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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ㅣ 사계절 아동문고 85
윤혜숙 글, 오윤화 그림 / 사계절 / 2014년 4월
평점 :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이다. 최근에는 <완득이>를 비롯한 무수한 작품들이 다문화 가정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그렇다면 뻔하지 않게 차별성을 두어야 할텐데 과연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어떤 차별성을 두었을까.
사실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김수로왕이 인도공주에게 반해 결혼하고, 그 둘 사이에 나온 자손을 허씨 성을 주었다는 이야기말이다.
혹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로웠다.
주인공 수로는 아빠가 인도사람이다. 그래서 피부가 조금 검은 편이고 머리가 곱슬머리다.
미용사인 엄마의 아빠, 즉 수로의 할아버지는 한옥을 잘 짓는 대목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는 인도사람인 수로 아빠를 못마땅해 하지만
수로 아빠의 진심과 정성으로 차츰 믿고 좋아하게 된다.
수로네 반 아이들은 '패밀리가 떳다'라는 놀이를 좋아한다. 이씨는 이씨끼리 붙고 김씨는 김씨끼리 붙어서 자기네 조상은 왕족이네 어쩌네 하는 놀이다.
그 놀이를 하다가 수로는 "너는 토종이 아니잖아"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아이들은 겉모습이 한국사람같지 않은 수로를 은근히 따돌린다.
어느 날 수로의 담임 선생님이 각 성씨의 시조 할아버지를 알아 오는 숙제를 내 준다.
수로는 한국으로 귀화한 아빠가 첫 인도 김씨성을 가진 사람이라서 시조 할아버지가 없다. 숙제를 못해가서 우물쭈물 하는데 선생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날 김수로 왕이 인도의 공주 허황옥을 아내로 얻었다. 그 둘 사이에서 열 명의 아이를 낳았는데 큰아들은 김해 김씨의 시조가 됐고 작은 아들 둘이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됐단다. 그래서 허씨성을 가진 선생님과 주인공 수로는 따지고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같다는 거다. 대신 수로와 선생님은 시조가 같아 결혼할 수 없다는 말도 해줬다.
사실 옛날에는 지금보다도 더 외부사람들에게 더 관대했다고 한다. 이미 그때부터 다문화 가정이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정말 '토종' 한국인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두 다 서로 어느정도 피가 섞여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이렇게 우리는 서로 겉모습은 달라도 근본적으로 다 연결되어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 준다.
그리고 또 다른 등장인물인 설희도 다문화 가정 아이인데 영어도 잘하고, 밝고 명랑해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은 아이로 나온다.
이것들이 바로 다른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과의 차별성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를 읽으며 조금 아쉬웠던 점은 첫 도입부에서 집중이 잘 안 된 점이다. 등장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누가 누군지 헷갈리기도 했고,
뭔가 확 끌어당기는 맛이 좀 덜했다. 하지만 읽어 갈수록 재미의 깊이가 깊어졌고, 앞쪽에 언급했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해결되는 과정이 읽는 이로 하여금
속 시원한 미소를 짓게 해줬다. 작가 윤혜숙님이 이 작품을 위해 공부도 많이 했을 거라는 것도 느껴졌다.
이 책은 단순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깨자는 이 한가지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공부보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어린이에게 바른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포함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다문화 가정이 늘어날 것이다. 더이상 단지 다른 겉모습때문에 상처 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따돌리는 아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어른인 우리가 은연중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준 건 아닌 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