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왕의 꽃 1 - 아닌 밤중에 야광귀 블랙 라벨 클럽 9
이수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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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부모가 바뀌고 집안이 바뀌는 것으로는 너무 식상하게 느껴지는 시대다. 자신도 몰랐던 비밀이라면 모름지기 이정도 스케일은 되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금씨 가문의 도화는 오빠가 둘이다. 부모님 타계 이후, 큰 오빠가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 이 정도 줄거리 속에는 별다른 갈등요소가 없다. 그래서 이야기는 더 진해진다.

 

옛날 옛날...

할머니 무릎 베고 들었던 그 이야기 속에는 귀왕 백야가 등장한다. 귀신이 세상의 주인이었을 시절, 낮처럼 밝았으나 밤처럼 어두웠던 시기, 하늘과의 약속을 지킨 귀왕은 인간들을 흉포에 울부짖고 말았다. 도깨비 방망이를 훔쳐내서 도깨비를 죽이고 귀신들의 안식처를 없애고 자신들의 터전을 위해 귀신들의 다른 삶을 인정하지 않는 몰인정한 인간들의 만행에. 그 날뛰던 귀왕을 잠재우기 위해 사람들은 인신공의를 하기 시작했고, 저주 받은 금씨 가문의 딸 도화는 어느덧 제물의 나이인 18세가 되어 자랐다. 그리고 어느날 통통 뛰면서 나타난 장난꾸러기 야광귀에게 한쪽 신발을 빼앗기면서 귀왕과 만나게 된다. 운명.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와의 로맨스는 금기로 인해 더 애틋하고 달달해지는데 과거 '트와일라잇' 속에서는 뱀파이어와 인간이, 애니메이션 '늑대아이'에서는 늑대와 인간이. '별에서 온 그대'는 외계인과 인간이...이렇듯 상상을 초월하는 운명적 만남이 우리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고 설레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귀왕의 꽃>에서는 밤의 꼬리에서 태어나 고귀한 왕이 된 귀왕 백야와 저주받은 인간가문에서 태어난 발랄한 도화의 사랑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들 외 철딱서니 없는 옥황상제와 징그러울 것 같으면서도 초미모를 지녔을 법한 이무기 세 자매, 고지식하지만 충성심이 대단한 이문, 귀여운 단짝 아귀와 동동이까지.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장면장면을 마구마구 상상하게 만들어서 읽는 내내 즐거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아주 쉽게 쓰여졌다. 술술 읽히고 막힘없이 책장이 넘어간다.

 

우리 나라에 어떤 귀신들이 살았는지, 창조신화는 어떠한 내용이었는지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주석 없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설화와 전설이 만나면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냈는지, 한국형 판타지가 또 하나의 한류 바람을 일으킬 준비 중인지 아닌지 독자인 우리가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스토리 라인으로 짜여져 있어 나는 <귀왕의 꽃>에 무한 기대를 하고 있다. 단 1권만 읽었으면서도.

 

2권에서는 그 결말이 어떻게 종결지어질지 사뭇 궁금하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어떤 결말이든 맘에 들 것만 같은 기대심리로 2권을 펼쳐들고 있다. 딱 한 장만 읽었는데 멈춤 없이 읽고 싶을만큼 즐거워졌다. 2권을 읽고 나면, 또 어떤 마음이 동해~서평을 올리고 있을까.



 
 
 
인생부자들 - 나답게, 폼 나게 살아온 열 두 조르바를 만나다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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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조르비즘이라는 신조어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30년간 신문사에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저력 있는 저널리스트인 인터뷰어 조우석은 조르바를 잡스과로 분류하고 있다. 항상 목말라하고 자신이 찾아낸 일에 몰두하고 집중하면서 자신의 목소리에 충실했던 사람들. 그런 이들을 조르바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총 12명의 조르바과 인간형이 소개되고 있다. 이 열두 명 모두의 공통점이라면 고요한 삶의 태도라고 언급하면서 이들이야말로 가짜 위안이 범람하는 요즘 세상에 등장한 열 두 사도라고 일컫고 있다. 서문에서 이쯤 밝히면 너무 거대한 것이 아닐까? 책을 읽기 전에 언뜻 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만큼이나 극찬해놓은 열두 명이 과연 누구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몇명이나 알고 있을까? 나는-.

 

국민소리꾼 장사익.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그는 전국민속경연대회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이었다. 노래가 아닌 태평소 연주자로. 그러다가 '효재처럼'의 그 효재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주선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어 나이 마흔다섯에 가수로 데뷔했단다. 여기까지만해도 놀라운데 그 내공은 과거 그의 고생스러운 행적과 맞닿아 있었다. '순대 속 같은 세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힘들었던 과거터널을 거쳐온 그는 삼봉마을 7남매 중 맏이로 세상에 나왔다. 상고 졸업 후 가구회사, 무역 회사, 독서실 운영, 카센터 사무장까지 총 15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 살았단다. 그래서였을까. 우리가락만 불러댈 것 같은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파바로티의 곡을 불러 목청을 가다듬는단다. 이쯤되면 이 사람, 이럴 것이다! 라는 일반적인 편견이나 감은 없어지고만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지만 외모만으로는 단연 장사익과 버금갈만큼 오리무중인 사람이 전방위 예술가 현태준이다. 전혀 이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보다가 손가락이 멈추어진 것은 0.1t인 이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캐릭터 문구, 생활용품아 가득한 공간 안에서 두꺼운 검은 뿔테를 낀 채 무언가를 보며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근엄하기로 치면 '두목님'이라 불려도 좋을 외모지만 그가 수집하는 것들은 의외로 아기자기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뼛속까지 어린왕자라고 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세상의 시선을 얼마나 넘어왔을지 안봐도 보이는 구석이다. 아줌마들 중 안티가 많다고 과감하게 밝히는 그는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오덕후의 느낌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마흔을 훌쩍 넘어선 나이. 체면을 차리기보다 자신답게 살기를 선택한 그는 여전히 '소년 감성'으로 살고 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던 두 남자와 달리 시인 문정희는 대중 앞에 서 있다. '한국의 사강'으로 불릴만큼 천재적인 면모를 세상에 드러내며 살아왔지만 '고독해져야 시를 쓸 수 있다고 '역설한다.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부모슬하를 떠나 공부하러 더 큰 도시로 나오면서 고독과 슬픔을 이해했다고 한다. 무언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을 문학으로 승화 시킨 그녀에게 '시'는 '업' 이었을까.

 

또 한 사람. 대중과 호흡하며 사는 남자가 있다. 그런데 이 남자를 부르는 말들도 정말 독특하다. 미술계에서는 '기인'이라 부르고 건축계는 '졸부'라고 부르며 현대미술계에서는 '파워 컬렉터'로 지칭되는 (주)아라리오 그룹의 회장인 김창일. 이미 20대 청년시절부터 지방 버스터미널 임대사업을 시작했을만큼 비즈니스감각이 탁월했던 그는 10년만에 천안 터미널 전체의 주인으로 급부상했다. 사실 그는 학창 시절 이미 주식으로 큰 돈을 만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당시 아파트 한 채가 1000만원이 채 안되던 시절이었는데 2500만원을 손에 쥐고 있었으니 그의 배팅실력은 그 시절부터 이미 타고난 것이었나 싶어진다. 마치 영국 버진그룹의 대표처럼 여기저기 재미난 것들에 관심을 두고 있으니 과연 김창일 회장은 '기인'으로 불릴만하다 싶어진다. 이쯤되면.

 

한대수한대수할때도 나는 그가 정확하게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세대가 달라서일까. 대한민국 근.현대 인물에 대해 무지해서 일까. 그런 그를 오늘 똑바로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펼치고 나서부터였다. 핵물리학자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열 살 때 미국 유학을 떠났으니 유복하게 태어난 것임은 틀림이 없는데 수의학을 전공하다 돌연 포크 가수의 삶을 살게 된 까닭은 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을까. 핵물리학자인 아버지가 돌연 실종되고 10년이나 지난 후 찾았을땐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백인여자와 살고 있더란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아버지가 사라지고 어머니도 재혼해버려 어린 대수는 연세대를 공동설립한 할아버지의 손에서 키워졌는데 남다른 외로움이 뼛속부터 잠재되어 있다가 음악으로 폭팔했던 것이 아닐까.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주지 않았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앞서 문정희 시인이 '고독해져야 시를 쓸 수 있다'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책이란 게 그렇잖아요. 누구에겐 명작이지만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고요." 차분하고 조용하게 말했을 배우 김미숙은 엘레강스하면서도 아름답게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거리를 두고 살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현명함. 그녀의 현명함을 닮고 싶어졌다. 오늘은 문득.

 

반대로 리무진을 타고 다니던 대표가 돌연 시인으로 살겠다해서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시인 류근. 알고보니 그는 김광석의 노랫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쓴 사람이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룻밤 새 노랫말을 쓰던 대학생은 어느새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그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사나? 했더니 어느날 벼락치듯 그 생활을 청산하고 둥지같은 투박한 시의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어쩌면 그는 이외수 작가의 추천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 척박한 땅에 살아남은 개 같은 시인(?)"일지도 모른다. 파격적인 추천사지만 그답다 싶다. 자칭 독자와 직거래 하는 시인이라고 웃음 섞인 농을 던지는 그는 말그대로 평론가들과  어떻게 소통할까 연구하며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글쟁이가 아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살아숨쉬는 활어같이 느껴진다. 휴대폰 벨소리 사업으로 대박났지만 그는 돌아왔다. 활어처럼 연어처럼.

 

열두 명의 인물 중 일곱명의 이야기만 서평에 남기기로 했다.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메모는 다이어리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서평을 읽고 "이 사람에게 이 책은 이러이러했구나"하면 되지. 책을 몽땅 소개해서 책 읽을 필요를 없애버리는 일은 하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다. 같은 사람을 만나도 내게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남에게 어떤 사람인지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 그런 사람이기에 정경화/김홍탁/김아타/정목/김열규 의 인터뷰도 화선지에 먹을 뿌려놓은듯 스며드는 속도가 녹록치 않다. 거뭇거뭇하지만 깊숙이 파고든다는 얘기다.

 

저자가 기억하는 (故)최윤의 선생의 행복한 푸념처럼 "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끝도 없이 나타나는 거죠? 세상에 감동 아닌 사람이 없어요"라는 푸념을 나도 입에 달고 살게 되었으면....좋겠다!! 싶어지는 날이다.



 
 
 
10년 전을 사는 여자, 10년 후를 사는 여자 - 피하고 싶지만 언젠가 겪게 될 것들에 대한 아프지만 솔직한 조언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송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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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지던 날, 나는 아리카와 마유미의 인생멘토링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었던 그 때처럼 [10년 전의 사는 여자 10년 후를 사는 여자]는 치유와 힐링타임을 전해주었다. 그 누구도 어루만져주지 못했던 내 아픈 마음을....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이 글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마음의 균열 사이를 눈물대신 다시 삶을 살아갈 의지와 힘으로 채우면서 내게도 도움이 되었듯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 책이 '내일을 살아갈 힘'을 전달했으면 좋겠다.

 

책을 손에 쥐면 보통의 경우 저자의 약력과 서문 혹은 번역후기 등을 꼼꼼히 읽어두는 편인데, 아리카와 마유미의 책은 눈여겨보게 만드는 목차를 기록해두고 있었다. 목차를 서평에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훅'들게 만드는 책은 없었는데......!

 

도움받기보다는 존중받아라 / 열심히 일하는 것과 소모품이 되는 것은 다르다 / 앞으로 10년, 능력이 있어도 쓸데가 없을 때가 온다

 

라는 목차들은 그 어떤 명사의 명언보다 눈을 파고 들었고 내 마음 속 화두에 직구를 던지면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그녀의 말처럼 10년 후를 생각하는 연습을 하다보니 당당함이 생겨났나보다. 30대의 나이에 이직을 생각하고 37세가 되던해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도쿄로 떠났던 그녀는 평범한 생활에 안주하기를 바라는 보통의 여성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마켓의 점원,의류매장 점장, 웨딩플래너, 카피라이더 등등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결국 지금은 아시아 여성들의 멘토가 되어 베스트셀러들을 집필하고 있다. 평범을 던져버렸기에 누군가에게 인생의 팁을 글과 강의로 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것이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세상에 살면서 멀리 본다는 일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어떤 선택을 하건 리스크는 존재하니까. 그러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제법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아리카와처럼 많은 경험들을 하며 살아온 내게도 남과 다른 선택앞에서는 먼저 망설이게 되고 주춤하게 된다. 그래도 결국 가장 나답게 사는 법을 선택하는 걸 보면 나 역시 애초부터 평범하게 살긴 틀린 싹이 아닐까. 10대엔 누군가 나 대신 나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며 결국 그 선택이 내게 총알이 되어 되돌려질지 몰랐다. 그래서 20대는 조금 더 용감해지려고 노력했더랬다. 물론 안젤리나 졸리처럼 '남들이 무슨 상관인가? 그들이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든 두렵지 않다'라고 의연하진 못했지만.

 

노후에 가장 불리한 사람은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 독신 여성이라고 했던가. 케이블 방송의 '혼자녀'들의 말처럼 평생 혼자 살 생각도 결정도 한 바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옮겨 다닐 곳을 찾기보다는 옮겨 다닐 힘을 길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함께 해도 그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그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이제 나도 10년 후 그녀처럼 멋지게 성장할 수 있을까. 아리카와 마유미. 국적이 다르고 살고 있는 문화권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언젠가 그녀를 한 번 만나 볼 기회를 갖게 되면 좋겠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 나와 비슷하게 살아온 사람. 내가 살아가고픈 인생을 먼저 걷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의 나는 물어볼 질문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해외여행 - 여행준비의 달인 쏘댕기자의 해외여행 실전코칭
임소정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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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내가 바라던 그 모든 정보. 인터넷 어디를 뒤지고, 수십개국을 여행다니는 지인을 붙들고 물어봐도 이토록 필요한 정보만을 쏙쏙 찝어내주진 못하리라.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즐기는 싱글인 내게 [두근두근 해외여행]은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축복이었다. 읽는 내내.

 

혼자 떠나는 여행이 두렵다고?  우루루...몰려다니는 여행에 비해 모든 일정을 꼼꼼히 체크하고 구경할 곳을 골라내는 일이 어렵다고? 영어가 짧아서 공항게이트를 통과하는 일이 힘들다고? 개인 각자가 알아서 책임져야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만 제외하고는 이 책 한 권 속에서 우리는 용기와 모험심, 그리고 떠날 준비를 시작할 수 있다. 충분히.

 

여행준비의 달인인 '쏘댕기자'는 정말 직업이 기자인 사람. 경향신문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휴가 때마다 해외 여행을 다니는 그녀를 회사 내에서는 "쏘댕", 회사 밖에선 "쏘댕기자"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 재미난 별명이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26개국을 발딛게 만들고 여행플랜을 짜게 만들었다. 살아온 것에 비해 나 역시 쏘댕긴 경험이 그리 많진 않았다. 여행이 직업이 아닌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녀처럼 여행에 열정적인 취미를 갖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이만큼 다녀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속에 열망이 작은 불씨가 되어 비행기에 오르는 상상을 해 보곤 한다. 오늘도.

 

돈 없어서 시간 없어서 여행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그건 핑계라며 일침을 놓는 그녀는 일상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떠나라고 충고한다. 여행보다 더 즐거운 것이 여행준비라는 팁을 전하면서. 어디로 떠나야할지~ 어떤 비행기를 타야할지~ 어느 곳에서 머물러야 후회가 없을지~일정과 예산은 어느 선이 적정한지~ 그 모든 고민을 그녀, "쏘댕기자"와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다. 나는.

 

평생에 단 한 번. 신혼여행만 다녀올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렌~쥐다. 20살이 되면 배낭여행도 훌쩍 떠날 수 있고, 미성년일때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일도 허다하다. 이래저래 친구들이랑 금까기 여행도 계획해볼만하고 회사에 다니면서 짬짬이 3박4일 정도의 가까운 여행지를 순회하고 오는 사람들도 요즘엔 참 많다. 물론 예산이 넉넉하고 날짜가 넉넉하다면 크루즈 여행도 도전해볼만하겠고.

 

여행일정을 짜는데 골머리 앓기 싫은 이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쏘댕기자는 친절하게도 일정별 방문장소를 시간대별로 콕콕 찍어 도표화 해 두었다. 쫓기듯 일정에 맞추어 가야지 하는 것보다는 대충 이정도 시간이 걸리니 나는 이곳이곳 정도를 둘러 보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다며 시간과 일정을 조정해 보는데 활용하면 좋을 듯 하다. 뿐만 아니라 여행을 다녀오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가감없이 털어놓으면서도 좀 더 후회 없이 알뜰하게 즐기다 올 수 있는 팁도 서스럼없이 내어주는 그녀의 넉넉함이 나는 참 좋았다.

 

낯선 곳을 방문해야하는 것이 "여행"일지라도 그녀의 책 한 권이면, 여행달인인 친구와 함께 떠나온 느낌일테니까. '이건 꼭 보고 오자"를 통해 좋은 장소를 놓치지도 않을테고, "이건 꼭 해보자"를 통해 영화속 책 속 누군가가 해 봤을 경험들을 나도 해 볼 수 있으며, "이건 꼭 먹고 오자"를 통해서는 맛난 현지 먹거리들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으니 이렇게 떠나는 여행. 완전 대박 여행이 아닐까!!

 

이보다 더 즐거운 준비가 또 어디 있을까. 이사준비, 결혼준비 등은 생각만해도 골치가 아픈 준비들이다. 하지만 모든 준비 중에서 단연 으뜸 즐거움을 주는 것은 역시 여행준비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다. 여행보다 더 즐거운 여행준비!!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기고, 아는 만큼 아낄 수 있다니...."나 여기 아직 안갔지?"하기 보다는 "나 여기 다녀왔어"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 당장 떠나보자. 2014년 올해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서-.



 
 
 
자살클럽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성균 옮김 / 까만양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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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자살클럽]은 작가의 전작들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이어지길 바라며 읽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코난도일이 추앙했다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그는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트씨]를 쓴 1800년대 작가다. 1850년에 등대건축기사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가업계승을 위해 공대에 입학했지만 가업을 잇지 못했고 아버지의 바램대로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했지만 변호사로 살지 않았다. 대신 1880년, 10살 연상의 아내 패니와 결혼한 후 소설집필을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특이한 삶을 살다간 작가지만 스티븐슨의 [자살클럽]은 잔인하거나 작의적이지 않았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보다 사실 번역자의 이름이 '김성균'이라 놀라고 말았는데, 동명이인이겠지만 '응답하라 1994'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삼천포역의 배우가 이전에는 '이웃사람'에서 살인범의 역할을 맡은 적이 있는지라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하며 피식 웃음 지어버렸다. 혹시 살인범이 번역한 추리소설? 이라는.

 

보헤미아 왕자 플로리즐은 일생일대의 어리석은 판단을 하고야 만다. 친구인 제럴딘 대령과의 산책길에 만난 크림파이를 나눠주는 청년을 따라 '자살클럽'에 발을 딛고 만 것이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자살방법을 택한 이들의 모임이었는데, 총 52장의 카드를 섞어 스 중 클럽 에이스 카드는 자살도우미가 되고 스페이드 에이스카드를 고르면 죽어야 하는 복불복 게임의 형태였다. 우연히 참가한 모임 속에서 죽음을 보아버린 왕자를 대령은 한사코 말리긴 했지만 오만한 태도도 두번째 모임에 나타난 왕자에게 죽음이 내려졌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마치 일본 드라마의 원작인 '스트로베리나이트'의 가벼운 버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 '크림파이를 나눠준 청년 이야기'는 '의사와 사라토가트렁크에 얽힌 사연'으로 이어짐으로써 왕자와 대령이 중심인물이고 이 단편들이 옴니버스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병약한 체력으로 인해 보헤미한적인 삶에 동경을 품었던 스티븐슨에게 이런 에피소드들은 환상이었을까 동경이었을까. 그가 후세에 태어나 셜록 홈즈를 읽고 루팡을 읽게 되었다면 그 상상력은 과연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지닐 수 있었을까. 이야기의 재미보다는 이런 상상력이 중간중간에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꾸만 나의 독서속도를 늦추고 스토리를 잇는데 방해가 되었지만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잠깐잠깐의 그 상상들이 휴식처럼 찾아와 도리어 즐거웟달까.

 

1878년 <런던매거진>에 여르부터 가을까지 연재되었던 3편의 단편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과 파리를 무대로 모험꺼리를 찾아나선 두 남자의 비밀스런 일탈이 더해져 흥미롭게 펼쳐졌다. 이후 라디오 드라마와, 연극,영화로 방연되어진 이 소설은 사실 가벼운 농담처럼 읽긴 좋아도 [보물섬]이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색다른 재미에 빠져들게 만들지는 못했다. 약간 싱거운 음식을 맛보았지만 좋은 음식점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어 나쁘지 않은 느낌과 동일한 느낌이 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