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셀프 트래블 - 2024~2025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4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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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혹시 유명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축구마니아라면 포르투갈 축구 공식스토어인 '포르카 포르투갈'에서 그의 국가대표 유니폼도 살 수 있다.

그러나 '호날두'만으로 포르투갈을 설명하기엔 너무 아쉽다. 이에 저자는 포르투갈의 여행지 설명에 앞서 역사를 언급하고 있다. 한때는 스페인과 지중해의 패권을 다투던 해양강국이었으나 16세기 이후 스페인, 이슬람,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급격히 쇄락해갔다고. 19세기에 바닥 난 국고를 채운 건 당시 식민지였던 브라질에서 발견한 금이었다고 한다. 20세기 이후, '군주제-공화정-독재정치-민주정치'의 순으로 정부 형태가 바뀌었다고.

이 책은 이렇듯 부족하겠지만 일상에 지쳐 여행작가가 되었다는 저자는 포르투갈의 고풍스런 풍광만큼이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속면지를 지나 바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이미지들을 소개한 뒤 프롤로그, 목차 순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신선하다.

목차에서는 세부적인 지역별 설명 전에 1주, 2주로 나누어 여행기간별 최적의 여행코스를 제안한다. 이후 'Mission in Portugal'에서 포르투갈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할 핵심포인트를 일러준다. 다음으로 'Enjoy Portugal'에서는 포르투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꼼꼼한 지역별 관광지와 이동을 위한 교통편과 지도를 소개하고 있다.

어느 국가나 종교적 명소가 한두 곳쯤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로마카톨릭 신자 비율이 전 국민의 90%에 달하는 포르투갈은 특히 가톨릭 성당이 다채롭다. 그러므로 성모발현의 순례지인 '파티마'는 필수 여행코스에 넣고 꼭 가볼 것을 권한다.

또한 칠레만큼이나 유명한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은 나처럼 술이 주는 알싸한 기분을 즐기는 애주가라면 항구도시 '포르투' 내 '빌라 노바 지 가잉아 지구'의 "테일러 와인 하우스"에도 들러보시길...

호날두를 좋아하는 -그의 인품이 어떠하든-축구 마니아라면 영국 <<파이낼셜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으로 별 세개를 준 '브리가 시립 경기장'을 방문해 보시라.

기념품을 쟁여 올 가방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옷은 '닳아 버린 티셔츠나 버려도 아깝지 않은 속옷ㆍ양말이라면 가져가서 입거나 신고 버리라'는 저자의 말에는 실소가 터졌다.

책 후반부의 'Step to Portugal' 편에서는 '쉽고 빠르게 끝내는 여행준비'라는 주제로 포르투갈의 일반 정보, 연중행사와 공휴일 같은 포르투갈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교통정보나 숙소 예약과 관련한 인터넷 검색 사이트 등을 소개하고 있다. 소통에 필요한 '요긴하게 써먹을 포르투갈어'와 '서바이벌 영어회화' 등도 실어주어 유용하다.

포르투갈 근현대사에서 저자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공화정의 통치에 대해 내란이 이어졌고, '안토니우 지 올리베이라 살라자르'에 의해 50년 넘게 독재정권하에 있었다. 그는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3F, 파두Fado와 축구Football, 종교Fatima를 유행시켰다."(본문 p.29)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군부독재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포르투갈처럼 50년까지는 아니었지만, 박정희 정부가 17년, 전두환 정부는 12년 집권을 했다. 헌법을 고치면서(改正)까지. 특히 전두환 정부에는 포르투갈의 살라자르처럼 프로야구를 출범시켰다.

지중해 패권을 장악하며 대항해의 시대에 아조레스 제도, 아프리카를 발견했으며 아시아로 넘어가기 위한 희망봉, 인도와 브라질을 발견하는 전성기도 누리던, 한때는 해양강국이던 포르투갈. 고전적 전통과 독재 정부의 악의적 기치였는 하지만 그 덕에 발달한 축구 강국으로서의 현대적 문화가 조화를 이룬 포르투갈 곳곳을 누비며 꼼꼼한 일정을 짜서 알짜 여행을 떠나보자. 책을 좋아하시는 분은 여행 가능하다면 '코르도아리아&신포르투 지구'내 '해리포터 서점'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렐루 서점'에 꼭 가보시면 좋겠다.

본 서평은 상상팸 14기 서포터즈 활동으로 상상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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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어떤 인생을 원하는가? - 주체적인 삶을 위한 2030 셀프 리더십
홍동규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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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71쪽 분량의 이 책은 '주체적인 삶을 위한 2030 셀프리더십'이란 부제가 붙은 자기계발서이다. 이 책의 저자 홍동규 작가는 이미 『간단하게 더 단순하게』를 출간했고, 현재 브런치 작가 <홍그리>로 활동 중이다.

여러 자기계발서가 있지만 자신의 경험을 녹여 내 이야기로 빚으면 그 전달력과 여운은 배가 된다. 이미 40대의 반 이상을 지나 온 나로서는 30대 젊은-요즘은 MZ세대로 통칭하는-작가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읽어낼까 싶었다. 그러나 역시 7세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는 그의 꾸준함을, 밥그릇 수가 많다고 이길 수는 없었다.

그만큼 그의 글은 술술 읽히지만 모든 문장에 힘이 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채로운 해외 여행과 체류 경험, 게다가 죽음의 위기까지 내몰려 본 경험을 '우물 안 개구리'인 나는 함부로 흉내낼 수도 없다.

프롤로그에서 "이 책이 독자님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본문 p.10)는 바람으로 썼다는 이 책은 총 4단계에 걸쳐 '흔들리는 멘탈'을 잡아 줄 처방전을 내어준다.

1단계-삶을 리셋Reset하라

이번 단계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고 반추하며 삶의 방향을 잘 찾아볼 것을 주문한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제안하며. (본문 pp.74-76 참조)

-첫째, 경험의 양보다는 질을 구별해야 한다.

경험을 무조건 많이 하는 것보다 정말 제대로 된 내가 무언가 느낄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

-둘째,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어야 한다.

'친구따라 강남'가지 말고 본인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셋째, 나부터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꾸며진 것이 아닌 진짜 본인의 경험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넷째, 비교로부터 배제된 경험이어야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내 경험에 자신의 통찰력이 더해지면 그것이 곧 자산이 된다고.

-다섯째, 작은 성취가 포함된 경험이어야 한다.

이 작은 성취 경험은 자존감을 올려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또 다른 값진 경험을 낳는다고.

2단계-삶의 방향을 잡아라

이번 단계에서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역량인 '셀프리더십'에 대한 소개와 각 단계별 요건을 갖출 것을 강조한다.

"셀프리더십은 스스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면서 삶에서 자신을 이끌어 가는 과정이다."(본문 p.81)라고 정의하고, "리더십 하위의 개념으로 조직의 리더처럼 자기 스스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마음가짐이다."(본문 p.81)라고 부연한다.

아울러 셀프리더십의 4단계를 갖출 것을 설명한다.

-첫째, 자기 인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성격, 현재 본인의 상황, 그리고 본인의 관심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둘째, 내가 원하는 경험을 찾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죽도록 열심히 하는 근성과 조금의 운만 있으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한다. 단, 조금 더 원하는 경험에 빨리 가는 방법도 일러준다. 최소한 조언을 구하는 나보다 그 분야에 있어 정량적으로 우월한 실력을 갖춘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해보라는 것.

-세 번째, 건설적인 사고와 의사결정이다.

내가 한 경험들과 생각들을 좇아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네 번째, 자기 교정(피드백)이다.

내 의사결정과 행동의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는 것. 일종의 자기검열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삶의 태도만이 내 삶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단계-흔들리지 않을 멘탈을 가져라

이번 단계에서는 여섯 가지 소주제로 자신의 주장을 풀어놓는다.

-나만의 취향을 가져라

내 주변 모든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누가 뭐라 하든 내 길을 간다는 것.

-나를 아끼고 칭찬하라

이것이 어쩌면 진짜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고, 또 다른 행복한 시작을 위한 건강한 방법일테니.

-지금 당장 거절하라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더 이상의 시간 낭비를 안 하도록 돕고 명확한 내 의사를 전달해야 오해의 소지도 생기지 않을 거라고.

-나만의 공간을 가져라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은 나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키는 행위다. 하나의 정제된 공간이 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본문 p.184)고 이야기하는 이 대목이 특히 와닿았다. 사실 나도 서평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도서를 둘 곳 없어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까?

나와 같은 문과 출신들에게는 '자동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올곧은 본인의 철학을 가지고 조금 느려도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을 더 이롭게 한다고 조언한다.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

이 두 가지 문제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와 같은 문제다. 저자는 "잘하는 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찾으려면 방법은 하나다. 좋아하는 일을 그냥 계속하면 된다. 덕업일치.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누가 뭐라하던 내가 좋아하는데 말리거나 야단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다 보면 스스로 요령도 생기고 분명 주체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본문 p.209)고 설득한다.

4단계-분별하되 더 도약하라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단계는 마치 '기(起)-승(承)-전(轉)-결(結)'구조의 '결(結)'에 해당하는 듯, 1~3단계를 종합·정리하여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한다.

"내 삶의 가장 근간이 되는 버팀목에 대해 생각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되,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더 도약하자"고 주창한다.

또한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일 2,30대는 물론 남녀노소 모두에게 꼭 필요한 명제, "책을 가까이 하라"고 강조한다. '독서'는 자기계발서 분야의 공통 성공인자다. 나도 저자가 말하는 "배움의 끝은 책이다"(본문 p.225)라는 전제와 "단적으로만 존재했던 무언가의 공통점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연결해서 의식을 확장해주는 능력을 길러준다."(본문 p.225)는 부연에 적극 공감한다.

돌고 돌아 결국, 책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내게 류시화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의 제목과 같은 느낌이다. 내가 20대여서 홍동규 작가님을 선배나 멘토로 두었더라면, 좀더 일찍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기만 하고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기만 하던 방황의 날들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7세 때부터 일기쓰기로 시작한 '기록의 힘'과 21세 이등병 때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재'가 오늘의 홍 작가님을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살면서 누구나 희로애락을 겪지만, 시련을 극복하는 자와 평생 상황 탓만 하며 도태되는 자의 차이는 바로 자신의 삶에 대한 뚜렷한 목표의식과 죽을 때까지 노력하는 끈기가 아닐까. 그 둘의 연결고리가 바로 '독서'일 것이다. 지금도 매일 감사일기를 쓴다는 저자처럼 '기록' 마일리지도 열심히 쌓으면 창작자인 '작가'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도 언급했듯, 우리도 "내가 바라는 '것'이 되는 '명사'가 아닌 그 바라는 것이 '되어가는' '동사'의 삶"을 살아보자!

본 서평은 홍동규 작가님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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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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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의 질감이 가죽과 벨벳을 합성한 느낌으로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독특한 질감이다. 일러스트는 '성립'님이 꾸며주셨는데 저자인 '린 틸먼'과 그녀의 어머니 '소피 메릴 틸먼'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연필 스케치가 투박하게 되어 있어 마치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은 듯 표현한 것이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보았다.

다독자 중 한 분인 <<정희진의 공부>>편집장이자 이화여대 초빙교수인 정희진님의 추천사, "넋을 뺏긴 채 읽었다. 몸에 새겨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는 띠지로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총 263쪽 분량의 '교양인문'분야 도서이다. 소설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 린 틸먼은 국내는 물론 자국인 미국에서도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작가들이 존경하는 작가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언니들과 무려 11년 동안 '정상뇌압수두증' 이라는 알츠하이머(일명 '치매')와 증상이 유사하여 감별이 힘든 질환을 앓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느꼈던 경험들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래서 그런지 목차도 없이 바로 본문이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 "1994년 말, 어머니가 병을 얻었다. 그로부터 약 11년 동안 어머니는 자신의 세 딸들, 즉 나와 두 언니에게, 그리고 의사들, 간병인들, 간호사들, 물리치료사들, 기타 의료종사자들에게 의지했다."(본문 p.10)라고 써서 이 책의 내용 전개가 11년간 엄마를 돌보았던 딸로서 느꼈던 의무감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임종 과정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최초 진단시에는 '알츠하이머' 라고 하여 그에 해당하는 약을 복용했으나 차도가 없고 발작만 더 심해져 다른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보니 '정상뇌압수두증'이라고 하여 '션트' 수술-션트라고 불리는 얇은 튜브를 뇌에 삽입하여 과도한 뇌척수액을 뇌에서 흡수될 수 있는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배출하는 수술이에요.(출처:tlsaldud88@naver. com)-을 받고 발작도 줄고 기억력도 평소에 비해 현저히 감소하지는 않았었다고.

어머니의 투병기와 더불어 틸먼 가(家) 자매들에게 고용된 여러 간병인 중 가장 젊었던 '프랜시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들려 준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이면서도, 병든 노모를 돌보는 수고로움을 대신해주는 그녀에게, 약간의 비위행위 정도는 눈감아주었다. 점점 그 행태가 심해져 도저히 용인할 수 없어서 내치게 되었을 때 또다시 저자 자신이 딸로서 감당해야 할 일이 늘었을 때, 의무감에 마지못해 처리하는 자신의 입장을 "나는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거기에는 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고 내 양심은 담겨져 있었다."(본문 p.130)라고 표현했다.

결국 2006년 98세의 나이로 돌아가시고 나니, "나는 어머니를 몰랐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이 글을 썼음에도 나는 여전히 짐작할 뿐이다. 왜 어머니가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에게도 영혼이 암흑에 빠진 순간이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떤 연유로 그랬는지도. 어머니에게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스스로에 대해, 소피 메릴 틸먼이라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부모가 돌아가시고 나면 원래 후회되는 것들이 많은 법이다."(본문 p.247)라고 하여, 어머니를 돌보는 동안 진심으로 대하기보다 자식으로서의 의무감에 해낼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에 대한 후회가 묻어난다.

또한 번역자님의 작가 린 틸먼에 대한 분석이 내가 느낀 부분과 일치하다니...

"작가 본인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린 틸먼의 글쓰기는 그의 어머니를 많이 닮은 듯하다. "어머니와 관련해서는 나는 죄책감을 느낀 적이 결코 없다. 내가 어머니에게 내주는 것은 어머니가 받을 자격이 있는 것보다 많았다. 아주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말이다."(130쪽) 작가가 쓴 이런 문장을 보면, 자기 딸을 상대로 경쟁심을 불태우면 안 된다고 나무라는 딸에게 자신은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던 그의 어머니가 보이는 듯하다."(본문 p.258)고 한 부분이다.

저자 린 틸먼은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입장에서, 자존심 강하고 딸을 질투할만큼 자시 과시를 좋아하는 엄마에 대한 마음에 우러나오는 애틋함은 없으나, 자식된 도리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돌봄을 실천한다. 자신의 글쓰기 시간을 빼앗기는 상황에 분노도 치밀며 급기야 간병인까지 구해서 자신을 비롯한 자매들의 돌봄 의무를 대신 맡긴다. 가족도 진심까지 다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고용료를 지불하는 입장이니 그들의 불성실함을 토로하며 독자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특히 젊은 프랜시스에 대한 고마움과 실망감을 상당 지면을 할애해 기술하고 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듯, 린 틸먼의 어머니, 소피 메일 틸먼은 향년 98세의 나이에 돌아가셨다. 임종 장면까지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어서 상상하며 읽다보니 약간 끔찍한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 사회도 이제는 '초고령화 시대'에 직면했다.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삶을 꾸려가는 독거 노인과 그에 따른 고독사 비중도 급격히 늘었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더불어 노부모의 돌봄 문제를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는 행태가 만연한 현실. 요양보호사로 불리우는 전문 간병인의 처우와 그들의 비위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도 종종 뉴스에서 보도될 때마다 씁쓸함을 느끼곤 했지만, 과연 나는 오롯이 내 시간을 바쳐 내 부모님을, 특히 엄마를 집에서 돌볼 수 있을까.

이 땅의 가족이라는 '의무감'으로 부모든 자식이든 오롯한 '돌봄'을 감당하는 많은 보호자들이여,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짐이나 죄책감을 좀 내려놓으시라.

본 서평은 돌베개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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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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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MBC문화방송에 기자로 입사해 보도국 사회부·정치부 등을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제35대 MBC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언론인 박성제님이 MBC를 중심으로 공영방송의 수난사를 기록한 것이다.

그는 이미 「권력과 언론」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라는 저서도 출간한 바 있다.

그는 책의 서문 '책머리에'에서 책의 성격과 집필 계기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내가 해직 언론인에서 보도국장이 되어 뉴스를 재건하고, 그리고 사장이 되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키기 위해 싸웠던 5년의 상세한 기록이다. MBC가 어떤 노력을 거쳐 '만나면 좋은 친구로 돌아왔는지, 좋은 뉴스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한 언론개혁은 어떻게 이루어낼 수 있는지, 30년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언론인으로서 소신을 담아 기록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제대로 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래서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소망도 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폭풍을 앞두고 다시 힘겨운 싸움을 준비하는 MBC의 언론인들에게 이 책이 한줌이라도 힘과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p.7)라고.

이미 이렇게 서문에서 이 책이 담아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 드러나 있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MBC의 몰락에서부터 재건, 다시 위기 상황을 총 4부에 걸쳐 상세하게 기록했다. 기사문을 기록하듯 간결하고 명확하게!

1부-MBC 살리기 1 : 험난한 뉴스 재건의 길

세월호 참사 오보 이후 부실 언론으로의 추락한 이미지는 손석희 앵커가 이끄는 JTBC의 메인뉴스 「뉴스룸」의 대단한 인기를 뛰어넘기에 한계가 있었다. 박근혜 정권에서 JTBC가 최고의 신뢰도를 누리는 언론사로 등극했던 비결의 핵심은 "손석희의 뉴스가 만들어낸 스테이션 이미지에 있다. 그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본문 p.30)고 인정한다. 또 "뉴스를 살리려면 시청자의 마음을 읽고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시청자와 공감하는 뉴스. 그것이 특종보다 더 중요하다."(본문 p.37)라고 강조한다.

MBC는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MBC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평사원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경영진 중 한 명이 작성한 것으로, 2012년 파업 이후 사원들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해놓고 인사평가와 인력배치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 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서였다고 결국 2016년 9월 4일 MBC, KBS 양대 공영방송 노조는 김장겸, 고대영 사장 퇴진을 내걸고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 결과 11월 2일 고영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과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고, 11월 13일에는 드디어 김장겸 사장이 해임됐다.

이후 당시 「PD수첩」에서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방송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승호 PD가 사장으로 취임했다고. 최승호 사장은 취임 직후, 김장겸 사장 때의 경영진을 모두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했다. 그러나 과거를 반성하고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MBC는 '제천 화재 왜곡 보도'와 '대학생 인터뷰 조작'사건으로 다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고.

반면 "JTBC뉴스는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때부터 확고하게 구축한 스테이션 이미지와 손석희 앵커의 노련한 진행이 최고조를 이루면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2018년 초, 이른바 '미투' 이슈가 부각되자 그 영향력은 더욱 배가 됐다."(본문 p.63)고 당시의 힘겨운 상황을 회상한다.

2018년 6월말, 보도국장으로 임명된 저자는 국장실을 없애고 보도국 한가운데 앉아서 기자들과 소통하며 일하게 된다. 이후 MBC뉴스는 2018년 10월의 '사립유치원 비리 보도'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리는 전기(轉機)를 맞는다. 이후 '김용균씨 사망 보도'와 '현장' 중심의 기획뉴스 포맷들로 유튜브 뉴스의 조회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기세를 몰아 기자들의 반발을 누르고 뉴스시간을 '90분'으로 늘렸다고. '와이드 뉴스데스크'라는 형식으로. 이후 '버닝썬 게이트'와 '고성 산불 보도'의 성과로 위기를 넘겼다. 마지막으로 '조국 보도'는 MBC저널리즘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를 특종이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받아쓰는 기사 대신 "MBC 기자들에게 '특종을 안해도 좋으니 검사가 주는 정보는 신중하게 확인하고, 조국 후보자 측의 반론을 가급적 반영해서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본문 p.96)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MBC 뉴스의 저널리즘이 아닐까? 저자는 "우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려 애썼고, 메인뉴스 시간을 90분으로 늘려 방송 뉴스의 약점인 깊이와 다양성을 보완했다. '시청자 눈높이를 따라가는 뉴스' '엘리트 의식을 버리고 현장에서 시민과 만나는 뉴스'라는 원칙을 기자들이 이해하고 완성해줬다. 고마울 따름이다."(본문 pp.103-104)라고 소회한다.

2부-MBC 살리기 2 : 공영방송 사장은 저널리즘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말쯤, 뉴스는 순항하고 있었다고. 메인뉴스 시청률은 안정적인 6~7퍼센트를 유지했고, 유튜브 뉴스 구독자도 1백만명을 넘어섰기에. 반면 회사의 매출을 책임지는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 같은 일명 '돈을 벌어주는 콘텐츠'들의 경쟁력 회복은 더뎠다. 이 와중에 최승호 사장은 연임을 포기했다.

이에 회사에서 이미 '박성제 국장이 사장에 나선다더라'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고, 몇몇 선배들도 출마를 권했으며, 결정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해 아무렴 사장이 보도국장보다 더 힘들겠어? 당신은 좋은 사장이 될 수 있을 거야."(본문 p. 110)라는 아내의 조언에 마음을 굳혔다고.

평소 일단 마음을 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성격답게 바로 보도국장을 사퇴하고, 최초 17명의 지원자 중, 3명의 후보 안에 들었다고. 새로 도입된 '시민평가단 제도'에 맞춰 열심히 PT를 의뢰제작해, 설득력 있게 평가단 앞에서 펼치려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득이 예전 방식대로 사장을 선출하기로 했고, PT는 이사들 앞에서 하게 됐다.

결국 2020년 2월 22일 오후, MBC 35대 사장으로 선출된 저자 박성제님!

이후 가장 먼저 함께 일할 경영진을 구성했고, 정신없이 변하는 콘텐츠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는 '미래정책실'이라는 조직도 만들었다고.

그리고 "'빠름과 유연함'은 사장 임기 3년 동안 흔들림없이 유지되어온 슬로건이었다. 우리가 치열한 내부 갈등으로 상처입고 뒤처지는 동안 변화해버린 미디어 세상, 그것을 다시 따라잡으려면 먼저 유연해져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려면 스스로 변화에 익숙해져야 한다. 시행착오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이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빨리 전략을 바꾸면 된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MBC의 힘을 믿었다고 전한다. 이 원칙은 모든 개인의 삶의 태도에도 적용가능한 원칙이다. 그 결과 임기 첫해에 바로 흑자 전환, 임기 2년차인 2021년에는 흑자 1천억원 돌파라는 경영 성적표를 받게 되었다고. 노동조합과 논의해서 영업이익의 20퍼센트를 사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대주주인 방문진에도 120억원을 공적 자금으로 출연했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도 회사는 8백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렇게 박성제 사장은 임기 3년 대 흑자 경영을 달성한 CEO가 됐고, '뉴스를 살린 보도국장'에서 '회사를 살린 사장'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꼭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따라오기 마련. 2021년 7월 23일, MBC의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방송은 '방송사고'로 불려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어이없는 진행으로 국민적 분노와 비상의 대상이 된 것. 이에 박성제 사장은 '사과'대신 '사죄'라는 표현을 쓰며, 사후 대책의 의지와 방법을 확실히 담은 사과문을 수십 명의 기자 앞에서 직접 발표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를 계기로 좀더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재발방지를 위해 박 사장은 'MBC 공공성 강화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흑자 경영, 콘텐츠 경쟁력 회복, 월드컵 방송 1등, OTT전략의 성공…… 사장으로서 여러 성과를 내세울 수는 있지만, 결국 국민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기준은 'MBC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일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은 저널리즘으로 평가받는다'는 명제는 내 좌우명이었다고 밝히는 박성제 사장. "2022년 말, KBS가 분기마다 실시하는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 MBC는 드디어 1위에 올랐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 뉴스, 가장 선호하는 방송사. 이 4가지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올해 1분기 조사에서도 전부문 1위를 유지했다."(본문 p.141)는 객관적 지표를 언급하며 박 사장은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성공한 사장이라고 자부한다.

3부-'MBC 죽이기'의 시작

이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도 그 사이 바뀐 윤석열 정부에서는 MBC의 진실보도에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자 대대적인 탄압을 하기 시작했다.

그 방송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 2020년 3월, MBC 탐사기획 「스트레인트」는 '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이라는 제목의 연속보도를 3회에 걸쳐 방영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 씨의 불법행위와 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조명하는 내용.

- 2022년 1월 중순, 「스트레이트」의 김건희 씨의 녹취록 보도, 당시 김건희 씨는 논문 표절과 학력·경력 위조, 주가조작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녹취록에는 김씨와 친오빠가 후보캠프에서 비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내용, 비판적 언론에 대한 보복성 발언, 미투에 대한 왜곡된 시각,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를 비판하는 기사를 주문하는 등 후보 배우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 담겨 있었다.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와 관련한 단독보도

첫 번째, 한덕수 후보가 주미대사로 재직하던 때, 워싱턴 총영사관과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전시회에 부인이 작품을 전시했다는 내용.

두 번째, 한 후보자의 무역협회장 재직 시절, 부부가 특급 호텔 피트니스센터를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받아서 아직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

- 2022년 5월 2일,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단독 보도

첫 번째, 김 후보자가 자신이 심사한 제자의 박사논문을 짜깁기해서 학회지에 발표하고 연구비까지 지원받았다는 내용.

두 번째, 이 제자의 박사학위논문 심사를 일명 '방석집'이라고 불리는 고급 음식점에서 접대를 받으면서 했다는 사실.

- 2022년 7월 5일, MBC의 '1호기 속 수상한 민간인' 보도

「뉴스데스크」는 톱뉴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길에 대통령실 직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의 여성 신모 씨가 동행했다는 사실을 단독보도했다. 신씨가 대통령 전용기를 함께 탄 건 물론이고, 대통령 숙소였던 마드리드 호텔에도 함께 투숙했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이기주 기자의 특종이었다.

- 한국시각 2022년 9월 22일 아침,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바이든-날리면' 사태

기록을 확인해 본 결과 당시 뉴욕에서 윤 대통령 발언이 포함된 영상이 서울의 각 방송사에 전송된 시각은 오전 7시 37분이었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12개 방송사가 모두 같은 시간에 영상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한 시간 뒤인 8시 반쯤부터 여의도 정가 단톡방에 비속어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지라시' 형태로 공유되기 시작했다. 엠바고 가 해제된 시각은 9시 40분이다. 따라서 특정할 수는 없지만 12개 방송사 중 한곳에서 엠바고 해제 전에 SNS를 통해동영상이 유출되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SNS를 통해 동영상을 확인한 민주당은 9시 30분 회의 석상에서 윤 대통령 발언을 언론보다 먼저 공개했다. 이런 과정만 살펴봐도 MBC 기자들이 민주당에 동영상을 건넸다는 주장은 터무니없음을 알 수 있다."(본문 pp.169-170)고 자세한 경위를 밝히며 해명한다. 결국 이 사건으로 MBC 기자들은 전용기 탑승을 거부당하는 등 이후 '사법적으로 죽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MBC는 이미 8월부터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의 '특별한 조사'가 또 시작되었다고. 바로 MBC 경영진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공영방송 사장에게 제일 중요한 자질이 뭘까? 지금까지는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신념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요즘은 '신념'이 아니라 '배짱'"(본문 pp.173-174)라고 말하며 술잔을 기울이던 박성제 사장은, 대통령 직접 결정으로 내려진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하여 2022년 12월 26일, 'MBC 대표이사 박성제' 이름으로 대통령실 조치가 위헌인지 판단해달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 때문인지 사장 연임이 당연시 되던 박 사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4부- 언론,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저자는 '중립적인 보도, 균형있는 보도란 어떤 것일까?'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 주장한다.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만난 뒤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누군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세월호 리본을 떼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습니다."(본문 p.196)라는 사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박애주의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행사'에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 지도부들의 행태는 인류애는 커녕 자국 국민의 고통조차 외면하는 '지극히 편파적인' 신념을 지닌 듯하다.

다음은 "필리핀에서 언론 자유를 위해 일생을 바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언론인 마리아 레사의 신념을 인용해본다. 그는 저서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에서 '객관적인 언론'이 아니라 '좋은 언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본문 p.197)고 소개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피고와 원고, 합리와 불합리의 차이점을 무시하고 대등하게 다루는 보도는 결코 '좋은 보도'가 아니다. 좋은 언론인은 중립과 객관성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시청자와 독자의 판단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한다. 어느 쪽 입장이 더 진실에 부합하는지, 더 합리적인지, 더 상식적인지 끊임없이 취재하고 기사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립의 함정을 피하고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언론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마리아 레사는 언론인들의 직업적 훈련과 판단, 용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본문 p.199)라고 인용한다.

결국 '좋은 언론'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시청자와 독자가 내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나라 방송계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우려하며, '언론개혁은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본문 p.223)라고 강조한다.

"언론 개혁의 주체는 정부나 국회가 아니라 언론인이 되어야 한다.(…중략) 미디어 수용자들도 그런 환경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그릇된 정보 속에서 '진짜 뉴스, 좋은 언론인'을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본문 p.225-226)라고 하여 미디어를 소비하는 개인에게도 비판적 수용 자세를 갖출 것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청춘을 바친 MBC를 위한 격려를 하는 것으로 본문을 맺는다.

"바닥에서 올라간 MBC의 신뢰도 역시 구성원들의 노력을 집단지성이 인정해준 덕분이다. 지금 MBC가 마주한 위기는 정권이 어떤 이유를 들이대도 '언론탄압'일 뿐이라는 것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 MBC가 오직 국민만 바라본다면 이겨내지 못할 위기는 없다."(본문 p.226)라고.

나는 박성제 기자님에 대해 '늘 현장을 발로 뛰시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바로 직전 MBC 내에서의 직함은 '사장'이었지만. 무슨 보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헤드셋을 낀 채로 헬기 안에서 뉴스를 전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다 2012년 공정방송 파업 때 해직된 그는 2017년 12월 7일, MBC의 34대 사장으로 선임된 최승호님의 제1호 업무인 '노동조합과 해직자 복직'에 대한 합의로, 다음 날인 12월 8일, 박성제 기자님을 포함한 엔지니어 정영하, PD강지웅, 기자 이용마, 박성호님이 함께 복직되었단다.

그는 해직시절에도 스피커 사업을 했을만큼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대단하다. 과감한 혁신으로 뉴스 분야에서 '손석희'라는 독보적 존재감으로 JTBC가 전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동안 MBC언론의 신뢰도는 한없이 추락했다. 이런 상황을 '와이드 뉴스'라는 '90분 뉴스'형태로 늘리고, 보도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으며, 광고주들에게 직접 광고 유치 영업까지 벌이는 과감한 개혁과 파격 행보를 펼쳤다. 결국 바닥을 치던 MBC를 정상화시킴은 물론 3년 연속 경영 흑자 달성 및 언론의 신뢰도까지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MB정부에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각종 탄압을 행하던 방송장악의 기술자이자 행동대장이었던 이동관은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원장'을 맡게 되어 이제 총사령관이 되었다. 전 국민에게 "바이든-날리면" 이라는 듣기평가를 시키는 정부, '0.73%p 차이'라는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최소 득표율 격차로 당선되고 보니, 자신의 안위가 시작부터 불안했는지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오만과 독선으로 정치를 행한다. 자신에게 감언이설만을 쏟아놓는 측근들의 추임새에 맞춰 국민들의 고혈에는 눈감고 귀막는 그들만의 정치놀음을 하고 있는 행태는 지역 선거 참패후에 혹시나 달라지려나 했더니, 역시나 뭐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하다. 반면, 유일하게 가시적 성과를 내는 업적이 있다. 바로 '방송장악, 언론통폐합' 작업이다. 이미 방통위 후보시절부터 물밑 작업을 다 해놓고,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에도 버젓이 임명된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은 방송프로그램 중 KBS, MBC 등 공영방송 길들이기를 일삼고 있다. 방송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을 문제삼거나 진행자나 출연 패널의 성향을 나누어 출연을 못하게 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저자가 칭한 '미디어 수용자'인 우리는 미디어의 신뢰성 여부를 따지며 치우침을 경계하며 받아들여야 하겠다.

본 서평은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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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저울 세상 샘터어린이문고 75
홍종의 지음, 달상 그림 / 샘터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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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멋진 글로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는 작가가 꿈이었다"는 홍종의 작가님은 작가등단후 27년 동안 이 책의 구성상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이라는 꼭지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작가로서 꼭 풀어내어 우리 친구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어요. 일제강점기에 경상남도 진주에서 일어났던 실질적인 신분제 폐지를 위한 귀중한 인권 운동인 형평 운동이지요. 그러나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꾸밀지 고민이 많아 차일피일 미뤄 둔 커다란 숙제였답니다."(p.149)라고 소회를 밝힌다.

'달상'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님께서 아이들이 좀더 재미있게 이 귀중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영상 같은 삽화를 그려주었다.

총 151쪽 분량의 이 책은, 열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하여 역사 대대로 최하층민이자 가장 천대를 받았던 백정의 자녀인 우레와 들내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평등 사회를 꿈꾸며 펼친 '형평 운동'으로 훌쩍 성장한 '강대성'과 '민정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레(이대성/강대성) : 아이들에게는 '글자 버러지'라는 별명으로, 어른들에게는 '글자 귀신이 들렸다'라고 불릴만큼 글자만 보이면 읽고 쓰고 하며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아이. 백정인 아버지 이춘복의 자식으로 태어나 이름도 그냥 태어날 때 울음소리가 우렁차서 '우레'라고 지었다고. 후에 교회에서 곤경에 처한 우레네 가족의 편을 들어 주며 연을 맺게 된 '강씨 어른'의 도움으로 서당에서의 한 차례 입학을 거절당하고 면목없는 훈장이 지어 준 이름 '이대성'대신 강씨 어른의 호적에 올라 '강대성'으로 개명한 뒤 마침내 보통학교에 입학한다. 이후 형평운동의 취지를 알리는 알림 그림의 주인공이면서, '주지(主旨)'를 발표한다.

-들내(민정애) : 우레와 단짝이면서 그림 솜씨 좋은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 받아 수제 '가죽신' 제작 솜씨가 탁월한 아이. 요즘으로 치면 페미니스트 기질이 다분한, 남녀 성차별에도 민감해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후에 '차별 없는 좋은 나라'인 교회로 우레를 인도한다. 또한, 강씨 어른과 앨슨 전도사를 위해 손수 제작한 가죽신을 각각 선물한다. 그리고 우레네가 속한 지역에서 발생한 '형평 운동'은 금새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아버지를 따라 우레, 강씨 어른과 함께 기차를 타고 타지역 형평사 집회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자 토라져 기어이 알림 그림에 자신이 들어가겠다고 우겨대는데...

-이춘복(우레 아버지) : 백정으로서 푸줏간을 운영한다. 신분은 백정이지만 부(富)를 이루어 주변 상가들의 주인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건물주인 셈이다. 그러나 백정이라는 천한 신분을 아들 우레에게만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 서당 훈장에게 돈까지 주며 우레를 받아줄 것을 청했으나, 끝내 입학을 거부당한 사실에 속상해하던 중, 아내의 권유로 찾아간 교회에서 호형호제할 아우 '강씨 어른'을 만나서 아들 우레를 '강씨 어른'에게 입적시켜 '강대성'이란 이름으로 보통학교에 입학시킨다. 후에 '강씨 어른'과 함께 '형평 운동'을 주도한다.

-지덕심(우레 어머니) : 아들 우레의 공부에 대한 열망을 알기에 서당으로 우레의 입학을 타진하러 가지만, 서당 머슴에게까지 백정이라고 무시를 당하고 급기야 훈장에게 입학 거절까지 당한다. 대신 남편 이춘복에게 받은 돈이 있으니 이름이나 지어주겠다며 생색내듯, '큰 대(大), 소리 성(聲)'이라는 이름만 받아온다. 들내와 함께 교회에 다니다가 차별없이 환대하는 앨슨 전도사를 만나서 아들 우레와 남편 춘복까지 교회로 이끈다. 아들을 강씨 어른에게 입적시킬 때에도 적극 나서서 남편을 설득한다.

-강씨 어른 : 신문을 만드는 사람. 백정이 천한 신분이라며 무시당하고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질 수도,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도 없는 처지를 딱하게 여겨, 양반임에도 백정인 춘복에게 '형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한다. 배움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우레를 자신의 호적에 올려 보통학교에 입학시킨다. 후에 형평 운동을 주도하며 형평사 조직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앨슨 전도사 : 서양인으로서 한국에 온 전도사. 당시 일제 강점기에 교회에서 하나님의 신도로 백정인 이춘복네 가족을 비롯한 백정들도 모두 한 예배당 안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했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가 다 똑같다'는 교리를 전한다.

-민덕삼(들내 아버지) :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딸이 때론 겁나는 들내 아버지, 민덕삼은 그림 그리는 재주를 발휘하여 형평 운동의 '알림 그림'(요즘으로는 포스터) 제작을 담당했다. 실사에 가까운 그림 솜씨로 우레를 주인공으로 하는 알림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지역에서 성공한 '형평 운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강 어른, 우레와 함께 달래를 데리고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삼칠이(동네 형) : 이춘복의 푸줏간 일을 돕는 백정. 시장통 아이들의 '백정'이라는 놀림에 하루는 무리의 아이들 중 한 녀석을 때렸다는 이유로, 나중에 째보를 포함한 아이들이 찾아와 보복하려하자 마침 손에 들고 있던 낫을 들고 위협을 하여 쫓아내기도 한다. 후에 형평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째보(김철기) : 우레보다 세 살 위인 형. 보통학교에서 우레와 같은 반이 되어, 처음에는 우레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지만, 시다마 담임 선생님에게 반 아이들 훈육의 본보기로 허구헌날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한다. 형평 운동에서도 사람들에게 구호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레와 돈독한 사이가 된다. 그러다 시다마 담임 선생님께 형평 운동 주동자로 지목된 강대성을 대신하여 또 뺨을 맞던 날 학교를 그만 둔다. 그러면서도 백정이라 놀리는 아이 이규철을 피가 나도록 때려 체포 대상이 되어 찔레덤불 깊숙한 굴에 숨어있다가 우레에게 아버지와 독립군에 들어가서 일본에게 나라를 뺏긴 조선을 되찾는 일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고백한다.

-철물점 아저씨(째보 아버지) : 이춘복에게 아들 철기와 함께 만주로 가서 독립군이 되어 조선 독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고백하고 만주로 떠난다.

-시다마 담임 선생님 : 일본 유학파 출신 조선인. 반에서 동급생들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철기를 본보기 삼아 별 이유없이 폭력을 일삼는다.

이 책은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기에 줄거리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분석해보았다. 이 역사동화의 중심 주제는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운동인 '형평 운동'이다.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배웠던 것 같기도 한데 공부를 대충했던 탓인지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다. 이런 독자들과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는 글' 꼭지에서 '형평사와 형평운동'에 대해 쉬운 언어로 설명해주고 있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조선 시대의 신분 제도가 공식적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신분 차별이 계속되었습니다.(...중략) 이런 상황에서 백정들은 더욱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습니다. 그 결과, 1923년 진주에서 백정 신분을 해방하기 위한 단체가 설립되었습니다. 바로 '형평사(衡平社)'입니다. 저울 형(衡), 공평할 평(平). 말 그대로 저울처럼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단체이지요. 이 단체가 주도하여 '형평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정뿐만 아니라 평민과 양반도 참여한 이 운동은 경남 지방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농사를 짓던 사람부터 어린 청년들 그리고 여성까지 성별과 계층에 상관없이 이 사회 운동에 참여했지요."(본문 pp.146-147)

신분 해방 운동이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 운동인 형평 운동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는 저자는 "2023년은 형평사 창립 100주년이에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형평 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 어떤 조건과 환경에도 차별받지 않고 또한 차별하지 않는 공평한 삶을 누렸으면 좋겠어요."(p.151)라고 강조한다.

오늘날은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학력차, 빈부차나 성별차에 의한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고, 신체적·정신적 장애자에 대한 차별과 이주 노동자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 차별의 형태가 조금 더 정교하고 미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직 이 책의 주요 독자층일 초등학생에게 세상의 많은 차별 사례를 일일이 열거할 순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식탁에 오를 고기를 먹기 좋게 자르고 손질하는 일을 기꺼이 업으로 해오신 이 땅의 많은 이춘복님과 가죽제품을 손수 일일이 맞춤 제작하시는 민정애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이야기하면 좋겠다. 세상에 함부로 무시해도 좋은 사람은 없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니 아이에게만 읽히지 말고 온 가족이 함께 보시면 좋겠다.

본 서평은 샘터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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