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이렇게 의무적으로 몇 권의 책을 추천하다보면, 때때로 선택의 순간에 마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아니면 저 책이 좋을까. 이것은 물론 책들의 줄 세우기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이다. 단지, 그 과정은 그저 나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책 고르기는 일종의 정치적 과정이므로 단순히 '취향의 문제'만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때때로 돌아보곤 가끔은 살짝 갸우뚱 거리기도 한다. 내가 저 책을 좋아했던가. 왜 그런데 저 책은 보관함에 들어있는 것일까. 내가 언제 저런 책을 넣어두었던 말인가.

이런 기억력 모자라고, 갸우뚱 거리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어서 오늘 해보았다. 독서 취향 테스트. 나의 테스트 결과는 "현실적인 품격, "사바나" 독서 취향". 이른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과 같은 심정으로다가 절제와 품격을 가지고, 잘 정돈된 책들을 선호하는 취향 되시겠다.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가도, 뭐 하여간, 계획없이 이것저것 들쑤시는 자들은 사바나에서 말라죽기 딱 좋을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테스트 해보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다음의 사이트로. 물론 사이트 홍보는 아니다.
http://book.idsolution.co.kr/)

책 추천하려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나 한 기분인데, 뭐 하여간, 이번 달에도 의무감으로 쓰는 2011년 1월 출간된 내가 읽고 싶은 인문/사회/혹은 과학 신간들. 



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 마커스 드 사토이 / 승산

얼마 전에 블로그에도 잠깐 끄적거리긴 했지만,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우리가 듣기 좋은 음악이 되고,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듣기 싫은 소음이 되는 걸까. 왜 어떤 특정의 구도나, 특정의 색의 조합은 우리가 보기에 좋은가. (물론 특정의 얼굴도 그렇고.) 영화에도 강조되어 있지만, 아마도 그 핵심의 하나로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은 '균형과 대칭'이 될 것이다. 이 균형과 대칭이 사실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는 것은 자연과 수학의 세계이다. 인간들이 만들고자 하는 거의 모든 것은 사실 이 균형과 대칭을 어설프게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자연과 수학, 특히 그 중에서도 수학의 세계에 담긴 대칭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담긴 책. 그곳에서 수학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또다른 美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 / 안토니오 그람시 / 갈무리

안토니오 그람시는 아직 유효한가? 맑스의 유령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 죽임을 당하지만, 아직도 어디선가 다시 살아나, 새로운 언어들로 말해진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어쩌면, 맑스야말로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다는 것이 그가 다시 살아나야할 이유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야말로 이 안토니오 그람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1926년 이탈리아 파시스트 당국에 의해 체포되기 이전에, 그가 쓴 글들의 모음집. 지난 2001년에 同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욕망의 아내 - 진화를 넘어서는 섹스의 심리학 / 데이비드 레이 / 황소걸음

도발적인 제목과 도발적인 표지와 도발적인 내용의 삼위일체.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비(非)일부일처 관계를 탐구한 책. 핫와이프와 쿠콜드, 스윙잉과 폴리아모리라는, 사실 그렇게 크게 알고 싶지는 않으나, 뭐 그리 알아도 나쁠 것 같지않은..쿨럭쿨럭 사실은 매우 알고 싶은 단어들이 출몰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의 소개를 보면, 생각보다는 꽤 무거운 내용인 것 같다. 김어준 씨는 이 책을 "매우 지적인 소수의. 그 외 절대다수, 촉수 엄금"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도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 



퀀텀 브레인 / 제프리 새티노버 / 시스테마

생물학적 측면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의 측면에서 뇌를 탐구한 책. 이렇게만 써놓고 보니 꽤나 무시무시한 책인 것 같지만, 서점에서 잠깐 살펴본 바로는 책의 설명이 상당히 세세하여, 나같은 문외한들도 읽어보려는 시도를 해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된다. 누군가가 한 말처럼, 19세기가 뉴턴물리학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양자물리학의 시대다. (그러니 20세기가 다 지나간 지금에 양자물리학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알아두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곧 다른 물리학의 시대가 올테니까.) 뇌에 대해서 알게 될 뿐만이 아니라, 곁다리로 양자에 대해서도 살짝 알게된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이 책으로만은 턱 없겠지만. 



8시간 VS 6시간 /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 이후

8시간 노동은 언제부터 정해진 것일까? 물론 이 질문은 오만한 것일 수 있다. 8시간만 노동하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그러나 그 8시간 노동제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6시간 노동제를 외친 이단아, 혹은 선구자 격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6시간 노동제는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언도받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 패배의 기록들. 그 패배의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8시간 노동제가 죽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은 혹시 아닐까. 미래에 혹시 오게 될 <10시간 VS 8시간>, 혹은 <12시간 VS 10시간>의 출간을 막기 위해.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1-02-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분야에 워낙에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써 그런지 이번 달은 어떤 책이 선정될지
감을 못 잡겠네요. 그리고 뭘 소개해야될지 고민되네요. ^^;;

맥거핀 2011-02-08 16:00   좋아요 0 | URL
음..저도 지금까지 신간평가단분 서재를 휘 둘러보며 뭘 추천하셨나 봤는데, 이번달은 겹치는 책이 상당히 적네요. cyrus님 말대로 좋은 책이 그만큼 많이 나왔다는 뜻도 될테구요. 뭐 고민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맘 가는대로 고르면 되지요.^^ (모든 것은 운에 맡기구요.;;)

네오 2011-02-0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정말로 책선정하시는데 탁월하신데여~ 욕망의 아내 급 읽고 싶어지는군여 ㅎㅎ, 니알 퍼거슨의 증오의 세기 책의 두께가 후덜덜하더군여,,책값도 만만치 않구요~ 그런데 소개한책들중 교보문고 강남점에서는 못본것 같아여~ 주말마다 가는데 무슨신간나왔나 살펴보면 그대로 있는것 같구여,,종로 교보나, 영풍,반디앤루이스는 책들이 참 잘정리가 되있는데,,강남은 책찾을때마다 조금은 헤매는 경향이 있어여,,그러니깐 철학이나 사회학책을 살펴볼려면여,,그러니깐 맥거핀님이 소개해주신책 좀 오프라인에서 뒤젹거릴려면 시간이 흐른뒤예여~ 신간평가단의 책들은 도대체 어떻게 고르나여? 서점이용, 출판사 블로그, 조금 궁금하네여 헤헷

맥거핀 2011-02-09 22:17   좋아요 0 | URL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구요. 제가 틈나면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서점의 신간판매대를 열심히 기웃대고는 합니다. 서평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쪽은 더 열심히 보구요. 그래서 좀 괜찮다 싶은 책은 제목을 적어두고, 집에 왔을 때, 보관함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알라딘 같은 경우에는 RSS피드로 최신간들을 보내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편리하기도 하구요.
예전에 강남 교보는 몇 번 갔었는데, 요즘에는 강남이라는 동네를 거의 통 안가게 되서요. 집근처에 잠실 교보가 있어서 종종 가고, 종로 영풍은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가끔 갑니다.^^

세실 2011-02-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인문학 책읽기를 하기로 맘은 먹었지만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 아직 욕망의 아내 이런 책은 읽지 못하겠어요.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해도요. 전 넘 보수적인가 보아요.
8시간보단 6시간 근무가 훨씬 집중력을 요할수도 있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어차피 내일은 내가 해야하니까요. 앞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

맥거핀 2011-02-12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서재를 들락날락 하면서 늘 느끼는 건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보면, 저 역시도 인문학에 관해서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정규교육을 받은 게 도대체 몇 년인데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또 뻔뻔스럽게도 책 추천을 하고 있으니..^^;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그래도 좋은 일이지요. 또 책을 읽어야할 의지를 끄집어올려 주니까요.

herenow 2011-02-1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의 아내는 좀 쌘 것 같습니다. ㅋㅋ
대칭이랑 퀀텀브레인은 표지부터도 멋지죠.. 내용이야 뭐 호기심 팍팍~
이번달에는 다른 분들이 어떤 책을 골라놓으셨나 미리 둘러보고 있는데
역시 다양하시군요. 저도 <대칭>을 골라두었으니 어떻게 될지 한번 볼까요? ㅎㅎ

맥거핀 2011-02-12 23:19   좋아요 0 | URL
하하. 좀 쌘가요? 근데, 위에도 잠깐 썼지만, 상당히 어렵고, 학문적인 책인듯..그래서 선정되어도 도리어 약간 걱정이네요.
이번달 신간평가단 분들 추천서는 거의 모두 흥미로워요. herenow님의 추천서들도 기대가 됩니다. (왠지 <대칭>에 힘이 모아지는듯..? 그러나 힘이 모아진다고 그 책이 되라는 법은 없으니...)

암향부동 2011-02-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대칭>은 추천해 놓았습니다. 이번 만큼은 자연과학 서적이 선정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그리고 <안토니오 그람쉬의 옥중 수고>는 읽고는 싶은데 제 짧은 능력으로는 맥거핀님보다 잘 소개할 자신이 없어서 제외했구요^^ <욕망의 아내>는… 읽고는 싶은데 이렇게 제목과 책 소개가 자극적인 책 치고 좋은 책을 별로 만나지 못해서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격언에 따라 저는 제외했지만 선정된다면 정말 즐겁게(몰래) 읽을 것 같습니다^^. 퀀텀 브레인은… 흠… 요새 뇌과학 서적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기존 뇌과학 서적과 좀 다른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간 평가단에서 신간 선정은 확실히 <정치적>인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1-02-14 00:04   좋아요 0 | URL
오~이로써 <대칭>에 한 표 더 추가네요. 비공식 집계 현재 단독선두입니다.ㅎㅎ (물론 1위한다고 선정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암향부동님도 친 과학파(?) 중에 한 분이시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과학서적을 한 번 받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물론 과학책이 꼭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양성 확보의 차원이죠.;) 뇌과학책이 조금 식상한 감도 있는데, 뇌과학이 요즘 과학책들 중에서도 유달리 많은 편이라, 한 권씩 넣게 되네요.

암향부동 2011-02-14 00:2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이 자연과학이라…. 신간평가단 중에 저라도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칭>은 사실 추천하면서도 겁이 좀 나는 책입니다. 책 설명엔 쉽게 쓰였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지ㅎㅎ

뇌과학 분야는 제가 한동안 빠져서 시중에 있는 뇌과학 책을 거의 전부(대략 20권 정도 읽었을까요?) 읽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 10권 넘어가니 그 내용이 그 내용이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좀 방면에서 뇌과학을 살펴본 책이 나온 것을 보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뇌과학 서적이 많은 것은 요새 뇌과학이 속된 말로 '뜨는 과학'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자연 과학의 영역 밖이라고 여겨졌던 감정이나 의식이란 부분을 뇌과학을 통해 자연 과학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거든요.

herenow 2011-02-15 11:06   좋아요 0 | URL
정치적이라는 말씀에 깊이 동감~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분히 '정치적'이죠. ㅎㅎ


꽃도둑 2011-02-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 님의 안목을 믿어요...추천하신 책들이 다 흥미로워요. 특히 옥중수고, 대칭이 조금 더 땡겨여 캬~~ 안토니오 그람시 머리모양 죽이는데요?..ㅎㅎ

맥거핀 2011-02-17 14:44   좋아요 0 | URL
저래뵈도, 당시 최신 이태리 스따일입니다.^^ 워낙 좋은 책들이 많아서, 이번달은 여러모로 선정이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