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의 일 - 11년간의 모든 기록이 담긴 29CM 카피라이터 직업 에세이
오하림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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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TBWA 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서 무신사 마케터를 거쳐 현재는 29CM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11년차 카피라이터, 오하림이 쓴 에세이다.


총 151쪽 분량으로 한 손에 들어오는 포켓북 사이즈라 휴대하기 편하므로 다가올 겨울, 외투 주머니에 넣고 언제 어디서든 꺼내볼 수 있어서 좋다.

표지디자인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두툼한 재생용지 재질에 앞표지에는 잉크의 흐트러짐을 파도가 밀려오는 물결 무늬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우연처럼 '흐름출판'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듯하여 완전체 느낌이 든다.


총 3부로 나누어 카피라이터로서의 소명의식을 풀어놓고 있다. 매 주제마다 간결하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1부-카피라이터의 일

11가지 주제로 나누어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소개한다. 많은 부분이 시선을 끌었지만, 특히 '쓰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마음을 두드렸다. 또한 저자는 "같은 것을 같지 않게 이야기를 붙이고 눈에 그려지는 기술. 다소 과장될지는 몰라도 들으면 즐겁고 재미있는 표현을 써 내려가는 카피라이터를 다른 말로 이야기꾼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걸 다 외우고 다닐 수는 없기에 저는 '단어 창고'를 꾸려 놓습니다. 회사에서 일할 때에도 사용하고 편지나 책을 쓸 때도 하나둘 꺼내 쓰곤 합니다. 언젠가 눈에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면 자신만의 표현 창고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거예요."(본문 p.31)라고 하여 글쓰는 사람은 자신만의 어휘 창고를 만들 만들 것을 조언한다.


2부-나를 만들었던 일

이번 편은 저자가 카피라이터로서 현장에서 작업하는 일상을 접하고 있다. 카피의 가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특히 울림을 주었다. "카피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말을 발견하고 엮어서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러니 단순한 '아름다운 표현'에 매몰되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또 한 번 해봅니다. 어떤 평범한 말도 자신의 자리를 찾는 순간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습니다."(본문 p.84)라는 말에서, 적재적소에 알맞게 쓰인 말들이 글쓴이의 고유한 문체를 지니게 될 때,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닐까.

3부-지금부터 해야할 일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며 두 번의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저자는, "오래 일하기 위해 필요한 건 쓰러지지 않는 마음이 아닌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입니다. 일은 언제나 우리를 쓰러지게 만들 테니까요. 도망쳐도 좋습니다. 쓰러진 김에 잠깐 누웠다 일어나는 건 더 좋습니다. 우리 부디, 스스로에게 덜 엄격해집시다."(본문 p.102)

두어 달 전 읽었던 가수 김창완 님이 쓴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나 최근 가왕이라 불리는 가수 조용필 님의 신곡 <그래도 돼>라는 제목처럼 성과주의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 책의 저자 오하림의 카피라이터 선배이기도 한 유병욱 TBWA Executive CD의 추천사가 다른 추천사에 비해 눈에 띄었다. 평소 TV광고를 보면서 여운을 주는 카피를 만날 때 '저런 카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다 우연히 핸드폰 검색 중 카피라이팅 강의가 있어서 신청했는데, 그 영상 속 강의자가 바로 유병욱 카피라이터였다. 해당 강의에서 우리 집에도 있는 의자전문업체의 광고와 예를 다한다는 상조회사 카피를 소개했다. 그런 유병욱 CD를 이 책 추천사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반가웠다. 최근에는 초록우산의 카피가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꿈에도 가격이 있을까? 꿈에도 시기가 있을까? 꿈에도 자격이 있을까? 아니던데. 꿈에 대한 질문에 현실이 답이 되지 않도록 (펼쳐 봐, 너의 초능력) 초록우산 아이리더."

30초 분량의 TV광고인데, 마치 광고 속 영상의 젊은 시절의 내가 떠올라서, 볼 때마다 가슴이 훈훈해진다.

'쓰는 것보다 지우는 일'이 카피라는데, 글쓰기의 퇴고도 어쩌면 고민 없이 써내려간 글자들을 지우고 고쳐쓰는 작업의 반복일지 모른다. 글쓰기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은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본 서평은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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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리더십 수업
정수진 지음, 오정환 옮김 / 벗나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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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나의 글쓰기 멘토이자 시인, 자기계발 전문 강사인 오정환 작가님과 독서모임을 함께 했던, 중고등학교에서 20여 년째 미술교사로 활동중인 정수진 작가의 공저책이다. 작가가 본업이 아닌 정수진 님은 교단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틈틈히 원고를 채워가야 했을 테니 더욱 마음이 바빴으리라.


여느 '감사의 글'은 감흥없이 그저 글자들의 조합을 술술 읽어 내려갔을 텐데 이 책에서는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멈추고 오래 머물렀다. 나의 이름 세 글자가 콕 박혀 있는 지면. 반갑기도 하면서 낯선 기분이 들었다. "독서모임을 함께 한 ..., 주미령 님..."이라니.


이어지는 서문, '들어가는 글' 말미에 "이 책은 공동 저자 오정환 작가가 펴낸 <<춘추전국시대에서 찾아낸 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을 청소년용으로 다시 쓴 책"이라고 써서 본 책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인내력, 예지력, 관계력'의 총 3개의 3장으로 나눈 목차에 맞추어, 미래 리더가 되기 위해 청소년기에 갖추어야 할 3가지 필수 역량을 기술하고 있다. 독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리더락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소양임을 강조하듯, 책 말미에 '주석 인용'과 '참고 도서'를 차례로 실어주었다. 이 230여 페이지를 짓기 위해 참고한 도서만 무려 52권이라니, 그만큼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수고로움을 들여야 하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1장, 인내력-참고 견디며 기다리는 능력

'인내력'이라는 큰 주제 아래 열두 가지 부제를 달아 청소년들이 미래를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주로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수시로 밀려드는 분노와 충동을 자제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2장, 예지력-이치를 꿰뚫어 보는 능력

요즘 '예지력'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좋지 않은 의미로 쓰여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본문에서 언급한 '예지력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과 맞닿아 있다. 저자들은 통찰력에 대해 "미래 세대에서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능력은 변화의 핵심을 통찰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미래 세대는 '지식과 정보를 창조적으로 연결하는 법', '소통하고 협력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미래 사회가 요청하는 통찰력에는 '데이터 리터러시'도 포함된다. 데이터 리터러시란 데이터를 정확히 읽고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단순한 숫자나 문자 배열과 축적된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관계와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울러 시의 적절하게 분석하고, 비즈니스나 사회 발전에 필요한 숨겨진 가치와 인사이트를 발견하거나 창조하고, 현재 이슈나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의 방향성을 찾아내는 역량이다."(본문 p.141)라고 강조한다.

현란한 말로 남을 속이려는 목적의 예지력은 지양해야 하지만, 주어진 상황이나 어떠한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 이면의 숨은 뜻까지 알 수 있는 능력은 지혜로운 삶을 위하너 필수 역량이지 않을까.

3장, 관계력-타인과 공감하며 소통하는 능력

이번 장에서는,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에는 예상할 수 없었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과 어울리는 '노벨상을 받은 특별한 비결'이라는 단락글이 첫 페이지에 등장한다. 이런 게 앞선 장에서의 '통찰력'인 건가.

아무튼 저자들은 미래는 '협업의 시대'이므로, 신뢰에 기반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를 낮추는 겸손과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좋은 관계가 좋은 성과를 낳는다'는 주제로 제프 콜빈이 강조한 상호작용 세 가지 특징을 하고 있다.

"첫째, 사람들은 대화에서 짧게 수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둘째,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누었다.

셋째, 모두가 아이디어를 내고, 상대의 말에 반응을 보였으며, 대화를 한 사람이 독점하지 않고, 공편하게 주고받으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본문 p.215)라고.

요즘 많은 책들이 별도의 띠지를 덧대어 그냥 버려지는 중에 벗나래 출판사는 겉표지에 띠지 역할을 할 구역을 배치하여 책의 핵심내용을 언급해줌으로써 실용성을 높였다. 한창 미래를 꿈꾸고 진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청소년기에 대한민국의 많은 청소년은 디지털 기기 속 영상에 중독되어 독서는 커녕 필수 학업도 포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는 행위도 이 책 속 인내력, 예지력, 관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책을 펴고 평균적으로 200페이지 내외의 분량을 다 읽기 위해서는 일단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또한 수시로 울려대는 휴대폰 알림을 확인하는 일도 참아내야 하는 인내력이 요구된다. 내용을 읽으며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유추해본다는 의미에서 '예지력'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혼자서 독서를 했다면 수년 전부터는 온·오프라인 독서 모임이 유행하고 있다. 필자도 대면·비대면 병행 독서모임에 참여중이다. 관심분야가 같은 독서 모임을 통해 '관계력'도 갖추게 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막연한 생각만 하는 청소년과 사춘기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은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미래를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보자.

본 도서는 이 책의 공저자 중 정수진 작가님의 서평 의뢰로 벗나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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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 느린 기질을 이해하고 성장 그릇을 키워 주는 발달 육아법
김미미.김효선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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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생, 고1인 우리 아이는 행동도, 사회적 상호작용도 또래보다 많

이 느리다. 유아기부터 이미 놀이치료, 언어치료도 받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감각통합 치료'를 권유받고도 장거리와 비용 부담이 상당하여 치료를 받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학습 장애와 사회성 발달 지연까지 초래할 줄 알았다면 당시에 월세방을 얻고 비싼 비용을 감당하면서라도 반드시 치료를 받았을 것이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남편의 못마땅함쯤은 거뜬히 물리치고서 말이다. 이렇듯 느린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처음에는 자기 아이의 상태를 질문 검사지와 길어야 30분 내외의 상담만으로는 온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양육자들을 위해 쓰였다.

이 책의 두 저자 김미미, 김효선 씨는 대학원에서 아동심리치료학, 심리재활학 놀이 치료 분야를 전공후, 15여 년 동안 수만 명의 부모와 아이를 만나 상담과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 베테랑이다.

현장에서 아이의 발달 문제로 걱정하는 수많은 부모를 만나며 '느린 아이 육아법'의 필요성을 느껴 본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모든 것이 '처음'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곳. 아이에게 '우리 집'은 그런 장소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저자들은 총 6장에 걸쳐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춘 양육법과 진단 및 치료의 적정시기를 제시한다.

1장-아이의 발달, 정말 느린 걸까요?

"발달이 느리다는 것은 아이의 언어적,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능력이 발달 단계보다 6개월 이상 지연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본문 p.21)라고 하여 발달 지연에 대한 개념 정의를 시작으로 아이의 발달 지연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느린 아이의 이해'를 돕는다.

2장-느린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이번 장이 내게는 더욱 크게 와닿았다. '작은 반응에도 민감한 아이, 감각을 체크해요.'라는 제목으로 시작된글은 '너무 예민하거나 너무 둔감한 아이 감각통합을 확인해요'라는 화두를 던지며 내게 12년 전쯤 처음 들었던 그 단어를 상기시켰다. 당시에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내게도 낯선 그 개념, "쉽게 말해서 감각 통합은 우리 뇌가 오감(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돕는 과정이에요."(본문 p.78)라고 한 뒤, 우리 아이처럼 학생의 경우를 예로 들어 부연한다. "우리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감각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청각), 칠판을 보고(시각), 책에 손을 대고(촉각) 있습니다. 이런 감각들이 우리 뇌에서 통합적으로 처리되어야만 아이가 선생님의 설명을 이해하고 동시에 필기도 하면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만약 감각적 이상이 생겨 한 가지 감각이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둔감해진다면 어떨까요? 일상의 소음이 무척 시끄럽게 들리고 책의 촉감이 너무나 거슬려서 수업에 집중할 에너지를 불편한 감각을 견디고 조절하는 데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작 집중해야 하는 활동은 놓치고 목표에 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본문 p.79)라고.

이 부분을 읽은 나는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 모습이 어떨지 눈에 선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가슴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시에 책에서 언급됐듯 감각 예민의 상황이 이렇게 큰 나비효과를 가져올 줄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치료를 받을 걸 그랬다. 이제는 너무 늦어버린 거겠지. 당장 이 저자들에게 전화해서 상담받고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책 속 '감각이 예민한 아이를 위한 12가지 지침'을 진작 알았더라면 지금보다는 긴장·불안도를 낮출 수 있었을 텐데. 아직 학령기 이전 아동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이 책 속 솔루션을 집에서라도 실천하며 아이의 고통과 양육의 힘듦을 덜어내시길.

3장-부모는 아이 발달의 1번 주자

이번 장에서는 '발달이 느린 아이일수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는 화두로, 주 양육자인 엄마, 아빠의 정서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것은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일과 같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돛을 올리고 항해하다가, 한번씩 밀려오는 파도에 흔들리고 쓰러지기도 하지요. 부모는 이 파도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마음의 벽을 단단히 세웁니다. 이 여정의 목적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와 함께 돛을 고쳐 매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강해지고 깊이 연결되는 것입니다."(본문 p.136)라는 말로 위로하는 듯도 하고.

그렇다.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발달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난파선 위에 놓인 느낌이다.

4장-치료의 출발선, 어떻게 시작할까요?

이번 장에서는 아이에게 최적의 맞춤 치료와 솔루션을 진행해 줄 병원과 발달센터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그전에 중요한 것이 '영유아 발달검사'임을 강조하며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작성할 것을 당부한다.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바탕으로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워 맞춤 처방과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니, 의사나 상담자와의 소통은 필수라고. 또한 아무리 좋은 병원이나 센터도 접근성을 따져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선택하여 꾸준히 치료받을 것을 강조한다. 당시 부산에 살던 나도 감각통합 치료가 가능한 곳을 수소문해서 갔는데도 거리도 먼 데다 전문성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 결국 포기했었던 것이다.

5장-아이의 그릇을 키우는 놀이치료의 힘

우리 아이도 받았었던 '놀이치료'를 단순히 장난감으로 노는 것 정도로 오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놀이 치료는 엄염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에요. 놀이를 통해 아이가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내면까지 이해하고 발달에 필요한 부분을 촉진하는 '치료'입니다. 놀이와 장난감은 아이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 주는 것이지요. 발달이 느린 아이에게 놀이 치료가 꼭 필요하냐고요? 네, 발달이 느린 아이에게 놀이 치료는 필수입니다."(본문 p.219)라고 이해시킨다.

게다가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놀이 치료로 성장한 서준이 이야기'를 사례로 들며, "놀이 치료의 종결을 고려할 땐 '몇 년 했는지' 보다 '현재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를 먼저 체크해 주세요."(본문 p.235)라고 강조한다.

6장-더 많은 치료프로그램에 대하여

말 그대로 1~5장까지 상대적으로 치료 비율이 높은 치료에 대한 자세한 기술 외에도 진단 가능한 치료들의 종류를 선택한다. 우리 아이도 놀이 치료와 병행했었던 '언어치료'를 시작으로, 일상생활에서 기능적인 제약이 있는 아이가 받는 치료인 '작업 치료', 2장에서 집중 기술한 '감각통합 치료'에 대해 소개한다. ABA(Applied Behavior Analysis)와 같은 생소한 치료도 소개하는데, ABA는 행동 분석을 기반으로 발달 문제를 가진 아이의 행동을 개선하고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치료법이라고 한다. 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치료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이 밖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발달 지원에 사용된다는 '플로어타임 치료'와 아이의 지각, 기억, 문제 해결, 주의 집중력 등 학습과 관련된 인지 기능 강화를 중심으로 한 '학습 인지 치료'에 대해 소개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 아이에게도 받게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되었다. 마지막으로 '부모-자녀 양육 코칭' 프로그램인 PCIT(Parent-Child Interaction Develop-mental Play Therapy), RT(Responsive Teaching), IDP(Interaction Developmental Play Therapy)에 대해 소개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치료의 목표가 각기 다르므로 내 아이에게 맞는 최적의 진단과 치료를 받을 것을 강조하며 본문은 마무리된다.

친절하게 '부록'편을 두어 '부모님이 궁금해하는 가정에서의 발달 촉진법 Q&A'에 진솔하게 답하고 있다. 발달에 문제가 없는 정상 속도로 자라는 다른 형제자매들과의 관계 설정과 소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책을 몇 장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왜 진작 이렇게 쉽게 느린 내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늦게 나온 걸까.' 원망했다. 한편 공감가는 부분에선 당시 소아정신과와 복지센터를 전전하며 진단 검사와 놀이치료, 언어치료를 병행하면서도 가장 가까운 아이 아빠조차 공감해주지 않아 위로받지 못하고 독박 육아를 하다시피했던 우울한 지난날이 떠올라 울컥했다. 치료 적기를 넘겨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또래보다 느린 아이의 원인이 감각통합치료를 받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무심한 엄마였던 나를 자책했다.

옛말에 '병은 주변에 알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예전에는 '늦되다'로 퉁쳐지던 발달 장애아들을 이제는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개입도 가능해졌다. 아직도 자신의 아이는 문제 없다고 믿고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는 많은 부모들이여, 이 책을 읽고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제발 좀 더 기민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라.

본 서평은 클랩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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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소리가 좋아서 밑줄 긋는 그날까지 - 인생 선배인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인생 조언
전미령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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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앞표지의 ‘인생 선배인 엄마가 딸에게 건네는 인생 조언’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내용의 전미령 작가의 첫 에세이다.

성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어 내려가며,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첫 책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고 심란하기도 했다.


본문을 사계절에 비유하여 네 부분으로 나누어 기술한 목차가 인상적이다. 매 새로운 이야기마다 제목 외에 부제를 달아두어, 저자가 평소 성실하게 글쓰기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주제와 부제를 상기하며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이라 느껴진다.


문장마다 딸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아픈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아픈 추억을 여유롭게 꺼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야. 이만큼의 용기가 생긴 건 너의 역할이 커. 잘 웃지도 않는 엄마가 너의 저렴한 개그에도 빵빵 터지는 건, 아마도 네가 엄마의 소중한 바구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 아닐까?”(본문 p.47) 와 같은 부분이다. 사춘기 딸의 극렬한 심경 변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오히려 극강의 감정 기복을 겪는 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격려하고 위로한다.

필자는 고1 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는 게 힘들다. 매 순간 거슬리는 언행만 두드러지게 느껴져 잔소리를 늘어놓고, 때로는 감정 섞인 비난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딸에게 조곤조곤 살아가는 데 유용한 여러 기술을 일러준다. 관계를 유지하는 법, 절망에서 빨리 벗어나는 법, 공부해야 하는 이유 등.또한 작가는 딸에게 2박 3일간의 친구들과 떠난 제주 여행의 감동을 전하며,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색 현상‘이라는 부제로 단조로운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보라고 조언한다.

딸의 학원 가방 분실로 화가 나서 딸을 혼낸 후 카페에서 무려 2L의 커피를 마셨다는 고백을 하며 써내려간 인생의 교훈은 내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같은 곳을 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느끼는 점이 달라. 인생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매일 같은 날에 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얻는 것이 매일 똑같지 않다는 거야. 인생은 단조로운 매일의 반복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는 해적선 지도와도 같아. 결국 인생은 지루한 반복을 통해 새로운 걸 찾아내는 즐거움이 숨어 있지. 그러니 일상에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센스를 키워 봐.”(본문 p.223)라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담담한 어조가 부러웠다. 나였다면 분명 같은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한바탕 비판을 쏟아낸 후 격한 감정을 배설하듯 절제 없이 써놓고 뒤에 가서는 후회하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되었을 것이다.


작가의 온기 품은 문장들을 읽다 보면 사춘기 딸의 공고한 마음도 서서히 녹을 것을 믿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잠시 놓았던 펜을 다시 손에 꼬옥 쥐어본다. 당장오늘부터라도 아들에게 전하는 훈훈한 메시지를 기록해보리라. 당장은 힘들겠지만 진심을 다해서 글자마다 꾹꾹 눌러 담은 사랑이 바위처럼 견고한 사춘기 마음에도 동요를 일으키리라 믿는다.

사춘기 자녀들과 소통하기 힘든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신들의 자녀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젠 말 대신 진심을 담은 글로 써보자.


*이 책은 미다스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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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인생에 대한 탐구
노충덕 지음 / 모아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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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간서치(看書癡,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다는 이덕무를 부러워하는 독서가이자 경기도와 충남에서 중·고등학생을 가르친 노충덕 작가님의 두 번째 독서이야기다.

브런치작가님으로서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 중 한 분이시기도 해서 더욱 반갑고 뜻깊었다.


이 책의 특징은 마치 독서 초보자를 배려한 듯, 여느 책의 속표지를 지나 목차와 서문으로 구성되는 형식 대신 속지에 공을 들여 활자에 서서히 스며드는 디자인으로 편집했다. 본문도 내게는 여전히 힘든 소위 '읽히는 글'을 일필휘지(一筆揮之), 쭉쭉 써내려간 느낌이다.

저자가 소개한 본문 속 책이 총 몇 권일까? "왜 읽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총 3장에 걸쳐 독서의 효용에 대해 설명한다.

01- 폐문 독서와 마주하기

저자는 "독서를 하려면 폐문(閉門)해야 한다. 문이란 나와 타자와의 소통이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폐는 소통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근무 시간에 폐문하고 책을 읽기는 어렵지만, 가족이 자는 새벽 5시는 업무 전화도 오지 않는다. 오직 독서에 나를 던져 놓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에 독서를 반복해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본문 p. 51)라고 하여, 하루 중 자신만의 독서 시간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

작가님처럼, 나도 작년 12월부터 새벽 5시 기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새벽독서를 실천하고 있다. 8개월쯤 되니 이제는 새벽 5시 기상이 습관이 되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올빼미족'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눈을 뜨고 있지만 머리가 멍한 상태일 때가 많아서 저자처럼 몰입독서는 힘들다. 각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과 장소를 골라 최소 독서 시간을 확보해 책 읽는 습관을 길러보시라.

02- 선인들의 삶에서 배우기

이번 장에서는 다독가로도 유명한 '다산 정약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본 장의 뒷부분에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라는 소제목으로, 평소 신중한 언행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 듣는 것은 외부의 자극과 영향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외부에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네 가지를 모두 예에 맞게 하라 한다. 보고 듣는 것은 내가 통제하기가 말하고 행동을 예에 맞게 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우선은 말과 행동을 삼가는 일이 중요하다. 날마다 긍정하는 말, 칭찬하는 말, 북돋는 말 ,격려하는 말을 해야 한다. 매일 그렇게 하여 습(習)이 되게 해야 한다. 총알이 신체를 상하게 하듯이 말은 상대의 영혼을 상하게 할 수 있다."(본문 p. 110~111)라고.

총, 칼만이 날카로운 무기가 아니다. 세치 혀로 사람을 죽일수도 있을만큼 위력을 갖는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삶에서 늘 말의 무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03- 문제의식에 대해 결별하기

총 3장의 목차 중 앞선 두 장을 합한 분량보다 훨씬 많은 지면을 할애할 정도로 삶과 죽음을 논하고, 교사 출신답게 입시 위주의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개탄한다.

이번 장에서는 여러 좋은 통찰이 담긴 문장 중, "책이란 독자가 읽었을 때 책이다."(본문 p. 174)라는 한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속한 글쓰기 커뮤니티의 리더께서도 늘 회원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라고 당부하신다. "그냥 끄적인다고 모두 '글'이 되는 건 아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써라."라고 독려하신다. 그렇다. 글이 모두 책이 될 수는 없다. 잘 '읽히는 글', '팔리는 글'이 되려면 '짧게, 쉽게, 읽히게' 써야 한다.

북유럽에서 전해오는 덕목 10가지도 인상적인데, '자만과 오만을 지양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독서가 일상인 저자가 읽었던 책들을 자신만의 통찰을 얹어 소개하는 내용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개한 도서 목록을 '부록'편으로 따로 빼서 기재해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것이다. 다독을 하면서도 논리적 근거에 합당한 목록을 찾아 인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간이 없어서 독서를 못한다는 독자들은, 하루 중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을 찾아 독서 시간을 확보하라.

본 서평은 노충덕 작가님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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