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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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귀결 시리즈와 [침묵의 교실]을 인상깊게 읽었기에 오리하라 이치의 다음 작품으로는 무엇을 읽을까 생각해두고 있었다. 51년 생인 작가의 이전 작품들이 많이 눈에 보였지만 섣부르게 골라서 작가에 대한 호감을 끊어놓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보통의 그의 모든 작품들을 골라 읽는 편인데 딱히 오리하라 이치는 그만큼 매료된 작가는 아니었기에 작품들의 제목들만 귀에 익혀두고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찾아 읽어야지....했더랬다.

그리고 10월에 드디어 [원죄자]를 골라 들었는데 생각보다 가독성은 좋지 못한 소설이었다. 왠지 뚝뚝 끊기는 문맥이랑 읽다보면 자꾸 헷갈리는 이름들. 분명 원리딩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요소는 찾지 못한 채 나는 중간중간 문맥이 끊길 때마다 잠시 쉬어 읽으며 이 속고 속이는 가면극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너무 헷갈려서일까. 딱히 범인의 존재가 궁금하진 않았다. 다만 언제 끝나지? 그 끝엔 진실을 발견하게 되겠지? 정도의 의문만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모든 사건의 진상은 이가라시 도모야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장 안쓰러웠던 일은 구미코의 사연이었다. 누군가를 살해하고 얻어야할만큼 매력적인 남자는 아니었다. 이가라시 도모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를 얻기 위해 도덕성도 인간성도 상실해 가며 스스로를 악귀로 만들 이유가 없었다. 그녀에겐.

 

 

[13계단]만큼 놀라운 법정반전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다만 범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옥살이를 한 가와하라의 무죄는 이전에 그가 저지른 절도나 성폭행으로 인해 독자들의 연민을 사긴 힘들어 보였고 그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은 동정을 사기엔 어딘가 모를 조금씩의 삐딱한 싹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딱히 미워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딱히 좋아할 수도 없는 인물들만 모아 이야기 속에 집어넣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는 [원죄자]라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연락을 취하며 비밀을 털어놓고 위안을 받는 일은 전세계적으로 네트워크가 연결된 지금, 가장 보편화 되어 있는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화의 상대가 나를 주시하며 스토커가 되고 살인을 저지른다는 상상은 감히 하고 싶지 않다. 이 소설처럼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부섭겠는가. 118회 나오키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중 하나였다는 이 소설이 그래서 내게는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함께 오른 교고쿠 나쓰히고의 [웃는 이에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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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들의 저택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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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머니가 있다.

 

둘 다 실종된 아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강한 모성의 어머니들이다.

 

하지만 한쪽은 욕심으로 가득차 있고 한쪽은 걱정으로 가득차 있다. 솔로몬 왕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 얘기가 아니다.

 

 

시마자키 아오이의 아들 준이치는 장남이지만 잘난 아버지와 동생의 틈에 끼여 장남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났다. 그는 몇몇 신인상을 탄 이후엔 별다른 출세작을 쓰지 못하고 대필작가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의뢰가 들어왔다. 고마쓰바라 준의 전기물을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준은 실종상태였지만 그의 어머니 마쓰바라 다에코는 언젠가 돌아온 아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이전의 삶을 정리해 두고자 했던 것이다. 여러개의 보석상 사장인 그녀는 많은 집필료를 지불하며 일을 맡겼다.

 

 

그리고 그를 탐색해 나가던 도중 준이치는 이 일가의 과거와 접목하게 되고 기이하게 사라진 “이인”인 아버지 로빈슨 켄토의 존재도 알게 된다. 외국인의 피가 섞인 준이 학교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했고 자신처럼 문학상에 응모했으나 별다른 수상을 하지 못했던 사실도 조사과정에서 알게 되면서 기묘한 느낌을 받던 도중 어머니가 다른 그의 여동생 유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조금 더 발전된 조사내용 속에는 유키가 자신의 오빠와 연인사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준이치는 실종되고 만다. 준이 사라졌던 그 숲속에서.

 

 

모든 것이 이대로 끝나나 싶었지만 유키와 준이치의 어머니 아오이의 활약 덕분에 준과 다에코의 죄상이 밝혀지게 되고 복수는 권선징악의 결말로 치닫는다. [인간의 증명]에서처럼 저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는 욕망이나 애증이 들끓는 것도 아니고 미움이나 치정이 복잡하게 얽힌 것도 아니어서 두 권째 연달아 읽게 된 오리하라 이치의 소설은 내겐 사실 좀 싱거운 감이 있는 것들이었다.

특히나 [알렉스]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고난 다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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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이야기 - 역사 속에 숨겨진 코드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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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공문서도 암호화하여 전해졌다는 것은 좀 의외인 일이었다. 왜 종교의 공문서가 암호화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 내용이 무엇이간데. 이때 사용된 암호는 2종류라는데 단어를 대체해 만든 것은 코드고, 글자를 짜맞추는 것은 사이퍼로 분류된다고 했다. 다빈치코드의 저자이자 기호학자인 댄 브라운이 소설에서 여러차례 제기한 것처럼 정말 로마 교황청은 숨겨야 할 것들이 많단 말인가.

 

바티칸은 의외였지만 마야,잉카,이집트는 당연한 내용들이었기에 또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특히 여러 영화에서도 잠깐씩은 꼭 등장하는 이집트 글자를 표식화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할나위 없이 반갑고도 유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집트. 현재의 나라보다 과거의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지구상의 단 한 곳이 내겐 이집트라는 나라다. 신비스러우면서도 알면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는 딱히 들어볼 일이 없었던 "쐐기문자","함무라비 법전", "수메르문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라는 단어들은 눈을 잠시 감고 떠올려보면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 했고 그 때 그 시절 그 교실에서 들리던 여선생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여전히 들려올 것만 같은 그리움 물씬 배어있는 단어들이었다.

 

"클레오파트라"를 예시로 해서 알파벳화 해 놓은 표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이집트 어는 어렵기만 했고 샹폴리옹이 아닌 이상 바로바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여서 구경하는 것 만으로 그 즐거움의 한계를 두어야만했다. 한자도 어렵지만 그림으로만 되어 있는 이집트 문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한글이 제일 쉬웠다.

 

문장에서 글자의 순서를 바꾸어 쓰는 것을 에니그마라고 하는데 학창시절 이 에니그마를 알았다면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 좀 더 재미있게 응용해 볼 수 있었겠는데....싶어 약간 아쉽기도 했다. 이메일이 없던 그 시절, 박스에 담아둘만큼 편지를 많이 주고 받았던 단짝 친구들과의 비밀스러운 내용들을 암호화 했다면 소녀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편지들이 더 멋지게 기억되지 않았을까. 물론 세월이 지나 암호의 해독법을 잊어버렸다면 읽기엔 좀 곤란했겠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마야의 숫자 기호는 꼭 0과 1로만 찍히는 컴퓨터의 원리 같아 보여서 신기했고,숫자뿐만 아니라 활용을 잘하면 문자암호로도 사용할 수 있어 알파벳을 대비해 문장을 만들어놓은 페이지는 메모까지 해가며 활용방안을 모색하게 만든다. 곧 친구에게 답장을 보내야하는데 편지를 보낼 때 이 암호로 몇 문장 만들어서 보내봐야겠다.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고대 서양에서만, 전쟁 중에만 암호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로 그 쓰임이 비밀을 간수해야하기 때문에 그리 쓰였다고 상상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에도 암호문화가 자리잡아 왔다는 사실을 책의 후반부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암호통신문이 신라 21대 소지왕 시절에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짧지만 재미있었으며 여인의 순정을 노래하는 정읍사에 그런 진탕한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 또한 색다른 재미였다.

 

무엇이든 숨기려는 것은 탐탁치 못한 것, 비밀스러운 것, 좋지 못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반해 [암호이야기]속의 숨겨진 의미들은 너무 재미난 것들이어서 읽는 내내 단편 옛날 이야기를 할머니께 전해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역사 서적이라.

모든 인문학 서적이 어렵게만 쓰여지지 않고 이토록 재미나게 쓰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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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묘인간 -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탐묘인간 시리즈
SOON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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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고양이의 매력을 알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에 이토록 매력적인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다니. 나 역시 동물을 머리로만 사랑했을 뿐 귀찮고 바쁘다는 이유로 키워볼 엄두를 내 본일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집에 동거냥 한 마리가 생기면서 그 매력을 알아가게 되었는데, 하루에 18시간 이상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출했다가 일찍 들어오게 되고 집 안의 가구배치나 먹거리 역시 "나" 위주에서 "너"위주가 되는데도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이상한 현상. 고양이는 그런 생명체다. 그러면서도 개처럼 주인을 섬긴다거나 충성을 맹세하기 보다는 무엇을 요구해도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이런 고양이처럼 살아가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어나 위로 받을 일이 있으면 나는 어김없이 내 고양이 품(?)을 파고든다.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잠을 나누어 주는 고마운 존재이면서 별거 아니야.를 몸소 보여주는 내 고양이.

 

내 고양이와 나의 일상이 [탐묘인간] 속에도 그대로 들어 있었다. 털도 날리고, 옷에 묻은 털 때문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어야 하며 사료에 간식에 나날이 얇아지는 지갑, 우다다가 심해지면 시끄럽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자꾸 배위에 올라와 잠드는 통에 무겁기 그지 없고, 화장실도 자주 치워줘야하지만 전혀 귀찮지가 않다. 게으른 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요녀석들...!!!

 

매주 업데이트 되는 웹툰에 달린 공감 댓글들을 보면 그렇게 느끼는 이가 비단 나뿐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양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세상 모든 고양이들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나보다. 그림이 때로는 거칠게도 느껴지고 때로는 그 단순한 터치가 정겹게도 느껴지는데 컴퓨터로만 작업하는 요즘의 그림들과 달리 콩테를 재료로 해서 손으로 직접 그린다고 하니 그 아날로그 적인 느낌에 더 작품이 좋아져버렸다.

 

1쇄에서는 뉴발란스 사료를 함께 주더니 벌써 2쇄에 돌입해 가방이 경품으로 걸려있다고 벌써부터 사람들이 난리난리였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고양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갖고 싶은 욕심이 마구마구 생겨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도 소장용으로 쟁겨두고 또 누구에게 선물주면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나눌 수 있으까 싶어진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 매력을 몰라 망설이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들에게 이 행복함을 함께 느껴보자고 자꾸 권하게 된다. 어쩔 수가 없다. 웹툰에서는 볼 수 없는 초기 작품들을 책으로 엮었다기에 얼른 책을 사들었는데, 보고보고 자꾸봐도 즐겁다.

 

탐묘인간이라는 제목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조차도 귀엽고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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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
정민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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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에서 아름다운 한옥의 자태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단 한번도 한옥에서 살아본 일이 없는데 그 한옥의 정취가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불편해보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한옥 자문 위원회 위원이자 오랜 시간을 한옥에서 살아온 저자는 공기좋고, 교통이 편리한 안국동에서 한옥 한 채를 샀다. 매입할 당시의 집 모습을 보니 어느 폐촌의 집처럼 구질구질해보이고 쓸모없어 보였는데 그녀의 눈엔 아주 훌륭한 자리목으로 보였나보다. 보수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개축하게 된 한옥은 작가 김주영 선생의 입을 빌어 “아름지기 사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 집의 완성을 책으로 엮는 뒤에는 유홍준 교수의 소갯말이 적혀 있다.

 

 

창덕궁 연경당의 사랑채를 그대로 본 떠 지었다는 아름지기 사옥은 가정집이 아니라 아름지기 멤버들의 쉼터이자 업무공간이기에 더 깔끔하고 단촐했다. 화가인 남편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3년동안 공들여지은 집은 향나무가 주는 밝음과 더해져 아주 따사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고 이곳이 조선시대 양반들의 주택지인 북촌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1박 2일에서 한옥의 기능을 이야기하며 건축물로써 한옥의 시간버팀이 얼마나 긴 지 유홍준 교수는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100년.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이 아파트나 땅콩집이 아닌 바에야 이런 멋스러운 한옥을 한 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구경하고 보니 매입부터 수리까지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설계도면을 그리는데도, 목수를 구하는데도 서양의 건축에 비해 까다롭고 고비용적이었으며 이제껏 봐왔던 리모델링 서적에서와는 달리 어려움이 호소된 부분이 정말 구석구석 많았다. 도배부터 문을 만들고 지붕을 얹는 일까지......! 순탄스럽게 진행되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완성물을 보니 내 집이 아닌데도 얼마나 뿌듯했던지. 문고리 하나에서까지 풍겨지는 그 아름다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집은 안목으로 지어진 집이었다. 그저 돈의 여유가 있어, 살아보고픈 꿈 하나만으로 지어진 집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살아왔고 지어봤던 부부가 발품팔고 함께 참여하며 만든 집이었다. 실평수가 22평 정도 된다니 그리 큰 공간은 아니지만 ㅁ자 형태로 집 안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이 구조가 한옥만의 특징이라 생각되어 더 정겹게 느껴졌다. 한옥이 보호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되고 계승되어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생활 속에 가까이 두고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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