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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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 최초이자 세계문학사상 최초라는 보도자료는 이 책을 궁금하게 만든 첫번째 요인이었고, 두번째 요인은 종교에 대한 이야기이자 믿음과 상식에 대한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 때문이었다. 이런 주제는 응당 무겁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껏 무거운 류의 소설을 써온 작가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그려줄 이야기들은 그 희미한 아우트라인조차 미리 상상해볼 수 없도록 철저히 차단되고 있었다. 

책의 뒷 표지에 두 명의 인물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 명은 문학 평론가고 한 명은 개그맨인데, 나는 남희석의 책평에 더 눈길이 갔다. 문학 평론가의 글이 더 분석적이겠지만 어차피 우리는 평론가의 시선으로 책을 읽지 않는다. 좀 더 우리와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을 그의 평을 읽고서야 책 읽기를 시작했다. 어떤 소설일지, 그 느낌이 어떠할지 대강 떠올려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설을 읽을때 심각해지거나 복잡해지거나 똑똑해지길 바라고 책읽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저 각자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재미있는 꺼리"를 찾아 소설 읽기를 시작한다. 작가들이 글을 쓸때 이 점을 제일 먼저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귀여니의 글이건 온다 리쿠의 글이건 이외수의 글이건 간에 독자인 우리가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을까?"라는 사실. 그렇기에 거창한 이야기를 꾸미기 위해 소모되는 시간이 줄여지지 않을까. 

[변신]은 너무나 독특했다. 작년쯤엔가 읽었던 [절망의 구]라는 소설과는 또 다르게 멀더와 스컬리의 힘을 빌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차연"이 아내 "소원"과 함께 외계 여행중 아내를 남겨두고 돌아오는 사건과 그로인해 주인공이 새로운 종교에 심취하게 된 이야기는 묘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해하려는 마음을 비우고서 그저 재미읽게 읽혀버린 소설 [변신].  작품을 두고 작가 한차현은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매니아 독자 2백명 정도를 갖고 싶다고. 등단 12년된 작가의 소원이었다. 

[변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썼다해도 믿길만큼 독특한 이야기니까. 호불호를 떠나 이상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니까. 대한민국 어느 작가가 이런 소재로 이만큼 독특하게 또 써낼 수 있을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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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 2
김종록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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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장영실이 이 책을 원작으로 한 것일까. 장영실이라는 천재가 있어 가능했던 조선의 과학. 인재등용에 인색했던 조선에서조차 그는 신분을 넘게 만든 뛰어난 재주를 가진 인물이었다. 만약 그가 지금 살아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 것인가.


장영실과 세종대왕의 관계를 보면서 흡사 박정희 대통령과 이휘소 박사가 떠올려졌다. 그들 모두 자신을 알아주는 권력자가 있었고 뛰어난 재주를 지닌 과학자였고 감히 그 시대에선 누구도 꿈꿔보지 못할 것들을 만들기 위해 애쓴 시간이 있었다. 

혼천의,자격루,확대경,측우기 등등을 만들어낸 사내.

그의 시작은 얼음으로 불을 붙이는 일에서부터 출발했다. 임금에게 호언장담하며 목숨을 내걸고 호기롭게 증명해낸 일을 시작으로 그는 세종의 비밀병기가 되어 그와 뜻을 같이 했다. 신하인 동시에 뜻이 맞는 친구가 바로 장영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년에 장영실을 파했다. 그토록 꿈꿔왔던 하늘의 비밀을 풀어줄 천리경의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왜 그 꿈을 접었던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던 세종대왕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장영실에 대한 처우는 두고두고 의문투성이로 남아 있다. 만약 그때 왕과 장영실이 꿈을 이루어내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교토를 중심으로 정한 표준시인 교토시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의 시를 사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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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박완서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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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5주년 [현대문학] 기념 소설집에는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했다.
박완서, 윤후명, 조경란, 양귀자 작가를 비롯한 총 아홉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마치 원스톱 쇼핑몰에 윈도우 쇼핑 온 것처럼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는 즐거움.
책이 주는 즐거움 중의 하나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

처음부터 읽기. 는 왠지 식상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꼭 그래야 하는 작품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읽기보다는 마음대로 읽기를 행하고 있다. 추리소설이나 일반 소설이야 처음부터 읽어야 마땅하겠으나 단편 모음집이나 자기계발서, 경영서, 패션뷰티 서적 등등은 굳이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좋을 종류의 책들이니까.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라는 근사한 제목의 책도 좋아하는 작가부터 골라 읽기 시작했는데, 박완서 작가의 글이 제일 먼저 있어서가 아니라 9명의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작가여서 골라 읽기 시작했다. 

살면서 더 많은 작가들을 알게 되겠지만 유명 작가 중 몇몇은 엄마 때문에 좋아하게 된 케이스다. 법정 스님의 글은 중학교 시절 시험 전인데도 불구하고 꼭 읽어보라고 일부러 책상에 스크랩해두셨고, 이해인 수녀님의 책은 언제나 선물해주셨으며 브론테 자매의 책들은 너무 이르긴 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때 책읽으시는 엄마의 어깨너머로부터 조금씩 맛을 들이기 시작했었다. 그 외 몇몇 작가들이 더 있긴 하지만 책읽는 엄마는 책읽는 습관을 고스란히 물려주신 것은 물론 당신이 좋아하는 작가까지 딸에게 전해주셨다. 

언제부턴가 박완서 작가의 글을 곁에 두시는 엄마. 마흔의 나이에 처녀작 [나목]을 쓴 여류작가의 글 어느 부분이 엄마를 매료시킨 것일까. 엄마는 그녀의 글이 일상적이면서도 잔잔하지만 뼈대가 굵어 좋다고 하셨다. 

엄마가 좋아하는 작가의 "녹두알만한 얼굴"은 그래서인지 제목부터가 참 정겹게 느껴졌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녹두알을 본 적이 없어 가히 상상이 가진 않지만 녹두알 만한 얼굴이란 작다는 의미 말고 또 다른 이중적 의미가 숨어 있을 것만 같다. 아버지가 없었던 어린시절부터 넉넉해지기까지의 일대기와 맹모삼천지교형 엄마를 추억하는 작가의 성장기, 그리고 "왜 하필 소설이었을까"라고 되뇌어도 좋을만큼 어느 새 쓰기가 시작된 소설까지. 작가의 삶이 몇 장 속에 빨래개듯 개켜져 있었다. 

누군가의 삶이 전기나 수필, 인터뷰가 아닌 소설의 형식을 빌어 드러나는 것도 남달랐지만 남편을 잃고 아들을 잃고, 그러나 여전히 살아 글을 쓰는 작가의 심정을 함께 멈추어서 손잡는 기분으로 탐독했다. 독자이지만 이해하고 싶어진 그녀의 삶. 

수록된 다른 작품들도 좋았지만 "녹두알만한 얼굴"이 가장 인상깊게 남은 까닭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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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수 1 - 산국(山國) 나남창작선 33
김종록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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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오 지창룡 박사의 풍수 훈수를 참고하여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서 [풍수]는 읽기 전부터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미신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제시대 그들이 우리의 기를 단절시키기 위해 우리 국토 곳곳에 자행했다는 그 만행들은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화가나는 사실이다. 

[퇴마록]에서도, [터]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 일제의 풍수만행.

풍수를 단순 미신으로 치부하며 멀리하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 코드나 풍습으로 이해하면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교양과목으로 풍수강의를 들은바 있는 내게 풍수란 맹신할 필요는 없지만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학문으로 보인다. 나쁜 말은 걸러내고 좋은 말만 뽑아서 우리의 삶에 접목시킨다면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정득량의 증손자인 정윤서의 죽음으로 밝혀지는 선조들의 숨은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조상묘 잘써 후손이 출세한다?는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에서든 들어봄직한 이약기가 아닐까 싶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나 역시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혹은 텔레비전이나 소설 속에서 이런 말들을 들어봤던 것 같다. 명당. 과연 명당은 존재하는 것일까.

패러다임이 바뀐 세상 속에서도 풍수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며 소설은 시작된다. 비슬산, 무등산, 마이산 등등 명산들이 등장하며 정참판의 명당욕심에 관한 이야기를 살짝 흘려 놓는 것이 바로 1권의 스토리 라인이다. 

"의원이 잘못하면 환자 하나를 잡지만 풍수를 잘못하면 집안을 망친다..."라는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스스로 시신을 보호하지 못한 명당 이야기와 아들 다섯이 두달 사이에 모두 미쳐 의원도 굿도 소용없는 에피소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읽어도 사실감에 젖게 만든다. 

요즘이야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모시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땅에 묻는 사람들도 꽤 있을 터였다. 특히 선산이 있어 선산에 가족장을 지내는 이들에게 명당과 오렴, 풍수의 의미는 남다르지 않을까. 

이 재미난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나는 이미 절반쯤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옥수수 알차듯 빼곡한 이야기의 흐름속으로 쏘옥 빠져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7권 중 나는 이제 1권을 읽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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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풍수 2 - 바람과 물의 노래 나남창작선 34
김종록 지음 / 나남출판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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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의 2권은 미치광이가 되었다가 정상인으로 돌아온 정득량의 이야기다. 
명예욕이 강했던 할아버지 정참판의 야심으로 인해 화를 당했다가 살아남은 손자 득량. 
그는 일본 유학길을 접고 구한말 전설의 풍수 진태을을 밑에서 풍수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허나 풍수를 공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간룡법, 장품법, 득수법, 점혈법 등 뿐만 아니라 용맥이 흘러오는 산과 사격, 물 그리고 방위 등도 알아야 하고, 음양오행도 알아야 한다. 이 뿐인가. 이론과 실제는 또 다르다. 현장에서의 경험 또한 중요한 일이니 풍수는 복합적이며 어려운 학문이라 하겠다. 

단지 소설을 통해 읽는 것인데도 풍수는 한없이 매력적이면서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학문으로 보이질 않는다. 

학문적으로 풍수를 익혀가던 득량과 반대로 정 참판의 명당자리를 훔쳤다가 발각되어 몰매를 맞았던 조판기의 작은 아들 또한 풍수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일가는 도굴을 하다가 일본에게 걸려 풍수침략의 앞잡이로 전락해 버렸다. 

풍수는 미신이라며 빨리 벗어나라던 왜인들이 왜 그토록 풍수에 미쳐 강산의 혈자리를 끊고  공동묘지제도를 시행했을까.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좋아했던 순박한 그 시절 우리네 조상들이 무지몽매해보이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득량이라고 다를바 없었다. 왜놈들의 수작에 놀아나 태을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으니....


2권의 명언들은 직선적으로 표현되고 있었는데,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다 허튼소리? 찾아보면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라는 구절이나 인물이란 아무 데서나 태어나는 게 아니었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집안에서 나오게 마련이었다. 는 말은 저출산 시대인 현대르 사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구절이다. 준비하고 기다리라...많이 낳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 낳아서 바르게 길러야 하는 것이 부모됨의 기본이 아닐까. 책의 어느 부분처럼 섹스는 쾌락 이전에 자기 복제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대를 잇는 다는 것. 그리고 좀 더 나은 후세를 바라며 자기를 복제한다는 것. 그래서 그 염원이 묻히는 순간까지 이어진다는 것. 삶과 죽음의 이 숭고한 고리 끝에 비밀이 있어 보였다.

미신으로 치부하기엔 따져볼 일이 많은 풍수. 풍수에선 말하고 있다. 명당은 시간과 공간, 인간의 삼간을 이야기 하며 시간은 천문, 공간은 지리, 인간은 천지인을 각각 뜻해 이들을 삼재사상이라고 부른다고.

어려운 이야기는 건너뛰어도 되겠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쯤은 우리도 가슴에 새겨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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