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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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할 책을 고르기 위해 '온라인 서점'을 뒤적이다가 딱 멈춰버리게 만든 고양이 얼굴. 쪽찢어진 눈매 사이로 건방짐이 흘러나오고 그루밍하느라 혀를 내민 모습까지 앙팡진 고양이의 이름은 저자의 반려묘 '시라키'였다. 여덟 살부터 함께 살아 이젠 열일곱이 된 시라키가 영감을 주었는지 마치다 나오코의 그림책은 심플하면서도 아주 독특했다. 마치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 밑에 글자가 몇 개 쓰여진 걸 발견한 기분이랄까.

 

 

그림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짧은 동화는 아주 재치가 번뜩였고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기발한 상상이 담겨 있었다. 아, 나는 왜 한번도 달을 보면서 고양이 손톱같다 여기지 못했을까. 고양이들이 달을 보기 위해 줄지어 달려가는 모습에서 숨이 턱 막혀왔다. 심지어 '서둘러','서둘러'라니. 그 귀여운 뒤태를 보고 어떻게 심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른의 마음도 이렇게 홀딱 훔쳤는데 꼬맹이들의 마음이야 얼마나 흔들어댈지!!!!

 

 

 

그 순간을 기다리던 많은 고양이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떠지는 페이지에서 나도모르게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마치 고양이들 속에서 고양이손톱달을 함께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이젠 달을 보면서 고양이손톱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세상 어딘가에서 여러 고양이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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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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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너무나 위로가 되는 제목이었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좋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나타나는 좋은 것들도 있는데, '평범함','무탈함'에 담긴 감사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한때 로커였으나 현재는 가구공방의 대표인 사람이 있는가하면 약학을 전공했지만 다섯 고양이와 여섯 강아지를 돌보면서 글쓰는 인생도 있다. 사람들이 정한 기준보다는 자신들의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이어서 문득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인연이 닿은 반려동물들과의 사연들까지......

 

 

 

세상에는 안온한 일상을 갈망하는 이들이 있다

중요해 보이는 것들을 미련 없이 놓고

별것 없는 일상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

 

.

.

 

그렇지 않음을 결과로 증명해 보일 수도 없고

누구에게, 왜 증명해 보여야 하는지 알 수도 없는 일들

p008

 

 

 

잠든 고양이의 발바닥, 혀를 내밀며 웃고 있는 개의 미소,..예쁜 사연들만 담겨 있을 것만 같았지만 사모예드 상근이는 방치 된 앞집 개였다. 여느 시골개들처럼 사람의 잔반을 먹으며 살았고 산책이나 털관리는 전혀 받지 못했던 대형견. 다행히 이들의 눈에 띄여 산책도 가고 털도 빗겨지고 사료도 먹고 집도 생긴......하지만 2년 뒤 심장 사상충에 감염되어 아픈 몸으로 그들의 반려견이 되었다. 두번째로 소개된 노란개 '관우'는 키워서 먹겠다는 개를 데려왔고 편의점을 가다가 마주친 배고픈 강아지 나루와는 15년 째 함께하고 있었다.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연이에겐 시간이 필요했는데, 안락사 예정인 개들에 속해 있던 연이에게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사진상으로는 참 예쁜 개였는데 그런 개를 누군가가 버렸고 또 상처받았을 것을 생각하니.....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몹쓸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 좋았으련만 3년을 살고간 연이는 보리를 남겼다고 했다.

 

 

그런가하면 강아지처럼 졸졸 뒤따라와 이불에 누워 잠든 넉살좋은 고양이 '호두'는 출산을 했고 정상급 미치광이가 될 것 같다는 고양이 오공이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내 고양이와 닮아 있고, 애교많은 연탄이는 코에 연탄을 콕 찍은 모습이라 무척이나 귀여웠다. 마당고양이 우유는 앞집 개에게 물려 죽었다. 이별은 예고하고도 찾아오지만 이렇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와서 헤어질 준비를 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가하면 하얀 솜뭉치 같은 강아지 뭉이는 저자와 13년을 살다간 녀석이었다. 비장암 진단을 받고 두 달 정도 더 머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2주 만에 이별하게 된 뭉이의 마지막을 지키며 직접 만든 관에 넣어 묻어주기까지....그 이별의 시간이 어느 페이지에 담겨 있다. 밥을 챙기는 길고양이들과의 이별 외 아직 반려하고 있는 녀석들과 이별해 본 적이 없는 내게 그 어느 페이지보다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지만 되도록 한참 후에 맞고 싶은 통보이기 때문에. 하지만 지인의 늙은 고양이를 위한 관을 만들면서 남긴 글에서 또 위안을 얻는다. "가장 아픈 작업이었고 가장 미루고 싶은 작업이었고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가장 잘한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p87)는 문장에서.

 

 

사람이 떠난 자리는 참 쓸쓸하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모든 인연을 다 끌어안고 살 수는 없지만 좋은 인연을 놓아야하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었다. 하물며 가족으로 함께 산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말해 무엇하랴. 그들에게서 받은 위안 행복, 사랑이 한 순간에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은 견딜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이별 앞에 담담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처럼 건강을 잃어보았고 해온 일들을 내려놓으면서 반려동물과 소소한 오늘을 보내고 있는 내게 <<무탈한 오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동물가족들과 함께하는 온기, 그러면서 알게 된 길생명들의 척박한 삶.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한 안타까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팔을 걷어부치는 작은 용기....좀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한 걸음만 더 옆으로 걸어봐주길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옆으로 디뎌주길...그리고 발견해주길......이 순간 같이 살아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면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모든 인연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더 많은 존재와

좋게 닿았다가 헤어질 수 있겠지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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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진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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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 결정하기까지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고, 더러는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이들의 손을 놓고 그리움으로 멍이드는 날도 있었다.  때로는 빨리 지나쳐갔으면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롭기도 했다. 채 10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인생을 살면서 고민해야할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람에게서 해답을 구하고, 책 속에서 좋은 문장을 뽑아내도 지식이 쌓이고 경험이 많아졌을뿐 지혜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 들곤했다. 결국 내것으로 녹여낼 수 없었던 생각들을 시간이 묵혀주었다. 재료가 숙성되고, 발효되듯 사람에게도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랬다. 그래서 20살에 읽었던 책보다 지금 골라내 읽는 책들의 울림이 더 크다.



올해 읽은 에세이 중 최고를 꼽으라면 딱 두 권의 제목을 말해주곤 했는데, 그 중 한 권이 바로 이진이 작가의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다. 펼쳐본 페이지가 내 일기장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 100%의 마음이 그대로 기록되어진 글자들 사이로 얼핏얼핏 내가 보였다. 밝고 자랑스러운 '나'보다 어딘지 안쓰럽고 고민덩어리에 한숨을 폭폭 쉬어대는 소심한 내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었다. 작가가 써 놓은 표현처럼 '사는 게 숙제 같았던 날들'이 주어진 시기도 있었고 '노력하는 만큼 보이는 것'들을 붙잡으며 살았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무했던 내게 이 책은 묘한 위안을 선물해주었다. '괜찮다'라고 말해주던 친구처럼.



스스로 겁이 많았다고 고백하고 있는 작가지만 그녀가 걸어온 인생길은 용기없이는 선택할 수 없는 길들이다. 본인의 생각보다 언제나 훨씬 큰 사람이었을 그녀의 글은 흐르는 냇물처럼 시원하고 편했지만 문장의 힘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한글을 처음 배우면서 우리 모두는 'ㄱ/ㄴ/ㄷ/ㄹ/...'을 배운다. 하지만 똑같이 배운 자음과 모음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책을 통해 같은 마음을 찾아냈다면 책장을 덮은 후, 찾아낸 건 오랜 시간 잊고 있던 '생각하는 힘'이다. 생각 대신 들어찬 걱정들을 걷어내고 내일부터는 다시 생각으로 머릿 속을 가득 채울 계획이다. 작가의 충고대로 '그냥 나답게~'


언젠가 길고 장황하게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람 앞에 앉아 있다가 그 긴 이야기 끝에 딱 한 마디를 물었더랬다. "그래서 더 행복해졌나요?"라고. 말을 다 내뱉었으니 속은 시원해졌겠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가 행복해졌다는 의미는 아니었을테니. 그렇게 누군가에게 던졌던 질문을 요즘은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다. 결정하기 힘든 일을 앞두곤 더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 더 행복해지는 것인가?"라고. 그런데 이 책은 비슷한 질문을 조금 다르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행복해질꺼지?"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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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리트리버 코난, 미국에 다녀왔어요 - 미국의 개 친구들을 찾아 떠난 모험 이야기
김새별 지음 / 이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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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충분히 훌륭해
p103

 

 

 

코난까지 포함해서 총 5섯 식구는 보스턴에서 1년 동안 생활하게 되었다. 코난과 가족이 된 지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큰 개와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한 것도 큰 일인데 코난네 가족은 열한 달 동안 동부지역을 여행했고 귀국 3주전엔 중서부 지역을 여행했다고 한다. 코난까지 포함해서. 이정도면 이 가족의 강아지 사랑은 안봐도 비디오고, 그 스케일도 미루어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상상만으로는 만리도, 이만리도 갔다왔겠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안다. 머릿 속 생각을 계획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절차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 17개 주를 여행하며 트래블 도그가 된 코난이 만난 개 그리고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방송국 PD인 엄마와 의사 아빠 그리고 코난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형이랑 누나의 막내인 코난의 외국 생활은 시작부터 난조였다. 당시 이동장 무게까지 합쳐서 35킬로그램까지만 위탁수하물로 항공사에서 접수할 수 있었고 37킬로그램인 코난은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지만 결국 화물 운송대행업체를 통해야만 했다. 화물칸인데도 무려 편도 155만원.



하지만 고맙게도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코난과 같은 비행기를 예약할 수 없어서 대신 뉴욕까지 같은 비행기를 타고가서 렌트카로 보스턴까지 이동하는 길을 택했다. 순전히 코난 때문에. 또 다른 선택은 '도그 프렌들리 아파트'. 세상 모든 개들이 코난처럼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진 순간이었다. 눈만 뜨면 올려져 있는 유기견 소식, 학대뉴스는 사라지고 이름 그대로 반려가족으로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개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는데.....


대형견을 키우기에 미국은 너무 좋은 나라였다. 도그 비치가 있고 친절한 데이케어 서비스가 존재하고,'목줄을 풀 것'이라는 규칙만 있는 도그 마운틴....부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이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만만치 않았던 것. 하지만 그 또한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값만 받는 공짜 동물 병원이 있었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예약을 받지 않는 머윈 메모리얼 애니멀 클리닉은 선착순이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 이런 동물복지혜택을 받아볼 수 있을까. 97마리 골든 리트리버 정모 사진은 너무 멋있었고, 세상 떠난 개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붙여 놓을 수 있는 개들을 위한 교회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개와 함께 한 미국의 삶은 부러운 점이 많았지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코난네가 만난 개들이었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체스터,할머니를 구한 릴리, SNS 스타 골드리버 제시와 버즈, 함께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했던 애플/토르/조이...포함 15마리 개들....물론 고난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거짓 리뷰에 속아 곰팡이 가득한 모텔을 호텔보다 비싼 값에 묵어야했고 바다소금물로 인해 폭풍설사를 겪기도 했다. 개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미국 생활은 한 결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편한 것이 곧 행복함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코난네 가족을 통해 다시금 살펴볼 수 있었다. 거창한 행복보다는 소소한 행복에 가치를 두고 인정받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했다. 개와 함께 한 여행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다녀온 여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대전제하에 그들은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을 지금도 여전히 즐기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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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고양이 - 박물관 관장 집사와 여섯 고양이들의 묘생냥담
마웨이두 지음, 임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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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고양이 집사의 눈에 띄인 고양이 서적은 중국의 한 박물관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입니다. 저희집처럼 여섯 고양이들인데, 그들의 보금자리가 박물관이라는 사실이 특이합니다. 우리나라 박물관도 이렇게 생명과 공존하는 곳이면 멀어도 달려갈텐데 말이지요. 관공서, 박물관....부터 생명공존이 이루어지는 따뜻한 곳이면 참 좋겠다 싶어집니다. 고양이를 반려하는 집사로서의 바램입니다만.

 

 

대륙의 변화는 비단 산업화나 문화교류에서만 크게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듯 합니다. 동물학대, 동물털을 얻기 위한 잔혹한 살해 등등에 대한 뉴스를 접해왔는데,그 중국에서조차 반려동물산업이 커지고 있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개에 비해 고양이와 함께 한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라는 중국에서는 대략 기원전 4세기 경부터 고양이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남북조시대, 최초 기록이 등장한다고 해요. 대만고궁박물관에 보관중인 <동일영희도>에는 하얀색이지만 꼬리와 이마부분에 검은 무늬가 있는 아기 고양이가 그려져있기도 하고요.

 



관푸 박물관 첫 고양이 관장이자 서열 1위인 '화페이페이'는 이웃 고양이 '누리'를 꼭 닮은 녀석입니다. 관장님 친구네 집 근처를 배회하던 길고양이였지만 '올블랙 고양이'라는 친구의 말에 속아(?) 데려온 녀석이지요. 하지만 화페이페이는 진한 고등어 무늬가 멋진 녀석이었습니다. 적어도 열다섯은 되었고 묘생 중 13년을 관장으로 역임했으니, 녀석은 베테랑입니다.



그 생이 짧아서 너무나 가슴아픈 '헤이파오파오'는 올블랙으로 친화적인 성격이었지만 관장님이 출장간 사이 고양이별로 돌아가버렸습니다. 올블랙 집사여서인지 녀석에게 유독 애정을 쏟으며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서 그만 마음이 먹먹해져버렸습니다. 지금 관푸 박물관에 간다고해도 녀석은 만날 수 없을테니까요.



온통 하얀색인데 그 꼬리가 황금색인 '황창창'은 이웃의 고양이 '미미'랑 똑닮았습니다. 입을 꼭 다물고 분홍코에 힘을 주고 바라보는 그 모습까지 아주 똑같습니다. 인근 풀숲에서 발견된 아기 고양이는 이후, 박물관에서 10년째 거주중입니다. 관장님품에 아기처럼 안기기도 하고 의자에 늘어져 눕는가하면 야외 수족관 앞에서 금붕어 정찰을 나가기도 합니다. 빗물길을 총총 걸으면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꽃향기를 맡기 위해 화단 위에 올라간 사진도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화보인 황창창. 너무 예쁜 고양이죠.



헤이파오파오가 세상을 떠나고 유독 사이가 좋았던 황창창이 의기소침해진 그 때, '황갈색의 고양이'를 키워보라는 친구의 말(헤이파오파오때의 그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에 데려온 고양이인 '란마오마오'. 결론을 말하자면 이번에도 관장님이 속았습니다. 황갈색이 아니라 잿빛 러시안블루 고양이엿으니까요. 고대 팔대 신선인 장과로가 탔다는 말 등 위에 올라가 있는가 하면, 300년 전통의 악기 앞에서 멋지게 찍히기도 하지만 마오가 정말 좋아하는 위치는 책상 위나 서가 사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독 많이 찍혀 있는 걸보면 말입니다.



'마티아오티아오'는 제멋대로인 황제처럼 의자에 앉아 고매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또 흰 눈을 가지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모습입니다. 얼룩무늬 송아지처럼 보인다는 녀석의 솜방망이는 아주 두툼합니다. 또 매표창구로 매일 출퇴근을 한다고 해요. 아침일찍 박물관을 방문하면 녀석의 마중을 받을 수 있는걸까요?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명말기 유물사이를 유유히 걷는 모습이나 기품있는 병풍 앞에서 숨바꼭질을 고민하는 녀석의 진지한 표정. 달려가서 주물주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일거에요.


관장님이 최강미모라고 소개하고 있는 '윈뚜어뚜어'는 구름을 뜻하는 단어와 탐스럽다는 의미를 조합해서 만든 이름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시적인 이름이에요. 매일 아침 사무실로 출근해 드나드는 사람들을 관찰한다는 회색빛의 고양이는 정말 사무실을 너무 좋아하나봐요. 실내에서 찍힌 사진밖에 없어요.

 

늘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사고를 안치는 것도 아니겠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는 박물관의 고양이들의 이랑은 평화로워보였습니다. 실내를 거닐기하고 박물관 근처 밖을 산책나가기도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래오래 살아주었으면 하고, 관푸박물관을 찾아갔을 때 녀석들 모두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관푸박물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장소로 킵해둡니다. 순전히 고양이들을 만나보기 위해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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