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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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있을까. 느낌을 분석하고 숫자와 문자로 풀어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미술관람이 더이상 즐겁지 않아진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품을 보러 갈 일들이 생겨도 가급적 사전지식 없이 다녀오려 한다. 그 어떤 편견 없이 느껴지는 그대로 바라보기 위해.

 

과장의 범위를 약간 넓혀 말하자면, 세 살 아이도 알만한 작품인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두고 나는 단 한번도 아름답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황금비율, 자연스러운 미소, 신비스러움...등등은 다 학습으로 주입된 아름다움이었을뿐이다. 그래서 역으로 <모나리자 바이러스>를 읽으면서 그 매력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p165  모든 사건에 연결고리가 있어요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이 납치/실종되고 실험당했다. 벌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시작했고 건물 연쇄 폭탄 테러에, <모나리자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가운데, 헬렌 모건의 딸이 사라졌다. 정신병원에서.

 

모델로 화려한 삶을 살던 헬렌은 사진작가의 아이를 가지면서 추락했고 업계를 떠나 전혀 다른 분야로 옮겨와 다시 성공했다. 다만 열 여섯의 매들린이 거식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기거하고 있는 것만 빼면. 신경미학자인 그녀에게 접근한 파벨 바이시라는 남자는 딸 매들린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자신들의 일을 돕도록 협박했는데, 1990년대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으로 부를 얻은 남자가 무엇 때문에 소녀를 납치하면서까지 그 엄마를 미술도난의 주범으로 만들려고 했는지는 <모자리자 바이러스>를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 액자 구성으로 등장하는 과거 피렌체에서는 로 스트라니에로와 살라이, 다빈치가 그림을 완성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말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면서 사람을 재료로 이용했을까. 가장 아름답게 여겨진다는 황금비율의 환상은 실제일까. 이 모든 혼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인가. 댄 브라운과 견주어지고 있는 작가 티보어 로데의 <모나리자 바이러스>는 많은 생각의 교차점을 만들어준 소설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글을 뛰어넘어 영화라는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더 근사할 것 같은 상상 또한 심어주었다. 몇 년 뒤 영화로 다시 접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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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료칸 - 맛보다, 즐기다, 쉬다
가시와이 히사시 지음, 박미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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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200일 이상을 숙박시설에서 머무른다는 저자의 직업은 대체 뭘까?

일본 숙도락 여행기인 <내가 찾은 료칸>을 손에 쥐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저자 가시와이 히사시는 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여행관련 서적을 여러 권 집필한 작가였다. 의사가 아닌 소설가이자 작가로서의 삶을 사는 사람 특히 일본인인 그가 소개하는 숙박업소들은 얼마나 근사한 곳들일까.

 

문화나 취향도 대물림되는 것일까. 그의 조부는 일류 호텔에 숙박하는 것을 즐기는 남다른 취미의 소유자였는데 그를 따라 초등학생 무렵부터 수많은 숙박 시설에 투숙해본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찾은 료칸>까지 쓰게 되었다. 넉넉한 재력이나 외모, 인성을 물려주는 것도 좋겠지만 이들을 보며 좋은 취미를 물려주는 것 또한 멋진 일임을 깨닫는다.

 

홋카이도, 도호쿠, 간토, 고신, 도카이,호쿠리쿠, 긴키, 주고쿠,시코쿠, 규슈, 오키나와, 그외...지역을 먼저 고르는 일은 중요하다. 그 다음은 고른 지역의 지도를 보며 숙소의 거리를 체크하고 료칸의 요금과 전경 그리고 교통 등을 확인한 후 고르면 만족감을 높일 수 있을 듯 싶다.  이곳이 과연 일본인가? 싶을 정도로 멋진고 세련된 곳부터 옛 일본의 정취를 그대로 담은 다다미식 형식의 료칸까지...아름다운 곳에서 힐링투어를 하고 싶은 이라면 이 책 속에서 골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보다 더 많은 곳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드물테니까. 게다가 이 책은 여행자가 아닌 여행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직접 골라놓은 100곳이니 더 말을 보탤 필요도 없을 듯 하다.

 

유후인, 벳부 여행만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 책은 데이엔노야도 세키테이의 광대한 정원을 펼쳐놓아주었다. 잘 관리된 일본식 정원을 구경하면서 욕탕도 좋은 곳에서 푹 쉬다 오는 것도 좋겠다 싶어진 것이다. 아는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올해는 꼭 온천 여행을 다녀오려고 마음 먹은 이상 부지런히 책을 뒤적여보고 적당한 곳을 골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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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조선왕비를 만나다 - 의사의 시각으로 본 조선 왕비들의 삶과 죽음
최일생 지음 / 메디안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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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자인 '왕'의 가장 은밀하면서도 평생 가까이서 보아 누구보다 잘 아는 애증의 관계인 사람은 역시 그의 부인인 '왕비'가 아닐까. 조선의 역사는 장자계승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드라마틱했다. 그래서인지 1대 태조부터 27대 순종의 황비에 이르기까지 왕의 그녀들의 삶 역시 순탄치 않았다. 추존 왕비 5명까지 포함하여 조선의 왕비는 총 42명. 16세에서 82세까지 살면서 평균 수명은 예상보다 높았던 49.5세였지만 행복지수는 평균수명만큼 될까.

 

 

왕도 제 마음대로 하며 살 순 없었다. 폭군조차 맘껏 하고픈만큼 하고 살진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스트레스가 심했던 그들은 61세를 넘긴 이가 고작 다섯 사람. 총 27명 중에서 영조, 태조, 광해, 고종, 정종만이 장수했다. 그렇다면 왕보다는 훨씬 오래살았을 왕비는 몇 명이나 환갑을 넘겼을까. 궁금증에 대한 답은 열다섯이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왕비들의 덕성이나 궁중 암투에 포커스를 맞춰 쓰여지질 않았다. 누구의 아내, 자녀는 몇 명, 어떻게 살다가 죽었나? 에 앞서 어떻게 죽었나?에 눈길이 먼저 간다. 신기하게도 그랬다. 조선의 왕비 42명의 사망 원인 중 가장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사인은 화병과 위장병. 그리고 우울증 등이었다. 환경이나 유전이 만든 병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병으로 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편의 선택을 옆에서 지켜보며 근심이 쌓이고 스트레스가 뻗쳐 좋은 날을 1년 앞두고 위장병으로 죽어버린 태조의 왕비이자 태종의 어머니인 신의왕후 한씨,아들 방석에 대한 걱정과 의붓아들 방원에 대한 경계로 인해 마음 편할날 없었던 신덕왕후 강씨는 '화병'으로 정종의 아내인 정안왕후는 무능력했던 남편의 여성편력과 무자녀로 인한 우울증으로, 남편을 도와 왕좌를 얻었지만 그 결과 자신의 집안의 몰락을 맛봐야했던 원경왕후 민씨의 사인은 불명열이었다. 약간씩 그 이름은 달라 보여도 화병/우울증/고독감/스트레스가 그들의 인생을 발목잡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조선의 왕비. 유복하게 자라 특별한 자리로 간택받았으나 궁궐의 담은 그들에게는 죽어서야 나설 수 있는 감옥이었으니 ...그 긴장감은 지금의 우리들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압박감이 아니었을까. 겨우 12살 15살, 17살이었던 어린 그녀들에게 조선의 왕비라는 자리는 선택이기보다는 의무였을텐데.....의사의 시각으로 본 조선 왕비들의 삶은 결코 윤택해보이지 않았다. 개인의 행복을 기준으로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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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지금 손끝으로 행복을 그리다
신인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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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세상에 지친 당신을 위한 아날로그 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NOW 지금 손끝으로 행복을 그리다>는 붉은색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당장 펜을 들고 나의 삶을 바꿀 글채움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겨우 첫장을 넘기고 가슴이 먹먹해져버렸다.

P4 우리가 잃어버린 네가지 ....나, 지금, 손끝 그리고 행복

이라는 문장과 마주하면서. 멋진 카피를 발견했을 때와 같은 느낌을 전달받았달까. 나를 잃어버리고 현재를 잃어버리고 손끝의 감성을 잃어버리고 행복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단 한 순간이라도 그런 느낌에 휩싸여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중독되어 버리지 않을까. 어제의 나처럼.

 

 

태어나서 지금까지 학교라는 테두리 내에서 들었던 말들은 모두 한결같이 '머리를 쓰는 것'에 관한 교육이었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 '손'이라는 도구는 참 멋진 것이었고 '손재주'를 가진 사람들은 멋진 사람들이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가까운 이웃들만하더라도 손재주가 꿀손이 사람들이 많다. 글씨를 예쁘게 쓰는 이, 도자기를 예쁘게 만드는 이, 그린 디자인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이, 인테리어를 심플하게 해 놓은 이, 살림을 똑소리나게 전문적으로 하는 이 등등...멋진 이웃들이 많다. 다 손를 이용한 솜씨였다. 그런데 <지금 손끝으로 행복을 그리다>에서는 캐나다의 카차 페더 교수의 '머리와 손은 친하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글쓰기만 반복해도 손에서 자극이 발생해 뇌로 연결되는 작은 길이 생기고 기억력 향상 효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였을까. 조선 최고의 메모광이었던 박종채의 경우는 그 아들대에서 혜택을 톡톡봤다. 그가 바로 연암 박지원의 아버지였으므로.

 

이 책은 그저 눈으로만 읽는 책이 아니었다. 연구결과만 늘어놓으며 머릿 속에 담으라는 식으로 편집되지 않았다. 언행일치.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군데군데 손으로 직접 작성해야하는 페이지들이 많았다. 마치 심리테스트를 하듯, 혹은 강의를 들으러 간 중간에 재미난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을 가진듯 페이지마다 재미를 붙여가며 읽을거리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책을 끝까지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후루룩 책장만 넘기듯 보고나면 남을 것이 없는 책이다. 책의 충고대로 직접 해보고 메모로 남겨야 내것화 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스마트폰의 사각세상에서 빠져나와 잠시 손가락에게 펜을 쥐어주라는 권고는 그냥 건네는 말이 아니었던 것.

 

다만 레드표지는 첫인상을 강렬하게 남겨주긴 했으나 속 내용에서까지 레드 & 블랙인 것은 눈의 피로도를 높여 자칫 읽기를 저해할 수도 있겠다 싶어졌다. 실제로 읽는 중간중간에 책을 눈에서 떼야만 했다. 내용을 더 보고 싶었으나 눈이 시려서. 글자체도 크다가 작다가 해서 쉬어가며 읽어야 했으므로 편집부분이 조금 더 읽는 이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면...이라는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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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와 러스티
백수현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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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시호와 러스티>라는 제목을 보니 하나는 아이이름이고 하나는 강아지의 이름인가보다.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 이 예쁜 이야기를 펼쳐보길 기다리면서 무척이나 설레었다. 반려동물과 아이가 예쁘게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이웃님들의 가정들이 있어 내게도 낯선 모습들은 아니었지만 시호와 러스티가 둘이서 뿜어내는 시너지는 힐링 그 자체였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시호와 러스티>는 분명 반려동물과 아이의 성장일기다. 하지만 초보 엄마의 시선에 담긴 둘의 일상은 따땃한 온기를 품은 에세이형식으로 쓰여졌다. 아이의 육아일기에 점점 살을 붙여 반려동물 라이프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정 내의 이야기들이 녹여져 있었다. 포인트로 앞머리 몇 가닥만 길게 자라는 믹스견인 '러스티'는 베이지빛의 순둥순둥하고 배려심 많은 강아지였다. 너무너무 예쁘게 생긴 아이라서 가까이 있다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쓰담쓰담해주고 싶어질만큼 예뻤다.

 

그리고 자기중심성이 강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세 살의 여자아이 '시호'는 빨간 망토를 둘러주면 동화속에 쏘옥 밀어넣어도 좋을만큼 사랑스러움이 넘치는 아이였다. 또한 '개미 구경하기'를 좋아한다는 시호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면 나무가 시호한테 인사한다'는 예쁜 말을 건넬 줄 아는 아이였고 '괜찮아 엄마, 다시 하면 돼'라는 제법 어른스러운 위로(?)도 전할 줄 아는 꼬맹여서 쿡! 하고 웃음이 났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eggtree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엄마는 8개월하고 보름이 지났을 때 이런 감성을 남겼다.
"비로소 느낀다. 엄마가 되었다는 걸. 그리고 심지어 이 역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p42)라고. 소담소담하고 아기자기하지만 약간은 소심할 것 같은 서른 넷의 젊은 엄마가 고백하는 고마움들은 일상적이면서도 차분하게 내뱉어진다. 시끄럽고 유별나지 않아 좋다. 진한 색감이 아닌 옅지만 질리지 않는 색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요즘 시호와 러스티는 같이 뒹굴거리고, 같이 놀고, 같이 산책하는 것의 연속이란다. 러스티에게 시호는 어떤 존재이길래 이토록 아끼고 배려심있게 구는 것일까. 니가 사람보다 낫구나! 싶어질 정도였다.

 

가령 시호 장난감에는 절대 입을 안댄다고 하고 낮잠 자러 들어가면 총총 따라와서 발치에 자리잡고, 시호가 울음을 터뜨리면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엄마에게 와서 알려준다는 똑똑한 개, 러스티.

이런 아이를 대체 어디서 만나게 된 것일까, 싶었더니,,,,,놀랍게도 <서울 대 공원 반려동물 입양 센터>에서 데려온 아이였다, 러스티는.  저자인 엄마가 작은 수술을 받은 후 데려와서 시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함께 했고 세살이 된 지금까지 가족으로 살고 있다는 소중한 개, 러스티. 시호와 러스티가 함께 찍힌 사진들은 그래서인지 모두 작품이었고 감동이었다. 일상이 묻어나는 이들의 사연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나 또한 위로받고 있다. 아이가 생기면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시호와 러스티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뜨끔한 일침을 가해주면 좋겠다 싶어지기도 하고.

 

참 아름답고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했다. 하루내내.
내 마음까지 39.5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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