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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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다는 한 프랑스 작가의 책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1998년 그의 전 작품에 대한 <젊은 문학인 국가 대상>이라는 명예가 내려졌고 유럽이 주목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데 <복종>만 겨우 읽은 내게 그의 문학작품을 논할 수 있는 지식이 있을리 만무했고 그간 문학의 깊이에서 멀어져 소재 불문하고 여러 소설 읽기에 매진해온터라 더더군다나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동양에서 나고 자란 내게 적잖이 충격을 던져주었던 것.

 

 

p79  이슬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거의 똑같은 수준이에요.

      그 속에서 프랑스는 유독 특별한 경우인데

 

 

주인공은 40대의 대학교수다. 삶의 동반자이며 충실한 친구라고 소개할만큼 가깝게 느끼고 있던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에 대한 박사논문을 쓴 바 있는 그는 '대학에서의 문학 공부는 사회에서는 거의 아무짝에도 쓸모없고(p11)'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교육자였으며 교육에 대한 소명 따위는 결코 가져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남은 이유는 '애인들','여친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녀들 때문인 듯 하여 그만 씁쓸해지고 만다. 해마다 상대를 바꿔가며 학부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이람았던 그는 미리암을 마지막으로 그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었으나 질식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만나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유대인인 미리암은 가족과 함께 떠났고 그 역시 모하메드 벤 아베스가 이슬람박애당을 창당하고 프랑스에서 이슬람당이 정치적 첫 시도를 시작하는 사태를 추이하며 다른 이들처럼 나라를 떠야하나? 말아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월드컵 결승전을 제외하곤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라는 대선 개표 방송에 예의 주시하며 그는 프랑스가 곧 이슬람화 될지 아닐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고작 40년 정도를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지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가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며 걱정없이 살던 자신의 일상이 정치변화로 흔들리게 되었으며 어쩌면 주어진 학문적 삶 역시 정체기를 맞이할 수도 있었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p352  내게 일종의 지평을 열어준 셈이었다....나의 학문적 삶이 끝났음이 점점 명약관화해졌다....

        이것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국가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또한 지식인의 삶의 변화의 폭은 어느 정도일까. 단순하게 이렇게만 바라보았던 처음의 시작과 달리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두번째 삶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이슬람 여성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마지막 부분은 참으로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 그동안 문학에서 멀어져 있어 이해력이 떨어진 것일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것도 아닌데 나는 이 작품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즐거움'을 읽었을 때만큼도 정돈되지 않았다. 머리 속에서.

 

 

2015년 사를리 에보르 테러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조차 '이슬람  = 테러' 라는 인식을 심게 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잃었던 직장에 다시 복직되기 위해 이슬람문화와 종교에 대한 '복종'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주는 잇점을 스스로 상기시키며 타협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지식인의 말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과 씁쓸함을 남길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제대로 읽었는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가? 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읽는 순간순간에도 의심하게 만들었던 소설 <복종>. 누군가가 제대로 읽고 이야기해 보자고 하면 얼른 도망가야겠다. 싶어진 소설은 난생 처음이었다-.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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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두근두근 2 - 대전.대구.광주.부산.제주 시장이 두근두근 2
이희준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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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대구에는 큰 시장이 많다. 온갖 먹거리 재료들이 가득한 칠성시장, 건어물 및 천 옷감들이 가득한 서문시장, 한의약 박물관이 있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약령시, 폐백거리로 불리는 염매시장, 김광석 거리와 함께 되살아나고 있는 방천시장 등등 크고 작은 전통시장들이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며 지금의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약령시는 조선 시대 효종때 '춘령', '추령'으로 불린 계절 시장으로 시작하여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약재 전문 시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금 가 보면 저자의 말처럼 그냥 휑한 거리다. 최근 스타벅스를 비롯하여 각종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 찻집, 국수집 등을 비롯한 맛집 거리로 변모하고 있어 길을 걷다보면 약재 냄새보다는 커피 냄새, 음식 냄새가 더 진한 거리가 되어 버린 듯 하여 씁쓸해진다. 다만 이름만 익히 들어왔을 뿐 가보지 못했던 영천 약령시가 옛 약재상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니..이 모습 마저 사라지기 전에 시간을 내어 얼른 다녀와 보아야겠다 싶어진다.

 

그리고 그 화려함에 놀라게 되는 염매시장. 폐백거리가 보고 싶어 찾아간 그곳은 규모는 시장이라 부를만큼 크지 않았다. 동문시장, 덕산시장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그 기록이 많지 않게 되었다는데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1000원 정도인 찌짐 집이 건재하고 있어 반갑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곳 찌짐이 너무 맛있어서 10장, 20장씩 포장해 가곤 했는데....며칠 짬을 내어 잠시 그 찌짐 집에 들러야겠다 마음 먹어 본다.

 

P108 골목에 담긴 역사 / 대구(염매시장)

 

그나마 시장들 중에서 자주 들리고 있는 서문시장의 경우는 맘 잡고 3일 동안 헤매며 돌아다녀 보았지만 결국 다 보질 못해더랬다. 사람도 많고 가게도 많고 건물도 많고 볼거리, 먹거리가 너무 많아서 말 그대로 '시장' 인 곳이 바로 서문시장이니까. 총8개의 지구로 구성되어 이고 약 4,000개의 점포가 있으면 등록된 상인의 숫자만 약 2만 명이란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겠다.  전국의 원단이 다 집결되어 있다고 해도 허세가 아닐만큼 섬유와 의류, 원단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시장이다. 옷을 만들던, 패브릭으로 가정용 소품을 만들던, 가죽 가방을 만들던 간에 원단을 골라 미싱이 가득한 층에 가서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라고 주문을 하면 저렴한 수공비로 무엇이든 뚝딱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의 장점이기도 하다.

 

 

 

P227  벽화가 먼저 인사해다 / 부산(부전마켓타운)

 

활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부산의 전통시장 6군데 중 나는 세 군데의 시장을 구경해 보았다. 국제시장/자갈치 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을.  하지만 부평깡통시장이나 해운대 전통시장, 부전 마켓타운은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더 꼼꼼히 구경하게 되었는데, 대한민국 최초의 공설 시장이자 대표 상성 야시장으로 꼽는 부평깡통 시장에는 부산 어묵 생산 공장이  5개나 있단다. 골목 하나가 어묵만 팔고 있다는데....아, 바로 가서 맛보고 싶다. 어묵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다는 국제 시장은 이미 영화에도 등장해 눈에 익다. 광복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이 곳은 군수물자를 유통하는 장터가 시장으로 탈바꿈 된 것으로 2000년대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고 했다. 반면 전통시장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갖고 타운을 형성한 부전 마켓 시장은 놀랍게도 대형체인마트들처럼 카트를 끌고 쇼핑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아직 푸짐한 시장 인심이 살아 있다는 이 곳 역시 시간이 허락하면 구경하고 싶은 시장 중 하나로 찜! 해 두었다.

 

 

 

P45  사람이 아니라 문화가 쉬어간다....대전(산호여인숙)

 

뜰채로 과자를 골라 담을 수 있다는 중앙 시장과 매콤한 곤계란의 맛이 일품이라는 역전 시장은 인접해 있었다. 대전 시장 투어를 해 볼 생각은 꿈에서도 해 본 일 없는데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으능정이문화거리의 초대형 LED 아케이드 인 스카이로드는 정말 구경하고 싶은 장소다. 쇼핑, 먹거리, 볼거리가 다 이 곳 한 곳에서 해결된다니...날 잡아 하루 여행을 훌쩍 다녀와도 할 말이 많아질 그런 곳이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70번지에 위치한 그것이다. 월요일이 휴장이라니 월요일을 빼고 여행 계획을 세워 보아야겠다.

 

원래 유성이라는 지명은 선비가 머물던 곳 이라는 의미라는데 100년 시장으로 남은 '유성오일장'은 아파트촌 사이에 형성되는 대규모 장터다. 놀랍게도-, 5일과 10일 장이 설때마다 비가 왓서 지금은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 것으로 그 날짜가 변경되었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전시민들뿐만 아니라 이 유성장은 논산, 공주에서도 장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란다.

 

 

 

P317 가장 솔직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길 /제주(멩글엉폴장)

 

어느 방향이든 동문재래시장을 걷다 보면 결국 동문수산시장에 도착하게 된다는 제주. 섬이라서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수산물에 대한 기대가 큰 곳이 바로 제주였다. 뭍으로 나가는 물량도 많지만 그날그날 잡힌 수산물이 거래되는 시장인 동문수산시장은 그래서 경쟁력도 최고란다. 반면 매주 토요일 열린다는 서귀포 예술시장은 각종 공방과 갤러리가 즐비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거리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데 그마저도 예술이란다. 멩글엉폴장?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제주방언인가? 싶은 순간, 포스터 하나가 눈에 띈다. 아~ 마트 마켓이름이로구나. 이태리 타월과 책을 함께 파는 거리의 가게, 악기를 만들어 파는 루니와 이지 부부, 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프랑스어까지 무려 7개국어가 가능하다는 이탈리아 테너가 시장에서 오페라를 부르는 이곳, 제주아일랜드다.

 

 

 

P191  가정이나 직장에서 버리기는 아까웁고 쓰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장깡으로 보내주세 /광주(대인시장_장깡)

 

 

광주하면 꼭 들러야 하는 시장이 양동시장이라는데 나는 몇번 광주를 여행하였지만 시장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기껏해야 신세계 백화점에 들러 선물을 산 정도였으니...일정이 빠듯하기도 했고 특별히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일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 구경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다음에 광주 나들이를 가게 된다면 꼭 빼놓지 않고 양동시장을 들러보리라 마음 먹게 된 것도 책에 소개된 내용들 때문이었다. 총 6개의 시장으로 구성된 양동시장은 주로 닭과 오리가 거래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릇과 한약재 상점이 들어서 변화의 바람을 모색중이라고 한다.

 

1960년대 말부터 자연스레 생긴 말바우 시장은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과 수산물이 골고루 거래되는 곳으로 2일 7일의 오일장과 4일, 9일의 오일장이 교차되며 서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농부들이 직거래 장터를 튼다는 의미의 파머스마켓의 훌륭한 예로 들고 있는 말바우 시장. 여전히 프림을 넣어주는 달달한 커피수레가 있고, 신문지에 씨앗을 포장해주는 씨앗가게가 있는 곳이라 더할나위 없이 신기하게 보이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매력은 끝이 없었다. 1000원으로 장터 국수를 먹을 수 있는 대인시장 속엔 예술가들이 휴식을 취하고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이는 대안공간이 존재했다. 시장과 예술, 이 의외의 조합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바로 시장이었다. 내가 두 발 디뎌본 곳도 있고 가보고 싶어 찜해놓은 곳들도 있지만 다 가보진 못했더라도 사람사는 활기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이 아닐까 싶어진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들이 여러모로 모색되었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이 찾아야 하는 곳, 발걸음을 자주 디뎌야 그 명맥이 유지되는 곳이 시장이다. 큰 시장이 없는 동네에 살고 있어 마트를 자주 이용하곤 있지만 근처 시장이 있다면 발품 팔아서라도 구경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 역시 진심이다. 아, 며칠 짬을 내어 또 먼거리의 시장이라도 한번 다녀와야겠다. 먹을 거리, 구경거리 가득한 그곳을 여행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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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랜드 1 -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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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태어났지만 왠지 모르게 9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소녀 셉템버. 어느날 초록 바람의 꼬임에 빠져 암표범의 등에 올라타고 페어리랜드로 향하게 된 그녀 앞에 펼쳐진 세상은 규칙이 가득한 알 수 없는 이상한 나라였다. 화요일에 태어난 어린 숙녀를 제외하고는 연금술을 행하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그곳. 때마침 화요일에 태어난 셉템버는 게임속에서 모험을 떠나듯 요정국의 탐험을 시작했는데 그 어린 날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이야기에 비하면 아주아주 이해하기 쉬운 동화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빽빽하게 쓰여진 것도 아닌데 이야기는 읽는 도중에 몇 번이나 쉬고 끊어 읽어야 할 만큼 많은 상상력을 한 문장 속에 가득 심어 놓았다. 이들이 읽는 내내 그 씨앗을 터뜨려버리는 바람에 나는 읽기를 계속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p118 잘했든 잘못했든 이미 끝난 일이야...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셀로, 맥베스 등등이 떠올려지는 이름들이나 장면들이 엿보이는가 하면 지루하고 고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내일을 만나고 싶어한 소녀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기 때문에 굳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리 슬프지 않을 거 같은 이야기가 바로 [페어리랜드1]이었다. 셉템버의 아버지는 전쟁터에, 엄마는 비행기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기 보다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잘 해내야하는 아이로 셉템버가 자라난 것과 비슷하게 후작 역시 가난하게 살면서 학대까지 받으며 살았기에 현실의 세상은 만족스러운 오늘이 아니었다. 이들에겐.

 

그래서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정말 재미난 일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고마워요'라는 한 남자를 동시에 남편으로 맞이한 자매는 인간 늑대인 남편이 사람일때는 동생 '잘 가요'의 남편으로, 늑대일 때는 언니 '안녕하세요' 남편으로 나뉘어 살고 있다고 했다. 사이좋게-. 마녀 자매는 미래를 들여다보고 미래가 잘 이루어지게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당연한 궁금증일 뿐일텐데 미래를 궁금해하는 셉템버를 두고 그들은 '아주 독특한 아이'를 만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를 보여주며 후작에 대한 당부도 잊질 않아다. '조심해서 가요' 와' 잘 만났어요'라고 불린 형제를 죽였다면서.

 

다음으로 만나는 요정들 역시 신기한 존재이긴 마찬가지였다. 그 중에서 특히 사공은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된 종족이며 요정은 개구리에서 진화된 종족이라고 알려주었다. 개구리와 요정이라...그 미스매치된 조합에서 나는 그 어떤 신비스러움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려서 이 동화가 이끄는대로 그 이정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중간중간에 또 읽기를 멈추고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하다보니 무려 4번이나 도돌이표하여 읽은 단락들도 있다. 이례적인 일이긴 했지만.

 

또 가여운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목소리와 그림자 중에서 기꺼이 그림자를 내어놓아던 일도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다. 겨우 만나게 된 후작의 시계들을 소개하고 있는 페이지 역시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아주 비밀스러우면서도 슬픈 곳일 수 밖에 없는 그곳의 시계들은 아이들을 현실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짧게 머물다 간 아이는 꿈울 꾸어다고 믿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후작은 설명했다. 다행히 셉템버는 꿈이라고 치부하지 않을만큼 머물다가 떠났고 다음  여행 역시 꿈꾸고 있었다. 겨우 1권 읽기를 끝냈을 뿐인데 동화는 많은 것을 보여주며 상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총 몇권으로 완결될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보아하니 짧게 끝낼 이야기는 아닌 것만 같은데....영화화 되어 영상으로 보여지게 된다면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들로 아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살짝 그날을 기대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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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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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외형적인 모습과 구성원의 숫자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비교하자면 참으로 많이 변했다. 하지만 그 생각의 틀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도찐개찐의 모습 그대로다. 우리가 수긍하든 아니든 간에. 가족안에서 곪아터지는 문제들이 점점 수면위로 드러날 수록 우리는 사회가 흉흉해졌다고 여긴다. 하지만 변한 건 가정 안에서의 문제들이 아니라 그 문제들을 예전과 달리 드러내고 이다는 점일 것이다. 과거에도 폭력적인 가장이 있었고 바람피는 아내도 있었으며 패륜적인 범죄들이 존재해왔을 것이나 다만 쉬쉬하고 감추며 참고사는 형태의 가족이 많았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우리만 그런 것일까?

 

이웃나라 일본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 '남' 이 아닌 '가족'이라고 아나운서출신의 작가 시모주 아키코는 토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나고 자란 가정 역시 아픔이 있었다. 전쟁 중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패전 이후 가족과 문제를 일으키는 독불장군으로 군림하고 있었고 어머니가 다른 오빠는 그로인해 일치감치 집을 떠나 살다가 암으로 죽었다. 부자의 싸움을 말리다가 맞아 고막까지 찢어진 적이 있는 어머니 역시 그녀에게는 올바른 선택을 했던 여인이 아닌 것으로 그려졌다.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자식이 그 모습을 보고 성장하며 입었을 상처는 감안해보지 못했던 세대의 여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그가 죽는 순간까지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종결지어졌는데 가족 본질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더불어 과거 자신의 가정에 대한 고백은 일본 사회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했겠다 싶어질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행동이라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도 남을 일이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남의 가정사를 그들만의 문제로 접어두고 입을 닫을 수 있을 것인가.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을 했든 사회적으로 남의 재산을 축냈거나 생명을 앗았거나 고의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타인의 일에서는 어느정도 선까지의 침묵을 배려와 예의로 생각하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부부라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죽음으로 헤어진 사람은 좀처럼 잊기 어렵지만

살아서 헤어진 사람은 금방 잊어 버린다고 한다

- 58 -

 

 

 

물론 저자 역시 지적한 바 대로 개인주의와 가족주의의 차이를 두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순하게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그 안이한 믿음의 공간에는 범죄가 얼마든지 파고들 수 있음도 유념해 두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법륜 스님으로 기억되는 스님께 문의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스님은 이렇게 말해다. 출가인들은 10년 동안 절에서 생활하면서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그런데 삼년간 가족과 연을 끊고 지냈다고 해서 그것이 죄가 될리는 없습니다. 때로는 가끔 보고 살아야 더 편한 사이도 있는 법입니다 라고. 명답이라고 생각했다. 교훈적인 답변 도덕적인 답안이었다면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가족의 기대가 아이를 주눅들게 만들고 가족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자기 가족 외에는 전혀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불행한 쪽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점들이 일본 역시 사회 문제화 되어 있다는 거다.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불합리함, 여전히 집안일에 대한 모든 것은 여자들이 떠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잔인함, 가사/육아/교육/ 부모의 병수발까지 다 해내면서도 사회생활로 맞벌이를 해 내야하는 슈퍼 우먼을 원하는 풍조가 일본 역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행복한 가족이란 어떤 가족을 말하는 것인지... 부모 형제가 다투는 일 없이 사이 좋고 평화롭게 서로 이해하는 주말 가족 드라마 같은 가족 혹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건강하면서 그 삶을 즐겁게 영위해 나가는 8시 일일 드라마 속 가족의 형태? 하지만 저자는 그런 가족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면 오히려 섬뜩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가치관과 성격, 그 생각들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싸움도 있고 마음도 상하면서 사는 것이 가족이란다. 그래서 사이가 원만하진 못해도 자신에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의 행복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도.

 

 

 

가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 p114 -

 

 

 

미야베 미유키의 글이 아닐까 싶은 페이지의 어느 구절도 여전히 눈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 더 매정하다 가족이 있으면 안심한다. 그 가족이 어떤 가족일지라도. 부모의 학대 때문에 아이들이 사망하는 예가 있다. 기관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주의 정도에만 그친다(p108)'라고. 씁쓸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예이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 쓴 약을 한꺼번에 삼기듯 좀 더 많이 씁쓸해졌을 뿐.

 

 

 

사회는 똑같이 돌아갈 지언정 타인의 눈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가족묘에 묻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노숙인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리라. 사회인이 되어서야 다른 사람의 가정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는데 학창시절에는 우리집과 비슷하겠거니 하고 살았지만 세월이 지나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집들도 참 많았다. 화목한 가정도 가까이 가서 보면 실망스러운 일들로 가득찬 집들이 대다수였다. 참 좋아하는 역자인 김난주씨의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이란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주 기본적인 가치'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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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져라, 내 마음 - 다시 나를 사랑하게 만든 인생의 문장들
송정림 지음 / 예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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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바보라 불리우는 시대를 살면서 저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착해지기로 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착한 사람이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인 믿음은 베푼 마음이 돌고 돌아 나비효과가 되어 되돌아와줄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소원이 자꾸자꾸 착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착한 마음의 작가 책을 읽기 위해 나는 오늘 하루 시간을 통째로 비우고 그녀의 책에 푹 빠져들었다.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은 맞지만 착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용하려는 사람이 태반이지 않을까? 싶다가도 사람들 마음 저변엔 그래도 일렁이는 착한 마음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은 살만한 곳, 따뜻한 곳이라는 증거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 먼 도시의 유기동물의 사연에 안타까워들하면서 후원금을 보내고 바자회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아직 세상에는 많다. 익명으로 목돈을 송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은 세상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고 믿고 사는 쪽이다.

 

 

 

이 순간이 기적입니다

 기적을 꼭 붙잡으세요

p72

 

 

 

생의 모든 것을 놓는 순간 이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사람은 어떤 마음이 들까. 생을 사랑하는 일은 실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유혹에 빠진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좋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트입니다'라는 이 말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길이라....홍수나듯 봇물터지듯 확 터져주면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저자의 말처럼 아름다움에는 순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순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길이 먼저 터져야 진실을 담보로 할 수 있는 일. 어차피 홀로 살아갈 수 없다면 순해지고 착해지는 마음을 인생에 붙잡아두는 일도 필요해진다. 우리 모두에겐.

 

 

 

내가 사는 이유는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서

p89

 

 

 

차분해지는 색감의 겉표지조차 아름답게 느껴진 [착해져라, 내 마음]의 내용은 내가 이렇게 살테니 너도 이렇게 살아라 고 강요하지 않아 좋다. 그저 공감이 가면 공감이 가는대로 같은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면 그는 또 그 나름대로 마음의 '좋아요'를 누르며 읽기 딱 좋다. 인사를 잘한다는 것은 마음이 따뜻하다는 증거라고 했던가!! 나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가장 따뜻한 배웅을 받았다. 설레는 마중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마무리까지 신경쓴 티가 톡톡 나는 그녀의 글들엔 '나'로 시작해 '우리'로 끝나는 마침표가 이다. 이는 강요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훈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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