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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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은 왜 다르게 생겼을까?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는 제목처럼 이 생물들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일지라도 모든 생명체가 그렇게 생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다만 일본 저자의 번역본이고 또 생물학 자체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자포동물, 절지동물, 극피동물과 같은 기본적인 단어의 해석이 되지 않으니 좀 더 디테일한 내용의 이해를 요하는 본문도 상당히 까다롭게 느껴졌다.

 

본문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생물이 살아가는 방식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생명체는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고, 이유 없이 낭비하는 것이 없다. 공생하는 산호와 갈충조의 관계, 꽃잎의 잎이 5개인 이유, 물고기에게는 목이 없는 이유 등 지금껏 왜? 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던 자연의 신비를 깨달을 수 있다.

 

동물은 크게 34(문이란 강의 위, 계의 아래인 생물 분류 단위의 하나)으로 나뉘는데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5개의 문을 소개한다. 생물의 분류 기준조차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익한 지식서가 된다. 책의 제목 덕분에 임팩트가 큰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 중 성게와 불가사리는 극피동물, 메뚜기는 절지동물에 속한다.

 

극피동물은 약 7000여개의 개체가 속해있으며 다른 동물문과 쉽게 분간되는데 특히 별 모양의 몸은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다(p153). 이들은 별 모양의 형태를 하며 무수히 많은 관족과 껍데기가 눈에 띈다.

 

뇌도, 심장도, 혈관도, 폐도 없는 극피동물은 인간의 기준에선 상상할 수 없다. 해삼은 반으로 나누면 두 마리가 되며, 팔 하나에서 나머지 팔 모두를 재생하는 불가사리(p245)와 같은 극피동물은 중심이 되는 기관이 존재하는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이들을 지방분권형 체제로 표현한다.

 

성게의 가시는 밤송이의 것과 달리 껍데기 사이가 관절로 되어있어 움직이며 360도 어느 방향으로든 쓰러트릴 수 있다(p212). 성게의 껍데기는 인간의 두개골과 똑같이 만들어 졌다는 점도 특색 있다.

 

만져보았을 때 돌처럼 단단했던 불가사리가 부드럽게 변형한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몸이 관절 투성이라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다니! 내가 알지 못한 불가사리의 재발견이었다. 식물에게만 있다 여겨진 사포닌의 독성을 가졌으며 좌우대칭이 아닌 별모양으로 생긴 불가사리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비밀이 더 알고 싶다면 극피동물문을 정독하길 바란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동물 찬가 일곱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실제 수업시간 끝마다 불렀다고 한다. 생물학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각 장을 읽을 때마다 전 장의 내용이 흐릿했는데 동물 찬가는 말 그대로 기억해야 할 핵심을 가사로 담고 있어 요약도 되고 지난 내용도 상기할 수 있어 좋았다.

 

분명 쉬운 책은 아니다. 성게? 먹는 거! 메뚜기? 메뚜기 떼! 불가사리? 바다에 사는 거! 딱 이정도 지식만 있는 나에게는 조금 하드한 난이도였지만 지금껏 알지 못했던 분야에 새롭게 눈을 뜬 느낌이다. 사실 우리가 전공자도 아니고 내용의 디테일을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 이것만 깨닫더라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생물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도 살 수 있을까? 가끔씩 의문만 가지고 답을 알지 못했던, 생물학과 담 쌓고 지낸 문과생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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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역사 - 지혜란 무엇인가? 지혜로운 이는 어떤 사람인가?
트레버 커노 지음, 정연우 옮김 / 한문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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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찾아서!

 

인간은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지혜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지혜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다. 다만 저자는 이 책에서 지혜와 관련된 사람을 다루었다. 지혜는 사람에 의해 발현된다는 전제로 이 책은 시작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혜를 상징하는 신은 항상 존재해왔다.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자를 지혜의 신이라 칭했고 그들은 신화 속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지혜로운 인간도 마찬가지다. 지혜를 가진 사람 혹은 신은 시련이 닥쳤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여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로 평가받았다.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은 문학은 대대손손 대를 이어 전파되어 옛 선언들의 지혜를 후세에 길이길이 남겼다. 우화, 동화, 비유담 등 수많은 종류로 이야기로 지혜를 담으려 했으나 책을 읽는 것만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교훈을 얻는다.

 

현대의 지혜는 과거의 점성술, 마법과 달리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사회과학적 영역의 분야라 여겼던 지혜가 이제는 자연과학으로 널리 퍼져 새로운 연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지혜와 관련된 속담 혹은 격언은 정말 많다. 어떤 현자들은 자신의 사상을 글로 남기는 것을 원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구전을 통해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교훈 문학에서 말했듯이 지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글은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못하기에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 답을 구한다.

 

모든 인류는 지혜를 갈망한다. 하지만 지혜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은 하지 않았다. <지혜의 역사>의 저자 트레버 커노는 어렴풋하게 의미를 지녔던 지혜에 대해 깊게 파고든다. 지혜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망하며 지혜의 근원이 어디인지, 또한 미래의 지혜는 어떤 것일지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관점에서 지혜를 바라본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왜 인류가 지혜를 바라는지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지혜의 역사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뿌리 깊게 자리함을 느낄 수 있다. 알면 알수록 손에 잡히지 않는 방대한 분야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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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 - 고전에서 찾아낸 뜻밖의 옛 이야기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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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이 기록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를 찾아서

 

실록은 정사, 그 이외의 것은 야사라고 한다. 실록에 기록된 역사가 아니면 그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설을 할 때 이런 말도 있다는 카터라 정도로 언급을 한다. 하지만 실록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역사란 존재할 수 없으며 한 인물의 일생에 대한 평가이기에 기록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배재될 수 없다. 또한 수정실록이란 것이 있을 만큼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쓰인다. 공식적인 기록인 실록이 아닌 개인이 저술한 책은 주관적이지만 실록이 차마 담지 못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넣을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도 공식 보도 자료와 여론이 상이한데, 수 백 년 전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거다. 배한철 기자의 <역사, 선비의 서재의 들다>는 실록이 기록하지 않은 또 다른 역사를 재밌게 풀어낸다. 정사에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고 싶다면 당장 펼쳐보길 바란다.

 

성군으로 알려졌지만 미복잠행과 술을 즐기며, 열수 앞을 내다봐 증손녀의 사윗감을 골랐던 세종. 스스로 빨래를 할 만큼 검소했던 헌종. 금욕주의자였던 문종. 우리가 상상했던 위엄 있는 왕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지존의 삶은 임금도 사람이었다는 걸 느끼게 한다.

 

정조가 오래 살았더라면 조선은 달라졌을까 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조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정조가 어떤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리 깊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성리학의 이념을 고수한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평은 조금은 충격이었다. 우리에게 있어 정조는 굉장히 혁신적이며 개혁적인 측면이 더 많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정조가 진실이라면 이미 기울어진 조선의 국운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지만 그나마 우리의 체제를 개편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시기로 손꼽는 때가 정조 때였는데, 조금은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 역사가 자랑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기술의 풍요는 너무 늦게 찾아왔다. 기술직을 천시하던 풍토는 바늘조차 없는 후퇴한 국가가 되었고, 백의민족의 이면을 알게 되니 더 이상 긍정적인 어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던 그 시대의 선비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 답답할 노릇이다.

 

사관의 입장에서는 너무 사소하거나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거나 혹은 불리하게 느껴지는 내용은 공식적인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48권의 고전 속에서 찾아낸 역사는 이해타산을 떠나 저자가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서술을 하여 더욱더 생생하게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위인들의 일화, 여인들의 고달픈 삶, 조선의 다양한 문화, 외국인의 눈으로 본 조선 등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역사를 알고 싶다면 <역사, 선비의 서재에 들다>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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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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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다

 

빈센트 반 고흐,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에게는 그저 이해하기 어려운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긴 미치광이 화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었다. 네덜란드에 갔었지만 반 고흐 박물관은 굳이 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만큼 무관심했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빈센트를 향한 나의 무관심은 정여울 작가의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읽고는 180도 바뀌었다. 화가 빈센트뿐만 아니라 인간 빈센트의 불안정함, 그럼에도 살아가고자 했던 강인한 그의 의지가 나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를 단지 광기어린 화가로만 기억했던 내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그의 작품이 왜 후세에 재평가 되었는지 이제는 알 수 있다.

 

정여울 작가가 쓴 반 고흐 에세이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읽다보면 빈센트를 향한 저자의 애정이 절로 느껴진다. 사소하고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의미를 두어 빈센트의 생을 이해하고자 했으며 일평생 애정을 갈구했던 그를 온전히 이해해준 사람이 없었음을 안타까워한다. 아마 빈센트 생애, 저자와 같은 사람이 해바라기처럼 있었다면 그의 예술혼은 더욱더 안정적으로 꽃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이전까지는 내게 큰 의미를 주지 못했던 그의 명작들이 저자의 글을 통해 내게 새롭게 피어났다. 어두침침하고 구질구질하다 여겼던 감자 먹는 사람들, 무슨 생각으로 그렸을지 이해할 수 없었던 수많은 자화상들, 왜 유명한지 모르겠던 해바라기. 그림을 보는 순간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어둡고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슬픔에 질식할 것 같던 그의 그림이 보낸 메시지가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외로운 그의 영혼이 외치는 울림이, 왜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며 감동을 받는지. 나도 이제는 빈센트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모델조차 쉽게 구할 수 없었던 무능한 화가, 그 누구보다도 안정을 바랐고 동생 테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으며 같은 예술가들과 함께 어울리며 인정받고 싶었던.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살아생전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 그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루고자 하는 것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날이 갈수록 자신의 무능력에 치를 떨었을 테다. 진심을 다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거절밖에 남지 않았을 때, 자신을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 한다는걸 느꼈을 때, 그는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을까.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자른 미치광이 예술가라는 프레임에 갇혀 그가 어떤 생각이었을까 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이해하려 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빈센트를 한 인간으로 바라보며 그의 작품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이 책 덕분이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맹목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알지 못하는 빈센트가 더더욱 궁금해진다. 그는 비록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지만 육신의 소멸이 영원한 소멸이 아니라는 걸, 사람의 정신은 후세에 길이길이 남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 지금 내가 세상이 막막한 것처럼 빈센트도 그랬을 거다. 세상이 뭐라 평하든 결국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나의 뜻을 꺾지 않는 것이 나를 위한 길이라는 걸 빈센트의 삶을 통해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새벽 감성도 아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자주 눈시울을 붉혔다.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다면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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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 수채 컬러링 북
다나 폭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불광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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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돌아가는 수채 컬러링북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명 똥손이다. 그림 그리는 건 고사하고 색칠하는 것도 내가 하면 안 예뻐서 어느 순간부턴가는 미술과 관련된 모든 걸 기피하게 되었다. 이런 내게 <수채 컬러링북 숲속에서>를 직접 해본다는 건 큰 결심이자 도전이었다.

 

이 책은 숲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내가 직접 칠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칠하는 방식도 한 가지가 아니라 웨트 온 드라이, 웨트 온 웨트, 털 그리기, 잉크 앤 워시 총 4가지로 숲속의 친구들을 표현할 수 있다. 밑그림 위에 그냥 칠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내게 수채 컬러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책 속에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처음에는 무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흐릿한 밑그림이 책 왼편에 자리 잡고 오른 편에는 어떤 색이 필요한지, 준비물과 칠하는 법과 완성된 예쁜 샘플이 칠해져있어 급 자신감을 상실하게 한다. 색칠하기에는 정답이란 없다는 걸 알지만 최대한 샘플과 비슷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랄까.

 

 

중학교 이후로 미술이란 걸 해본 적이 없으니 집에 제대로 된 물감이 있을 리가 만무해 다이소에 가서 물감을 사왔다. 그림에 설명된 샘플 색을 내보려고 이런 저런 색을 섞어보지만 재료의 한계를 느끼고 빠르게 포기한다. 그리고 나만의 색칠하기를 해본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땐 컬러링북을 하면서 샘플과 똑같이 칠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색을 골라 나만의 그림을 만들고 좋아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답처럼 보이는 게 있다면 무조건 그것과 비슷하게 하려는 창의력이 사라진 지금의 내가, 마음의 평안을 위한 취미 생활을 할 때도 불쑥 튀어나오다니. 조금은 씁쓸해졌다.

   

 

 

 

마구잡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서에 나온 순서에 맞춰, 하지만 나만의 색감을 찾아 을 칠하니 신기하게도 그간 나를 괴롭히던 많은 잡념들이 사라졌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을 따라 아름답게 핀 꽃을 상상하며 내 손으로 피어나게 하자 뿌듯함이 몰려왔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꽃이 완성되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집에 있는 재료가 붓과 물감밖에 없고 또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급상승해 이번에는 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다채로운 색감을 자랑하는 동물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이번에는 화방을 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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