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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의 나날들이다. 우리나라와 세계는 올림픽 특집, 인터넷은 티아라와 애국심 특집, 홈쇼핑은 '물건은 같지만, 이름만 바꾸기' 특집, 영화는 다크나이트와 도둑들 특집, TV 프로그램은 여름 특집과 매주 반복되는 다양한 특집들. 각종 특집 속에 특별한 생각 없이 상식으로 처리되어야 할 중요한 일들이 그야말로 스페셜하게 무시되는 것이 영 마음이 쓰리기는 하지만, 나도 이 특집에 숟가락 하나 올려본다. 이름하여 '밀어드리기' 특집(...). 이번 서평단 추천 도서는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 아주 주관적 기준으로 밀어드리고 싶은 책을 골라본다. 규칙은 단 하나. 오늘 다른 분들 추천페이퍼에서 처음 본 책들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
폭력에서 전체주의로 - 카뮈와 사르트르의 정치사상 / 에릭 베르네르 / 그린비
nunc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누구나 평등한 좋은 세상을 지향한다고 만들어진 사회였던 소련의 폭력적인 현실을 놓고 벌인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을 다루는 책이다. 책은 이 논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논쟁에 내재된 카뮈와 사르트르의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까지 나아가는 듯 하다. 이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와 관련한 문제는 nunc님의 말대로 그저 과거의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 유광수 / 웅진지식하우스
빨간바나나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가족이 때로 무섭고 지긋지긋한 것은 요즘의 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기는 현대와 달리 가족이 훨씬 중심에 있던 사회이자, 때로 한 인간의 활동 범위가 오로지 가족 뿐이었던 옛날이 어쩌면 더 끔찍한 일이 많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스터 프로젝트 - 맨손으로 토스터를 만드는 영웅적이고도 무모한 시도에 관하여 / 토머스 트웨이츠 / 뜨인돌
비의딸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그러니까 이것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손으로 재료를 '채취해서' 토스터를 만드는 얘기다. 물론 그게 꼭 토스터일 이유는 없다. 냉장고일 수도 있고, TV일 수도 있고, 비행기일 수도 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갈 뿐. 중요한 건 토스터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과 그 과정들에서 제기되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의문들이다. 처음의 인류는 자연에서 도구를 창조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다시 쓰는 서양 근대 철학사 - 우리의 눈으로 본 철학사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오월의봄
드림모노로그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예전에 비슷한 철학개론서들은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별로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우리나라의 젊은 철학자들이 우리의 시선으로 서양 근대 철학사에 대해 새롭게 살펴본 책이라고 하니 다시 기본적인 개념들을 공부하고, 최근에 제기된 새로운 시각들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 피에르 바야르 / 여름언덕
더불어숲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솔직히 책 소개를 읽어도 약간 아리송하기는 하다. 예를 들어 책 소개에 보면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고, 불륜에서부터 절도와 살인에 이르기까지 생의 특정 순간에 특정 장소에 있었다고 꾸며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적절히 처신하는 실천적인 방법들까지 조언하며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향해 나아간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것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무슨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문학 작품이 자신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와 장소와 맺는 관계에 대한 것이라니 그건 흥미로울 것 같다. 모든 문학은 결국 그 세계의 어느 곳에도 있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니까.
덧.
서평단 추천 도서를 정하려고 그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몇 권의 책을 골라 이리저리 재보고 있던 중에 문득 꼭 이렇게 안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고르려던 책들의 상당수는 선정될 확률이 거의 없는 책들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괜히 이 책들을 추천하려다 전혀 원치 않던 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느니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서 골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밑에는 내가 고르려던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