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인생미답 - 살다 보면 누구나 마주하는 작고 소소한 질문들
김미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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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 홀로 서서 청중을 웃고 울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일. 참 어렵다. 그런 그녀의 강의가 재미있다고 들어보라고 권했던 사람은 엄마였다. 김창옥 강사의 강의를 권했던 것처럼  어느 날 참 재미난 강의가 있다며 들어보라고 권했고 곧 어머니 세대가 참 좋아할만한 내용이구나!! 하고 감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빛나는 강의보다는 날카롭고 직설적인  글쪽이  더 좋다. 특히 <언니의 독설>을 읽은 후엔 더더욱-.

 

강사 김미경이 어떤 사람인지는 이제 알려질만큼 알려져 있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잘나가는 피아노 학원 원장님이었다가 스타 강사가 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그녀 스스로 강의에 녹여 대중 앞에서 오픈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만큼이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했던 그녀가 최근에 집필한 책의 제목은 <인생미답>이었다.

p60 내 인생의 배치도가 바뀔 때는 어떤 신호가 옵니다
       놀라거나 좌절하지 말고 '아! 이건 내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라는 신호가 아닐까?
       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삶이란 '1'과 '-1'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삶이란 언제나 규칙적인 파장을 타며 리드미컬하게 오가는 것이 당연하니 잠시 잠깐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라면서 힘차게 등을 두드린다. 글의 힘이 손바닥의 힘보다 쎄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글로 만난 위안이지만 든든한 한끼를 챙겨 먹은 것처럼 만족스럽다. 

 

항상 오늘이 기회라는 걸 안다. 인생의 지혜곡선을 넘을 나이가 되었다. 어느새.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오늘보다 놓쳐버린 어제의 기회가 더 아쉽고 내일에 한 발 다가가기 보다 오늘을 살아내는데 허덕대고 있다. 벌써 일년의 절반 가량이 지나버렸는데, 뒤돌아보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게으름 탓도 있겠고 정해놓은 우선순위를 지키지 않고 일처리를 하고 있어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져 버린 탓도 있겠다. 그래서 남은 후반전은 좀 더 타이트하게 계획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열차게 수정중이다. 하반기 계획을....다이어리에 적으면서...

 

새삼스레 이력서에 커리어를 더 늘려야 할 까닭도 없고 능력을 증명해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산다. 여유로운 것을 좋아하고 깜빡깜빡 잘하면서 웃음이 많은 '개인적인 나'와 달리 업무에 투입되는 '사회적인 나'는 꼼꼼하면서 똑부러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이유는 개인적인 내가 가진 흠(?)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관리자인 나의 불찰로 팀원 모두가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두 번, 세 번 때로는 열 번까지도 보고 또 보며 실수 없이 처리하려고 노력해왔기 때문이었다. 인정머리 없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도록 하면서도 단호하게,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강하게...그렇게 15년 즈음, 일하다가 손을 놓고 다시 개인으로 돌아와 넋놓고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너무 높은 산을 넘어 기운이 빠진 것처럼 혹은 너무 힘든 굴파기를 끝내고 손가락 끝에서까지 힘이 빠진사람처럼 널부러져서 복잡한 것들은 빼내고 공기와 여유를 뇌에 불어넣어가며 잃어버렸던 웃음까지 되찾아 집어넣을 욕심으로 2016년을 시작했다.

 

다른 시간을 사는 내게 그래서 <인생미답>은 '너'가 아닌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함께 하기 좋은 벗이었다. 일주일!! 차 한잔과 함께 천천히 읽어가며 보낸 일주일동안 얼마나 행복했던가. 김미경 강사의 말처럼 살다 보면 굳이 심각하게 묻지 않아도 매일매일 사건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다 답을 내려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깨닫는다. 그저 흘러가듯 두다보면 시간이 흐른 뒤 매듭지어질 관계도 있을 것이며 당장은 나쁜 일 같이 보여도 지나보면 '새옹지마'격이었음을 알게 되는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최근 읽은 와다 히데키 원장의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는 내 인생을 살고 남들은 그들 자신의 인생을 살면 그만  ". 인생을 이기적으로 살라는 충고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놓여 살라는 팁이었다. 적절하면서도 현명한 충고라고 생각하고 메모했었는데 이 문장에 전제격인 명언을 <인생미답>속에서 건져냈다.

p15 이 세상에서 가장 쓸 만 한 건 바로 나야    라는 말이었다.

 

'이거 행복한 거 맞아?"라고 되묻기 전에 '내 스스로에게 기회라는 선물을 주고 있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지게 만드는 힘찬 문장이었다. 이는 예전에 바람의 딸 한비야씨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이기도 했다. 자기다움을 찾은 다음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앞서 언급한 책에 이어 김미경 강사의 <인생미답>에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인생팁을 건져내면서 앞으로 주어진 10년의 삶 속에서 이 결심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목표가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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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절대 뽑지 마라 - 치과의사가 말할 수 없었던 치아 관리법
기노 코지.사이토 히로시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황미숙 옮김, 이승종 감수 / 예문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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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뽑는 게 좋을까? 두는 게 좋을까?
도쿄의과치과대학 출신의 치과의사 두 명은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어놓았다.
인공치아보다는 내 이로 음식을 섭취하고 100세를 누리며 사는 일이 훨씬 좋은 일이라는 거다.

실제로 1989년부터 일본치과의사회에서는
<<8020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캠페인을 통해  80세에도 자연 치아를 20개 이상 유지하며 사는 삶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성인의 치아는 총 28개 거기에 사랑니까지 포함하면 총 32개인데 이 중 20개 이상이라고 한다면 꽤 많은 수가 아닐 수 없겠다. 보통은 평균 13.9개 정도의 치아만 유지된다고 하니 건치라이프를 위해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역시 중요성을 지금부터라도 알려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치아를 잃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막연하게 '충치'가 아닐까 했지만 2005년 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충치는 전체 요인에서 32% 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았고 이보다 더 큰 42%의 요인이 '치주질환'이었다. 둘을 합치면 70%가 넘으니 충치도 치주질환도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긴 하다.
특히 40대를 넘기면서 '치주질환'으로 한꺼번에 많은 치아를 잃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니 더 주의해야겠다 싶어진다.

하루 세번 닦는다고 충치와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까.
치과에서 권한다고 무턱대고 뽑지 말라고 권하고 있는 일본의 두 치과의사는 생활습관 4가지를 개선하라고 말하고 있다.

1. 치아가 접촉하는 시간을 줄인다
2. 설탕의 섭취를 줄인다
3. 양치질은 하루 한 번 바르게
4. 3개월마다 치과 방문

칫솔질을 열심히 해도 이가 썪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치과의사가 권하는 방법대로 생활습관을 바꾸는 일이 시급하겠다 싶어진다. 특히 컴퓨터로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사무직)에게 빈번하다는 TCH(무의식중에 위아래 치아를 접촉시키는 버릇)는 치아를 망가뜨리는 주범이었고 잇몸 고랑 사이에 쌓인 치태는 치주낭으로 발전해 이를 상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하고 있었다. 하루 세번씩 이를 닦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한번을 닦아도 제대로 닦는 일이 중요했다.

 

발치도 무섭고 신경치료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평소관리는 이리도 귀찮은 것인지....책을 읽으며 건강이 습관화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이 제일 부끄럽고 후회가 되었다.

 또 반드시 뽑아야되는 줄 알았던 사랑니는 왠만하면 살려놓았다가 발치 공간을 메우거나 지지대로 삼으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면 된다고 하니...이 역시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보였다. 책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 반드시 책을 통해야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오면서 책의 도움을 받을 때가 참 많았다. 나는-.

스물 여덟. 태어나 처음 충치가 생겨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던 날의 일이 떠오른다. 오복 중 하나라는 건치를 타고 태어났다고 으스댔었는데 그것이 깨어진 것 같아 속상해했던 일도. 하지만 한 개의 충치는 레드카드다. 그 때 이 책과 만났더라면 나는 이후 치과진료를 몸서리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빠르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생 100세 시대.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다. 그래서 베테랑 치과 의사 둘의 충고는 서른이 넘은 지금의 나에게도 오늘 당장 시행하게 만드는 행동강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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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 혼자의 힘을 키우는 9가지 습관
와다 히데키 지음, 박선영 옮김 / 예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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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특이했다.  분명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외로움을 기회로 만드는 9가지 방법>이 적힌 책이라고 들었는데 프로필을 읽어보니 저자는 1960년 생으로 정신신경과 조교수-교수를 거쳐 '와다 히데키 몸과 마음의 클리닉'원장인 동시에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한 사람이었다. 그의 영화가 2012년 모나코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이나 차지했다니...그를 감독으로 불러야할지 원장으로 불러야할지 순간 헷갈려서 '어떻게 하지?'라고 잠시 고민이 되었다.

어쨌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천재'들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이라는 '고독'에 대해 언급하면서 혼자이지 않고서는 뛰어날 수 없다고 서두를 던지고 있었다. 그에게 외로움이란 잠재력인 동시에 실력의 기회였던 것!! 작년에 어느 누군가에게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 나 같은 거 있으나 마나 한 쓸모없는 존재인 걸...."이라는 우울한 고민을 듣고 위로해보려 무단히 애를 써보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으며 결국엔 그녀가 원한 것이 위로가 아니라 관심이었던 것을 깨닫고 그 관계를 정리했는데, 이런류의 인간이 많은지 저자는 내면 속에 자기의 존재가 확실하지 않는 사람은 스스로에게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남들의 생각, 시선이 우선시 되는 삶이라....물론 100% 무시될 순 없겠지만 그로 인해 좌지우지된다면 그의 삶은 자신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부터 심도있게 고민해보아야할 것이다.

 

혼자 어떻게 영화를 보고 밥을 먹어......???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글쎄....바쁠 때는 바빠서, 한가로울 때는 평일 시간이 많이 남아서....원래부터 친구들과 시간이 잘 맞질 않았다. 게다가 친한 친구 몇몇이 외국으로 나가고 나서는 더더욱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그냥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혼자 티켓팅을 하고 맛집을 즐기는 취미도 홀로 즐기고 책 한 권 들고 나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오던 습관이 배여서인지 '혼자'라는 것이 쓸쓸함이 아닌 여윳시간처럼 느껴졌다. 내 경우엔.

혼자여서 외로웠던 적이 있었던가. 혼자의 시간도 함께 하는 시간도 내겐 나름의 즐거움이 있어 힘들지 않았지만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는 순간 역으로 질문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혼자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그래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p31 나는 내 인생을 살고 남들은 그들 자신의 인생을 살면 그만  이라는 문장의 위로를 받으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비슷한 문장을 청소년기에 어느 책에서 본 일이 있는데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였지만 책에서 발견했던 한 문장은 인생의 출사표처럼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었고 약하게든 강하게든 걸린다는 우울증의 마수에서 벗어나 신나게 달리며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저자의 말처럼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은 우울증에 걸리지 않는 법이므로.

 

흔히 듣는 표현처럼 '꼰대'처럼 굴지 않아 좋다고 말하면 저자에게 실례가 될까. 정신과 의사인 그가 전문용어를 들먹이지 않아 편했고 소위말하는 꼰대처럼 말하지 않아 문장을 대하면서도 설레었다. 게다가 그의 충고들은 하나같이 신선했다. 기성세대와 정반대로 말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이 존재했다. "남들처럼 산다고 삶이 더 편해지지 않는다"(p42) 간혹 소외되고 싶지 않아서, 튀고 싶지 않아서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결국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기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감수해야하는 것도 선택한 자신이 된다. 그런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지 않아서 20대가 되어 처음 한 일은 여러 지역의 대학교 1학년들을 만나고 다닌 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설픈 인터뷰였지만 그들의 생각, 선택, 그리고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궁금했고 어느 누군가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더랬다. 별나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커서 힘든지 모르고 다녔다. 그 길을 바탕으로 줄곳 사람을 만나는 일을 업으로 하며 살지만 '함께보다 소중한 혼자인 시간'을 지키기 위해 연락과 문명의 편리함에서 살짝씩 벗어나 살기도 하고 책조차 내려놓고 조용한 탐문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나는 종종.

 

그래서 목차를 자가 체크를 해 본다. 챕터 1~5까지는 무난히 지나온 듯 했다. 고비고비를 넘으며 현명하지 못했을 때는 책임을 지면서 배워나갔고 잘 대처했다 싶을 때면 인생에 있어 달콤한 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바로 이 곳에서 또 하루의 나이테를 보태고 있다. '사람의 그릇은 무엇으로 커지나'에 대한 대화를 누군가와 나누면서. 나이가 쌓인다고 다 어른은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 살았다....는 충고를 팁처럼 던져주는 사람이 반드시 멘토일 수는 없는 것처럼.

 

좋은 문장들이 여럿 있었지만 내게 저자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라는 마음을 들게 만든 문장은 <<중요한 것은 자기다움을 찾아 그것을 잃지 않는 것이다>>(p244)라는 말이었다. 내가 나보다 더 먼저 산 세대로부터 듣고 싶었던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누구처럼 되어라~ 최선을 다해라~ 최고가 되어라~는 말보다 더 듣고 싶었던 말.

 

스무살 그 때 찾아 헤맸던 답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노란 알약처럼 내겐 마음의 예방주사로 남게 되었다.
읽고나서 달라는 지인들이 많았지만 이 책!! 내 책장에 소장본으로 꽂혀 있다. 두고두고 인생에 있어 현명함이 요구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되거나 맘 상하는 일들이 생길 때 다시금 꺼내보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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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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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은 어린 시절의 향수에 젖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훅훅! 튀어나오는 귀신, 귀를 찌르던 음향.....무서워서 이불 속에 온 몸을 숨기고도 또 호기심이라는 녀석의 꼬임에 휘둘려 이불 깃 사이로 두 눈을 쏘옥 빼내고 보던 그 프로그램이 요즘 케이블에서 재방송 되고 있다. 유치한 에피소드도 있고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볼만큼 슬픈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불의 보호(?)를 받으며 보지 않아도 될만큼 자라버렸다. 그 옛날의 그 꼬맹이는......

 

도서관에서 발견한 낡은 책 한 권.
그 제목이 <핑거스미스>라고 쓰여진 이 책 또한 내겐 '전설의 고향'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낡은 표지, 너덜너덜한 페이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많은 이들이 이 책을 거쳐갔다. 해가지면 함께 그 빛을 거둬들여 어둠 속에서 밤을 지새온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책은 첫 페이지를 넘김과 동시에 나를 단숨에 19세기로 데려다 놓았다. 올리버 트위스가 등장할 법한 음울하고 어두운 어린 소매치기들이 버글버글한 골목의 뒤켠으로.....영화 <아저씨>에 등장하던 그 무서운 목소리의 할머니가 말라 비틀어진 손목을 어둠 속에서 쓰윽 뻗어올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 속에.....

'수'라고 불리는 소녀가 있다. 어둠의 대모 그레이스 석비스 부인의 아이 중 하나로 '수전 트린더'라는 이름 대신 '수'라 불리는 이 아이에게 어느날 젠틀먼 찾아오고 그들의 공모는 그렇게 시작되어지는 듯 했다. 곧 거대한 유산을 받는 대저택의 아가씨를 곁에서 모실 하녀가 되어 입성한 다음, 젠틀먼과 아가씨 사이에 스캔들을 일으켜 그가 재산을 차지하게 만들어줄 일종의 사기사건의 공모자로 발탁된 수.

하지만 아가씨와 가까워지면 질수록 저택에 갇혀 자란 그녀에 대한 연민과 사랑(동성애적)이 동시에 싹트고 말아...실패하려나? 했더니....순차대로 진행된 결혼식이후 첫번째 반전이 찾아왔다!!!

 

반전은 대저택의 아가씨인 '모드'가 화자가 되어 다른 시선에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기억하는 모드. 정신병원에서 그 생을 마감했고 자신도 그곳에서 자라다가 어느날 런던 서편, 지나말로라는 마을 근처의 '브라이어' 저택으로 오게 된 모드는 외삼촌과 하인들에 둘러싸여 자라게 되었다. 하지만 반겨주는 이는 없었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듯한 외삼촌은 모드에게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강조하며 손님들이 찾아올 때면 모드로 하여금 금서를 읽혔다.

 

 "한남자의 입에서 나온 두 버전의 사기전말...."

 

저택에서 모드는 사랑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외롭고 쓸쓸해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고 탈출하기 위해 젠틀먼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여기에서 밝혀지는 반전은 젠틀먼과 모드가 사랑에 빠진 척을 해서 하녀인 '수'를 속이고 결혼식 이후에는 마치 아가씨가 미친것처럼 꾸며 그녀 대신 수를 정신병원에 집어넣는다는 스토리였다. 사기꾼인 한 남자의 입에서 두 버전의 사기계획이 내뱉어졌다. 어느 쪽에 한 말이 진실인것일까

 

p11 어머니를 본 적은 한번도 없으며 어머니는 내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다
        나는 석비스 부인의 아이였다...

 

그 옛날, 석비스 부인이 자신의 아이를 낳던 날....유부남의 아이를 밴 상태로 석비스 부인을 찾아왔던 저택의 아가씨도 이곳에서 출산을 했다. 그녀를 추적해 온 아버지와 아비를 미처 피하지 못해 끌려가면서 자신의 아이를 이 곳에 두고 다른 아이를 데려갔다. 데려간 아이는 '모드'(석비스 부인이 낳은), 두고간 아이가 바로 '수'였던 것. 출생의 비밀이 반전의 두 번째였기에 이 두꺼운 이야기가 할 말은 여기에서 마무리 되고마나?했었지만....

 

밝혀질 진실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청렴하면서고 고매한 정신의 소유자인 것처럼 그려졌던....하지만 뭔가 석연치 못한 느낌을 주던 외삼촌의 서가에서 그의 비밀이 또 한 차례 밝혀졌던 것.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쓰여진 <핑거스미스>는 이미 영구에서 드라마화 되어 좋은 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또한 6월이 되면 박찬욱 감독에 의해 <아가씨>라는 영화로 각색되어진 작품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예고편만 보아도 미장센에 흠뻑 취하게 만든 영화에 대한 기대를 나 역시 가득 품고 기다리고 있다.

 

'모드'와 '수전'
뒤바뀐 인생이었지만 그들은 행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운명 앞에 좌절하거나 보상받고자 하지 않았다.그녀들을 둘러싼 사람들이 욕심쟁이에 사기꾼들이었을 뿐 정작 두 소녀(혹은 여인)는 담담했다. 그 사실이 더 가슴아파 그들이 감정선을 따라 읽게 만든 <핑거스미스>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흡인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도둑'이라는 은어의 핑거스미스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온 소설은 사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로 각색해도 어울릴 소재로 쓰여졌다. 범죄와 음모, 진실과 반전, 악한과 상류층 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서로에겐 '핑거스미스'였던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하게 끝맺음되지 않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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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부여로 보는 백제 펼쳐 보는 우리 역사
안미연 지음, 무돌 그림, 정재윤 감수 / 현암주니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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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 되기 전에 친구와 단둘이 '백제문화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다녀온 곳이 공주와 부여였다. '땅'이라는 자연은 옛 사람들이 살다 죽어 묻힌 그 위가 또 새로 태어난 사람들 삶의 터전으로 이어지는 신비한 곳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유익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페이지를 펼치면 그 속에 과거의 땅이 고스란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주'가 펼쳐지면 '웅진성'이 등장한다.

 

깨알같이 쓰여진 방대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그 편집이 놀라워 이 책은 백제 역사에 관심을 둔 지인들에게 입소문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른이건 아이건 상관없이.

 

사실 직접 가서 본 백제의 유적지들은(공주/부여-충남지역) 조선이나 신라의 그것에 비해 작고 밀집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는 충남지역만을 보고 판단한 기우였다. 무령왕릉을 비롯한 송산리 고분군부터 부소산성과 정림사지가 위치한 부여만 '백제'의 유적지가 아니었던 것. 미륵사지가 있는 익산과 종교/예술적인 교류가 빈번했던 일본에 남겨진 백제의 흔적은 빠져 있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의 유적은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만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세밀했는데 왕과 왕비를 지키는 진묘수와 무덤 주인을 알려주었다는 지석 두 장이 있다는 '무령왕릉'은 이 책을 보고나니 다시 한번 가서 책에서 짚어주고 있는 유적들을 세세히 살피고 싶어졌고 도읍지에 따라 셋으로 분류한다는 백제의 역사는 앞으로 드라마를 통해 자주 접하고 싶어진다.



쉽게 접해왔던 조선의 역사나 가까이 있어 훌쩍 떠나서 볼 수 있었던 신라의 역사와 달리 언제나 멀게만 느껴졌던 백제의 역사. 도시 하나조차 동서남북중앙의 왕도 5부제로 빈틈없이 꼼꼼하게 계획했던(백제 성왕) 그 역사가 오늘날에는 왜 이토록 알려지지 않았나 싶어져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렇게 좋아했던 역사였는데 성인이 되고보니 머릿 속에는 별로 남겨진 것이 없었다.

 

책은 한성 시대를 끝내고 남쪽으로 내려와 웅진성을 세우던 시기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왕인 의자왕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문화, 주변 국가와의 외교/관계, 중요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역사를 정리해놓고 있다. 화려했던 궁남지, 부소산성, 정림사지 5층 석탑에 이르기까지 백제의 흔적을 한 도심 안에서 볼 수 있는 '부여'는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한때 건축 기술을 꽃피웠던 '사비의 땅'으로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곳이었다. 특히 슬슬 거닐면서 그 향취에 빠져보게 만들던 궁남지의 추억을 책을 보며 다시금 되새김질 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이야 충남 논산이라고 하면 '훈련소'가 먼저 떠올려지겠지만 논산시 연산면은 1300여 년 전엔 계백과 김유신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황산벌의 주무대였다. 그 흔적은 백제 군사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니 조만간 백제 유적여행을 다시 한 번 다녀와야겠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으며 알고 떠나는 역사탐방과 그냥 떠났다 돌아오는 여행은 큰 차이가 있구나!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공주 부여로 보는 백제>를 읽기 전과 그 후의 답사기는 천지차이가 날 것이라는 것을 미루어짐작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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