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스
제시 볼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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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뒤쳐진 사람부터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동유럽에 있는 속담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재난이나 고통에 취약한 것을 이야기한다.다운증후군, 사별, 시한부 선고 같은 악재는 한꺼번에 터진다.그러나 마음을 고쳐먹으면 그것이 오히려 당사자를 더 인간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형이 있다.그리고 책 속의 등장인물도 다운증후군 환자지만 저자는 형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그저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서 다소 담담하게 풀어낸다.가볍지 않은 주제지만 결코 지나치게 감성적이지는 않다.인구조사원 역할을 맡은 등장인물도 좋은 이야기 전달 방법이었다.


인구조사는 국가의 필요에 의해 하는 것이다.다른 사람의 사연에 대해 인간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다.이 책의 등장인물은 인구조사원이면서도 단순하고 편리한 통계자료 수집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다.행정수단이 아닌 인간성을 위한 봉사로 봐야 한다.문학을 통해 인간성을 상기시키고 선함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작업은 의미가 깊다.또한 쇠퇴한 제조업의 풍경은 미국에서도 얼마 전까지 볼 수 있었는데 이 책에도 역시 등장한다.주제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초현실적인 가상의 나라에서 여러 배경과 사람들을 통해 저자는 모든 사람이 사연이 있음을, 그리고 선함이 아직 존재함을 다시 외치는 것 같다.목적보다는 수단, 정의보다는 효율, 의미보다는 편리함과 쾌락에만 무게를 두는 현대사회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리뷰어스 클럽(네이버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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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게 산다는 것 - 모멸의 시대를 건너는 인간다운 삶의 원칙
게랄드 휘터 지음, 박여명 옮김, 울리 하우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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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인간의 존엄성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근본이고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기도 하다.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존엄성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산다.또 많은 경우에 존엄성이 침해되기도 한다.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사회적 갑을관계에 얽매여서 다른 사람의 존엄을 침해하기도 하고, 이익 극대화라는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소비자나 환경에 대한 존중을 저버리기도 한다.

 

이런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존엄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것이다.이 책에서는 신경생물학 교수인 저자가 지금 이 시대에 왜 존엄이 필요한가를 설명하고 있다.인간의 존엄성이라고 하면 정치인, 법률가, 사회운동가들의 역할일 것 같은데 저자는 뇌과학 연구에 기반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인지하고 존중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면서 또 인간 스스로에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의 핵심적인 질문은 "타인의 존엄을 해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엄을 해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이다.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누군가가 차별 받거나 곤궁해서 약값을 못 구한다면 혹은 교육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자신의 일이기도 하다고 연설한 적이 있다.누군가의 존엄이 훼손당하는 것은 치안과 사회통합의 문제지만 결국 더 나아가서는 지켜보는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다른 사람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는 우리의 뇌도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은 신경학적 증거다.내가 경제적 탐욕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어야 나의 존엄과 다른 사람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그리고 이것은 교육이 필요한 일이다.다른 사람을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라는 칸트의 말은 교육이 없이는 실천되기 어렵다.이기심과 상대를 도구화하려는 마음을 통제하려면 존엄의 필요성에 대한 성찰과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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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2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2
고인환 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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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문학은 우리나라 문학 혹은 세계문학이다.세계문학은 유럽과 미국 같은 서양을 중심으로 되어 있고 기껏해야 일본과 중국의 문학이 들어간 정도다.비서구 문학을 접하거나 탐구해볼 기회가 거의 없다.아프리카 문학은 그런 점에서 우리한테 너무나 먼 문학이고 더군다나 아프리카라는 대륙에 대한 부정적이고 막연한 이미지 때문에 더 멀게 느껴진다.정치적 후진성이나 경제적 열악함은 물론 기아와 질병을 떠올리게 되는 아프리카지만 그곳의 사람들도 다 우리가 걷는 길 혹은 걸었던 길을 걷고 있다.인간의 삶이라는 기본적인 동일성이 있는 것이다.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차별에 맞서는 여성들, 인종주의, 사회고발, 치유와 전진을 위한 문학 등 우리 모두가 겪었거나 아직 겪고 있는 문제들을 아프리카도 겪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아프리카 문학을 다룬다.비서구 문학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보면 계기이기도 하다.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의 문학을 여러편 그것도 동서남북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고르게 다루고 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해방과 전쟁, 독재와 개발, 독립 이후 식민 잔재와 외국 자본의 진입 이 모든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20세기에 가까스로 해방된 나라들이 많이 겪고 있는 경험이다.아프리카는 안타깝게도 그 후유증을 다 극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희망은 있다.먼 이국 땅에 그것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학을 다루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인류적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고 또 문학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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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 미국편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최병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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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부터 중국에 대해 강경발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조치들을 멈추지 않고 있다.더 인상적인 것은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마저 트럼프의 대중국 공세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사사건건 부딪히는 트럼프와 민주당이 중국 문제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튀는 스타일이라 그렇지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이전 정권인 오바마 정권 때였다.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으로 인해 인명과 국력이 많이 소모되었고 그 사이 중국이 부상하자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 카드를 꺼내들었다.국제기구를 이용하여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에 맞서고, 동맹관계를 강화해서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국제기구 자체에 대한 불신과 동맹국에 대한 압력까지 나아갔다.이란 핵 협정 파기, 유네스코 탈퇴, tpp 탈퇴 등으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고립주의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또 eu,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우리나라에 국방 비용 분담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캐나다가 포함된 북미fta를 파기할 수도 있다고 공언하는 등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 중 전세계와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미중갈등이다.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경쟁, 기술경쟁이 무역전쟁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이 책은 미중 무역전쟁의 역사적, 제도적 배경과 진행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다루고 있다.충동적인 성격에 공격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만 임기가 제한되어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면서도 안정을 갈구하는 독재자 시진핑 사이의 갈등인데 어떻게 끝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제질서의 혼돈을 제어하고 지속가능한 질서를 창출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자국 이기주의에 기반한 고립주의와 포퓰리즘(보호주의와 경제민족주의)이 그런 노력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트위터로 막말을 쏟아내는 미국의 대통령이나 임기 제한을 철폐하고 정치적 발전을 억압하려는 중국의 독재자나 모두 국제적인 리더십을 대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미중갈등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봉합되는 것이 전세계 경제와 우리나라 경제에도 이로울텐데 그것이 가능할까.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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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리커버 에디션)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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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밴 브렉스낙은 수면과 양식처럼 고독 역시 우리가 바런하고 정신을 꽃피우는 것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기술의 발달로 의사소통이 쉬워지고 sns로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시대에서는 건전한 고독을 기대하기 어렵다.재밌는 삶이 깊이 있는 삶을 대체해버렸고, 빨리 느끼고 자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유행이 되어버렸다.알베르 카뮈는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는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고독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우리는 그런 고독을 모르는 체 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고독의 유익함을 누리지 못하는 최근의 풍조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총 7명의 철학자를 통해 다른 사람과의 거리, 나와의 거리, 책, 오래된 도구, 삶의 내적 질서, 숲과 안식처, 마음과 행복의 온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소통 방법의 진보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라고 이야기하는 아버지, sns를 너무 오래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려는 시도도 계속 있었다.이 책은 사람들이 기존에 있었던 기술과 사람들의 삶이 새로운 기술로 혼란을 겪을 때 철학자들이 어떤 조언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기술로부터 얻는 편익도 고려하면서 과잉소통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온라인 중독이 심각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꼭 필요한 일이다.얼굴을 마주보고, 목소리를 듣고, 상대의 정서에 공감하고,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는 것은 아직도 우리 인간에게 가치 있는 일이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소통의 흐름 속에서는 놓치기 쉬운 일이기도 하다.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 예컨대 천천히 느끼고 제대로 생각하는 능력 같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가속의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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