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허술한 번역이 눈에 띄어 몇가지 짚어봅니다.

주인공 Mackenzie Philips(책에서는 주로 Mack)은 다섯 아이들의 아빠인데 4년 전 아이들과 간 캠핑에서 아동만을 폭행하는 연쇄살인범에 의해 딸을 희생당한 아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책은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겪은 후의 혼수와 환상을 축으로 하여 종교적 계시와 상처, 치료와 용서라는 주제들을 축으로 하여 전개됩니다.,

차가운 얼음비가 내려서 모든 교통, 인적이 두절된 어느 겨울 날을 배경으로 책이 시작됩니다. 주인공이 미끄러운 뜰을 지나 우체통으로 가는 장면의 묘사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The ice had magically turned this simple everyday task into a foray against the elements: the raising of his fist in opposition to the brute power of nature and, in an act of defiance, laughing in its face. The fact that no one would notice or care mattered little to him — just the thought made him smile inside.

역서: 얼음비는 불가사의하게도 이 간단한 매일의 업무를 폭풍우에 맞서는 저항운동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자연의 힘에 주먹을 불끈 쥐고 호탕하게 웃었다. 아무도 자기를 보지 못할 것이며, 보더라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절로 웃음이 나왔다.

콜론(:)의 의미를 무시하고 번역을 해서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옮기게 되었습니다. 콜론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 하다기 보다는 앞에 나와있는 내용을 부연하고 설명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기호입니다. 여기서 콜론 다음의 문장은 앞 문장, 즉 매일 편지를 가지러 우체통까지 가던 사소한 일상이 지금은 주인공에게 마치 자연의 잔혹한 힘에 시위하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리는 짓이나, 저항의 행위로써 자연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조롱의 웃음을 웃는 짓처럼 느껴졌다는 의미입니다. 점잖은 가장에서 졸지에 비 오는 날 밖에 나가 날궂이를 하는 미치광이로 바뀐 주인공이 기분이 좋을까요?

제안 번역: 얼음비 때문에 신기하게 이 사소한 일상의 일이 폭풍우에 맞서 저항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연의 잔혹한 힘에 시위하기 위해 주먹을 들어 올리거나, 저항의 행위로써 자연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조롱의 웃음을 웃는 짓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우편물을 가지러 나가든 말든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고 관심도 없을 것이라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문장도 미진한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When you face the force of an ice storm, you don't exactly walk boldly forward in a show of unbridled confidence. Bluster will get you battered. 역서: 얼음 폭풍이 몰아 닥치면 대담하게 걷기가 힘들어지고 세찬 바람에 몸은 지치게 된다.

글쎄요, face를 몰아 닥친다고 의역을 했다고 봐야 하나요? 바람을 face하는 것은 정면으로 맞는 것을 의미하죠. Bluster will get you battered는 ‘허세를 부리면 결국 너만 지치게 된다’ 라고 해석을 해야 하겠구요. 그러면

‘얼음 폭풍이 정면으로 불어 올 때는 거침 없는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꼭 담대하게 앞으로 전진할 일은 아니다. 허세를 부려봤자 자신만 지칠 뿐이다.’

라고 해석을 하는 게 좀 더 본문에 충실한 번역이 아닐까요? 독자가 줄거리만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저자가 세상을 이해하고 서술하는 방식을 함부로 절단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폭력입니다. 해석은 번역에 종속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의역을 해서 우리 형편에 더 잘 어울리고 독자들에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의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면 rain was now freezing on impact with the frigid ground outside the house(비는 집 밖의 차가운 땅에 부딪치자 마자 얼어붙었다)를 ‘얼음비는 집 앞 마당까지 얼려 놓았다’라고 번역을 해 놓는 것은 독자가 심상의 눈으로 그려볼 수 있는 이미지를 너무 제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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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 부분중 몇 페이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2장에서 잠이 들기 전 아빠에게 어린 딸들이 질문을 하는 장면입니다.

There was a silence and Mack knew that another question was forming in the darkness.

“Did it really happen?” This time the question was from Kate, obviously interested in the conversation.

“Did what really happen?”

“Did the Indian princess really die? Is the story true?”

번역서:침묵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질문이 들려왔다.

진짜로 있던 일인가요?

이 대화에 흥미를 느낀 케이트의 질문이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난 거죠? 인디언 공주가 정말로 죽었나요? 그 이야기가 사실이에요?

번역되어 있는 마지막 문장, 즉 큰 딸의 말이 너무 장황하거나 마치 따지는 듯한 말투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그 이유는 아빠의 말 (하이라이트 된 부분)을 딸에게 붙여놓았기 때문입니다. “Mack knew that another question was forming in the darkness.”을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질문이 들려왔다”로 번역을 한 이유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네요. 제 딴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조그만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 귀여운 소녀의 이미지를 왜 삭제해버린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안 번역: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맥은 어둠가운데서 미시(막내 딸)에게 또 다른 질문거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로 있던 일인가요?” 이번엔 아빠와 미시의 대화에 흥미가 생겼음에 틀림없는 케이트(첫 째 딸)가 질문을 했다. “뭐가 진짜로 있었냐는 거니?” “인디언 공주가 정말로 죽었나요? 그 얘기가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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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unset of brilliant colors and patterns played off the few clouds that had waited in the wings to become central actors in this unique presentation.

역서: 이 굉장한 쇼의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옆에서 얼쩡거리던 구름들은 일몰의 찬란한 색채와 모양에 기가 죽고 말았다.

화려한 일몰을 설명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문장에서 “Play off”는 “기가 죽다”가 아니라 “반사되다”로 해석해야 합니다.

제안 번역: 이 굉장한 쇼의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옆에서 얼쩡거리던 구름들에 일몰의 휘황한 색채와 무늬가 반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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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k’s heart broke as he understood what this conversation had really been about. He gathered his little girls into his arms and pulled her close. With his own voice a little huskier than usual, he gently replied.

번역서: 맥은 미시의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어린 딸아이를 꼭 껴안고 평상시보다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대답했다.

미시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아빠에게 질문을 해 댄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깨달은 아빠가 어린 것이 혼자 그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으려 애를 썼을 것을 생각하고 안쓰러움에 가슴이 먹먹해오는 오는 대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보다는 가슴이 아프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 더 낮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건 끝 문장에서 husky는 마음이 짠해 목이 메인 아빠의 목소리이지 “평상시보다 낮은 목소리”는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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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 seriously enjoyed tormenting her older brother about the entire matter, and he would reward her taunting by stomping off to the tent-trailer, all bluster and gripe.

역서: 케이트가 신바람이 나서 오빠의 연애사건을 놀려대자 조시는 동생을 텐트트레일러로 끌고 가서 큰소리로 야단치기도 했다.

Stomp off는 눈을 털거나 아니면 화가 날 때 발을 쾅쾅 내딛는 걸 말합니다. All bluster and gripe는 “큰 소리로 투덜대는”이 적당하겠구요.

제안 번역: 케이트가 신바람이 나서 오빠의 연애사건을 놀려대면 조시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큰소리로 투덜대면서 텐트트레일러로 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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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response to the searing pain, he knocked over the stove and griddle and dropped the bowl of pancake batter onto the sandy ground.

역서: 손가락이 타오를 정도로 아픈 나머지 오븐과 철판을 내리치다가 팬케이크 반죽을 모래 바닥에 다 쏟아버렸다.

아빠가 아침을 준비하다가 손을 데어 고통스러워하는 대목입니다. Knock over는 발이나 손으로 쳐서 넘어뜨린다는 뜻이죠. 손가락이 덴 순간 너무 아파서 허둥대다가 발이나 손으로 오븐과 철판을 건드려 넘어뜨렸다는 것입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오븐을 내려친다는 것은 뭔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 같군요.

제안 번역: 손가락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 몸을 제치다가 오븐과 철판을 넘어뜨렸고 이 바람에 팬케이크 반죽이 모래투성이 땅 바닥에 쏟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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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학에서 삼위일체의 교리는 이해하기 아주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런 만치 그 것을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시키려는 시도들이 많이 행해졌지만 자칫하면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이해, 신학의 용어를 사용하면 이단의 길로 빠지기가 쉽습니다. 가령 원서의 103페이지에 나오는 지문을 한 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We are not three gods, and we are not talking about one god with three attitudes, like a man who is a husband, father, and worker. I am one God and I am three persons, and each of the three is fully and entirely the one."

여기서는 성부 하나님(소설에서는 Papa라는 흑인 여성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이 성삼위에 관해 설명을 해주고 있습니다. 본문을 있는 그대로 해석을 하면 “우리는 셋의 구별된 신들이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어떤 한 사람이 남편이면서 동시에 아버지일 수도 있고 노동자도 될 수 있는 것처럼 한 하나님이 세가지 직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도 아니야. 나는 하나의 하나님이고 3개의 위격을 가지고 있지. 각각의 위격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전적인 나야.”

정통신학에서의 성삼위 이해, 즉 “성삼위의 셋은 구별되지만 서로 안에 거하시며 분리되지 않는다”는 교리를 저자가 Papa의 입을 빌려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번역서에는

“우리는 세 신이 아니라 세 속성을 가진 하나의 신이죠.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노동자인 한 사람처럼 말이에요. 나는 하나의 하나님이고 또한 세 인격이며 이 셋은 전적으로 하나죠.”

라고 명백히 오역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딜레마에 마주치게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소설의 플롯을 따라 갈 때는 오히려 역서에 번역된 대로 이해를 하는 편이 자연스럽고 편할 수 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당연히 저자의 의도하고는 상관이 없는, 아니 자칫하면 저자를 기독교의 이단자로 몰아갈 수 있는 번역임에도 틀림이 없구요. 그 자체로 정합성이 있는 번역작품 또는 이해하기는 좀 어려워도 원문에 충실한 번역작품, 어떤 쪽을 독자들은 원하는 것일까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면 과감히 책의 중추신경과 심장의 위치까지도 바꿔줄 수 있는 것일까요?

“인간의 타락”이라고 번역을 했어야 할 곳을 글자 그대로 “천지창조의 붕괴”라고 옮겨 놓는 등 소소한 아쉬움 들도 눈에 띄지만 그 정도를 저자의 의도에 반한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자의 의도를 존중하고자 하는 번역이라면, 아니 그것을 떠나서 공연한 오해와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칫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우리 말로 옮길 때는 좀 더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읽다가 몇 가지 더 첨언하고 싶어서,,

직역이 옳으냐 의역이 옳으냐 아무도 보지 않는 한 구석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정작 역자들은 관심도 없다는 사실.

오두막 한글판을 넘겨보다가 글이 영 어색한 곳에서 눈이 멈췄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집 앞의 선착장으로 마실을 나간 주인공 Mack과 예수님이 나란히 누워 쏟아질듯 눈부시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대화를 한다. 예수님은 Mack에게 성자인 자신과 성령 Sarayu, 성부 Papa의 이름들이 지닌 뜻을 각자의 직능과 함께 설명해준다. 설명을 다 듣고 난 후 Mack이 예수님에게 질문을 한다.

172page “그래서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마치 전 인류를 대신해서 질문하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언제나 가려고 했던 그 곳이죠. 우리 사랑과 목적의 바로 한가운데 말이에요.” 다시 침묵이 흐른 후에 그가 대꾸했다. “그것과는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해석만 보면 마치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 나오는 한 소절을 옮겨놓은 것 같다. 성부, 성자, 성령을 논하다가 갑자기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갈 거냐, 네가 가려던 곳이다, 그것과는 함께 살 수 있겠다,,,요새말로 “이게 뭥미?”다.

원문을 찾아보니

“So then, where does that leave us?”라는 문장과 “I suppose I can live with that.”이란 문장을 그렇게 번역해 놓았다.

“Where does that leave us?”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colloquial한 표현이다. 한 참 다른 사람의 설명을 들은 다음에 “그래서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데”, 좀 공손히 표현하자면 “그럼 저희는 어찌되는 거죠?”의 의미를 가진 의문문이다. 책에선 성부, 성자, 성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 삼위의 관계도에서 인간은 어디쯤 있게 되는 거냐 주인공이 묻고 있는 것이다.

질문을 어디로 데려갈 거냐고 시작을 해 놨으니 예수님의 대답도 어디로 데려갈 거라고 해석을 해야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어색함이다.

“그것과는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로 뜬금없이 번역한 “I can live with that.”도 상대방의 제안에 대해 “그 정도면 괜찮다”는 만족감을 표현하는 일상적인 구어표현이다.

제안 번역: “그러면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마치 전 인류를 대신해서 질문하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이 언제나 있기 원했던 그 곳에 있는 거죠. 우리 사랑과 목적의 바로 한가운데 말이에요.” 다시 침묵이 흐른 후에 그가 대꾸했다. “꽤 괜찮네요.”

나머지는 블로그에서 더,,

http://blog.naver.com/as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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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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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직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기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전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블랙스완’ 이라는 책을 발간하며 “앞으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이에 대한 뉴욕타임스지를 비롯한 학계와 금융계의 반응은 매우 적대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탈레브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재난을 예측한 예언자, “월가의 현자‘로 까지 불리고 있다. 책에서 블랙스완은 이제까지의 경험에 의해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로서 (9/11이나 월가의 위기 같은) 우리가 하늘처럼 당연한 것으로 믿고 있는 지식 패러다임에 대한 반지식의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이런 사건은 발생 가망성이 예측되지 못한 정도에 비례하여 발생 후의 영향력이 커지는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거야 뭐, 뻔 한 얘기지. 맞을 것을 미리 각오하고 맞는 매하고 웃다가 맞는 매하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았던가? 어쨌건 이런 주장을 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을 하면 성공하지 못하니까 학자든 장사꾼이든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것에 더 관심을 갖자 라는 얘기였다....라고 일단 마무리를 하고 번역으로 얘기의 장을 옮겨보자.............. 내가 해석한 글과 관련해서는 번역보다는 해석이라는 말을 사용하겠다. 일단 해석한 내용을 우리말과 좀 더 비슷하게 다듬는 과정까지 포함을 하면 번역이란 말을 쓸 수 있겠지만 이에 연관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더 좁은 내포를 지닌 해석이란 말이 적당할 듯싶다...................... 해석이 제대로 된 책인지는 대개의 경우 앞 첫 장만 살펴보면 알 수가 있다. 원저자든, 그 책을 이차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든 대개는 그 책의 축소판인 서장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기 마련이다. 책의 첫 단추를 꿰는 부분에서 그 책을 통해하고 싶은 말이나 해석의 능력이 다 압축되어 노정되기 때문이다. 거꾸로, 첫 장에서 방향을 잘 못 잡으면 내내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쉽다. 블랙스완은 이론, 논리에 관한 책이다. 중간에 엉뚱한 해석이 끼어들면 sidetrack을 당한 독자들이 정신을 수습하고 글 전체의 흐름에 다시 끼어들 수 있기 까지 꽤 긴 기간 동안 혼란스러움을 겪게 된다. 책이 시작되면서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라는 번역의 문제로 넘기며 읽어나간다. 예를 들면 번역서 24 페이지 2째 줄에는 “The central idea of this book concerns our blindness with respect to randomness, particularly the large deviations: Why do we, scientists or nonscientists, hotshots or regular Joes, tend to see the pennies instead of the dollars?” 라는 문장을 “이 책의 중심 주제는 무작위성에 대해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맹목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맹목성과 무작위성이 크게 발휘되는 문제들을 살펴보려 한다. ~” 라고 해석을 했는데, 내 생각에는 “이 책의 중심주제는 아무 연고 없이 생기는 일 들, 그중에서도 특히 기존의 지식으로는 미처 예견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우리가 너무 무지하다는 것에 관한 것이다.”라고 해석하면 좀 더 가독성이 있을 것 같다. 25페이지 아래에서 두 번째 줄에는 “인간의 투기 활동에서 수익은 일반적 기대수준에 반비례한다.” 라는 도박사나 부동산 투기꾼이 할 법한 생뚱맞은 말이 나와서 원문을 찾아보니 “The payoff of a human venture is, in general, inversely proportional to what it is expected to be.” 라는 문장이었다. 제 대로 해석을 하자면 “사람들이 하는 일들에 있어 미처 남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일을 할수록 큰 성공을 거두는 법이다.” 쯤이 되겠다. 몇 페이지가 이렇게 넘어가고 긴장이 풀리면서일까, 본격적인 오역이 26페이지에서 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원문: Our inability to predict in environments subjected to the Black Swan, coupled with a general lack of the awareness of this state of affairs, means that certain professionals, while believing they are experts, are in fact not.) 이 문장에서 블랙스완 현상의 지배 또는 영향을 받는 것은 environments 이지 our inability가 아니다. Environments도 여기에서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상황, 여건의 의미이겠지.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란 해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짐작조차할 수가 없다. (역서: 26페이지 아래에서 5째 줄: 예측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무능력도 역시 검은 백조 원리에 지배되는데, 환경문제를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태도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안 번역: 이러한 형편들에 관해 우리가 전체적으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과 블랙스완의 영향을 받는 상황 하에서 우리가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이 없다는 것은 자신들은 스스로 전문가라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원문: The strategy for the discoverers and entrepreneurs is to rely less on top-down planning and focus on maximum tinkering and recognizing opportunities when they present themselves.) 왜 when이란 접속사를 until로 해석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 단어 하나 때문에 생기는 문장의 의미 차이는 가공할 만하다. 역서대로의 해석을 따르자면 discoverers와 entrepreneurs 는 기회들이 나타날 때까지 준비하는 마음으로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지만 원래의 문장은 기회들이 나타났을 때 그것들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궁구하여 제대로 알아보는데 힘써야한다는 뜻이다. (역서: 27페이지 11째 줄: 탐사나 경영은 하향식 계획에 의존하는 대신 기회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 까지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제안 번역: 탐구가와 사업가들은 하향식의 계획에 기대는 방법보다는 기회들이 나타났을 때 그것들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궁구하여 제대로 알아보는데 힘써야한다.) 이것도 일종의 원심력일까? 뒤 페이지로 갈수록 오역이 마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 같다. (원문: What did people learn from the 9/11 episode? Did they learn that some events, owing to their dynamics, stand largely outside the realm of the predictable? No.) (역서: 27페이지 아래에서 3째 줄: 우리는 9.11테러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사건도 일단 발동하기 시작하면 현실로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까? 천만에.) 문장의 기본 구조는 some events stands outside predictable realm, 즉 어떤 사건들은 우리가 미리 예측할 수 없었다는 얘기이다. “일단 발동하기 시작하면 현실로 벌어질 수 있다는”라는 역서의 해석은 “owing to their dynamics”란 부분을 엉뚱하게 해석한 것이거나 역자가 나름대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설명을 붙여 놓은 것 같은데 나로서는 요령부득의 문장이다. “owing to their dynamics는 ”events들이 생기게 된 맥락, 사정, 그 뒤에 있는 힘들, 동인들 때문에”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제안 번역: 우리는 9.11테러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어떤 사건들은 그것들을 일어나게 만든 배후의 고유한 사정들 때문에 거의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을 배웠을까? 천만에.) (원문: What did they figure out? They learned precise rules for avoiding Islamic prototerrorists and tall buildings. Many keep reminding me that it is important for us to be practical and take tangible steps rather than to "theorize" about knowledge.) (역서: 28페이지 1째 줄: 지금 9.11의 교훈으로 어떤 것들이 거론되고 있는지 한 번 보라.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고층빌딩에서 일을 벌이지 못하게 할 세밀한 규칙을 얻어냈다는 것,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교훈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지식을 ‘이론화’하는 것보다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void는 내가 무엇을 피하는 것이지 남이 무엇을 못하게 한다는 의미는 없다. 다시 말해 “avoiding Islamic prototerrorists and tall buildings”는 테러리스트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테러의 타겟이 될 수 있는 큰 빌딩을 피하는 것이지 “테러리스트들이 일을 벌이지 못하게” 무엇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역이 가중되면 역자가 전체적인 글의 맥락을 잊어버리고 저자와 반대 입장에 있는 주장을 저자의 입에 물리기도 한다. “더 중요하다고”말하는 주체는 they, 즉 교훈을 얻었을 미국인들이나 many, 즉 저자가 조소하고 있는 지나치게 세밀하고 짜잔한 rules이지 '나'는 아니다. (제안 번역: 지금 9.11의 교훈으로 어떤 것들이 거론되고 있는지 한 번 보라. 미국민들은 기껏해야 테러리스트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테러의 타겟이 될 수 있는 큰 빌딩을 피하라는 짜잔한 행동규칙들을 얻었을 뿐이다. 그것들은 지식에 대해 “이론”을 세우는 것보다는 지금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조치들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계속 나에게 상기시킨다.) (원문: The French had been excellent students of history; they just learned with too much precision. They were too practical and exceedingly focused for their own safety.) 같은 맥락의 이야기들이 계속 연결되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과거 경험했던 독일과의 전쟁에 대해 너무 세밀한 분석을 하고 연구를 한 것이 오히려 정작 자신들의 안전이라는 애초의 목적을 잊고 그에 반하는 행동, 과거 독일의 공격로였던 길을 따라 마지노선 이라는 방벽을 구축하는 멍청한 짓을 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역서: 28페이지 9째 줄: 프랑스인들은 역사학에서는 우등생이었다. 그들은 너무 세세한 것들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들은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에 집착했고, 자신들의 자신들의 안전에 골몰하느라 신경이 너무 곤두서 있었다) 이쯤되면 원문의 단어들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손을 넣어 집히는 대로 해석을 하자는 것인가? (제안 번역: 프랑스인들은 역사에 관한한 아주 우수한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정밀한 공부를 했다. 과거의 역사에 집착하고 그에 맞는 실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느라 정작 그들의 안전이라는 문제에 해를 끼쳤다.) 이하 생략 http://blog.naver.com/as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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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Sedaris는 미국에서 폭 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gay 작가입니다.  궂이 그의 성적 정체성을 밝혀 놓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이 곳에 번역해 놓은 글은 그의 최신 에세이집 "When you are engulfed in flames"중에서 첫 번째 글 "It's catching"입니다 

그래서 내가 극장엘 가지 않았겠니, 근데 의자 등받이에 옷을 펼쳐 걸어놓고 나자마자 남자가 다가오는 거야, 그래서..”  이야기가 대목에 이르렀을 나는 팻시의 말을 막았다.  평소 외투를 걸쳐놓는 문제에 관해 그렇게 그녀가 유난스럽게 구는지 진작부터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극장에 가면 나는 외투를 접어 무릎 위에 올려 놓거나 팔걸이 위에 걸쳐 놓지만, 마치 의자 등받이가 추위에 떠는 것이 애처로워 연극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걱정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그녀는 항상 외투를 활짝 펼쳐서 위에 걸쳐놓곤 했었다.  

질문에 그녀는 당연히 세균들 때문이지, 바보야.  생각해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머리를 대고 있었겠니?  어휴, 생각만해도 몸이 근질근질하다.”라고 대답했고, 듣고 보니 확실히 나는 이제껏 그런 생각을 본적은 없었던 같다.

호텔에 가면 침대덮개에 그냥 눕는 아니지?” 그녀가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그게 어때서?  입에 집어넣고 빨지는 않지만 위에 벌렁 누워 전화 통부터 하는 호텔 방에 들어가면 내가 의례 하는 일인데.

하지만 통화 전에 수화기는 닦고 하는 거지?”

글쎄,,,,그런 적은 없는데.”

얘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아?”그녀가 말했다.

누이 리사도 비슷한 얘길 했었다.  이전에 함께 장을 보러 갔을 그녀가 카트를 팔꿈치로 밀고 다니길래 그게 대체 짓이냐고 물어보자  어떻게 손으로 카트 손잡이를 잡아?  완전 세균 덩어리일 텐데,,”라고 말했었다.

미국인들만 지나치게 결벽증이 있는 걸까?  아니면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마찬가지 일까?  일전에 파리에 있을 동네 슈퍼마켓에서 남자손님이 거의 어린 독수리만한 앵무새를 카트 손잡이 위에 올려 앉힌 채로 쇼핑을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이야기를 리사에게 해주자 !, 앵무새 발에 무슨 병이 있었을지 알아.”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앵무새를 데리고 슈퍼에 올까.  평생을 슈퍼에 다녀봤어도 정육점코너를 아이쇼핑하던 희한한 앵무새를 때가 처음이었구만.

위생에 관련해 내가 하는 예방조치라고는 중고 옷을 빨아 입는 정도가 다이다. – 이것도 중고 바지를 그대로 입었다가 세면발이에 옮았던 후에 시작한 일이지만.  이십대 중반쯤 이었을 일이었는데, 친구 하나가 강제로 나를 약국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뼈가 드러날 때까지 사타구니를 긁어댔을 지도 모른다.  이름도 절묘하게 Quell(진압, 평정)이라고 붙인 약을 약국에서 받아 불두덩에 바른 후에 특별히 촘촘하게 살이 붙여진 빗으로 음모를 쓸어 내리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수주일 동안 살을 뜯어 먹으며 잔치를 벌여온 미세한 괴물들이 우수수 빗겨져 나왔던 것이다.  아마도 팻시나 리사는 극장의 좌석이나 슈퍼마켓 카트의 손잡이를 보면서 그런 징그러운 벌레들이 곳에서 우글대는 것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휴가 겪었던 것에 비하면 그쯤은 양반이다.  8 무렵 그는 콩고에 살았었는데 어느 보니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겼더란다.  모기에 물린 것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잖게 여기고 넘어갔는데 점점 주위가 아파지더니 삼일 되는 상처를 내려다보니 벌레가 대가리를 빼꼼히 내밀고 있더라는 것이다

후에는 엄마(나는 휴의 엄마, 죠안을 그냥 엄마라고 부른다) 같은 일을 겪었다.  엄마에게 생겼던 벌레는 휴의 것만큼 크지는 않았다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만약 내가 어렸을 우리 엄마 다리의 구멍에서 뭔가가 기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면 즉시 가까운 고아원으로 가서 나를 입양대기자 명단에 올려놨을 거다.  내가 가지고 있던 엄마의 사진이란 사진은 모두 불태워버리고 엄마가 내게 주웠던 물건들도 모두 없애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을 거다.  그만큼 일이 내겐 역겨웠다.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아빠의 경우는 그냥 저냥 봐줄만하겠지만 엄마, 아니 다른 누구든지 여자가 그렇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너무 남성중심적인 생각은 아니니?”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크리스마스를 같이 지내기 위해 파리에 와있었다.  리사와 그녀의 남편 밥도 우리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엄마는 개봉하고 선물들의 포장지들을 모아서 손으로 반듯하게 펴고 있었다.  그냥 기니벌레 유충이었을 뿐이야.  지역 사람들에겐 아주 흔한 일이란다.” 엄마는 부엌에서 거위에 열중해 있는 바라보았다.  얘야, 종이들을 어디에 두련?”

태워 버려요.” 휴가 대답했다.

그러기엔 너무 예쁜데, 정말 쓸거니?”

, 그냥 태워요.” 

발레라니 무슨 얘기에요?” 리사가 물었다.  아직 낮잠이 그녀는 소파에서 담요를 덮은 늘어져 있었다.  여기 계신 조안여사 다리에 벌레가 살고 있었다는 구나.” 내가 말하자 엄마는 포장지들을 화덕에 던져 넣으며 대답했다.  살고 있었던 정도는 아니구.”

하지만 진짜 안에 벌레가 있긴 했어요?” 리사가 되물었고 나는 순간 그녀의 머리 속에서 어떤 생각들이 오가기 시작하는지 있었다.  ( 여자가 쓰고 변기에 내가 바로 앉은 적은 없었을까?  그녀의 커피잔이나 접시를 모르고 사용하지는 않았나 모르겠네.  지금 신청하면 정밀신체 검사를 받을 있는 제일 빠른 날짜는 언제지? 병원들이 크리스마스에 열기는 하나? 아니면 이대로 내일까지 참아야 하나?)

아주 오래된 일인데,” 엄마가 대답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데요리사가 다시 물었다.

 글쎄, 아마 1968년쯤이었을까,”

그렇군요사람들이 복잡한 생각을 의례 하듯 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내가 도대체 얘기를 꺼냈을까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엄마를 바라보는 리사의 눈빛에서 그저 쳐다보는 아니라 엑스레이 기계처럼 리사가 그녀를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있었다.  엄마의 선명하게 얽힌 뼈들 너머에1968 이래 집을 떠난 적이 없는 수천 마리의 우글거리는 벌레들이 그녀에게 보이고 있을 것이었다.  나도 처음엔 그랬지만 15 정도 같이 지낸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엄마를 보면 그냥 엄마로만 보일 뿐이다. 

다림질하는 엄마, 설거지 하는 엄마,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엄마,,,,엄마는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 보탬이 되는 손님이 되려 노력했고 항상 뭔가 일이 없나 살폈다.

, 내가 일을 해도 괜찮겠니?” 엄마가 물을라치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언제나 물론이죠,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말하곤 한다.

자기가 우리 엄마한테 거실바닥을 무릎으로 기어 다니라고 했어?” 휴가 물으면 그렇게 말한 아니고, 구석에 쌓인 먼지를 닦으신다 길래 이왕 하실 거면 자세가 제일 맞는 자세라고 가르쳐드리긴 했어.”라는 대답이다.

엄마가 우리와 함께 있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된다.  집안의 모든 허드레 일을 엄마가 당연히 맡아 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흔들의자에 앉아 엄마가 진공청소기를 돌리며 지나갈 다리나 들어주면 뿐이다.  나로서는 굉장히 편하기는 하지만 별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가구들을 지하실로 옮기는 같은 힘든 일을 그녀가 때는 꼴이 더욱 가관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엄마의 생각이었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말로 사용하지 않는 옷장을 조만간 누군가 아래로 내려놓아야 할텐데라고 말한 밖에는 없다.  정말로 엄마를 염두에 두고 말을 것은 아니었다.  비록 엄마가7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들인 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정정하기는 하지만.  켄터키주 출신인 그녀는 힘든 일들을 척척 해치운다.  왕년에 장작 깨나 패고 물지게 깨나 나르셨는지 그녀를 지켜보고 있으면 힘든 일들을 해내는 것이 마치 그녀의 천성인 같다.

단지 다른 사람들이 집에 때면 곤란하긴 한데,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지는 왜소한 체격의 여인을 그들이 보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팻시의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리사와 밥의 경우에도 그랬다.  매일 저녁 그들 부부는 저녁을 먹으러 건너 왔었는데 때마다 엄마는 이들의 코트를 받아 걸어 주었고 다음에는 냅킨을 다리고 식탁을 정돈하셨다.  식전에 우리들에게 음료수를 돌린 다음에는 휴를 도와주기 위해 부엌으로 가는 엄마의 다음의 순서였다.

오빤 정말 복이 터졌네.” 리사가 재털이를 비우러 나가시는 엄마를 보고는 한숨 섞인 푸념을 했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최근에 실버타운에 입주를 하셨었는데 노인들이란 말은 에도 내게 하고 입주자들을 백발의 맹호들이라고 부르는 그런 곳이었다.  우리 시어머니도 정말 좋긴 하시지만 휴의 어머니는 정말이지 굉장하신 같아.  벌레들에게 먹히신 적까지 있었다면서 어떻게,,,”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벌레들이 그녀를 먹은 아니야.” 내가 말했다.

 그럼 벌레들이 먹고 살았다는 거야?   도시락이라도 싸갔다는 거야?”

그녀의 말이 맞다 치면 기니벌레들은 사람의 어떤 부분을 먹는 걸까?  몰라도 지방은 아닐 것이다.  지방이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벌레들이 엄마 근처에 가지도 않았을 테니까.  엄마는 기껏해야 40킬로그램이나 될까 말까 했고 그녀가 고교 졸업파티에 입었던 드레스를 아직도 입을 정도였다.  벌레들이 원했던 근육도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벌레들이 엄마의 근육을 먹어 치웠다면 어떻게 힘든 집안 일들을 저렇게 척척 해낸단 말인가.  그럼 혈액일까?  그도 아니면 뼈에 구멍을 내고 골수를 빨아 마시는 걸까?  물어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돌아 오셨을 무렵에는 화제가 콜레스테롤로 바뀌어 있었다.  리사가 엄마에게 질문을 했다. “너무 개인적인 물어 보는 같긴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어떻게 되세요?”
 
그건 내가 끼어들 없는 대화 주제들 중의 하나였다.  이제껏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해 본적도 없거니와 솔직히 말하자면 콜레스테롤이 무언지도 모른다.  단어를 들을 때마다 왠지 손으로 직접 만든 건더기가 들어있는 묽은 육즙이 상상될 뿐이다.  

피시 오일 드셔 보신적 있으세요?  그걸 먹더니 밥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38에서 22 떨어졌다니까요.  그걸 먹기 전에는 리피토를 복용하고 있었거든요.”  리사는 인간에게 알려진 모든 병들과 치료제들의 이름을 알고 있는데 스스로 독학을 해서 알게 치고는 굉장한 수준이었다.  셀레브렉스, 플렉세릴, 염산옥시코돈을 처방해야 하는 선천성 비늘증, 화골성 근염, 척추 전방 전위증 등등.  진찰대기실에서 보내는 엄청난 시간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곳에 비치된 잡지란 잡지는 들춰보기 때문에 이제껏 잡지 사볼 일이 없지 않았냐고 내가 농담을 하자 리사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얼마냐고 물었다.  양반아, 의사 찾아가보셔. 오빠도 이젠 오빠 생각만큼 젊지가 않다니까.  그리고 김에 사마귀도 봐달라고 하고.”

거위구이 냄새가 솔솔 풍겨나는, 따뜻하게 벽난로에 불이 지펴진 아파트에서 따위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얘깃거리는 없니?  가령, 최근에 일어난 재미있는 사고소식 같은 말이야.”

, 딱히 사고소식은 아닌데, 오빠 그거 알고 있었어? 매년 5 명이나 되는 어린애들이 놀라서 죽는다는 ?”  엉뚱한 얘기냐 싶은 우리 표정을 보자 리사는 덮고 있던 담요를 접어 젖히고 정색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조그만 여자 애들이 아빠, 엄마하고 복도에서 장난치면서 때가 있잖아.  그런 흔히 아빠가 모서리에 숨어 있다가 어흥이든 애비 소리지르면서 애들 앞에 튀어 나오잖아, 바로 애들이 기절해서는 정말로 죽어버린다는 아니야.”

정말 듣고 싶지 않은 얘기네.” 엄마가 말했다.

그렇죠? 저도 별로 하고 싶은 얘기는 아닌데, 아무튼 그런 일이 일년에 5 번이나 일어난 데네요.” 리사가 대답했다.

미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거요, 사돈?” 엄마가 묻자 리사가 방에 있는 남편을 불렀다.  여보, 매년 5 명씩 아이들이 놀라 죽는 미국에서 그렇다는 거에요, 세계에서 통틀어 그렇다는 거에요?”  대꾸가 없자 리사는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사고숫자 같다고 말하면서 그것도 아마 전부 다는 아닐 거에요.  어떤 부모들이 자기들 입으로 그런 사고들을 자백하고 싶겠어요?  아마 다른 이유들을 둘러 대겠지요.”라고 추정했다.

 가엾은 것들,”엄마가 말했다.

부모들은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리사가 덧붙였다. “상상도 안되요

그렇게 죽는 애들이나 죽게 만든 부모들이나 모두 딱한 사람들이지만 그런 일을 겪고도 살아 남는 아이들, 혹은 사고를 당한 아이들의 빈자리에 들어서게 되는 아이들은 후로 얼마나 놀라움이 철저히 통제된 환경에서 살게 될지 궁금했다. “, 캐틀린 넘버2, 잘들어.  우리가 집에 도착하면 가구들 뒤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생일 축하해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뛰쳐 나올 거야.  네가 너무 흥분할 까봐 미리 가르쳐주는 거야, 알았지?”

놀라울 일도 없고, 짓궂은 장난을 치는 사람도 없고, 예상치 못한 일은 전혀 없는 그런 환경, 하지만 부모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언젠가는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 엔진에서 폭음을 내는 자동차들에 놀라야 하고 그에 못잖은 인간들을 상대해야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 우리가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았을 우리의 다리에 뚫고 들어간 구멍에서 꼬물거리는 고추처럼 생긴 슬픈 벌레의 머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고도 살아 남는다면 일을 겪어내지 못하겠는가.  휴와 엄마는 그런 일을 겪고도 살았고 오히려 강해진 듯싶다.  휴의 집안 사람들은 나보다는 강골이다.  거위를 요리하고 가구들을 옮기고 중고품 옷을 세탁해서 끔찍한 벌레들을 없애는 일들은 그들이 해야 한다.  만약 그들을 놀라서 까무러치게 일이 생기면 주저 없이 미력을 더해 그들을 돕겠다.  때까지는 누이와 같이 소파에 편하게 자리잡고 앉아서 커피를 달라는 표시로 커피잔을 공중에 흔들 것이다.

 

It's Catching

My friend Patsy was telling me a story. "So I'm at the movie theater," she said, "and I've got my coat all neatly laid out against the back of my seat, when this guy comes along —" And here I stopped her, because I've always wondered about this coat business. When I'm in a theater, I either fold mine in my lap or throw it over my armrest, but Patsy always spreads hers out, acting as if the seat back were cold, and she couldn't possibly enjoy herself while it was suffering.

"Why do you do that?" I asked, and she looked at me, saying, "Germs, silly. Think of all the people who have rested their heads there. Doesn't it just give you the creeps?" I admitted that it had never occurred to me.

"Well, you'd never lie on a hotel bedspread, would you?" she asked, and again: Why not? I might not put it in my mouth, but to lie back and make a few phone calls — I do it all the time.

"But you wash the phone first, right?"

"Umm. No."

"Well, that is just ... dangerous," she said.

In a similar vein, I was at the grocery store with my sister Lisa and I noticed her pushing the cart with her forearms.

"What's up?" I asked.

"Oh," she said, "you don't ever want to touch the handle of a grocery cart with your bare hands. These things are crawling with germs."

Is it just Americans, or does everyone think this way? In Paris once, I went to my neighborhood supermarket and saw a man shopping with his cockatiel, which was the size of a teenage eagle and stood perched on the handle of his cart.

I told this to Lisa, and she said, "See! There's no telling what foot diseases that bird might have." She had a point, but it's not like everyone takes a cockatiel to the grocery store. A lifetime of shopping, and this was the first exotic bird I'd ever seen browsing the meat counter.

The only preventive thing I do is wash clothes after buying them in a thrift shop — this after catching crabs from a pair of used pants. I was in my midtwenties at the time and probably would have itched myself all the way to the bone had a friend not taken me to a drugstore, where I got a bottle of something called Quell. After applying it, I raked through my pubic hair with a special nit comb, and what I came away with was a real eye-opener: these little monsters who'd been feasting for weeks on my flesh. I guess they're what Patsy imagines when she looks at a theater seat, what Lisa sees lurking on the handle of a grocery cart.

They're minor, though, compared with what Hugh had. He was eight years old and living in the Congo when he noticed a red spot on his leg. Nothing huge — a mosquito bite, he figured. The following day, the spot became more painful, and the day after that he looked down and saw a worm poking out.

A few weeks later, the same thing happened to Maw Hamrick, which is what I call Hugh's mother, Joan. Her worm was a bit shorter than her son's, not that the size really matters. If I was a child and saw something creeping out of a hole in my mother's leg, I would march to the nearest orphanage and put myself up for adoption. I would burn all pictures of her, destroy anything she had ever given me, and start all over because that is simply disgusting. A dad can be crawling with parasites and somehow it's OK, but on a mom, or any woman, really, it's unforgivable.

"Well, that's sort of chauvinistic of you, don't you think?" Maw Hamrick said. She'd come to Paris for Christmas, as had Lisa and her husband, Bob. The gifts had been opened, and she was collecting the used wrapping paper and ironing it flat with her hands. "It was just a guinea worm. People got them all the time." She looked toward the kitchen, where Hugh was doing something to a goose. "Honey, where do you want me to put this paper?"

"Burn it," Hugh said.

"Oh, but it's so pretty. Are you sure you won't want to use it again?"

"Burn it," Hugh repeated.

"What's this about a worm?" Lisa asked. She was lying on the sofa with a blanket over her, still groggy from her nap.

"Joan here had a worm living inside her leg," I said, and Maw Hamrick threw a sheet of wrapping paper into the fire, saying, "Oh, I wouldn't call that living."

"But it was inside of you?" Lisa said, and I could see her wheels turning: Have I ever used the toilet after this woman? Have I ever touched her coffee cup, or eaten off her plate? How soon can I get tested? Are the hospitals open on Christmas Day, or will I have to wait until tomorrow?

"It was a long time ago," Joan said.

"Like, how long?" Lisa asked.

"I don't know — 1968, maybe."

My sister nodded, the way someone does when she's doing math in her head. "Right," she said, and I regretted having brought it up. She was no longer looking at Maw Hamrick but through her, seeing what an X-ray machine might: the stark puzzle of bones and, teeming within it, the thousands of worms who did not leave home in 1968. I used to see the same thing, but after fifteen years or so, I got over it, and now I just see Maw Hamrick. Maw Hamrick ironing, Maw Hamrick doing the dishes, Maw Hamrick taking out the trash. She wants to be a good houseguest and is always looking for something to do.

"Can I maybe ...?" she asks, and before she's finished I answer yes, by all means.

"Did you tell my mother to crawl on her hands and knees across the living room floor?" Hugh asks, and I say, "Well, no, not exactly. I just suggested that if she was going to dust the baseboards, that would be the best way to do it."

When Maw Hamrick's around, I don't lift a finger. All my chores go automatically to her, and I just sit in a rocker, raising my feet every now and then so she can pass the vacuum. It's incredibly relaxing, but it doesn't make me look very good, especially if she's doing something strenuous, carrying furniture to the basement, for instance, which again, was completely her idea. I just mentioned in passing that we rarely used the dresser, and that one of these days someone should take it downstairs. I didn't mean her, exactly, though at age seventy-six she's a lot stronger than Hugh gives her credit for. Coming from Kentucky, she's used to a hard day's work. Choppin', totin', all those activities with a dropped g: the way I figure it, these things are in her genes.

It's only a problem when other people are around, and they see this slight, white-haired woman with sweat running down her forehead. Lisa and Bob, for instance, who were staying in Patsy's empty apartment. Every night they'd come over for dinner, and Maw Hamrick would hang up their coats before ironing the napkins and setting the table. Then she'd serve drinks and head into the kitchen to help Hugh.

"You really lucked out," Lisa said, sighing, as Joan rushed to empty my ashtray. Her mother-in-law had recently moved into an assisted living development, the sort of place that's renounced the word "seniors" and refers to the residents as "graying tigers." "I love Bob's mom to death, but Hugh's — my God! And to think that she was eaten by worms."

"Well, they didn't technically eat her," I said.

"Then what were they living on? Are you telling me they brought their own food?"

I guessed that she was right, but what do guinea worms eat? Certainly not fat, or they'd never have gone to Joan, who weighs ninety pounds, tops, and can still fit into her prom gown. Not muscle, or she'd never be able to take over my chores. Do they drink blood? Drill holes in bone and sop up the marrow? I meant to ask, but when Maw Hamrick returned to the living room the topic immediately turned to cholesterol, Lisa saying, "I don't mean to pry, Joan, but what is your level?"

It was one of those conversations I was destined to be left out of. Not only have I never been tested, I'm not sure what cholesterol actually is. I hear the word and imagine a pale gravy, made by hand, with lumps in it.

"Have you tried fish oil?" Lisa asked. "That brought Bob's level from three-eighty to two-twenty. Before that, he was on Lipitor." My sister knows the name and corresponding medication for every disease known to man, an impressive feat given that she's completely self-taught. Congenital ichthyosis, myositis ossificans, spondylolisthesis, calling for Cel e brex, Flexeril, oxycodone hydrochloride. I joked that she'd never bought a magazine in her life, that she reads them for free in doctors' waiting rooms, and she asked what my cholesterol level was. "You better see a doctor, mister, because you're not as young as you think you are. And while you're there, you might want to have those moles looked at."

It's nothing I wanted to think about, especially on Christmas, with a fire in the fireplace, the apartment smelling of goose. "Let's talk about accidents instead," I said. "Heard of any good ones?"

"Well, it's not exactly an accident," Lisa said, "but did you know that every year five thousand children are startled to death?" It was a difficult concept to grasp, so she threw off her blanket and acted it out. "Say a little girl is running down the hall, playing with her parents, and the dad pops up from behind a corner, saying 'Boo!' or 'Gotcha!' or whatever. Well, it turns out that that child can actually collapse and die."

"I don't like that one bit," Maw Hamrick said.

"Well, no, neither do I," Lisa said. "I'm just saying that it happens at least five thousand times a year."

"In America or the world over?" Maw Hamrick asked, and my sister called to her husband in the other room. "Bob, are five thousand children a year startled to death in the United States or in the entire world put together?" He didn't answer, so Lisa decided it was just the United States. "And those are just the reported cases," she said. "A lot of parents probably don't want to own up to it, so their kids' deaths are attributed to something else."

"Those poor children," Maw Hamrick said.

"And the parents!" Lisa added. "Can you imagine?"

Both groups are tragic, but I was wondering about the surviving children, or, even worse, the replacements, raised in an atmosphere of preventive sobriety. "All right, now, Caitlin Two, when we get home a great many people are going to jump out from behind the furniture and yell 'Happy Birthday!' I'm telling you now because I don't want you to get too worked up about it."

No surprises, no practical jokes, nothing unexpected, but a parent can't control everything, and there's still the outside world to contend with, a world of backfiring cars and their human equivalents.

Maybe one day you'll look down and see a worm, waving its sad, penile head from a hatch it has bored in your leg. If that won't stop your heart, I don't know what will, but Hugh and his mother seem to have survived. Thrived, even. The Hamricks are made of stronger stuff than I am. That's why I let them cook the goose, move the furniture, launder the hideous creatures from my secondhand clothing. If anything were to startle them to death, it would be my offer to pitch in, and so I settle back on the sofa with my sister and wave my coffee cup in the air, signaling for another ref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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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in fact, the ultimate strength of Greene's books that he shows us the hazards of compassion. We all know, from works like Hamlet, how analysis is paralysis and the ability to see every side of every issue prevents us from taking any side at all. The tragic import of Greene's work is that understanding can do the same: he could so easily see the pain of the people he was supposed to punish that he could not bear to come down hard on them. He became hostage to his own sympathies and railed at pity with the fury of one who was its captive. The most sobering lesson of Greene's fiction is that sleeping with the enemy is most with us when we're sleeping alone; and that even God, faced with a wounded murderer, might sometimes feel himself agnostic.

사실, 연민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에서 그린의 책들은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너무 분석에 골몰하다 보면 결국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문제의 모든 측면을 다 고려하다 보면 어느 쪽으로든 우리의 입장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햄릿같은 작품들을 통해 익히 알고있다.  그린의 저술의 의미는 비극적이게도 이해를 한다는 것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은 그가 비난을 해야 할 사람들의 고통조차 너무 쉽게 자연스럽게 알아보게 되고 그래서 그들에 대해 가혹한 공격을 해댈 수가 없었다.  그는 동정심의 포로가되어 버렸고, 동정심에 사로잡힌 자에게 가능한 알량한 분노를 가지고 연민을 비난했다.  우리가 홀로 잠들 때 사실 우리는 적과의 동침을 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린의 소설은 진지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상처받은 살인자를 대면하면 신조차 불가지론적이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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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수차원의, 그래서 더 명백한 오역들을 짚어 봅니다.

번역본 19쪽에는 캐나다에 대한 주인공의 심정을 설명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인도에 있는 고향, Pondicherry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지만 자신이 새로 살게 된 땅에 대한 유머러스한 평가와 함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제 2의 고향, 캐나다에 대한 주인공의 애착을 고백하는 장면이죠.

excerpt: It is a great country much too cold for good sense, inhabited by compassionate, intelligent people with bad hairdos. Anyway, I have nothing to go home to in Pondicherry.

공경희씨 번역: 캐나다는 너무 추워 정신을 차리기 차리기 힘든 대단한 곳이고, 헤어스타일이 제멋대로인 선량하고 지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어쨌거나 폰디체리에는 내 마음이 젖어들 만한 게 없다.


허리케인에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 대한 신문 기사에서 흔히 보이지만 (ex: People actually have nothing to go home to. Your heart goes out to them) ‘have nothing to go home to’는 돌아갈 거처가 없다는 숙어적인 표현이죠. “어쨌거나 폰디체리에는 돌아갈 일가친척 하나 없었다”정도로 번역이 되었어야 할 것 같습니다. Come home to란 숙어가 ‘~이 절실히 느껴지다, 가슴에 사무치다’의 뜻으로 쓰이고 Bring something home to a person이 ‘~에게 간절히 호소하다, ~에게 ~을 절실히 자각시키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 때문에 “내 마음이 젖어들”이란 표현이 나오지 않았을까 거꾸로 추론도 해봤습니다.



번역본 19쪽에 주인공이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인도식당에 갔을 때 겪었던 일을 묘사하고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신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방식대로 손을 이용해 음식을 먹다가 이제 막 인도에서 온 무지랭이냐는 식의 업신여김을 받고 주인공이 충격을 받는 내용입니다.

excerpt: My hands trembled. My somber lost its taste.

공경희씨 번역: 손이 떨렸다. 큰사슴 고기가 맛이 없어졌다.

보트에서의 생활의 영향으로 주인공이 육식의 습관을 들인 걸까요?
Sambar를 네이버 사전에서 검색해보면 동남아시아산(産)의 세 갈래 뿔을 가진 큰 사슴이라고도 나와있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야채와 콩가루, 카레가루 등을 주재료로 한 채식주의자들이 좋아하는 요리 이름입니다.



챕터 2는 7줄의 짧은 분량으로, 저자가 이 책의 실제 주인공인 Piscine Molitor Patel을 처음 본 느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끝 부분에 다음 문장이 나옵니다.

excerpt: Speaks quickly, hands flitting about. No small talk. He launches forth.

공경희씨 번역: 손을 움직이면서 빨리 말한다. 잡담은 하지 않는다. 그가 앞으로 나아간다.

졸역: 손을 움직이면서 빨리 말한다. 잡담은 하지 않는다. 지체 없이 그가 말을 시작한다.

Launch forth에 ‘날려 보내다, 쏘아 보내다, 쏘아진 듯 나서다’의 의미도 있겠지만 위 컨텍스트에서는 ‘그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어색합니다. 위의 상황에서 처럼 어떤 사람이 말을 하는 동작을 설명할 때는 ‘launch forth’는 거리낌 없이, 구애됨 없이 긴 장광설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겠죠. 그냥 말을 시작하다란 의미만 건져도 될 것 같구요. 저 같으면 “지체 없이 그가 말을 시작한다”로 해석을 하겠습니다.



21페이지에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주인공의 친구이기도 한 마마지가 주인공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영을 가르치게 된 첫 날 바닷가로 주인공을 데리고 간 마마지가 바다를 가리켜 보이며 “이것이 너에게 주는 내 선물”이라고 말하죠.

excerpt: “And then he nearly drowned you”, claimed Mother.

공경희씨 번역: “이제 마마지가 널 물에 빠뜨릴 거다.”

졸역: “그 날 마마지가 널 거의 익사시킬 번 했단다.”어머니는 말하곤 했다”

nearly와 과거동사가 같이 쓰이면 ‘거의 ~할 번했다’로 해석을 해야겠죠.



다음엔 약간 미묘한 부분을 한 곳 살펴보겠습니다.

excerpt: Life is so beautiful that death has fallen in love with it, a jealous, possessive love that grabs at what it can. But life leaps over oblivion lightly, losing only a thing or two of no importance, and gloom is but the passing shadow of a cloud.

공경희씨 번역: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 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쥔다. 하지만 삶은 망각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를 놓친다. 우울은 구름의 그림자를 지나칠 뿐이고.

졸역: 삶이 아주 아름답기 때문에 죽음은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  죽음이 삶에 품은 사랑은 삶이 가진 모든 것을 질시하고무엇이든 삶에 관한 것이면 움켜쥐려는 소유적인 사랑이었다.  하지만 죽음이 삶에 대해 아무리 집착하더라도 망각으로 특징화되는 죽음을 삶은 가볍게 넘어선다. 물론 몇 가지 소소한 피해를 입긴 하지만, 삶이 경험하게 되는 우울함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같을 뿐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주인공의 이해가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삶이 아주 아름답기 때문에 죽음은 삶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이냐 하면 삶이 가진 모든 것을 질시하고 가능한 무엇이든 삶에 관한 것이면 움켜쥐려는 소유욕의 사랑이라는 것이죠. 번역에서처럼 사랑이 “시샘 많고 강박적인” 것이 아니고요. 하지만 죽음이 삶에 대해 이런 끈질긴 집착을 보이더라도 삶은 망각으로 특징화되는 죽음을 쉽게 넘어서죠. 물론 몇 가지 소소한 상실이 있긴 하겠지만,,,(제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들 중에는 시들어 가는 연인의 얼굴이나 전 같지 않은 입 맛 등도 그런 예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울은 구름의 그림자를 지나칠 뿐이고”란 대목도 이상합니다. 우울이 구름 그림자를 스쳐지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우울함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그토록 아름다운 삶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원래 의미 이겠지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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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11-18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제 블로그에 글 남기신 걸 보고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왔어요. 엉터리 번역들이 님 손에 된통 혼나게 생겼군요. 앞으로 종종 들릴게요.

수강생 2009-02-2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서로 파이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제 실력 탓인지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번역서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상승효과가 있더라구요.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파이파텔 2023-01-23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lauch forth는 지체없이 말을 시작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그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보입니다. 영어에 hold forth라는 표현이 있죠. 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말도 안되는 번역 ㅠ

파이파텔 2023-01-2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리고 oblivion은 망각이라기보다는 a state of nothingness의 의미같습니다. ˝삶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죽음을 가볍게 뛰어넘고˝라고 번역되었으면 싶고요. gloom은 우울함의 의미라기보다는 어둠의 의미같습니다. 죽음=어둠으로 비유하는 거죠. ˝죽음이라는 어둠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 같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