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 탐정 미스터 야심 - 예니체리 부대의 음모
제이슨 굿윈 지음, 한은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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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소설만 읽고 있는 듯 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나고보니 재미있는 일이었다. 이스탄불.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곳인데, 지금도 지도에서 찾으라고 하면 헤매일 그런 장소인데 소설 속 이스탄불은 모험의 도시 매혹의 도시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매혹의 도시 이스탄불. 1836년 오스만 제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리에겐 다소 낯선 지위 네이밍인 술탄. 그 술탄의 도시 이스탄불에서 장교 4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곧 그 중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총사령관 세라스케르는 탐정 야심을 불러 들인다. 그리고 명한다. 단 열흘안에 사건을 해결하라고.

수직하달식방식으로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만 하는 군대에서 명령을 받은 야심. 환관탐정이라는 특수한 신분이 우리의 눈길을 끌게 만들고 그가 의뢰받은 사건의 특수성이 우리를 궁금하게 만든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실마리를 쫓는 중 또 하렘에서 궁녀가 교살되고 술탄 모후의 보석이 도난 당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것도 나폴레옹에게 선물받은 그 소중한 보석이 사라졌다. 더욱더 복잡해진 사건을 풀기 위해 야심은 실종자들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오스만 제국의 최정예 부대인 예니체리에 접근하게 된다. 술탄의 군대. 직업군인제도 속의 예니체리에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1826년에 이미 해체 된 그 군대 속에 답이 있음을 알고 그들의 실체로 접근하는 환관탐정 야심.

우리에겐 다소 낯선 배경과 문화 속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몰아갈 수 있음을 입증한 소설 한 권을 선선해지는 가을 낮에 다 읽고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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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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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낮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을 하다 나이 마흔에 폐결핵 악화로 세상을 떠난 작가가 있다. 그의 이름은 프란츠 카프카.

 

여행하고 싶은 도시 프라하에서 유대계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20세기 최고의 문제작들을 탄생시킨 천재작가였으나 죽기 직전 유언으로 자신의 유고를 불태우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미완성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아니면 떠나는 순간 법정스님처럼 자신의 글들이 글공해라고 여겨서였을까.

 

카프카의 글을 읽기전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 중 하나는 그의 문학은 어렵다 라는 것이었다. 심각하고 어두우며 어려운 글을 읽고 싶지 않아 평생을 도망다니다시피했는데 운명처럼 어느 순간 그의 글과 마주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첫장을 열게 된 작품은 유고작 중 하나인 [소송]이다. 어쩌면 불타 없어져버렸을지 모를 운명의 글이 살아남아 지금 내 손에 들려져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카프카의 [소송]은 아리쏭한 작품이다. 작가 이상 의 작품만큼이나 기괴한 작품들이 카프카의 작품인 듯 했다.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때문인지도 모른 채 결과로 달려가게 만드는 작품의 스토리라인만 봐도 그랬다.

 

주인공 k는 은행에 다닌다. 간부급인데 별다른 잘못이나 이유도 없이 갑자기 체포되고 소송에 취말린다. 죄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법정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구금이나 구류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제재를 받지는 않는다. 자유로운 생활 속에서도 소송에 걸려 있다는 사실은 그의 발목에 족쇄를 달아놓는 것처럼 삶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끝까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고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되는 가운데 "처형"으로 결말 맺어지는 황당스러움은 놀라울 정도다.

 

이미 여러차례 번역되어 "심판"이라는 작품으로도 번역 된 적이 있다는 "소송"은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기도 전에 스토리 전개의 기이성으로 의문을 남게 만드는 작품이다.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야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내용면에서나 탐독면에서 카프카는 읽고나서도 여전히 어려운 글을 숙제처럼 내어놓은 작가로 기억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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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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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트라다무스.
그의 이름은 너무나 유명해서 그의 삶보다 그가 남긴 시에 우리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이 죽은 그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노스트라다무스는 시를 남겼다. 하지만 그 시는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노스트라다무스 사후에도 학자들은 그의 시를 해독하며 예언의 시가 가리키는 사건들을 찾아냈다. 시가 가리키는 사건들. 세계의 한 획을 긋는 그 사건들을 이미 죽어 묻힌 이가 살아생전에 가리켰던 것들이라고하니 아니 놀랄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람이 상하고 나라가 갈라지고 세상이 변하는 그런 사건들을 미리 알았던 노스트라다무스는 과연 행복했을까. 악몽에 시달리듯 그들을 바라봐야했을 노스트라다무스의 고뇌를 잠시 상상해본다. 이렇게 두고 보면 미리 안다는 것이 반드시 시원한 일인 것은 아닌듯 하다.

평생을 노스트라다무스를 연구해온 저자는 죽음을 목전에 둔 대예언가가 자신의 장녀에게 58편의 시를 남긴 일을 소재로 소설을 꾸몄다. 무슨 일에선지 자신에 대한 것이라며 철저히 숨긴 채 되물려져왔던 노스트라다무스의 후기예언. 2012년 12월 종말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적그리스도에 대한 언급이 있을거라는 가정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 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주인공은 쫓고 쫓기면서 알게 된다. 욜라라는 여인이 지켜져야하는 중요성에 대해서.....

예언은 참 길고도 읽을거리 많은 두꺼운 책이었다. 그만큼 재미도 대단해서 밤새 읽으면서도 단 한순간의 지루함도 느껴보지 못했고 책을 놓을 순간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대예언가의 예언이 2012년 12월 어떻게 지나가게 될지 아직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은 그저 소설을 읽으며 재미를 찾고 있을뿐이다.

잃어버린 그 58편의 시에는 정말 어떤 내용들이 담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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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 상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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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여태후와 함께 측천무후는 할말도 쓸거리도 많은 여인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작가의 글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무후를 보아왔고 많은 세월 속에서 계속 리메이크 되어온 무후의 모습들을 빼놓지 않고 보고 있었다. 세월과 사람에 따라 역사속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평가를 읽게 되더라도 그녀가 강인한 여인이었음은 변하지 않았다. [천안문]의 작가 샨사 의 측천무후도 그 점에서만큼은 해석이 다르지 않았다. 다만 무후의 입장에서 1인칭으로 쓰여진만큼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한 것이 다른 점이랄까.

 

살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얼마나 솔직할까. 남을 속이는 것보다 합리화를 가장해 자신을 속이는 것이 더 비일비재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샨사의 무후는 자신에 대해 관대하지도 비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역사가 자신을 떠밀었다는 식의 변명도 없다. 1인칭임에 분명한데 3인칭 마냥 바라보는 시선은 자유스럽다.

 

얼마전 [적인걸] 시사회에서 보여졌던 무후와는 또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샨사의 [측천무후]는 독설도 성적 판타지도 없는 허스토리의 주인공이었다. 어느 성공담의 주인공처럼 매일매일의 일기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관점에서 스스로의 해피엔딩을 전달하는 전달자처럼 그녀는 담담했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자식을 독살하고 언니를 교살했던 표독스런 여인이 아니라 남편을 봉양하고 자식을 귀이 여기며 나라를 걱정하는 여인으로 거듭났다. 여인 무조는 미인심계에서처럼 물고 뜯는 궁중 암투에서 영웅처럼 부활하여 절대권력을 거머쥔 철의 여인인 셈이었다.

 

그런 그녀의 비석에 아무 비문도 없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른이라는 그 당시만해도 늦은 나이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잘 웅켜잡은 그녀는 진정 승부사였따.

 

또한 황태자와 그 측근들이 기거하는 동궁과 궁녀들이 기거했던 액정의 내궁 암투 속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강인한지 잘 알수 있다. 살아남은 이가 강인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그녀에게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평가가 후대에 다르게 변한 것처럼 무후에 대한 평가도 어쩌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그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만을 행해왔다면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녀의 발걸음을 뒤따라 가보는 일도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변명하지 않는 무후의 솔직함이 상큼하게 다가왔던 샨사의 [측천무후]는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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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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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서은영의 추천작이었던 [내 이름은 빨강]은 어느 미국 드라마처럼 시작하고 있다. 동네 주부 아니 이미 죽어 이전에 동네 주부였던 죽은 자의 소개로 시작하던 그 드라마의 나레이션처럼 [내 이름은 빨강] 역시 죽은 자의 증언으로 시작되고 있다.

 

죽은 지 나흘. 장소는 우물 바닥.

죽는 순간 고향을 찾는 동물들처럼 떠난지 12년 만에 이스탄불로 다시 돌아온 때가 바로 서른 여섯이 된 해였다.

 

누가 카라를 죽인 것이며 무슨 이유로 카라는 죽임을 당해야 했던 것일까.

이 모든 것이 숨겨져 있을 그의 과거로 되돌아가 소설은 시작되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가 시작되는 것처럼.

 

12년 전 24세의 카라는 12살의 셰큐레를 향한 사랑을 그녀의 아비인 에니시테에게 들켜 버린다. 그리고 곧 거절당한 채 이스탄불을 떠났다. 그 후 세월이 흘러 기마병과 결혼했던 셰큐레. 그녀의 남편이 실종 된 후 다시 나타난 카라는 이전과는 다른 멋진 모습이어서 그녀를 다시 설레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혼이 합법화 되었고 12년 전부터 간절히 바래왔던 결혼식이 치루어졌다. 셰큐레의 아비자 살해당한 바로 다음 날.

 

저는 00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여러 인물과 또는 생물들의 관점에서 시작한다. 모두 제각기 자신의 이야기 혹은 카라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화자만 바뀌었을 뿐 이야기는 정돈되어 흘러가고 있다. 한 치의 헷갈림도 없이.

 

첩보영화의 배경으로만 여겨왔던 이스탄불에서 살인과 배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목숨을 건 사랑을 시작한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배경을 파헤쳐 나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 이름은 빨강]은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고 1권을 다 읽고 나서도 서둘러 2권을 손에 들만큼 손과 머리를 바쁘게 만들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가볍지도 또한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았던 [내 이름은 빨강].

어서 손에 들려 있는 2권을 읽고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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