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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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는 1978년생이다. 2001년 [빙과]로 제 5회 가도카와 학원 소설 대산을 수상하며 데뷔했는데 소설가가 되기 위해 오랜시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집필을 병행했다니 뚝심과 의지를 가진 인물로 상상되어진다. 78년생이라...일본의 미스터리 거장들의 나이에 비해 그는 아주 젊다. 그래서 앞으로 그가 보여줄 호흡들이 기대가 되며 단편 여섯 편이 아닌 좀 더 긴 스토리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만드는 작가다. 기대가 된다.

 

 

 

야경 / 사인숙/ 석류 / 만등 / 문지기 / 만원 / 의 여섯 단편 중 나는 딱 두 편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려 한다.

서평을 읽고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면 될 일이기 때문에 굳이 편견이 될 수도 있는 여섯 편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다 털어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 제목 그대로 끌려나온 [야경]은 어느 경찰관의 고백이라 불러도 좋을 이야기였다.

 

 

 

P12  그 녀석은 애초에 경찰에 맞지 않는 남자였어......'야경

P75  이럴 리 없어. 완벽했는데, 완벽했는데....

 

 

 

두 명이 죽었다. 하나는 총에 맞았고 하나는 칼에 맞았다. 어느쪽이 먼저였든 상관이 없다. 둘 다 죽어버렸으니. 자, 둘 중 누구에게 죄가 있는 것일까. 아니 어느쪽에 면죄부를 씌워야 하는 것일까. 애매한 상황에 봉착했다. 것도 그럴 것이 한 사람은 초짜 경찰이고 다른 한 사람은 동네 건달이었다. 숱하게 파출소를 들락거리며 자신의 남편이 죽이려한다고 신고해 온 진상 신고자의 남편이 정말 어느날 일을 내고야 말았다. 말리던 경찰이 총을 빼들었고 발사했으나 그 역시 칼에 찔려 죽는다. 그리고 그 초짜 순경 히로시는 2계급 특진으로 경위를 달았다. 비록 관뚜껑 덮히고나서의 이야기지만.

 

 

 

어느 신문의 사건 사고면을 보다 읽었을 법한 그런 이야기가 소설로 드러난 이유는 세상에 보여지는 것과 진실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혈기를 주체 못하거나 마지막 선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는 가망없는 부류로 제껴두는 것이 이들의 불문율이라면 히로시 역시 초반에 제껴져야만 했다. 하지만 겁쟁이는 쓸모없다는 생각으로 사전에 전직 신입 후배 미키를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나'는 전적이 있어  그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버려둔다. 그리고 그날 사건이 일어났다. 진실은 어떠했는가. 총을 쏘고 싶어 안달이 나 경찰이 된 히로시는 두 선배가 순찰나간사이 총을 발사했고 공사장 인부의 헬멧을 구기고 총알은 사라졌다. 간신히 찾긴 했지만 발사된 사실을 숨길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그는 진상으로 통하던 여자의 신고를 기억해내고 그 남편을 자극해 가정활극을 부추겼고 출동 끝에 총을 꺼내 그 남편에게 발사했으나 결국 그 역시 찔려 죽고 말았던 것.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은 그의 과잉진압이 아니라 범인 제압으로 끝나버렸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도 아마.

 

 

P75  이럴 리 없어. 완벽했는데, 완벽했는데....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혼자 있는 할머니를 조심하라? 괴담 기사를 완성하기 위해 선배에게 자료를 하나 받아 진상 확인에 나선 '나'는 가쓰라다니의 사고를 쫓아 위험한 여행길에 나섰다. 사고지 앞 낡은 휴게 음식점에서 잠시 쉬어가던 차에 그 주인 할머니에게 사고에 대한 질문을 몇가지 던졌는데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이야....네 건의 사고 이야기를 할머니가 주저리주저리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단편스토리는 끝이 보였다 사실. 뻔한 이야기지만 미스터리 스토리에서 낯선 이와의 마주침을 빼놓을 수는 없었으리라. 작가 역시.

 

 

이 이야기들은 공포물이 아니다. 하지만 미스터리를 영상으로 잘 옮기고 효과음이 그럴듯하면 공포물처럼 오싹한 느낌을 준다. 이 단편들을 드라마화 되면 올 여름 짧막한 시원함을 전해줄 수 있을텐데...라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오츠아이의 작품처럼 끔찍하진 않지만 약간의 궁금증이 가미된 이런 류의 소설도 가볍게 읽기에는 참 재미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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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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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누었다는 속박으로 인해 모두가 불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부모를 사랑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단지 그것만으로 사람으로서 소중한 걸 잃은 건 아니라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8시 주말 드라마 내용처럼 사람에게 가족이란 가장 안전한 울타리이며 가장 이해받고 싶은 집단일텐데 그 피의 혈맹이 때로는 속박이 되고 상처가 되고 구속이 되어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소설 작품 속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뉴스를 봐도 그런 이야기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사회소설 작가로 그 작품의 내용이 탁월해 나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미미여사'로 불리우는 그녀의 작품은 사건의 일면을 이면, 삼면으로 쪼개면서 날카롭게 파고들며 그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 추악함, 욕망 등을 여실히 드러내는 쪽이라 도리어 읽고나면 시원해지는 경향까지 있어 좋았다. 물론 그 문제를 안고 있는 문제 자체의 무게는 항상 무거웠다. 하지만 가슴 언저리의 묵직한 우울감만 얹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밑바닥까지 파헤쳐 눈 앞에 까뒤집어 보이면서 자, 봐라! 어째서 이것이 문제가 아닌가. 우리 사회가 지금 이렇다. 라고 가감없이 드러내는 면이 통쾌하게 느껴질 정도라는 거다.

 

그런데 잠시 에도 시대로 건너가며 나는 잠시 그녀와 멀어졌다. 작품 읽기를 게을리 하진 않았으나 읽으면서도 현대 사회 소설을 쓸 때의 그녀가 더 좋았다라고 감히 고백한다. 이번에도 사실 현대물인 줄 알고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그 배경은 에도 183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있었다. 한 사무라이의 할복 자살로 인해 시작된 이야기는 꽤나 두꺼운 양의 소설로 완성되어 내 앞에 던져졌는데 가족애를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슬픔은 바로 '가족'이라는 멍에 때문에 시작된다.

 

내가 내 가족을 의심해도 좋을까. 정말 내 가족 중에 아버지를 죽게 만든 사람이 있을까. 모든 것을 떠안고 떠난 아버지에게 가족은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주인공인 둘째 아들 쇼노스케는 아버지와 여러면에서 닮았다. 비겁자라는 오명을 쓰고 살 지언정 불필요한 살상을 택하지 않을만큼 따뜻한 맘씨를 가진 사내였고 결국 모든 것이 가족 내에서 빚어진 음모임을 알면서도 그는 자살을 택했다. 가족을 위해서.

 

 

p590  생각해라, 여생을 다 바쳐 생각해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가면서도 죄책감을 남기지 않는 인간을 정말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인간으로서의 그 마음을 잃은 사람일진데.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 가장 크게 든 의문은 이것이었다. 옳다는 판단의 기준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출발된 것이었을까. 그 밑바닥에는 출세에 대한 욕망이 거름이 되었고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 가족의 목숨은 사소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면서 또 묻게 된다. 과연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간형인가? 에도 시대에만 있었고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런 류의 인간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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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과 초콜릿 미스터리랜드 1
오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히라타 슈이치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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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이치의 작품은 언제나 상상이상이었다. 잔혹하면 잔혹한대로 애잔하면 애잔한대로. 하지만 [촉과 초콜릿]을 읽으며 그 생각이 약간 옅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이야기지? 읽어왔던 앞장을 다시 뒤적거리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려고 애썼지만 좀처럼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 이야기.

 

사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범인이 있고 탐정이 있고 쫓는 사람들이 있고. 반전이 있으며 결말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조합들은 어딘지 모르게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 있었고 자꾸 앞장을 뒤적거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종국엔 무슨 이야기를 읽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기대했었는데......!

 

오리진느는 수십 개의 총알이 한번에 발사되는 총알 제조기를 발명해 부자가 되었다. 전쟁중에 불티나게 팔린 총으로 인해. 그런 그가 소유하고 있던 금화가 한밤중에 몽땅 사라졌고 그 금화는 괴도 고디바가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그날 소년의 집에서는 후추가 사라졌다. 그래서 아버지와 소년은 후추를 사러 시장에 가야했다. 그 일이 소년과 아버지의 마지막 추억이 되어 버렸고 곧 아버지는 폐병으로 인해 사망했는데 그때 소년의 나이는 열 한 살이었다.

 

괴도 고디바의 범죄행각은 이후로도 줄을 이었는데 사람들은 그를 잡을 위인으로 명탐정 로이즈를 꼽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소년이 두바이욜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때 나타나 소년을 구해주었다. 이민자라고 차별받는 소년 린츠를 구해준 사람은 여지껏 아무도 없었는데....그래서 린츠는 로이즈에게 많은 것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건을 풀어나가면서 린츠는 죽은 아버지가 바로 그 괴도 고디바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렇게 밝혀졌다.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던 오츠이치는 성인이 되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뛰어난 작품을 쓰는 작가가 되었다. 괴도를 아버지로 둔 소년은 자라서 무엇이 되었을까. 이야기는 짧고 동화스러웠으며 문맥의 흐름을 주욱 따라 읽지 못하게 쓰여져 있었지만 나는 린츠의 훗날이 궁금해졌다. 만약 오츠이치가 소년의 훗날을 썼다면 그 이야기는 공포일 것인가? 스릴러인것인가? 하고-.

 

 

p336  어째서 뛰어들 마음이 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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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예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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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숨어사는 모녀가 등장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는 그저 책으로 읽던 일본의 실화소설보다 더 무서웠으며 잔혹하게 느껴졌다. 끔찍한 살해장면이 등장한다거나 토막토막내는 컷들이 없는데도 말이다. 차라리 그랬다면 덜 무서웠으리라. 우리는 뉴스와 영화, 드라마를 통해서 왠만한 작의적인 장면에는 눈깜짝하지 않을만큼 길들여져 버렸기 때문에. 하지만 머릿속으로 '상상' 파고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없이 무섭고 한없이 서늘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상상하는데는 제한이나 한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제 26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 수상작인 [잔예]는 이제까지 읽은 소설 중 가장 무섭다는 심사평을 들은 작품이다. 사실 저자 오노 후유미는 '십이국기'를 몰입하여 읽으며 알게된 작가인데 그녀는 '고스트 헌트' '시귀'를 쓴 작가이기도 했다. (시귀는 읽다가 던져둔 소설이기도 하다) 어떤 이야기든 발간 즉기 높은 평가를 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마는 작가의 필력도 필력이거니와 그녀가 상상하는 그 상상의 시작점이 어떻게 발화되는지가 궁금해져서 자꾸만 작품들을 찾아 읽게 된다.

 

[잔예]를 오츠이치가 썼다면 이토록 놀랍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작가이므로. 하지만 오노 후유미가 썼다. 2001년 말에 있었던 이야기라며 그 첫단추를 풀면서......!작가인 '나'에게 독자인 30대 여성 쿠보씨가 사연을 제보하면서 '나'는 그 집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01년 11월. 겨울이 코앞인 시점에 새집으로 이사했으나 혼자사는 그녀의 등뒤로 언제부턴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용히...느릿느릿 움직여서 더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그것의 움직임.

 

세입자가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두 집의 과거를 탐문하고 집터를 조사하고 그 지역에서의 괴담을 조사하다가 발견하게 된 괴담의 주역은 '오쿠야마 요시노리'.작은 탄광을 경영하던 그는 친척을 비롯한 가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키고 자신도 자살해서 지역을 발칵 뒤집은 사람이었다. 결국 그로 인해 한 집안의 대가 끊겼으며 탄광은 폐산해버렸다.  그리고 괴담이 남아버렸다.

 

 

P336 제 안에서 호러와 괴담은 달라요. 괴담은 기분 나쁜 일이 일어나지만 정체가 분명치 않죠.

 

 

이 이야기의 결말보다는 사실 역자의 후기가 더 흥미로웠는데 '무서운 이야기는 쓰여있지 않지만 정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사실만 쫓아가는데 터무니없이 무섭다'라는 심사위원의 말에 100% 동감하면서 괴담을 시작한 것도 '사람' 그 괴담을 이어이어 소문내는 것도 '사람'이니 결국 '사람이 제일 무섭지 아니한가'라며 이 책을 읽고 한 친구와 이야기 나눈 끝에 우리는 이렇게 결론 짓고 웃어 버렸다.

 

오노 후유미의 장편 괴담 [잔예] 속에는 동업자인 남편과 고양이 형제를 기르며 사는 자신의 이야기도 투영되어 있다고 했다. 밝히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지만 후기를 통해 이 역시 잼나게 읽었다. 괴담과 호러를 분명히 구분짓는 작가에 비해 내게 두 장르는 중독성 있되 똑같이 무서운 같은 장르라서 딱히 구분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소설을 읽고나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래봤자 이불을 뒷발로 팡팡차대는 고양이들만 가득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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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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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시리즈의그 서막은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로 시작된다. 이 유명한 판타지를 나는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 그래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으며 곧 그 재미로 빠져들기에 이르렀다. 이 세상에서는 외롭고 쓸쓸했던 해리포터가 자신의 세상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었듯 주인공 요코 역시 이 세상에서는 그닥 행복해 보이지 않은 여고생일 뿐이었다. 부모에게 맞추고 친구들에게 맞추다 보니 자신의 판단과 만족감은 저 멀리 던져두게 되었고 '착한 아이 좋은 친구 역'으로만 인생을 꾸려나가왔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학교에 나타난 남자(?) 게이키에게 납치되어 자신의 세상으로 내던져졌을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성장. 그녀에게는 그 시간이 필요했다. 빵이 숙성되고 김치가 발효되듯 인간에게도 성숙의 기간이 필요한데 여느 판타지와 다르게 십이국기는 그 상찰의 시간을 그 누구의 도움없이 홀로 던져두고 보내게 만든다.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간의 시기 상으로도 딱 그 고민을 하기 좋을 청소년기의 요코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모른 채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남기 위해 낯선 땅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다. 사람을 쉽게 믿었다가 배신 당했으며 반가운 마음에 고향 왜의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가 금전적인 손해도 보았고 종국엔 스스로 배신하여 친구를 잃을 위기에도 봉착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성장해나갔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에반게리온'의 히토미 역시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반에 의해 낯선 땅으로 끌려온다. 하지만 히토미는 반의 성장을 돕는 힐러일 뿐 스스로 성장해서 세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지 못했다. 반면 요코에게는 두 세계가 다 불완전한 세계다. 돌아가고 싶은 '왜' 역시 자신이 온전히 자신으로 살 수 없으며 모두가 그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버렸다. 또한 이제 좀 적응 되어 가는 이곳 십이국 역시 '경국의 왕'이라는 무거운 왕관을 내밀며 그녀를 오도가도 못하게 만든다.

 

왕이 되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고 했던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했던 여고생 요코에게 왕관의 무게는 무거운 것.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자신의 수호 기린인 게이키를 구하는 것으로 경국의 이야기는 시작되지만 그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그녀가 달라졌다는 거다. 반인반수인 라쿠슌과의 대화 속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p481 모두의 기대에 휩쓸려 내 삶을 결정한다면 나는 책임을 질 수 없어.

 

라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 보다는 모두의 눈치를 보며 모두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던 소녀 요쿄. 그런 그녀가 강해지고 싶다고 소망하고 있다. 단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작가 오노 후유미가 얼마나 탄탄하게 세계관을 구축하고 캐릭터를 만들어놓았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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