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완전수의 탄생
정말 부끄럽게도 완전수와 우애수, 이런 개념을 이 책에서 처음 본 것 같다. 학창시절, 아무리 애를 써도-물론 임계점 근처까지만 노력한 탓이겠지만-도통 성적이 오르지 않던 지긋지긋한 수학이었기에 기초적인 개념조차 기억에서 말끔히 지워내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우애수'의 개념을 "평행하든 교차하든 항상 서로 마주하고 함께 움직인다는 우애수는 존재하는 두 수의 쌍에서 어느 한 수의 진약수를 모두 더하면 마주하는 다른 한 수가 된다."(본문 p. 30-31)고 설명한다. 또 "우애수가 전하는 수학의 말은 '아름다움을 창조한 관계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고도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린왕자에 나온 '길들이기'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며, '길들이기'는 종속도 독립도 아닌 관계 맺기이고, '특별함으로 스며듦'이라는 말로도 정의한다.
2. 노릇이라는 좌표
비단 이 책의 저자뿐이겠는가. 대한민국 40대 중후반의 K장녀들에게 해당될지 모르는 '~노릇'으로 규정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나는 딸 노릇,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친인척 노릇 등 집안에서 많은 '노릇'을 해야 했다. 어쩌면 나는 이것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압력과 압박으로 때론 숨을 쉬기 힘들었다. 이 노릇을 잘하는 기본이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나를 힘들고 슬프게 했지만, 더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었다."(본문 p. 54)라고.
이 부분은 나 뿐만 아니라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 또래의 여성들도 공감할 것이다. 나도 어쩌면 이 모든 노릇을 다하기 위해 지금껏 그토록 숨 막히는 의무감에 시달렸는지도 모르겠다.
3. 해물칼국수의 항등식
저자는 <노인과 바다>를 읽고 '신념'을 떠올렸다. 청색치를 잡은 낚싯줄을 놓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이번 장에서는 완전수에서 떠올린 메시지는 '균형'이라고 일러준다. "자연과 일상에 녹아있는 수 중에서 완전수가 있다. 이름에서부터 완전함과 완벽함이 느껴진다. 수학에서 완전수는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의 합으로 표현되는 양의 정수를 말한다. 가장 작은 완전수는 6(1+2+3)이다. 다음으로 28(1+2+4+7+14)이 있다. 스스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약수들의 합으로 자신을 창조해내는 완전수가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일상과 내가 이루는 평행, 바로 '균형'이다. 나는 프레임 안에서 비워내고 동시에 프레임 바깥에서 채워나가는 신념을 완전수로부터 배웠다."(본문 p. 111)라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평생 살면서 '균형'을 잡기 힘든 나로서는, '수학을 좀 더 잘했으면 뇌를 지금보다 균형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꼬인 위치로 바라본 세상
'수학이 곧 자연이자 자연법칙'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다양한 다항함수들의 기울기로 전하는 수학의 언어는 "직선과 곡선의 어우러짐이 곧 우리 삶이자 자연'이라는 것이다."(본문 p. 141)라고 수학으로 우리 삶을 관조한다. 또한 올바른 나이듦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과거, 현재, 미래를 다 아우르고 있어서 40대 후반에 선 나는 그간의 삶과 앞으로 남은 삶을 떠올리게 했다.
p. 150 늙는다는 건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경이로운 익어감이자 사회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는 쓸쓸함이다. 누구나 자신의 과거에서는 화려하고 건강하며 찬란하게 존재한다. 나이를 제대로 먹으려면 육체와 감정 모두 바르게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이렇게 흡수된 영양소가 몸 곳곳으로 이동해야 제대로 익어갈 수 있다. 살면서 고독은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나 고독은 내가 익어가는 과정에서 즐기고 아껴야 할 인생의 요소이다. 삶이라는 집합 안에 익어감이 포함되어 있다면, 고독은 익어감 안에 들어 있는 원소일 뿐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멋지게 즐기면 된다.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풀고 나서'에서 평소 글쓰기 습관을 지켜가는 마음가짐과 책출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여러 결의 감정과 흩어진 마음을 정돈해서 표현하려고 글을 썼다. 글쓰기를 포기하면 내면이 도망갈까,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내 시간이 사라질까 두려워 멈출 수 없었다.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았다. 마치 불문율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서 퍼지고, 처음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분해되어 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정답도 없고 길을 찾는 네비게이션도 없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통해 매일 비슷하게 시작하는 하루하루를 날짜로 순간으로 특별한 기억으로 아름답게 채색할 수 있었다."라고.
이 부분은 아직 종이책은커녕 전자책 출간도 못한 나로서는 우러러보이는 문장들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오롯이 읽어낸 표현. 수학의 수식과 그래프, 도형 점·선·면을 분석하는 눈으로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구축해가며 수학적 개념을 '관계의 조화', '사회적 역할', '균형'같은 삶의 화두를 풀어내는 저자의 통찰력이 상당하다.
작년 『문과남자의 과학 공부』를 출간한 유시민 작가나 2011년과 2015년 각각 다른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통섭의 식탁』의 저자 최재천 교수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잘 버무린 이 책으로 통합적 사고체계의 과정을 배워보자.
본 서평은 권미애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