있는 수 중에서 완전수가 있다. 이름에서부터 완전함과 완벽함이 느껴진다. 수학에서 완전수는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의 합으로 표현되는 양의 정수를 말한다. 가장 작은 완전수는 6(1+2+3)이다. 다음으로 28(1+2+4+7+14)이 있다. 스스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약수들의 합으로 자신을 창조해내는 완전수가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일상과 내가 이루는 평행, 바로 '균형'이다. 나는 프레임 안에서 비워내고 동시에 프레임 바깥에서 채워나가는 신념을 완전수로부터 배웠다."(본문 p. 111)라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평생 살면서 '균형'을 잡기 힘든 나로서는, '수학을 좀 더 잘했으면 뇌를 지금보다 균형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꼬인 위치로 바라본 세상

'수학이 곧 자연이자 자연법칙'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다양한 다항함수들의 기울기로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직선과 곡선의 어우러짐이 곧 우리 삶이자 자연'이라는 것이다."(본문 p. 141)라고 수학으로 우리 삶을 관조한다. 또한 올바른 나이듦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과거, 현재, 미래를 다 아우르고 있어서 40대 후반에 선 나는 그간의 삶과 앞으로 남은 삶을 떠올리게 했다.

p. 150 늙는다는 건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경이로운 익어감이자 사회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는 쓸쓸함이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에서는 화려하고 건강하며 찬란하게 존재한다. 나이를 제대로 먹으려면 육체와 감정 모두 바르게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소가 몸 곳곳으로 이동해야 제대로 익어갈 수 있다. 살면서 고독은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나 고독은 내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즐기고 아껴야 할 인생의 요소이다. 삶이라는 집합 안에 익어감이 포함되어 있다면, 고독은 익어감 안에 들어 있는 원소일 뿐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멋지게 즐기면 된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풀고 나서'에서 평소 글쓰기 습관을 지켜가는 마음가짐과 책출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여러 결의 감정과 흩어진 마음을 정돈해서 표현하려고 글을 썼다. 글쓰기를 포기하면 내면이 도망갈까,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내 시간이 사라질까 두려워 멈출 수 없었다.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다. 마치 불문율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서 퍼지고, 처음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분해되어 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정답도 없고 길을 찾는 네비게이션도 없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통해 매일 비슷하게 시작하는 하루하루를 날짜로 순간으로 특별한 기억으로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었다."라고.

이 부분은 아직 종이책은커녕 전자책 출간도 못한 나로서는 우러러보이는 문장들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읽어낸 표현. 수학의 수식과 그래프, 도형 점·선·면을 분석하는 눈으로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구축해가며 수학적 개념을 '관계의 조화', '사회적 역할', '균형'같은 삶의 화두를 풀어내는 저자의 통찰력이 상당하다.

작년 『문과남자의 과학 공부』를 출간한 유시민 작가나 2011년과 2015년 각각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통섭의 식탁』의 저자 최재천 교수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잘 버무린 이 책으로 통합적 사고체계의 과정을 배워보자.

본 서평은 권미애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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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두콩달 - 365일 질리지 않는 두부, 콩나물, 달걀 요리 레시피
이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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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거창한 요리 레시피 북은 이제 그만! 요즘같은 고물가 시대에 매일 밥상 차림 고민하는 혼밥족부터 주부들까지 이 한 권의 책으로 간단하면서 영양만점 반찬으로 집밥 잘 챙겨 먹자.

이 책에서는 앞표지를 장식한 두부구이 외에도 두부로 만들 수 있는 건강한 두부 요리 54가지와 콩나물국과 무침 외에도 맛있는 콩나물 요리 40가지, 달걀 프라이와 말이, 찜 정도만 알고 있는 만만한 달걀 요리 55가지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고만고만한 요리를 뭐 책으로까지 엮었을까 싶지만 너무 간단하고 흔해서 소홀하기 쉬운 요리들이지만, 살짝만 힘을 더하면 맛도 좋고 격식을 갖춘 것 같아 밥상을 차리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흐뭇할 것 같다.

이 간단하지만 한국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식재료를 빛나게 해 주신 이미경 요리연구가님은 경기도 양평에서 텃밭을 가꾸며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잦은 양념을 배재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연구하는 분이시다.

과한 양념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잃게 만드는 레시피도 많은데, 자연의 맛을 지키면서 비교적 간단한 요리 과정으로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어, 무늬만 20년차 주부인 나같은 요리젬병인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또한 두부, 콩나물, 달걀의 영양 분석과 두부와 콩나물을 집에서 만들거나 길러 먹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어서 예전 부모님이 기르셨던 콩나물 생각도 나고 정겨웠다. 두콩달만으로 밋밋할 수 있는 식탁을 채워 줄 사계절 식재료 달력을 제시해주고 있어 제철 밥상을 다양하게 차려낼 수 있도록 도왔다.

가장 중요한 계량법을 목차 다음에 바로 실어주고 있으니 알맞은 계량으로 기껏 준비한 요리의 맛을 잘 지켜내보자. 게다가 이 책에서 언급한 기본 양념도 과감하게 소개해주어 마트 방문시 동일 제품을 구매하여 이왕이면 요리의 완성도를 더해 보자.

지금까지 익숙해서 두콩달 식재료로 대충 해먹었던 분들, 시시한 식재료라 기피했던 분들은 이번 기회에 장보기 필수 품목인 두부, 콩나물, 달걀을 이용해서 가성비 좋은 영양 만점 집밥 한 상 차려 보시길...

본 서평은 상상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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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예술의 역사 4 : 바로크 예술 만화 예술의 역사 4
페드로 시푸엔테스 지음, 강민지 옮김 / 원더박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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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 그 유명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전성기와 몰락기를 다룬 내용을 시작으로 흑사병 창궐과 이런 황폐한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한 '후안 데 발데스 레일(Juan de Valdes)'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벨기에 출신의 이름난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명화들을 여러 지면을 활용해 설명한다. 그리고 내게는 낯선 이름인 '벨라스케스'라는 화가를 마네는 '화가중의 화가'로 칭송하기까지 했다고.

뒤이어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France Hals)',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차례로 소개되면 끝이 난다.

이 책은 작가 소개가 뒷표지에 등장한다는 점도 구성상의 특징 중 하나이다.

지은이 '페드로 시푸엔테스'는 스페인 카스테욘주 부리아나의 중학교 사회과 교사이다. 수업에 활용하기 위해 교육 목적으로 여러 만화를 그려 학생들과 동료 교사로부터 호응을 얻었다고.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만화 예술의 역사' 초기 버전을 냈는데, 이것이 예상 밖의 큰 성공을 거둬 정식 출판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여러 편의 교양 만화를 그리고 쓴 공로로 국가교육발전상, 발렌시아 우수교재상, 발렌시아 우수교사상 등을 수상했다.

이러한 교사들이 많아야 아이들도 사회와 역사에 관심을 가질텐데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인 대한민국 여건상 참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어린이 도서들을 중심 '컴퓨터 코딩'부터 '역사'까지 학습만화가 많이 출간되어 있어서 평소 독서를 꺼리는 친구들도 열심히 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만화라고 할지라도 구성과 내용이 탄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좋은 책을 좋은 말로 소개해주시고, 저자와 독자의 풍부한 교감을 이끌어 내고자 노력 중인 강민지 번역가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좋은 번역이 저자의 선한 의도와 맞닿아 있어야 독자에게도 그 의도가 잘 전달될 것이기에.

본 서평은 원더박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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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셀프 트래블 - 2024-2025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4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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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1년 살기로 제주도에 왔다가 제주의 인문학적 매력에 빠져 정착해 살고 있다는 박정은 여행작가는 세계를 여행하며 본 책 외에도 특히 유럽에 대한 여행서를 다수 출간한 유럽 여행 전문가이다. 그중에서도 '파리'만으로 본문 기준 299페이지 분량을 뽑아낼 수 있는 걸 보면 프랑스에 대한 이해도가 탄탄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수도 파리에 대해서는 약간의 과정을 섞어서 웬만한 현지인보다 많이 알고 있는 듯하다.



본문은 총 3가지 주제인 'Mission in Paris', 'Enjoy Paris', 'Step to Paris'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물론 본문 전 'Self Travel Paris' 꼭지를 마련하여, 본 여행가이드북을 알차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러두기'와 '파리 전도'를 실어 주었다. 이어서 파리에 대한 사전 정보와 파리 여행시 참고 사향을 문답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여행도서의 구성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바로 '파리 추천 루트'라는 꼭지로 '당일치기'부터 가장 긴 여정인 '6박 7일'까지 10 페이지 지면을 할애해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여행 코스다. 여행 일정이 길지 않고 '나홀로 여행'을 계획했다면 각자 상황에 맞는 여행 루트를 참고하여 가성비 좋은 꼼꼼한 여행 계획을 세워 보시라. 자녀 동반의 경우도 저자가 추천한 여행일정을 잡아도 좋겠다.

파리여행의 성수기는 4~10월이라고 극성수기를 피해 가장 여행하기 좋을 때는 5ㆍ6월과 9ㆍ10월이라고. 이상 고온으로 7~8월 여름 휴가철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관광객들 때문에 긴 줄을 서야 하는 일도 많고, 파리에는 에어컨이 없는 레스토랑과 숙소도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귀띔한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에어컨 없는 실내는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유럽 물가 비싼 건 이미 알고 있지만 파리물가도 한국과 2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여행 경비도 일정에 맞게 예산을 잘 짜야한다. 16세기 르네상스의 절정기를 맞을 만큼 문화ㆍ예술이 발달한 나라 프랑스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42곳이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것 중 한 가지는, 길거리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 부스'를 소개한 내용이다.
p. 45 길거리를 지나가다 화장실 표지가 있는 회색 부스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무료 공공 화장실이다. 녹색불일 때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잠긴다. 최대 20분까지 있을 수 있다. 사용 후에 자동 세척이 되므로 그냥 나오면 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변기 의자가 없다. 스쿼트 자세로 볼일을 봐야한다는 사실! 파리의 모든 공공화장실이 그렇다.

이 아름다운 '파리' 여행가이드북의 다체롭고 낭만적인 관광 명소와 레스토랑, 숙소를 소개한 내용 중 하필 화장실 소개글이 인상적이라니 불편하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읽는 순간, 21세기에 과거 우리나라의 재래식-일명 '푸세식'-화장실이 연상되어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첫째, Mission in Paris편에서는 '파리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로, 달팽이 요리, 푸아그라 같은 프랑스 대표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먹는 즐거움 못지 않게 쇼핑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파리의 쇼핑 명소와 파리에서만 파는 가성비 기념품도 소개한다.

둘째, Enjoy Paris편에서는,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 개선문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과거-현재-미래를 느낄 수 있는 각 지구별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 여행일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면 이 편에 소개된 대표 관광지만 둘러보고 와도 아쉬운대로 파리 여행 다녀 온 생색은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Step to Paris편은 '쉽고 빠르게 끝내는 여행 준비'라는 부제로, '파리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그러니 평소 건망증이 심해서 물건 분실이나 중요 사항을 종종 빠뜨리는 분들은 이 부분을 꼼꼼히 읽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즐거운 여행을 망치는 일이 없으시길.


별책부록에 해당하는 맵북은 파리 현지 여행시 휴대하며 수시로 들춰보면 좋을 듯하다.


해외 여행지 중 유럽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이왕이면 역사와 문화, 예술의 도시 파리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 세느 강변에서 유람선을 타고, 와인의 본고장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아침에 숙소에서 부스스한 차림으로 정통 바게트를 한 입 베어 물어보자. 상상만으로도 침 고이는 이 순간,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리 설레는데 '샤를 드 공항'에서 맞는 프랑스의 공기를 느껴보시라.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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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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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에서 '천재작가'라는 필명으로 활동중인 류귀복 작가님의 첫 출간작인 이 책은, 자상한 남편이자 멋진 아빠로서 살아가는 작가님의 훈훈한 일상을 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는 류 작가님은 결혼 직후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중증 난치질환을 진단받고 방사선사인 직원과 환자를 겸임중이라고.

내가 쓴 부끄러운 공저 시집을 받으신 후 처음으로 내게 이 귀중한 첫 책을 보내주셨다. 직접 내가 사는 지역에 딸과 함께 방문하여 책에 친필 사인본을 건네주시겠다고 하는 걸 거절한 직후였다. 직접 방문하시기엔 내가 사는 동네가 어쩐지 부끄러웠고, 대면 만남을 가지기엔 내 몰골이 너무 누추해서 작가님께 차마 공개할 순 없었다. 게다가 순수하고 예쁜 공주님인 딸이 구경하고 가기엔 재미있는 동네도 아니어서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작가님 아내분의 지인이 운영하시다는 경기도 포천의 '카페 비그린'은 한번 가보고 싶다. 작가님이 딸과 노는 법을 배웠다는 불멍이 가능한 카페. 상상만으로는 그 감성을 느끼기엔 부족하니 직접 다녀와야겠다. 다만 거리가 멀어서 걱정이다. 작가님도 차로 두 시간 걸렸다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두 시간도 훨씬 더 걸리지 않을까.


작가님은 중학교 입학한 이후 안경을 쓰기 시작했음에도 시력 교정이 되지 않아 스무 살 성인이 되어 안과에 가니 '원추각막' 진단을 받았다. 또 결혼 직후엔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하필 이 두 질환은 유전질환이라, 여섯 살이 된 딸이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게 되니 마음 아파하는 작가님. 훗날 본인처럼 아플 아이 생각에 결혼한 지 5년이 지나 어느 정도 강직성 척추염이 관리가 된 시점에서야 임신 준비를 했다고. 유전이긴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낮다는 통계를 믿으며 딸이 태어나길 간절히 소망했고, 마침내 딸이 태어나니 여느 아버지 못지 않게 딸바보가 되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니 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태어났다. 사실 아이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하나만 남으려는데, 남아선호사상이 아직도 은연 중에 깔린 우리나라에서 이왕이면 외동 아들이면 면이 서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가님은 내게 '산타클로스'라는 꼭지가 개인적으로는 맘에 든다고 하셨지만, 나는 '마니토'가 좀 더 마음에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파친코』1,2권을 선물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작가님의 반응을 보면서, 책보다는 현금을 좋아하는 자린고비 우리 남편이 떠올랐다. 그런 남편이 읽고 싶다는 책을 말했을 때 냉큼 사 주었는데도 작가님처럼 눈물나게 고마워하지는 않았던 기억을 소환하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공저 시집 <마음에 때를 벗기고>에 이어, 두 번째 공저 시집 <겨울의 편린>이 나왔을 때도 반응이 신통찮았다. '주 여사'란 호칭 대신 '주 작가님'이란 별칭으로 불렸을 뿐.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 온 작가님의 삶 속에서 터득한 신조인 '시간은 '기브 앤 테이크'를 잘한다'라는 꼭지에서, 열심히 사는 우리지만 때때로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특별히 시선이 오래 머물게 했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 어떤 아름다운 과거도 현재만 못하다. 과거가 더 아름다운 사람은 그보다 충분히 더 아름다울 수 있는 현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포기하고 싶지 않은 현재를 만드는 건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타임머신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오늘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사용했으면 한다. 물론 아픔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아픔까지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자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본문 pp. 138-139

이렇듯, 류 작가님은 '강직성 척추염'과 싸우면서 하루하루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책 모든 페이지에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심어두었다.

출간일이 2월 26일이라 다가올 봄을 생각하며 정한 것인지 표지디자인이 진분홍색이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마치는 글' 편에서 감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진심을 담아 써내려간 이름이나 사연이 언급된 당사자들에게는 선물을 받은 듯 기쁘고 뿌듯할 것이다. 나도 추후 책 출간시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가감없이 글로나마 전해야겠다.

일상이 지루하고 수시로 지치시는 분, 그저 '힘들지?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위로 멘트에 영혼 없다고 느끼시는 분이라면 중증 난치성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으면서도 자신의 병마와 잘 공생하는 류 작가님의 따뜻한 일상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내보자. 살면서 누구나 질병 하나쯤 달고 살기 마련이지만 그 질병조차 동행해야 할 친구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 그래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잘 버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힘내 보자. 지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내보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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