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셀프 트래블 - 2024-2025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4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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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1년 살기로 제주도에 왔다가 제주의 인문학적 매력에 빠져 정착해 살고 있다는 박정은 여행작가는 세계를 여행하며 본 책 외에도 특히 유럽에 대한 여행서를 다수 출간한 유럽 여행 전문가이다. 그중에서도 '파리'만으로 본문 기준 299페이지 분량을 뽑아낼 수 있는 걸 보면 프랑스에 대한 이해도가 탄탄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수도 파리에 대해서는 약간의 과정을 섞어서 웬만한 현지인보다 많이 알고 있는 듯하다.



본문은 총 3가지 주제인 'Mission in Paris', 'Enjoy Paris', 'Step to Paris'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물론 본문 전 'Self Travel Paris' 꼭지를 마련하여, 본 여행가이드북을 알차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러두기'와 '파리 전도'를 실어 주었다. 이어서 파리에 대한 사전 정보와 파리 여행시 참고 사향을 문답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 여행도서의 구성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바로 '파리 추천 루트'라는 꼭지로 '당일치기'부터 가장 긴 여정인 '6박 7일'까지 10 페이지 지면을 할애해 저자가 직접 추천하는 여행 코스다. 여행 일정이 길지 않고 '나홀로 여행'을 계획했다면 각자 상황에 맞는 여행 루트를 참고하여 가성비 좋은 꼼꼼한 여행 계획을 세워 보시라. 자녀 동반의 경우도 저자가 추천한 여행일정을 잡아도 좋겠다.

파리여행의 성수기는 4~10월이라고 극성수기를 피해 가장 여행하기 좋을 때는 5ㆍ6월과 9ㆍ10월이라고. 이상 고온으로 7~8월 여름 휴가철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관광객들 때문에 긴 줄을 서야 하는 일도 많고, 파리에는 에어컨이 없는 레스토랑과 숙소도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귀띔한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에어컨 없는 실내는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유럽 물가 비싼 건 이미 알고 있지만 파리물가도 한국과 2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니 여행 경비도 일정에 맞게 예산을 잘 짜야한다. 16세기 르네상스의 절정기를 맞을 만큼 문화ㆍ예술이 발달한 나라 프랑스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42곳이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것 중 한 가지는, 길거리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 부스'를 소개한 내용이다.
p. 45 길거리를 지나가다 화장실 표지가 있는 회색 부스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무료 공공 화장실이다. 녹색불일 때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잠긴다. 최대 20분까지 있을 수 있다. 사용 후에 자동 세척이 되므로 그냥 나오면 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변기 의자가 없다. 스쿼트 자세로 볼일을 봐야한다는 사실! 파리의 모든 공공화장실이 그렇다.

이 아름다운 '파리' 여행가이드북의 다체롭고 낭만적인 관광 명소와 레스토랑, 숙소를 소개한 내용 중 하필 화장실 소개글이 인상적이라니 불편하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읽는 순간, 21세기에 과거 우리나라의 재래식-일명 '푸세식'-화장실이 연상되어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첫째, Mission in Paris편에서는 '파리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로, 달팽이 요리, 푸아그라 같은 프랑스 대표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먹는 즐거움 못지 않게 쇼핑도 빼놓을 수 없는 만큼, 파리의 쇼핑 명소와 파리에서만 파는 가성비 기념품도 소개한다.

둘째, Enjoy Paris편에서는,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 개선문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과거-현재-미래를 느낄 수 있는 각 지구별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 여행일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면 이 편에 소개된 대표 관광지만 둘러보고 와도 아쉬운대로 파리 여행 다녀 온 생색은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Step to Paris편은 '쉽고 빠르게 끝내는 여행 준비'라는 부제로, '파리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그러니 평소 건망증이 심해서 물건 분실이나 중요 사항을 종종 빠뜨리는 분들은 이 부분을 꼼꼼히 읽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즐거운 여행을 망치는 일이 없으시길.


별책부록에 해당하는 맵북은 파리 현지 여행시 휴대하며 수시로 들춰보면 좋을 듯하다.


해외 여행지 중 유럽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은 이왕이면 역사와 문화, 예술의 도시 파리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 세느 강변에서 유람선을 타고, 와인의 본고장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아침에 숙소에서 부스스한 차림으로 정통 바게트를 한 입 베어 물어보자. 상상만으로도 침 고이는 이 순간,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리 설레는데 '샤를 드 공항'에서 맞는 프랑스의 공기를 느껴보시라.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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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지음 / 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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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에서 '천재작가'라는 필명으로 활동중인 류귀복 작가님의 첫 출간작인 이 책은, 자상한 남편이자 멋진 아빠로서 살아가는 작가님의 훈훈한 일상을 담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치과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고 있는 류 작가님은 결혼 직후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중증 난치질환을 진단받고 방사선사인 직원과 환자를 겸임중이라고.

내가 쓴 부끄러운 공저 시집을 받으신 후 처음으로 내게 이 귀중한 첫 책을 보내주셨다. 직접 내가 사는 지역에 딸과 함께 방문하여 책에 친필 사인본을 건네주시겠다고 하는 걸 거절한 직후였다. 직접 방문하시기엔 내가 사는 동네가 어쩐지 부끄러웠고, 대면 만남을 가지기엔 내 몰골이 너무 누추해서 작가님께 차마 공개할 순 없었다. 게다가 순수하고 예쁜 공주님인 딸이 구경하고 가기엔 재미있는 동네도 아니어서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작가님 아내분의 지인이 운영하시다는 경기도 포천의 '카페 비그린'은 한번 가보고 싶다. 작가님이 딸과 노는 법을 배웠다는 불멍이 가능한 카페. 상상만으로는 그 감성을 느끼기엔 부족하니 직접 다녀와야겠다. 다만 거리가 멀어서 걱정이다. 작가님도 차로 두 시간 걸렸다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두 시간도 훨씬 더 걸리지 않을까.


작가님은 중학교 입학한 이후 안경을 쓰기 시작했음에도 시력 교정이 되지 않아 스무 살 성인이 되어 안과에 가니 '원추각막' 진단을 받았다. 또 결혼 직후엔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하필 이 두 질환은 유전질환이라, 여섯 살이 된 딸이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게 되니 마음 아파하는 작가님. 훗날 본인처럼 아플 아이 생각에 결혼한 지 5년이 지나 어느 정도 강직성 척추염이 관리가 된 시점에서야 임신 준비를 했다고. 유전이긴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낮다는 통계를 믿으며 딸이 태어나길 간절히 소망했고, 마침내 딸이 태어나니 여느 아버지 못지 않게 딸바보가 되었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이니 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태어났다. 사실 아이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하나만 남으려는데, 남아선호사상이 아직도 은연 중에 깔린 우리나라에서 이왕이면 외동 아들이면 면이 서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가님은 내게 '산타클로스'라는 꼭지가 개인적으로는 맘에 든다고 하셨지만, 나는 '마니토'가 좀 더 마음에 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아내가 『파친코』1,2권을 선물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작가님의 반응을 보면서, 책보다는 현금을 좋아하는 자린고비 우리 남편이 떠올랐다. 그런 남편이 읽고 싶다는 책을 말했을 때 냉큼 사 주었는데도 작가님처럼 눈물나게 고마워하지는 않았던 기억을 소환하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공저 시집 <마음에 때를 벗기고>에 이어, 두 번째 공저 시집 <겨울의 편린>이 나왔을 때도 반응이 신통찮았다. '주 여사'란 호칭 대신 '주 작가님'이란 별칭으로 불렸을 뿐.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 온 작가님의 삶 속에서 터득한 신조인 '시간은 '기브 앤 테이크'를 잘한다'라는 꼭지에서, 열심히 사는 우리지만 때때로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특별히 시선이 오래 머물게 했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 어떤 아름다운 과거도 현재만 못하다. 과거가 더 아름다운 사람은 그보다 충분히 더 아름다울 수 있는 현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포기하고 싶지 않은 현재를 만드는 건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상 속에만 존재하는 타임머신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오늘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사용했으면 한다. 물론 아픔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아픔까지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자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본문 pp. 138-139

이렇듯, 류 작가님은 '강직성 척추염'과 싸우면서 하루하루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고 책 모든 페이지에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심어두었다.

출간일이 2월 26일이라 다가올 봄을 생각하며 정한 것인지 표지디자인이 진분홍색이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마치는 글' 편에서 감사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진심을 담아 써내려간 이름이나 사연이 언급된 당사자들에게는 선물을 받은 듯 기쁘고 뿌듯할 것이다. 나도 추후 책 출간시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가감없이 글로나마 전해야겠다.

일상이 지루하고 수시로 지치시는 분, 그저 '힘들지?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위로 멘트에 영혼 없다고 느끼시는 분이라면 중증 난치성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으면서도 자신의 병마와 잘 공생하는 류 작가님의 따뜻한 일상 이야기를 읽으며 용기내보자. 살면서 누구나 질병 하나쯤 달고 살기 마련이지만 그 질병조차 동행해야 할 친구처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 그래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잘 버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힘내 보자. 지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내보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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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미술관 여행 - 자연 친화적이고 혁신적인 북유럽 미술관을 가다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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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주변인들에게 지난 20년간 뮤지엄 스토리텔러를 자처하며 책과 강연, 방송에서 세계의 미술관을 소개해왔으면서도 정작 북유럽 미술관은 2017년에서야 방문했다. 비싼 물가와 국제 미술계에서 북유럽은 변방이라는 선입견이 강해서 그렇다고.

이미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구성과 인상적인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는 미술과 관계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전도사' 이은화 작가님의 친절하고 따뜻한 북유럽 5개국의 미술관 소개로 들어가보자.

1장, 노르웨이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뭉크만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뭉크 미술관'과 해운왕 가문이 세운 바닷가옆 사립미술관인 '아스트루프 펀리 현대 미술관', 키스테포스 공원 내에 위치한 친환경적인 일명 '더 트위스트'로 알려진 '키스테포스 뮤지엄'과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 소냐 헤니 부부가 설립한 '헤니 온스다드 아트센터'를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곳에서 '<절규>3종 세트'를 네 시간이나 기다려서 보았다는 경험과 함께 국민화가로 불릴 정도롤 엄청난 성공을 거둔 뭉크의 삶은 결핍과 불행의 연속이었다고 전한다.

이 대목에서 문득 우리나라의 국민화가 이중섭에 대한 생계가 힘들 정도로 우울하고 비참했던 삶이 떠올랐다. 제주도에 이중섭미술관이 있으니,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신 분이라면 한번 방문해도 좋겠다.

2장, 덴마크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불리는 작은 시골 마을, 훔레베크에 위치한 덴마크 최고 미술관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을 시작으로, 코펜하겐에서 가장 핫한 컨템포러리 아트를 만날 수 있는 '쿤스탈 샤를로텐보르'를 소개한다. 다음으로 멀리서 보면 바다 위에 도도하게 떠 있는 한 척의 배를 연상시키는 '아르켄 현대미술관', 덴마크 대표 맥주 칼스버그의 2대 사장인 카를 야콥센이 설립한 '뉘(새로운) 칼스버그 글립토테크', 사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던 빌헬름과 헤니 한센 부부가 살던 시골 별장을 넓혀 국립미술관으로 문을 연 '오로루프고르'를 차례로 소개한다.

3장, 스웨덴

북유럽 최고의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스웨덴 국립미술관'은 바로 스톡홀름 신시가지 외스테르말름에 위치해 있으며 19세기 슈튈러가 설계한 원형을 복원함과 동시에 장장 5년에 걸친 개조로 첨단의 미술관으로 거듭났다고. 이 국립미술관으로부터 도보 10분 거리에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이 있고, 유르고르덴 섬에 위치한 티엘 갤러리는 노르웨이 국민화가 뭉크의 작품을 노르웨이 밖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 중 하나라고. 또한 같은 유르고르덴 섬 남쪽에 위치한 '에우옌 왕자 발데수메르데'를 소개하고 있다.

4장, 핀란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손꼽히는 핀란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아모스 렉스', 핀란드의 가장 크고 중요한 '아테네움 미술관'을 차례로 소개한다. 핀란드의 국립미술관이면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아테네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팔라스 아테나의 신전을 뜻한다. 전쟁과 지혜의 여신이기도 한 아테나를 수많은 전쟁과 침략을 겪었던 국가를 지켜 줄 수호신으로 삼았을 거라 추측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핀란드어로, '두 선이 만나는 교차점'을 뜻하는 핀란드어 '키아스마Kiasma'로 이름을 붙인 미술관은 1993년 실시된 국제건축공모에서 516: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선될만큼 건축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다. 북유럽에서 살아있는 생생한 현대미술을 만나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하는 박물관이라고.

5장, 네덜란드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은 네덜란드 최대 규모로 현지어로는 '레이크스 뮤지엄'이라고. 렘브란트는 반 고흐와 함께 네덜란드 최대 규모로 현지어로는 '레이크스 뮤지엄'이라고. 렘브란트는 반 고흐와 함께 네덜란드가 낳은 가장 위대한 화가이며, 이에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는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고. 125년 역사를 자랑하던 국립미술관은 2003녀, 새 단장을 시작해 무려 10년 만에 2013년에 재개관하였다니,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 나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다음으로는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으로 불리는 '스테델레이크 미술관'을 소개한다. 이 미술관도 국립미술관처럼 2004년 2012까지 8년 동안 보수와 개조 공사를 하고서야 재개관을 했다고 한다. 에디 더 빌더 관장은 미국의 비디오 아트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고, 우리 국민에게도 익숙한 '백남준' 개인전을 유럽 최초로 1977년에 열었다고. 유럽 최대의 항구 도시이자 건축 도시로 유명한 로테르담에 위치한 '데포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을 소개한다. 이 곳은 완전 개방 수장고가 특징이다.


이렇듯 북유럽 5개국의 대표 미술관을 소개한 후 각국의 추가로 'Plus Page'꼭지를 마련하여 미술관 못지 않게 유명한 도서관 소개 등 부연 설명을 해두었는데 빠뜨리지 말고 함께 보면 좋겠다.

사실 여행에세이이니 본문과 함께 제공된 사진들을 함께 봐야 제대로 북유럽 미술관들의 웅장함과 자연친화적 건축, 역사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저자는 권좌를 탐하는 대신 예술을 택한 에우옌 왕자의 사례를 들어, "왕자는 알고 있었던 듯하다. 권력은 잠깐이지만 예술은 영원하다는 것을. 사후 70여 년이 지났으나 스웨덴 국민들은 여전히 그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고 있다. 아마 그가 평생 권력가로 살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권력 대신 예술을 선택한 왕자의 인생과 헌신을 온전히 품은 집이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인 이유다."(본문 pp.242-243)라고 예찬한다.

그렇다. 우리가 익히 아는 명언 중에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로 하지 않았던가.

총 367면에서 북유럽 미술관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은 전시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에드바르 뭉크'였다.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도 등장하던 다리 위에서 두 뺨을 감싸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 사람을 묘사한 그림인 <절규>! 저자가 명성과 달리 실제로는 결핍과 불행의 연속이었다고 뭉크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문득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이중섭'화가가 떠올랐다. 그의 유명세와 다르게 말년에는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많이 궁핍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이 책을 여행에세이로 분류한 것과 달리 대형서점인 교*문고에서는 '교양미술'로 분류하고 있고, 알*딘에서는 '미술기행'으로, 예*24에서는 '미술일반/교양'과 '예술기행'으로 분류기준이 다양하다. 그렇다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미술기행' 분야로 구분짓는 것이 좋겠다.

서양 사람들의 자유분방함을 익히 알고 있지만,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에서 2017년 '퍼포먼스의 대모'로 불리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대규모 회고전에서 <측정할 할 수 없는 것>의 누드 퍼포먼스에 대한 소개글과 실제 사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출입구에 마주보고 선 두 누드남녀 사이를 지나야 전시 내부 관람이 가능했다는 설명에 입장객들이 얼마나 난처했을지-물론 나처럼 꼰대 정신이 살아있는 사람만 그럴수도 있겠지만-짐작이 간다.

해외여행시 사람들이 사진찍기 좋은 명승지만 다니곤 하는데, 한 나라를 알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박물관을 가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 혹시 유럽 여행 특히 북유럽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이 있다면 이 책 속 대표 미술관은 꼭 한 곳씩 방문하실 것을 추천드린다. "사실 수년간 북유럽을 다니면서 얻은 배움과 추억, 감동을 글로 다 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북유럽의 문화예술을 알고 싶거나 북유럽 미술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겍 작은 지침서가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 아니던가."(프롤로그 p. 7)하는 저자의 말도 새기면서.

본 서평은 상상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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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듣는 시간 사계절 1318 문고 114
정은 지음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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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16회 사계절 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서, 아마 주인공 '정수지'가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청각장애인으로서 느끼는 상황 묘사가 사실적이다. 물론 '작가의 말' 부분을 읽어 보면 '허구'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자전적 소설은 아닌 것도 같고.

표지는 주인공 수지와 같은 학교 친구인 한민과 그의 눈이 되어주는 맹인 안내견 마르첼로가 나란히 '산책을 듣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꼭지인 '침묵을 듣는 시간'에서 수지, 한민 두 청년이 개발한 사업 아이템 명칭이 바로 <산책을 듣는 시간>이다. 산책 신청자가 눈을 감은 한민을 안내하면서 산책을 하고 보고 느낀 것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사업의 골자라고.


 

총 179면 분량의 청소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4년째 수정 중이라는 작가의 부연이 없었더라도 이 원고는 내용만 보더라도 한 글자 한 글자 얼마나 정성들여 썼는지 느낄 수 있다. 퇴고를 4년이나 한다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늘 글쓰기하면서 퇴고에 덜 정성을 들이는 나로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고 새삼 퇴고의 중요성을 새기게 되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빠는 없었고, 자유로우신 영혼의 할머니와 자녀의 양육보다 자아실현이 중요한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으로 알고 있었다가. 고등학교 때 인공와우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수술 담당 의사로부터 "10개월 무렵에 독감에 걸려서 입원한 적이 있고, 농인으로 확진받은 것은 24개월 무렵이라고 나오는데요. 맞지요?"라는 그간 왜 자기에게 가족들이 장애있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동시에 엄마 마저 자기를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는데...

"내가 원망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과 대처가 아니라 원망받을까 봐 평생에 걸쳐 해 온 거짓말이다. 언제나 진실이 낫다. 설령 그것이 아픈 진실이라도." (본문 p.67 참조)라고 하며, 진실이 미덕임을 강조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영화 속 음향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꿈으로 실현하기 위해 유학길에 오른 엄마와 마지막 남은 자신의 보호자 역할을 할 고모마저 자신을 혼자 남겨두고 출국하자, 철저하게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다. 이제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친구 한민뿐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바로 그 흔한 속담인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이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까지 "타인을 혹은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다가가는 것. 그렇게 한 걸음 다가서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마법처럼 일어나게 됩니다. 저는 그 마법을 믿습니다. 마법의 힘으로 다양성이 포용되고, 존종받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연대의 힘'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성인이지만 청소년의 시선과 입을 빌어 전해 준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함께'의 가치를 믿는 사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 책 제목처럼, 책 속 두 주인공 수지와 한민이 되어 두 눈을 감고 다른 감각을 이용해서 자연의 소리, 사물의 소리,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단순히 현상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본 서평은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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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와 정원사 - 어느 괴짜 예술가의 치유하는 정원 그리고 인생 이야기
마크 헤이머 지음, 황재준 옮김 / 산현글방(산현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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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에세이다. 그간 전형적인 스타일의 에세이를 주로 읽었던 내게 이 책은 총 309면의 분량임에도 그 두 배쯤 되는 서사처럼 느껴져 평소 같으면 하루 반나절이면 다 읽었을 책을 무려 일주일이나 붙들고 있었다. 책날개에서 이미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본문부터 읽기 시작했던 탓이다.

 

책날개에서 화가이자 작가, 정원사인 '마크 헤이머'가 쓴 이 책은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이어진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정원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치유력에 관한 지혜 넘치는 회고록"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의 저자 자신일지 모를 소년을 '봄비', 아버지에 대해서는 '미친개'라 표현하고 있고, 현재의 자신을 '정원사'로 설정하여 독자로 하여금 소설로 착각하게 만든다.

1인칭 시점의 전형적 에세이 형식을 탈피하여 자칫 '정원사의 일기'로 전락하는 것을 막았다.

저자는 개미나 민달팽이 같은 생물과 꽃, 나무 같은 식물을 통해 인간 사회의 여러 현상이나 인간의 감정을 빗대어 설명한다. 개미 군집을 통해 권력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난세(亂世)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력은 이성적이고 이해력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대부분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의 사정에 무감각하며, 억압과 착취를 통해서 획득되고 유지된다. 조용하고 더 희소하고 더 위엄 있는 약간 성격이 다른 권력도 있지만, 그런 권력은 대개 잘 드러나지 않고 잔인한 소음 속에 숨어 있으며 조용함과 평온함으로 가득차 있다. 소년은 그런 성격의 권력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실제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본인의 몸속에서 그것을 직접 느낀다. 하지만 아직 권력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본문 pp.138-139

또한 아버지에게 '쓰잘머리 없는 똥 덩어리'라는 언어 폭력을 당한 후 느낀 분노와 슬픔과 고독을 탁상 위의 과꽃, 미나리아재비, 보라색 붓꽃이 꽂힌 화병을 보며, 꽃이 시드는 것을 삶의 덧없음에 비유한다. "우리가 모든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란 가치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이다. 내 머릿속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이명이 새들의 노래에 비해 더 자연스럽거나 덜 자연스럽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내가 그것에 부여하는 것 이상의 가치는 지니고 있지 않다."라고.(본문 p.213 참조)


 

 

이어서 저자는 "모든 것에는 결점이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주가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돌연변이와 기이함은 무언가를 실제로 생겨나게 하거나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완벽함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마음속에만 있는 하나의 관념일 뿐이다. 우주에 직선은 없고, 심지어 행성들도 완전한 구형은 아니며, 중력과 시간도 장소에 따라 바뀌고 움직인다. 만약 무언가가 잘 작동한다면 흠결 있고 불완전한 채로 작동한 것이다."(본문 pp.214-215 참조)라고 자신의 결점을 지적한 아버지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듯,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풀어놓는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사춘기 청소년 아들을 양육중인 나도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었다는 정도의 막말을 아이에게 수시로 해대곤 했는데, 이렇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넘어 인간의 불완전한 속성까지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도 외동이라 그런지 쉽게 상처 받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데 그런 아이에게 친구이자 세상 유일하게 기댈 존재인 부모가 자신의 쓸모를 부정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으니 그 상처가 오죽했을까. 앞으로는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자가 어릴적 아버지로부터 당한 가정폭력의 시련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었을까' 라는 억지스런 생각도 들었다. 인생에서 어느 정도의 결핍은 인간이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나는 어렸을 때의 지독한 가난이 일찍 철들게 했고, 우리 아이가 소위 사춘기의 특권인 양 반항하는 언행 따위는 감히 흉내도 한 번 못내 봤다. 사춘기는 내게 사치였다. 어떻게든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장을 잡아야' 했다. 물론 인생은 내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고, 돌고 돌아 이렇게 서평 글쓰기로 시작하여 브런치 작가로서 열심히 활동중이다. 그럼에도 부모라는 지위를 권력처럼 아이에게 군림하기 위해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되겠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굳이 인격 말살 수준의 비하 발언으로 상처를 입혀가며 극복하길 바라는 것은 독재자들의 사상과 다를 바 없으니.

지금도 말과 행동으로 상처 주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나 그로 인해 고통받은 자들은 꼭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표지에서부터 숲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저자의 어린 시절을 짐작케하는 뒤표지 집 앞 구석에서 책을 보는 소년을 보면서 내 아이를 떠올려 보시라. 아버지한테 온갖 비난 등 가정 폭력으로 상처입은 영혼이 정원의 개미들과 민달팽이, 쥐며느리, 딱정벌레를 보며 분노와 슬픔을 삭이는 아이, 혼자 정원에서 책을 보는 아이, 안쓰럽지 않은가. '누구에게든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꼭 기억하자! 세상에 맞아도 싼 사람은 없다.

본 서평은 산현재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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