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란 무엇인가 - 법과 제도로 본 돈의 흐름
정시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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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로 본 돈의 흐름'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했지만 법에 대한 애착을 놓을 수 없다는 로스쿨 졸업 후 법학박사를 취득한 정시몬 작가의 첫 출간작이다.

2017년부터 브런치에 <법학자가 본 돈의 원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왔는데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정식 도서로까지 출간하게 된 것이다.

나도 법학학사 출신이지만 감히 로스쿨 출신의 법학 박사님의 이력에 대적할 순 없지만, 사법시험 세대라 고시 합격 못한 아쉬움에 법에 대한 애착과 미련은 상당하다. 그래서 결혼하고도 공인노무사 시험공부도 좀 하고, 공인중개사 시험도 한두 번 보았는데 그 때마다 공부를 제대로 못해서인지 최종 불합격이었다.

아마 저자도 법학박사를 딸만큼 공부를 하였으니 더욱 법에 대한 애착 그리고 변호사 시험 합격에 대한 미련이 어찌 남지 않겠는가.


학부 3학년때 진로를 고민하다 전공수업 대신 경제학 수업을 듣다 숫자를 보는 게 맞지도 않았고,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라는 전제에 동의할 수 없어 중도에 포기했단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의 주요 내용은 경제학에서 주로 다루는 돈벌이 즉, 경제활동-정확하게는 '소득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총 3장으로 나누어 약 250여 페이지 분량으로 기술하고 있다.

1장-공동체와 개인

경제 주체인 인간을 정의함에 있어 동ㆍ서양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동양에서는 개인은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로 인간의 존재를 정의하고, 서양에서는 이에 상응하여 '창조론', '진화론'으로 인간을 설명한다고. 창조론은 신에 의해 창조 또한 개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사회나 국가의 질서 유지를 위해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개인의 자유와 평등 개념의 인식으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차례로 등장했고, 결국은 근대 사회 이후 현대까지 '자본주의'가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 경제 원리로 자리잡았다고.

이밖에도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일정 부분 개입도 필요하다는 신자유주의, 막대한 세금으로 인한 중세 유럽의 조세 저항 사례를 소개한다.

2장-자본주의 세상에서 먹고 살기

이번 장에서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돈벌이'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기업은 철저한 이윤 추구 집단이라는 것과 투자의 이유와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개인의 잠재력보다는 기업과 회사시스템을 잘 버텨낼법한 좋은 학력과 학점을 가진 사람 위주로 채용했다면, 최근에는 화려한 스펙보다는 꼼꼼한 면접을 통해 '어떤 사람이냐를 파악하는 추세란다. 그러니 현재 상황이 힘들더라도 회사에서 성장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준다면 개인이나 회사 입장에서 동반성장하는 요인이 될 거라고 덧붙인다.

연예인이나 운동 선수들의 연봉이 천문학적인 것은 그들이 대체불가능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말로 평범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무력하게 만들기도 한다. 누구나 메시 같은 축구선수의 기술, 샤를리즈 테론과 같은 경제적 가치를 지닐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대체불가능한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하라고 독려한다.



3장-행복한 돈벌이를 위해서

본문의 세 개의 장중 가장 적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왜 돈을 벌려고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제시한다.

맨 처음 단락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돈은 중요하다. 이는 먹고 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돈을 벌려면 돈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것만 같아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본문 p.197)라고 이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또한 유독 대한민국 사회에서 강조되는 학력과 학벌의 폐해를 지적하며 공교육의 목표가 단순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마지막 꼭지인 '성숙한 자본주의' 위해서 개인은,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틀을 깨보고 싶다면 적성이 맞든 아니든 일단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주문한다. 사람은 각자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서. 사회적으로는,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와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을 통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안정적인 대기업 생활을 포기하고 나온 대가는 혹독했고, 결국에는 자신이 스스로 행복한 밥벌이인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저자의 쉬운 언어지만 개인의 변화를 촉구하는 강건함이 느껴지는 법경제학쯤 되는 도서이다.

도서 말미의 참고 문헌을 보면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개인의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낼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20대 이상 성인은 꼭 읽어보시라. 앞으로의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위해!

본 서평은 초록비책공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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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지 - 두 젊은 창작가의 삶과 예술적 영감에 관하여
허휘수.서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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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도 나처럼 손이 큰 사람은 기어이 한 손에 들어오는 다이어리 사이즈의 책이다. 포켓북이라 하기에는 가로 길이가 조금 큰.


대학에서는 나노물리학, 대학원에서는 프랑스 문화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허휘수 작가는 대학 동아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여 현재는 안무가로 활동중이란다. 아무리 대학 전공따라 밥벌이를 하는 세상은 아니라지만, 물리학도의 댄서로서의 삶이라니, 독특한 이력이다.

서솔 작가는 화가, 피아니스트, 외교관, 사진작가... 학창시절 매년 다른 장래 희망을 써내다가 대학에서는 영화 촬영을 써내다가 대학에서는 영화 촬영을 전공했다. 문화 관련 대학원은 한 학기 만에 중퇴했고, 비디오 아트에 매료되어 공연 영상을 만들거나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 왔다고.

이 두 젊은 작가가 각자의 예술과 삶에 대해 나눈 진지한 대화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인생철학을 읽을 수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예술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이어진다. 편지와 대화, 인터뷰의 형식으로.

'부록편'에서는 '우리도 함께 대화해요'라고 하여 독자에게도 생각을 써 본 공간과 시간을 남겨두었다. 예를 들어, "현재 당신의 자유로운 창작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는 무엇인가요?"처럼.

1장, 이토록 아름다운 불시착

- 두 작가는 서로 자신이 본격적인 예술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 예술의 신성시를 경계해야함을 이야기한다.

예술에 대한 짝사랑으로 발을 들인 예체능 학과의 '신입생 길들이기'에 관한 군기 문화를 비판한다. 서솔 작가는 '공동연출자' 제안에 속아 헐값에 3D그래픽 작업을 해주었음에도 영화제에 초청은 커녕 영화의 완성본조차 구경 못했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열정 페이를 강요받는 무명의 서러운 현실을 고발한다. 아울러 "예술은 예술일 뿐이야. 나도 예술을 사랑하지만, 그 예술이라는 존재를 너무 신성시하는 순간 예술의 주체인 인간이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본문 p.31)라고 하여 예술의 신성시하는 문화를 경계한다.


2장, 그래서 예술이 뭔데?

- 서솔 작가가 허휘수 작가에게 편지의 형식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인 것 같아. 그건 사람일수록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테니 예술에도 더 진중하게 다가갈 수 있겠지."라고 하여 진정한 예술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이에 허휘수 작가도 "진짜 인간적인 예술, 인간이 하는 예술. 예술가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앞으로는 의사소통할 줄 아는 능력과 삶아서 개인의 맥락을 가지는 데에 있을 거야."

(본문 p.115)라고 맞장구를 친다.

3장, 내가 딛고 선 여기가 바로 예술

- 이번 장은 두 젊은 작가가 서로에게 인터뷰 형식으로 묻고 답한다. '예술적 영감'과 관련하여, 허휘수 작가는 "모든 예술가가 그렇지 않을까? 어떤 영감을 계속 외부에서 받기가 쉽지 않아. 외부적인 영감이 당연히 있지만 지속성을 가지려면 내부에서 얻어야 한다고. 외부에서 얻는 영감을 어떻게 다 하나하나 기억하고 설명할 수 있겠어? 영감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강력한 주제는 '나'야. 나의 춤,글,창작은 나에게서 나와."(본문 p.162)라고 소신을 밝힌다.

서솔 작가도 지나온 자신의 과거를 영감 삼아 "창작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수단이이에요."(본문 p.186)라고 창작이 곧 자신의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자본주의 특성상 돈이 있어야 예술도 할 수 있는 현실적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다.

'마치며' 부분에서 두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애정어린 말들이 젊은 예술인들의 진지한 삶의 태도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결핍은 매력을 만들죠. 어설픈 당신은 참 매력 있습니다. 너무 어른스럽지 마세요. 나이가 들었다고 겸언쩍어하지도 말고요. 당신은 어린 시절에 필요 이상으로 성숙했습니다. 어른이 되려면 채워야 하는 '어리광지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어리광지수는 아직 반도 안 찼어요. 조금 더 노력하여 철이 없길 바랍니다. 당신을 가장 어리고 순수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세요. 성숙한 일처리와 어른스러운 처세는 잘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를 보호할 만합니다."(본문 pp.252-253)이 허휘수 작가의 말은, 일찍 철이 들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위로해주는 말인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의 나이에 맞는 삶의 무게만 확실히 책임질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너무 앞서가지도 뒤쳐지지도 말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

서솔 작가는 오프라인에서 팬들에게 받은 각양각색의 손편지를 받은 감동에 대해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종이로 된 편지에는 편지지를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글씨가 잘 쓰일 만한 펜을 고른 뒤 자리에 앉아 할 말을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백스페이스가 없는 세상에서 오타를 내지 않도록 신중히 펜을 잡고 있는 순간이 모여 한 장의 편지가 완성됩니다."(본문 pp.256-257)라고.

두 예술가는 예술에 대한 정의와 예술가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다른 듯 닮은 소신을 지니고 있다. 허휘수 작가는 춤으로, 서솔 작가는 글쓰기와 영상 제작으로 예술을 표현하고 있다. 두 사람의 그럴싸한 작업실에 대한 로망을 드러내는 부분에서 예술과 '돈'의 필요충분조건임을 40대인 나도 적극 공감했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하려다보니 '나도 작업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벌이 구조인 우리 가계 형편상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다.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젊은 창작 예술인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순수 예술을 추구하기만은 힘든 현실이므로 경제적 수익 창출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상과 소통하고 삶에서 자신의 역사와 연결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잊지 말자!

본 서평은 상상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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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내일 또 내일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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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분량이 643페이지에 달하는 소위 '벽돌책'이라 불러도 좋을 장편소설이다. 표지는 이 책 속 첫 게임 개발 히트작 <이치고>의 메인 테마다.



이 책의 저자는 1977년 한국계 어머니와 유대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개브리얼 제빈이다.

깊은 통찰력, 재치 있는 구성, 유머러스한 문체로 독자의 평단의 사랑을 고루 받으며 작품이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녀는, 전작 『섬에 있는 서점』(2014), 『비바, 제인』(2017)에 이어 이번 작품 『내일 또 내일 또 내일』(2022)도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40주 이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등의 타이틀에 힘입어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게임개발자인 두 친구, 샘과 세이디. 둘은 캘리포니아에 살던 어린 시절, 심각한 교통사고로 발목 다중 복합 골절로 수차례 수술을 받고 장기입원했던 샘과 언니 앨리스의 결핵으로 입원했던 병원에 다니러 간 세이디가 '게임'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그 친분이 세이디의 봉사활동점수 획득 수단임을 알게 되어 배신감을 느낀 샘의 분노로 연락이 끊겼고, 하버드에 입학한 샘과 MIT에 입학한 세이디는 우연히 지하철역에서 다시 만난다.

부유한 집안 출신 세이디와 달리 샘은 뉴욕에서 혼외자로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가 생활고로 캘리포니아에서 피자 가게를 운영하시는 외조부모댁으로 이사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경제적 신분 차이 만큼이나 늘 자신만만하고 자존심이 센 세이디와는 달리 샘은 치열하고 완벽주의자 성향이다. 그러나 세이디가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한 사랑인 샘은 세이디를 사랑하지만 어린시절 교통사고로 심각한 다리 부상 이후 절뚝이는 완벽하지 못한 모습으로 그녀의 연인이 되는 것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끝내 고백도 못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한편, 세이디의 지도교수이자 게임업계에선 '천재'로 통하는 도브 교수는 자신의 위력을 이용하여 세이디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원가정을 깨지 않는 이기적 존재다. 게다가 변태 성욕자라서 세이디는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한다. 그게 사랑이라 믿으며.

그리고 샘의 룸메이트이자 배우를 꿈꾸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는 대신 샘과 세이디의 게임 개발 아이디어를 높이 사 후원자를 자처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마크스. 베프(best friend) 샘의 세이디에 대한 진심을 알기에 참아왔던 마크스는 세이디와 게임 홍보를 위에 떠났던 출장길에서 사랑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한다. 설마 하면서도 샘은 무척 괴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이디와 사무실에 침입한 무장괴한의 총격에 끝내 사망한다.

이미 그때 세이디의 뱃속엔 마크스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이기 싫었던 세이디지만 마크스와의 소중한 기억에 마크스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새로운 게임 구상과 디자인에서 손을 떼고 한동안 마크스와 보금자리를 꾸렸던 그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산부인과 정기검진하러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이런 세이디가 염려되어 일을 핑계로 세이디의 곁을 맴도는 샘. 결국 그녀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 게임을 만든다. 게임명 <개척자>.

결국 둘은 이 게임을 계기로 다시 만나지만, 자신의 연인도 아니면서 '일'을 핑계로 자기 주변을 맴도는 샘이 지긋지긋한 세이디는 또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 샘의 할아버지 동현의 암투병으로 병 간호에 몰두하려 게임회사를 잠깐 떠난 샘, 도브의 주선으로 MIT에서 게임고급과정 강의를 맡게 된 세이디. 그 둘은 동현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런 저런 소소한 얘기를 나눈 후 세이디는 보스턴 행 비행기, 샘은 로스엔젤레스행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운명. 지금 떠나면 또 몇년 후가 될지 모를 재회를 앞두고 샘은 세이디의 뺨 키스를 받자, "사랑해, 세이디"라고 말했다. "나도 알아, 샘. 나도 사랑해."라고 화답하는 세이디.

둘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 전 종영한 한 종편 채널의 드라마가 떠올랐다. <사랑의 이해>. 제목부터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이 드라마에서도 남녀 주인공이 끝내 사랑은 못 이루고 그냥 그렇게 연인도 아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직장 동료 관계인 채로 이야기가 끝난다.

또 이 책에 어울리는 노래도 있다. "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 /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로 시작되는 <사랑과 우정사이>!

왜 샘은 도대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세이디를 붙잡을 여러 기회를 놓쳤을까. 그녀의 손금까지 눈 감고 그릴 수 있을 만큼 세이디의 표정, 몸짓 하나까지 완벽하게 읽을 수 있는 간절한 사랑을.

또한 이 두 친구의 사이의 내밀한 감정선을 알기에 세이디에게 첫눈에 반했으면서도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마크스도 불운한 죽음을 당했지만 개인적으로 책 속 묘사된 훈훈한 외모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라 생각한다.

하버드대 영문학 전공자인 저자가 이공계열, 그중에서도 IT관련 컴퓨터공학도들이나 섭렵할만한 게임 개발을 소재로 작품을 기획하고 집필을 하다니, 그녀의 게임 사랑이 대단하고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게임 속의 게임. 액자식 구성을 보여주는 <개척자>게임이야기 서술 부분.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에서, 마녀의 예언을 믿고 왕이 되기 위해 여러 사람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지만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선 맥베스가 아내의 죽음 앞에서 독백하는 대사인 5막 5장의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마크스의 입을 통해 샘과 세이디 앞에서 재생되는 대목.


작가는 게임 속 세상과 닮아 있는 우리네 인생을 표현하기에 이 대목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래서 이 대사의 일부를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인생의 유한함을 강조한 걸까. 이런 짧은 인생에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려 안달하다 생을 마감하게 되는 어리석은 서툰 배우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바른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생'이라는 무대의 한 장면이 되도록 노력하는 충분한 연습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사랑하는 독자분들! '사랑'과 '우정'에게도 이 소설 함께 읽고 나눠보시라.


그리고, 자신만이 단독 주인공이고 싶은 권력자와 그 권력자와 나란히 서서 주목받고 싶어하는 세력들이이여,

"부디 맥베스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본 서평은 문학동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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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부동산 경매지도
김지혜 지음 / 진서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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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은행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했다는 저자 김지혜님은 머리말에서 "필자가 처음 경매를 시작한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정보가 차고 넘쳐서 걸러야 하는 게 일인 시대다. 문제는 걸러내는 것도 실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중략)이 책을 쓰면서 입찰 사례마다 대금납부 후 등기부등본까지 발급받아서 낙찰자가 대출은 얼마 받았는지, 현금납부 했는지 등을 확인했다. 로드 뷰로 낙찰 전과 후를 비교해보며 개발 과정도 꼼꼼히 체크했다. 필자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과정을 추적하는 데 있어서 중간과정을 생략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집필 의도와 과정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전체 쪽수는 563페이지이지만 양장본으로 올컬러 실사 사진까지 넣느라 종이 재질도 두툼하게 소장가치를 높여 출간했다. 그러다보니 사실 선뜻 구매하기엔 망설여진다. 솔직히 이 도서 서평단 모집에 여러 차례 응모했는데 떨어졌다가 이번 7일 완독 서평단으로 뽑혀 이 방대한 책을 매일 일정분량을 1회독이나마 할 수 있었다.

부록편은 완독 미션 부분이 아니지만 '왕초보는 패스!'하라는 1편은 위험한 경매유형 열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유찰이 심각하게 반복되는 물건 패스!

-지분매각 물건 패스!

-빌라 동호수 오기 물건 패스!

-갑툭튀 채권자 등장? 대위변제 주의

-입찰 당일 세입자 대항력 부활하는 물건 패스!

-임의경매&강제경매 경매신청 권원으로 유찰되는 물건 패스!

-선순위전세권 주의!

-이런 유치권이 있다면? 일단 패스!

-물건번호가 여러 건인 경우 동시배당 위험성 UP! 패스!

-상가관리단 체납관리비 승소판결 있는 사건은 패스!

-아파트가 아닌 노인복지주택도 패스!

-분양형 호텔 한 호수만 나오는 경우 패스!

부록 2편은 '소액투자용 빌라 감별법'이라는 주제로 '투자하기 좋은 빌라'와 '빌라 임장 1~3단계'를 기술해두었다. 빌라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부록 3편-경매 투자 성향 가이드

1. 부동산 기본기 테스트 10개 문항

2. 경매 인지도 테스트 10개 문항

3. 경매 친화도 테스트 10개 문항

4. 경매 투자 위험도 테스트 12개 문항

테스트 후 테스트 결과에 따른 솔루션을 잘 따라보자. 이렇듯, 부록편까지 대충 읽어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이 책은 크게 '경매 도입 단계-물건 유형별 경매 실전 단계-기타(부록편)로 나눌 수 있다.

<도입 단계>

• 준비 마당1-부동산 경매 기본기 다지기

-경매물건 검색요령 3가지

-권리분석 4단계

-입찰전 해야 할 일 3가지

-경락대출 궁금증 BEST5

-입찰순서 5단계 살펴보기

-실전 경매 7단계

• 준비 마당2-왕초보를 위한 조언 6가지

1. 돈 되는 경매정보 3가지

2. '사연'말고 '팩트'에 집중할 것!

3. 투자의 고정관념을 버리자

4. 싼 물건만 찾지 말 것!

5. 감정가에 얽매이지 마라

6. 권리분석 삐끗하면 감정가보다 비싸게 산다.

<실전 단계>

• 첫째 마당-아파트, 최저자 내집마련 사례14

• 둘째 마당-아파트 입주권, 빌라&단독주택 사례12

• 셋째 마당-월세 수익,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사례22

• 넷째 마당-월세 수익, 상가&꼬마빌딩 사례10

• 다섯쨰 마당-초대박 수익, 토지 사례20

<기타>

• 부록1, 왕초보 패스!-위험한 경매유형12

• 부록2, 소액투자용 빌라 감별법

• 부록3, 경매 투자 성향 테스트

사실 이 책의 가치를 단 몇줄의 글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대학 때 법학을 전공했음에도 이 책의 '비오톱 1등급'과 같은 용어는 생소했고, 그 외 책 속 수많은 법률용어도 민법과목 중 물권법 수업 때 들어보긴 했으나 이미 가물가물해졌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이미 이 책에 관심을 보인 여러분은 경매투자에 발을 담글 준비는 되었다. 이 책 속 정보와 원리들을 몸에 익히고 '대법원경매정보'사이트를 검색하라. 부족하다면 저자가 운영하는 유료사이트인 '경공매가이드'도 이용하라. 저자가 강조한 "항상 내 투자금은 다음 매수자의 주머니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p.542)라는 투자 원칙을 잊지 말고.

자, 이제 '손품-발품-머리품' 순서로 품을 팔아보자!!


본 서평은 진서원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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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는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열림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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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잠깐 이 시집의 저자보다 동명의 젊은 트로트 가수가 더 유명하던 시기도 있었다. 이 책 마지막 페이지(p.263)에 실린 '풀꽃'이란 시로 명성을 떨친 나태주 시인님의 명시를 엮을 또 하나의 시집, <너에게 나는>이 최근 출간되었다.

김예원 작가는 현재 부산에서 영어교사로 재직중이며,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와 미니 시집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등을 나태주 시인과 함께 펴냈단다.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한 여인. 창 밖에 커다란 과일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주황 열매는 아마도 감인 것 같다. 앞으로 다가 올 계절 가을부터 겨울까지 점점 붉게 물들어 갈 감. 테이블 위의 화병에도 창 밖 나무 열매와 비슷한 색감이어서 조화롭다. 사진이 아니고 유화풍의 그림이라 포근한 느낌의 표지까지.

인생

사막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막막한 이쪽과

적막한 저쪽

세상 끝날까지

너와 나

본문 p.198


 


본문 속 여러 시들 중 짧은 시인 '인생'이란 시가 개인적으로 마음을 더 많이 두드렸다. 혹시 나태주 시인이나 김예원 작가님, 열림원 출판 관계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속표지 다음 속지에 '인생'시의 일부를 발췌해 놓았다.




이 시는 총 4부로 나누어 소개된 시들 중 '3부, 너는 흐르는 별'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다. 짧지만 그 어떤 '인생의 의미'보다 강렬하다.

'사막'은 일반적으로 고운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은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막막한 이쪽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빈곤을 의미하는 걸까? 적막한 저쪽은 막막한 이쪽의 형편을 전혀 알지 못하는 또는 알아도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부유층을 의미하는 걸까?

너와 내가 같을 수 없듯 인생에서 상대방을 구속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도 같고.

감히 시를 분석하다니... 나태주 시인이 아시면 발끈하실 무례함이다.


제발 시를 읽을 때는 분석하지 말자. 그저 쉬운 언어로 쓰인 시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수사법을 동원하여 쓰인 시는 고전을 읽을 때처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흔히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는데 그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농경문화의 관습에서 유래되었고, 종이가 발견되기 전 중국에서 종이 대신 대나무 죽간이 가을에서야 사용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가을에는 분비율이 떨어져 차분해지는 신경호르몬의 변화,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이기 때문"(출처 : 네이버 블로그 '서울시교육청', 2021.9.29, 11:00)이란다.

본 서평은 열림원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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