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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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쇄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이번 책은 특별히 내게 더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암'이라는 완치가 불투명한 질환에 걸린 신경외과 의사의 일상을 그린 이야기를 대략 8년 전쯤 처음 만났었다. 당시에는 책날개에 저자인 폴 칼라니티가 이번 책은 면지에 작가소개와 추천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100쇄 기념 한정판은 별지로 책날개가 없어 훨씬 보관에도 편리하다. 또한 이중 커버없이 출간되어 도서관에서도 실물 그대로 만날 수 있겠다. 도서관마다 정책이 다르지만, 내가 자주 찾는 도서관은 대체로 겉싸개 표지가 있는 양장본의 경우 겉표지를 벗긴 상태로 서가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 저자는 문학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인간 생물학 학위 과정을 거의 마쳐가고 있었단다. 평소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본문 p. 52)는 구절에 잘 나타나 있다.

저자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건 8년 전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8년 전 그의 이야기를 처음 읽고 서명을 썼을 때의 열정과 에너지가 식어버린 내가 변했을 뿐, 당시에는 지금처럼 서평 응모를 많이 하지도 그만큼 당첨율도 낮았다. 게다가 그때는 아이가 초등생이어서 주로 그림책 서평단 활동을 할 때여서 지금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게 책을 읽고 쓸 수 있었다. 책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면서도 그저 내게 그 일들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뿌듯함도 느꼈다.

이 책의 저자 폴 칼라니티도 뿌듯함을 넘어 신경외과 전문의로서의 직업적 소명의식으로 폐암 투병 중에도 급한 불만 꺼가며 환자들을 돌보며 수술과 처치를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문학에 심취한 영문학도이면서도 아버지, 삼촌, 형이 모두 의사일 정도로 의학도 집안 분위기 때문인지 결국 의학대학원에 입학하여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다니, 말 그대로 '창의융합형 인재가 아닌가. 나는 좌, 우뇌가 심각하게 불균형인지 간단한 수식(數式)만 봐도 어지러운데 말이다. 이러한 인간의 유형이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가 공저한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제목처럼, '뇌는 차갑고 가슴은 따뜻한 존재가 아닐까.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삶이라기엔 너무 열정적, 헌신적으로 살다간 닥터 폴. 의사로서 지녀야 할 삶의 태도를 기술한 부분은 이 땅의 모든 의사들의 엄중한 일상의 무게가 느껴져 숙연해졌다.

p.141 긴장감 높은 분야의 의사는 삶과 정체성이 위협받고 삶이 굴절되는 가장 위급한 순간에 환자를 만나게 된다. 의사의 책무는 무엇이 환자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지켜주려 애쓰되 불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을 허용해주는 것이다. 그런 책무를 감당하려면 철두철미한 책임감과 함께, 죄책감과 비난을 견디는 힘도 필요하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 봄부터 '의료개혁'이란 명목하에 갑자기전국의 의과대학 정원을 2천 명 늘려야 한다'는 무리한 정책을 추진했다. 전공의들은 총파업을 선언하고 미온적인 정부의 협상 태도에 결국 집단적으로 의료 현장을 떠났다. 이후 진료를 제때 못 받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더니 급기야 응급실을 전전하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환자도 다수 발생했다. 그렇게 각자가 건강을 챙기며 살얼음판을 버텨가던 계절을 지나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속 날짜들을 아쉬워하던 12월 3일, 대한민국의 통치자는 헌법상 부여된 국군통수권을 '자신만의 이상 국가' 건설'을 꿈꾸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스스로 헌법상 내란죄의 우두머리가 되어 군을 동원했다. 서울 한복판 국회의사당에 탱크와 장갑차, 헬기가 나타났다. 심지어 '포고령'이라는 문서의 마지막 항목에는 "의료 현장으로 미복귀한 의료진들에 대해서는 처단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정말 끔찍한 순간이었다. 국회의결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긴 했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확정 판결로 '탄핵 선고'가 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도 극우 지지층에 기대어 내란을 선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폴이 우리나라 의사였다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뭐라고 할 것인가.

신경외과 의사이기도 하면서 폐암환자였던 닥터 폴은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본문 p.198)라고 말했다.

그렇다. 의사가 환자를 위한다고 그저 희망 섞인 말로 병의 진행경과를 속인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떠나가는 비극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책의 서평을 쓰며, 첫 느낌이 주는 강렬함을 잊을 수 없어 자꾸 '자기표절'의 유혹을 느꼈다. 8년 전 내가 썼던 서평을 차용하고 싶었던 것.

그럼에도 표절이 아닌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콘셉트의 뒷표지에 기재된, 시인이자 의사인 마종기님의 추천사는 긴 여운을 남긴다.

"나는 습관적으로 속독을 하지만 이 책만은 도저히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시간을 아껴 좋은 작품만 골라 읽는 사려 깊은 분에게 이 책을 조용히, 그러나 정성스럽게 추천한다."


이번 100쇄 기념 한정판은 이중 커버없이 출간되어 도서관에서도 실물 그대로 만날 수 있겠다. 도서관마다 정책이 다르지만, 내가 자주 찾는 도서관은 대체로 겉싸개 표지가 있는 양장본의 경우 겉표지를 벗긴 상태로 서가에 비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이 죽을만큼 힘들다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어보시라. 이 책의 닥터 폴처럼 중병에 걸리면 어떨지 생각해보시라.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

본 서평은 흐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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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흔의 생존 쓰기 -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는 글쓰기의 힘
변한다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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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다'라는 필명부터 강한 의욕을 드러내는 저자는, <낀 세대 생존법>(공저),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에 이에 세 번째 '생존' 시리즈인 <불안한 마흔의 생존 쓰기>로 돌아왔다. 직전 작품인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는 내가 주력하고 있는 글쓰기 분야인 '서평'을 엮은 에세이다.


이번 책은 '꾸준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작가에겐 실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전체 구성은 전작 <굶주린 마흔의 생존 독서>와 상당 부분이 유사하다고 느꼈다. '생존 시리즈'여서 저자의 필살기를 공개하려다 보니 그랬으리라. 앞표지 하단에 쓰여 있듯, '읽고 쓰며 변화하다'라는 주제에 부합한 글이다.


많은 글쓰기 비법을 풀어낸 도서들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총 4장에 걸쳐 독자에게 술술 읽히는 글을 지치지 않고 써내려갈 수 있는 요령을 풀어 냈다.

속지의 싸인펜으로 흘려 쓴 사인은 출간이 익숙한 기성 작가의 풍모가 느껴진다. 실제 저자보다 조금 더 나이 든-전작에서 이미 대충 셈을 해봤기에-나는 고작 POD출판으로 공저 시집 두 권 출간한 게 전부다. 카피처럼 인상적인 한 문장. "깜깜하고 어지러운 세상, 나로 오롯이 서는 법 '쓰기'". 이미 이 책의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다.

본문에 인용된 도입부의 문장들도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작가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장치다.아무리 잘 쓰여진 책들도 특별히 눈이 번쩍 뜨이고 자꾸 입 속으로 되뇌는 구절이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직장생활 중 든 감정을 적은 문장인 듯한데, "대안 없는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책임질 일이 없는 비판은 너무 쉽습니다."(본문 p.140).
비단 직장 내에서만 적용되는 문장이겠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이러한 평가와 비판은 흔하다. 방송 토론에 나와서 서로 상대편만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정치인들의 입, 암울한 경제 지표를 들이대며 대안 없는 평가만 늘어놓는 경제 전문가들을 그동안 숱하게 봐왔다. 저자는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라며, "결국 글쓰기는 정도와 선을 지키며 배려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일입니다."(본문 p.141)라고 강조한다. 독자의 생각과 고민을 반영하여 명확한 표현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독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단다.

내겐 한없이 어렵기만 한-고치기 쉽지 않다-'문장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었다. 아무래도 메모하여 부적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두고 주문처럼 외웠다가 글 쓸 때마다 적용해야겠다.이 책을 읽고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별도로 글상자 편집의 '글쓰기 노하우'가 아닌 '습관'과 '루틴'의 차이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었다. 그동안 '그냥 습관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루틴'이라는 영어 표현을 왜 쓰지?'라고 생각했던 내게 '무식함'을 일깨워 주었다.

p. 219 언제부터인가 습관보다 자주 쓰이는 말, 바로 루틴. 여러분은 습관과 루틴의 차이점을 아십니까? 반복적이라는 공통된 분모가 있지만, 그 차이는 바로 '의도'에 있습니다. 습관은 알람 없이도 오전 6시에 자동으로 눈을 뜨는 것을 의미하고, 루틴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목적의식을 가지고 그에 맞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글쓰기의 경우, 습관보다는 루틴이 더 적합합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새벽 기상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매일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뜨면서도 '습관'이라고 우겼는데, 지금 보니 '루틴'이었던 것이다. 글쓰기는 루틴 조차 지키지 못햇다. 이미 지난 12월 중순부터 온라인 글쓰기 100일 챌린지의 새로운 기수 활동이 시작되었는데도 아직 매일 글쓰기 루틴을 지키지 못하고 방황 중이다.

작가가 '필력은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한 내용은 감히 필력 운운하던 나를 부끄럽게 했다. "글쓰기는 내 생각의 발견을 손으로 한 자 한 자 옮기는 과정입니다. 필력을 갖는 것은 어쩌면 어린아이가 어느 순간 한 자 한 자 옮기는 과정입니다. 필력을 갖는 것은 어쩌면 어린아이가 어느 순간 말문이 터지는 과정과 비슷할지 모릅니다. 정도는 없지만, 지름길 또한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시간을 내어 공들여야 하고, 그 노력을 당연한 상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본문 p.226)라는 것.

이 책은 술술 읽히지만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제법 묵직하다. 저자가 강조하듯, 나는 '간절함'이 없어서 영감도 잘 안 떠오르는 것일까? '브런지 작가' 승인을 받고나서 설레는 마음에 습관처럼 올리던 글을, 이제 브런치스토리팀의 독촉을 받고서도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 책의 부제,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는 글쓰기의 힘'이 필요한 글쟁이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 휘리릭 읽으면서도 잠깐씩 시선을 멈추고 곱씹게 되는 '변한다' 작가의 글맛을 느껴 보시길. 따로 본문 속 인용 도서들을 부록편으로 구분해 실어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책 속의 책'을 읽는 기분으로 메모해두고 찾아 읽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본 서평은 '변한다' 작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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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로 월 매출 5,000만 원 만들기 - 부업으로 시작해 퇴사까지, 돈 버는 실전 가이드
김대영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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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N포털의 스마트스토어 온라인 셀러로 창업 3년 만에 월 매출 5,000만원을 달성했다는 김대영(시크리스) 작가의 성공 노하우를 상세하게 일러준다.



책날개에서 작가는 자신을 '12년 동안 현대, LG, KT 등의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으며 주로 IT기획과 운영 업무를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소개한다. 단기간 급성장을 하는 것보다 꾸준히 탄탄하게 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위 노출 로직과 제품별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체계적으로 기술하였다.



 

 

총 7개의 part로 나눈 목차에서 우선 부업으로 시작한 스마트스토어로 '수익화'를 이뤄 퇴사 후 전업을 삼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이후 운영에 필요한 사업자 등록붜 상위노출 마케팅과 판매전략, 세금 신고까지 실제 N포털 스마트스토어 홈페이지 화면을 예시로 들어주어 창업 초보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Part 1. 스마트스토어로 퇴직 준비

2007년 대학 졸업 후 처음 '현대'라는 대기업에 입사했을 당시에는, 대기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인생이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단다. 하지만 현실은 많은 연봉을 받고 복지 혜택을 누리는 만큼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많은 눈치를 봐야 했다고.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첫 직장이 주는 설렘은 얼마지나지 않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늘 긴장하며 회사 분위기에 맞추어야 하고 회식과 야근으로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 장거리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5주간 병원에 입원했는데, 하필 코로나19(COVID-19)라는 무서운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번지며 외출과 면회가 제한되었단다. 입원으로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중 불현듯 '지금이 퇴사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생각하며, 부동산, 주식, 온라인 플랫폼(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을 통한 수익화를 고민하다 그중 '온라인 셀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이유는 셋 중 가장 빠른 '수익화'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어떤 분야든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두 아이의 아빠였던 저자는 온라인 셀러의 세계로 뛰어들었단다.

Part 2. 스마트스토어 시작

이번 편은 Part 1 후반부에서 살펴 본 여러 오픈 마켓 중 저자가 선택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 중 하나인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에 대해 가입부터 경쟁력 있는 스토어 세팅과 등급 관리까지 꼼꼼하게 일러준다.

어떤 일이든 성공을 위해서는 간절함 만큼 구체적인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 저자는 점점 의지가 줄어들거나 상황에 쫓겨 우선 순위가 밀리게 될 때 다잡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목표'라고 했다. 또한 "목표를 세우면, 희미하지만 저 멀리 빛이 보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조금 더 힘을 내서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달려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이라도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서 조금씩 성취하는 습관을 경험해보세요. 훨씬 일이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본문 p.89)라고 하여, '목표 세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맞다. 목표 수립은 비단 이 스마트스토어 창업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해내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우리는 방학 때마다 커다란 동그라미에 시계 눈금을 그리고 하루 일과를 촘촘하게 나누어 적지 않았던가. 또 청소년기 때부터 시작된 다이어리 꾸미기는 아직도 새해만 되면 버릇처럼 펼쳐든다. 이제는 꼭 책 형태의 다이어리말고도 온라인 스케줄러가 얼마나 다양한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꼭 촘촘한 2025년 계획을 짜보자.


이번 편에서는 먼저, 앞 장에서 세팅된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키워드'가 중요한데, 구매자들이 검색할 만한 다양한 키워드를 배치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다음, '따라하다 보면 찾게 되는 아이템 소싱 5단계 전략'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1단계 : 카테고리 / 타깃 정하기 -> 구체적으로 내가 판매할 아이템을 소싱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으로 범위를 좁혀 나가는 것이 필요.

-2단계 : 나만의 기준 정하기 -> 기준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항목이 '원가율'이고, 그 다음이 '재구매' 또는 '대량구매'다. 식품 카테고리의 경우 '소비기한'도 중요.

-3단계 : 키워드도구를 활용하여 아이템 찾기 -> 무료로 이용 가능한 '판다랭크'사이트에서 '월 검색량(=조회수)' 살펴보기. 초보에게 적합한 중형 키워드(5,000~50,000회) 필터 범위 적용.

-4단계 : 팔리는 아이템인지 검증하기 -> '판다랭크'와 '네이버 TOP 80'이라는 항목을 활용한 다양한 검색 필터 적용 후 팔릴 상품 정하기.

-5단계 : 공급처 찾기 -> '위탁 판매 방식'과 '사입판매 방식'으로 나누어 최적의 소싱 방법 선택하기.

이번 편의 후반부에서는 익숙한 개념인 OEM외에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er, 제조업자 설계생산), OBM이라는 소싱 방식을 소개하며 장단점을 잘 살펴 아이템에 잘 맞는 소싱 방식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상위노출은 검색 기반의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 특성상 1페이지 40위 이내로 내 상품의 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구매 확률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한다.

또한, 상품검색에 있어서 키워드에 맞는 카테고리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스마트스토어에서 정한 상품명 규칙에 어긋나는 경우 오히려 패널티를 받게 되므로 주의하라고 일러준다. 후반부에는 '팔리는 키워드 4단계 수립 노하우', '상위노출되는 상품 등록 비법' 등 실전 노하우를 실제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주었다.


 

Part 5. 마케팅과 판매 전략

이번 편에서는 마케팅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인 '차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마트스토어에서도 역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내 제품만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먼저 '타깃' 설정을 해야 한다. 초반에는 마진보다 꾸준히 판매되는 것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구매 건수와 리뷰가 쌓이면 쌓일수록 구매 전환율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즉, 물레방아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초반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지만, 한 번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후에는 일정량의 물이 지속 공급되면 계속해서 돌아가게 되는 것처럼, 마케팅과 광고도 집중과 효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때, 상세페이지에 경쟁상품의 리뷰를 분석하여 경쟁 상품의 단점을 내 장점으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게 일종의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

또한 예나 지금이나 '가성비'가 최고의 소비트렌드다. 게다가 온라인 구매의 특성상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한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최저가 판매가 중요하다. 최저가 판매는 가격을 '최저'로 낮춰서 판매하는 방법이 있고, 상품의 '가치'를 현재 판매가 이상으로 높여서 판매하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 밖에도 타깃층에 맞는 사은품 제공을 들 수 있다. 저자는 네이버 내부 유입 마케팅과 SNS를 활용한 외부 유입 마케팅을 통해 상위노출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서평 활동도 바로 'SNS를 활용한 외부 유입 마케팅'인 것. 모쪼록 나의 서평을 통해 김 작가님 도서 판매 부수도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art 6. 정산과 세금

이번 편에서는 첫 주문의 설렘도 잠시, '발주부터 구매확정까지의 프로세스'를 상세히 설명해준다. 이 중 '취소 주문'과 '교환/반품주문' 대처법에 대해 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또한 눈에 보이는 '수익화' 단계인 '빠른 정산'시스템을 소개한다.

'빠른 정산'이란? "구매확정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집화처리일+1영업일에 정산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본문 p.

277)라고 한다. 이 빠른 정산은 신청하기 위해서는 '신청 직전 3개월 연속 거래 건수 20건 이상'이거나 '신청 직전 3개월 연속 반품률 20%미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신청 직전 3개월 연속 반품률도 20%미만'이어야 한다.

'빠른 정산'을 신청 후 유지하기 위한 조건도 중요하다. 이는 '갱신 직전 3개월 합계 거래 건수 10건 이상'과 '갱신 직전 전월 반품률 20%미만'의 두 가지다.

이 밖에도 온라인 셀러가 되어 판매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수료와 정산영역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주문 관리 수수료'와 '매출 연동 수수류'에 대해 일러준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온라인 셀러에게도 세금 신고는 필수다. 매년 5월에 신고 해야 하는 '종합소득세'와 1년에 2번(1월과 7월) 신고해야 하는 '부가가치세'다. 간이사업자의 경우에는 부가세 신고를 1년에 1번(매년 1월) 한단다. 또한 절세를 위해서는 전문가인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귀띔한다.

Part 7. 스마트스토어 운영에 도움되는 8가지 꿀팁

이번 편은 본 책의 맨 마지막 목차로서, 좀 더 완벽한 스마트스토어 온라인 셀러가 되기 위한 꿀팁을 공개한다.

  1. 스타트 제로 수수료 신청하기

  2. 등급별로 지급되는 성장포인트 받기

  3. 리뷰 이벤트 진행하기

  4. 베스트 리뷰 관리하기

  5. 고객을 모으는 쿠폰 발급하기

  6. 알림받기 고객에게 마케팅 메시지 보내기

  7. 원쁠딜 도전하기

  8. 도착보장 프로그램 활용하기

실제 건물을 임대하여 자영업을 하는 일이 아니라서 아무나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온라인 셀러일 것 같지만, 누구나 저자 김대영 시크리스님처럼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목만 보고 혹해서 금방 저자처럼 수익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모하다. 저자가 만약 직장인으로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채 바로 온라인 셀러의 길에 들어섰다면 과연 이와 같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책의 띠지 부분에 기재된 바와 같이 실행 후에 "꾸준함"이 필요하다.

12년간의 직장 생활동안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며 단단해졌을 마음근육이 '온라인 셀러'의 길로 들어섰을 때, 여러 오픈 마켓을 비교·분석하는 '치밀함'을 갖게 했으리라. 아울러 초기에는 투자 비용이 더 들었던 마이너스 매출의 순간도 있었을 텐데 마케팅 전략을 짜서 하나하나 적용해보는 '꾸준함'이 어느 날 문득 매출 상승과 수익을 가져다 준 것이다.

이 책은 저자처럼 퇴사를 고민하는 직장인이나 기획력은 있으나 온라인 셀러의 수익화가 불안해서 창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라면, 스마트스토어 가입절차부터 절세까지 챙기는 실전 가이드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본 서평은 푸른향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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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속도를 찾기로 했다
윤설 지음 / 채륜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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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앞표지 하단에 '200만 독자가 사랑한 작가'라는 타이틀만 봐도 이 책 속 문장의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책날개에 '글의 힘을 믿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윤설 작가는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로 삶과 사람에 대한 글을 주로 쓴다고 밝힌 저자는, 현재 N 포털사이트에서 <인간 윤설>을 연재 중이라고 소개한다.

이어진 면지에는 멋진 필체의 친필 사인이 적혀 있다. 게다가 독자에게 전하는 바람을 담아 A4 용지 가득 적힌 당부의 글이 인상적이다.

"책을 읽는 동안 어떤 감정이 드셨는지, 어떤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그 소중한 감정들을 나눠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됩니다." 진심이 느껴져서 성실한 서평을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목차는 총 3장으로 나뉘어 있다. 내가 나름대로 파악한 바로는 1장은 '나'를 바로 알기, 2장은 '관계' 유지를 위한 처신, 3장은 올바른 '삶'의 태도로 이해했다. 



1장 - 걸음에 무게를 더하며

'내면을 마주할 수 있기를'이란 제목의 글에서,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의 명제를 작가의 통찰로 버무린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p. 20 "그대도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내 사소한 것을 많이 아는 게 중요하다. 사람은 거대한 것만 중요시 여기고 사소한 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이란 수많은 사소함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존재임을 잊어선 안 된다.

수면 위로 떠오른 빙산의 일부가 아무리 거대해 보일지라도, 결국 이를 떠받치고 있는 것 또한 보이지 않는 내면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에도 실패, 마음의 상처, 포기 등 부정적 감정은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며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좋은 말을 건네며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많이 느리다. 어쩌면 날 닮아 느린 아들이 그래서 더 안타깝고 미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나에게 작가는 조금 느려도 괜찮다며, "그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것이다. 고된 인생을 마주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숨쉬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것이다."(본문 p.46)라고 위로한다.

그렇다. 나는 별다른 각오 없이 한 결혼과 육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세상을 등지고 싶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밤새 울며 잠들지 못하는 아기를 안고 아파트 13층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했었고, 시월드에서 심히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중에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남편을 두고 수차례 가정을 깨고도 싶었다. 참고 참고 또 참던 나는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 이후 여전히 우울 정서는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작가의 말처럼 지금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위로해 본다.


2장 - 서로의 밀도를 높이며

이번 장은 '관계 유지'를 위한 올바른 처신에 대한 조언을 건넨다. "억지로 만들어 가는 인간관계는 감정 노동일뿐이다. 만날수록 감정이 잔잔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본문 p.127)라며, '관계가 곧 인맥'이라는 등식으로 이해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한다.

또한 나의 시선을 붙든 내용이 있었다. 어쩌면 이 책에서 내게 가장 와닿은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p.129 한 걸음에 보다 신중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에게 사소한 행동이라고 하여 받아들이는 사람마저 사소하게 느끼지는 않는다. 마음의 크기와 온도는 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결정한다. 나의 웃음이 누군가에게는 비웃음이 될 수도, 나의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삿대질이 될 수도 있다. 사소한 것일수록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별것 아니라 생각되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별것이 된다. 한 걸음엔 늘 발자국이 남는다.

내가 종종 나의 의지를 드러내는 단어로 '한 걸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앞으로는 '한 걸음'의 무게가 막중하니 함부로 쓸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한 걸음엔 늘 발자국이 남는다"고 하니, 신중하게 내디뎌야 하는 것이다. 실천 의지가 동반되지 않은 한 걸음, 내디딘 한 걸음 뒤에 따르는 실행이 없다면 그저 미사여구일 뿐일 것이므로.

또한 소중한 사람을 대할 때는, 늘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번 떠난 사람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곁에 있는 존재를 소중히 대하자. 자신이 어떻게 해도 이해해줄 거라는 착각은 버려라.

3장 - 시절에 의미를 새기며

작가는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의미없고 사소한 순간일지라도 사진과 글로 기록해두라고 조언한다. 그런 기록들이 지나온 시간 속 내가 될 거라고도 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작가는 시작보다 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끝에 집중하면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과정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할 수 있다. 비록 목적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후회가 없다. 돌아보면 분명 순탄하지 않은 길이었지만 꽤 마음에 드는 시작이었음을 알게 된다.

성장하는 사람의 특징은 늘 성장한다는 점이다. 결과로 이어지는 수많은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다. 좋은 시작에 매달리지 않으니 무엇이든 마음 편히 시작할 수 있고, 용기를 잃거나 두려움이 생길 일도 없다.

그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무언가의 시작이라면, 고개를 약간 치켜올려 조금 더 먼 곳을 보자. 좋은 시작보다 좋은 끝이 중요하다."(본문 p.195)라고."

그간 '시작'의 의미를 강조한 숱한 도서를 읽었지만 끝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은 얼마 없었다. 오랜만에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책을 만나니 늘 끝을 맺지 못하는 나의 끈기 부족이 부끄러웠다. 처음 품었던 열정과 의지를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있어야 성공을 할텐데, 항상 의욕만 앞서고 꾸준한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계속 제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이 든다. 그때마다 환경 탓, 시간 탓 등 핑계거리를 대며 실행력 부족을 합리화하던 내게 반성하도록 한 부분이 가슴에 남았다.

p. 216 주어진 환경이 좋지 않아서, 나이가 많아서, 시간과 돈이 부족해서 할 수 없다는 말을 잘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존재한다. 정말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 과정에서만큼은 가슴 벅차도록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꿈. 당신을 닮은 사소한 무언가를 찾아 붙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급함보다는 용기 가득한 설렘을 움켜쥐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떤 사소함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입버릇처럼 "나는 어릴 때 가난해서 사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지금 나이도 40대 후반이며, 가진 돈도 없어 글쓰기에만 전념할 수 없다."는 식의 말을 하며 나의 실행력 부족을 변명해왔다. 앞으로는 윤 작가처럼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문장들을 잘 빚어봐야겠다. 나의 글쓰기 멘토님의 "학벌, 경제 상황,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이 글쓰기다."라는 말씀처럼 '쓰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단, 쉽게 쓸 수는 없다. 세상의 많은 작가들도 창작의 시간은 고난이란다.

의외의 작품에서 명문(名文)을 만날 때면 반갑고 뿌듯하다. 책 속에서 건질 문장이 많아서 배울 점도 많이 때문이다. 잘 빚은 문장들은 필사노트에 따라 적으며 눈에 익히다보면 나도 원작자의 감성과 사유를 느낄 수 있다. 본문에서 말보다 글로 표현하는 게 더 익숙하다는 윤설 작가도 어쩌면 잘 쓴 문장들을 수집하고 따라 써보며 자신만의 감성을 입혀 빛나는 문장을 뽑아냈을지 모른다.

자신의 느린 속도때문에 빠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해 좌절하는 사람, 소모적인 인간 관계를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 자신의 장·단점과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길. 필력이 좀체 늘지 않는 예비 작가들도 윤 작가만의 편안하지만 독특한 감성으로 풀어낸 좋은 문장을 느껴 보시라.


본 서평은 윤설 작가로부터 친필 사인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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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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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TBWA 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무신사 마케터를 거쳐 현재는 29CM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11년차 카피라이터, 오하림이 쓴 에세이다.


총 151쪽 분량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포켓북 사이즈라 휴대하기 편하므로 다가올 겨울, 외투 주머니에 넣고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어서 좋다.

표지디자인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두툼한 재생용지 재질에 앞표지에는 잉크의 흐트러짐을 파도가 밀려오는 물결 무늬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우연처럼 '흐름출판'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듯하여 완전체 느낌이 든다.


총 3부로 나누어 카피라이터로서의 소명의식을 풀어놓고 있다. 매 주제마다 간결하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1부-카피라이터의 일

11가지 주제로 나누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소개한다. 많은 부분이 시선을 끌었지만, 특히 '쓰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마음을 두드렸다. 또한 저자는 "같은 것을 같지 않게 이야기를 붙이고 눈에 그려지는 기술. 다소 과장될지는 몰라도 들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표현을 써 내려가는 카피라이터를 다른 말로 이야기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걸 다 외우고 다닐 수는 없기에 저는 '단어 창고'를 꾸려 놓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사용하고 편지나 책을 쓸 때도 하나둘 꺼내 쓰곤 합니다. 언젠가 눈에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만의 표현 창고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거예요."(본문 p.31)라고 하여 글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어휘 창고를 만들 만들 것을 조언한다.


2부-나를 만들었던 일

이번 편은 저자가 카피라이터로서 현장에서 작업하는 일상을 접하고 있다. 카피의 가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특히 울림을 주었다. "카피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말을 발견하고 엮어서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러니 단순한 '아름다운 표현'에 매몰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또 한 번 해봅니다. 어떤 평범한 말도 자신의 자리를 찾는 순간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습니다."(본문 p.84)라는 말에서, 적재적소에 알맞게 쓰인 말들이 글쓴이의 고유한 문체를 지니게 될 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닐까.

3부-지금부터 해야할 일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며 두 번의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저자는, "오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건 쓰러지지 않는 마음이 아닌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입니다. 일은 언제나 우리를 쓰러지게 만들 테니까요. 도망쳐도 좋습니다. 쓰러진 김에 잠깐 누웠다 일어나는 건 더 좋습니다. 우리 부디, 스스로에게 덜 엄격해집시다."(본문 p.102)

두어 달 전 읽었던 가수 김창완 님이 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나 최근 가왕이라 불리는 가수 조용필 님의 신곡 <그래도 돼>라는 제목처럼 성과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의 저자 오하림의 카피라이터 선배이기도 한 유병욱 TBWA Executive CD의 추천사가 다른 추천사에 비해 눈에 띄었다. 평소 TV광고를 보면서 여운을 주는 카피를 만날 때 '저런 카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 우연히 핸드폰 검색 중 카피라이팅 강의가 있어서 신청했는데, 그 영상 속 강의자가 바로 유병욱 카피라이터였다. 해당 강의에서 우리 집에도 있는 의자전문업체의 광고와 예를 다한다는 상조회사 카피를 소개했다. 그런 유병욱 CD를 이 책 추천사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반가웠다. 최근에는 초록우산의 카피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꿈에도 가격이 있을까? 꿈에도 시기가 있을까? 꿈에도 자격이 있을까? 아니던데. 꿈에 대한 질문에 현실이 답이 되지 않도록 (펼쳐 봐, 너의 초능력) 초록우산 아이리더."

30초 분량의 TV광고인데, 마치 광고 속 영상의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볼 때마다 가슴이 훈훈해진다.

'쓰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 카피라는데, 글쓰기의 퇴고도 어쩌면 고민 없이 써내려간 글자들을 지우고 고쳐쓰는 작업의 반복일지 모른다. 글쓰기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본 서평은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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