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다독이 화두였던 때가 있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하나의 방편이었지만, 이런 방식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나왔고, 실제로 읽을 것이 많거나 다종의 책을 다양하게 읽고 생각을 편집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이미 실천하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다독을 하면서도 한 권을 깊이 여러 번 읽어내려가는 것으로 조금씩 방식을 바꾸어 가고 있다. 일부러 그런다기보다는 역시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아마 이 방법 또한 할만큼 하면, 다시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절대적으로 최고인 방법은 없는 것 같고, 그저 여러 가지 방편들 사이를 다니면서 그렇게 읽어나가는 것이다.
일부러 그렇게 하지는 않고, 특히 한번에 눈에 잘 들어오는 책을 잡으면 그대로 끝내게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금씩 읽어나가는 책들이 있다. 거의 한 해를 들여서 진행시키고 있는 희안한 방식의 독서인데, 스토리를 자꾸 잊어버리는 부분만 아니라면 그런대로 쓸만하다.
내 서재에서 이 책이 등장한 것이 몇 번째일까? 여하튼 지금도 읽어나가고 있는 이 대작은 그 density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토마스 만 특유의 긴 호흡의 문장 때문에 지치기도 하고, 작가가 무슨 의도로 어떤 얘기를 했는가를 따라가면서 자주는 길을 잃고 만다. 다 읽어도 무슨 내용을 왜 썼는지 제대로 잡을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이 책이 어렵다. 어.렵.다.
조금전에 겨우 작년에 읽었던 부분까지 다시 왔다. 그러니까 두 번째 읽는 것은 끝난 셈이고 남은 3-400여 페이지는 다시 미지의 영역이다. 무의식속에라도 남아있을 첫 600여 페이지와는 다른 느낌을 벌써 받고 있다. 청년들을 요양원에 잡아두는 마의 산이 아니라 내 독서의식을 그 속에서 길잃고 방황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마의 산이 아닐 수 없다.
2012년에 반을 넘게 읽은 상태에서 방치된 이 책은 작년의 경우에는 거의 꺼내보지 않았다. iPhone을 늦게 쓰기 시작했고, PC의 경우에는 아직도 소위 말하는 IBM계열을 쓰고 있기 때문에, 게다가 난 그 흔한 iPod의 팬도 아니라서 특별히 apple에 대한, 또는 Steve Jobs에 대한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 읽은 부분으로만 보면 Steve Jobs에게서 존경할 만한 부분이라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니 현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전형을 갖췄다고 오히려 느껴지기 때문에 존경은 커녕 읽다가 화가 날때가 종종 있다.
이 양반도 상으로 주는 술보다는 벌주를 더 즐긴 사람이었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유명세도 떨어지고 돈도 덜 번, 하지만 즐겁게 살고 있는 워즈니악의 삶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요컨데 apple은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운영되는 회사는 아닌 듯. Jobs의 카리스마와 억지가 사라진지도 어언 3년.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중고서적으로 구해서 열심히 읽다가 한 반 정도에서 멈춘 소설. 책 이상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SF의 거장 아더 클라크의 작품이다. 인류의 돌연변이적인 진화과정에서 일어난 design에 초점을 맞춘 부분까지가 내가 읽은 전부. 그런데, 그와 같은 기계로 추정되는 것이 달에서 발견되었다는 부분까지는 보았다. 국문으로도 나온 것은 몰랐는데, 이런 책은 워낙 절판되기 십상이라서, 다음에 책을 살 때 주문하는 것이 좋겠다.
클라크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pulp fiction스타일의 SF를 쓰면서 성장한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플롯과 깊이 그리고 철학을 볼 수 있는데, 이 정도가 되면 SF작가라기 보다는 비저너리에 가깝다고 하겠다.
알라딘에서 선전을 보고 책은 영문으로 구입했다. 그게 쉽고 더 싸니까. 그런데 첫 몇 페이지만 보고 아직까지 책꽂이에 들어가 있다.
구속받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공장식 영리행위가 아닌 자유로운 환경에서 끊임없이 삶의 재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거창한 말에 속았다기 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어떤 경영 또는 업무철학에 맞는 아이디어를 보고 싶었기 때문에 샀다. 읽어야 말이지...
그런데 이 책은 자유가 화두인 책이지 '자영업'이 화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제목을 번역함에 있어 그저 유행을 타는 자기계발서처럼 만든 감이 없지않다.
이 책들은 각각 운동하면서 읽기 위해 gym bag에 들어가 있고, 하나는 손에 잘 닿는 곳에서 한 반 정도 읽어진 채로 내 손길과 눈의 attention을 바라고 있다.
크리스티는 읽어온 순서에 따라 완독을 위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고, '분신'의 경우에도 도스토옙스키의 대작을 읽기 위해 숨을 고르는 중이다. 물론 죄와 벌은 먼저 읽었지만, 다른 대작들 말이다.
이 정도면 정리가 된 듯하다.
이것들은 이상하게도 한번에 읽게 되지 않는 책들이고, 다른 책들을 완독하면서 틈틈히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영어로 나온 책들도 조금씩 건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없는거다. 지금의 생활에서 조금 더 바빠지고 조금 더 운동을 한다면 책은 이렇게 밤에만 읽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공포...그 자체...
이로써 마치는 자가진단에 의하면 책을 사들이는 이상 더 읽어낼 필요가 나오는데, 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책을 읽는 속도, 이에 쓸 수 있는 시간에 비해 정말이지 재미있는 책은 너무도 많고, 또 계속 그렇게 새로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