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 수채 컬러링 북
다나 폭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불광출판사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동심으로 돌아가는 수채 컬러링북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명 똥손이다. 그림 그리는 건 고사하고 색칠하는 것도 내가 하면 안 예뻐서 어느 순간부턴가는 미술과 관련된 모든 걸 기피하게 되었다. 이런 내게 <수채 컬러링북 숲속에서>를 직접 해본다는 건 큰 결심이자 도전이었다.

 

이 책은 숲속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내가 직접 칠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칠하는 방식도 한 가지가 아니라 웨트 온 드라이, 웨트 온 웨트, 털 그리기, 잉크 앤 워시 총 4가지로 숲속의 친구들을 표현할 수 있다. 밑그림 위에 그냥 칠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내게 수채 컬러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책 속에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처음에는 무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흐릿한 밑그림이 책 왼편에 자리 잡고 오른 편에는 어떤 색이 필요한지, 준비물과 칠하는 법과 완성된 예쁜 샘플이 칠해져있어 급 자신감을 상실하게 한다. 색칠하기에는 정답이란 없다는 걸 알지만 최대한 샘플과 비슷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랄까.

 

 

중학교 이후로 미술이란 걸 해본 적이 없으니 집에 제대로 된 물감이 있을 리가 만무해 다이소에 가서 물감을 사왔다. 그림에 설명된 샘플 색을 내보려고 이런 저런 색을 섞어보지만 재료의 한계를 느끼고 빠르게 포기한다. 그리고 나만의 색칠하기를 해본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땐 컬러링북을 하면서 샘플과 똑같이 칠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색을 골라 나만의 그림을 만들고 좋아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답처럼 보이는 게 있다면 무조건 그것과 비슷하게 하려는 창의력이 사라진 지금의 내가, 마음의 평안을 위한 취미 생활을 할 때도 불쑥 튀어나오다니. 조금은 씁쓸해졌다.

   

 

 

 

마구잡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서에 나온 순서에 맞춰, 하지만 나만의 색감을 찾아 을 칠하니 신기하게도 그간 나를 괴롭히던 많은 잡념들이 사라졌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을 따라 아름답게 핀 꽃을 상상하며 내 손으로 피어나게 하자 뿌듯함이 몰려왔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꽃이 완성되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집에 있는 재료가 붓과 물감밖에 없고 또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급상승해 이번에는 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다채로운 색감을 자랑하는 동물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다. 이번에는 화방을 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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